캐나다 이중언어정책의 빛과 그림자(2)

프랑스어, 마음의 언어에서 생존의 언어로

2025-04-10     필리프 데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최근 퇴임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969년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총리가 통과시켰던 ‘공식 언어법’을, 2023년 야당의 지원을 받아 개정했다. 1969년 당시 피에르 트뤼도는 퀘벡 주민들의 독립 열망에 맞서, 이중언어를 더 널리 사용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대응했었다. 그러나 이후 명확한 영토적 구분 없이 개인의 언어적 권리만을 보장한 결과, 영어와 프랑스어 사이의 비대칭적 구조는 고착되었고, 프랑스어는 여전히 쇠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캐나다 이중언어정책의 빛과 그림자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01조 법은 내 퀘벡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줬어요. 우리에게 퀘벡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시간을 줬죠.” 스스로를 ‘101조 법 세대’라 부르는 루바 가잘 의원은 1977년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가족은 1948년 생 잔다르크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이었다. 아랍-페르시아만 지역을 거쳐, 1988년 가족과 함께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현재 그녀는 퀘벡 주의회 의원이자, 퀘벡 솔리데르 공동창립자 및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어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이 주권파 정당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나는 펠릭스 르클레르(Félix Leclerc. 퀘벡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시인, 작가—역주)노래를 부르며 프랑스어를 배웠어요.”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아버지는 저에게 ‘넌 팔레스타인 사람이니까 강하고,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고 늘 말했죠. 퀘벡인의 역사, 나라 없는 또 다른 민족의 역사를 보면서, 아마도 그런 점이 내 무의식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우선 일자리를 원해요. 프랑스어는 단순히 마음의 언어가 아니라, 밥벌이의 언어가 되어야 해요.”

프랑스어가 일터의 언어, 소통의 언어, 상업과 비즈니스의 언어로 자리 잡기 위해, 퀘벡 프랑스어 사무국(The Office Québécois de la Langue Française, OQLF)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관은 일종의 언어 경찰 역할을 하며, 매년 약 만 건의 민원을 접수하지만, 그 진짜 특징은 민원 처리보다 언어 자문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있다.

OQLF는 마치 척후병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용어들을 정리하고 보급한다. “우리는 주요 산업 분야와 신흥 경제 분야에서 수백 개의 전문 용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도미니크 말락 OQLF 사무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속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어 용어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죠. OQLF의 목표는 벌금을 부과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퀘벡에서의 일상생활이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OQLF가 만든 언어 도구들은(2) 퀘벡의 경계를 훌쩍 넘어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만 해도 700만 명 가까운 인터넷 이용자들이 OQLF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으며, 그중 22%는 프랑스에서 접속한 사용자였다. 현재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100만 개 이상의 프랑스어 용어가 등록되어 있다.

 

“퀘벡 사회의 프랑스어 성격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아”

현재 퀘벡에서는 전체 아동의 91.2%가 프랑스어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에 대한 지식과 실제 사용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말 프랑스어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사회 흐름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결국, 퀘벡 사회의 프랑스어 성격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습니다.”(3) 퇴임한 통계학 교수 샤를 카스통기는 이렇게 단언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랫동안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던 퀘벡은 196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락해, 2023년에는 여성 1인당 1.3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프랑스어의 미래는 점점 더 이민자들의 프랑스어 습득 여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카스통기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퀘벡에서 이민자 동화 과정에서 프랑스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기기조차 어렵습니다. 캐나다에는 한 나라, 두 개의 공식 언어, 그리고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문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국가’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제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캐나다는 그저 하나의 기업일 뿐입니다.”

 

100곡 안에 프랑스어로 된 퀘벡 노래는 한 곡도 없어

지리적 및 세대 간 균열, 두 가지 요인이 점점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어 사용은 몬트리올 대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오타와 강 건너 있는 가티노에서도 감소하고 있다. 또한 퀘벡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인 노래는 30세 이하 젊은 세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 사이의 단절을 잘 보여준다. 

<라디오 캐나다> 진행자인 모니크 지루는 샤를 아즈나부르에서 자즈, 로베르 샤를부아, 카우보이 프리간까지 프랑코포니의 모든 예술인과 소통한다. 30년간 방송을 이어온 그녀의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녀는 “내 방송 시간대의 청취율이 올해 125%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의 청소년 중 거의 3분의 1이 퀘벡에서 생산된 프랑스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4) 2023년 6월, <르 드부아르>지는 퀘벡에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들은 100곡 안에 프랑스어로 된 퀘벡 노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플랫폼들의 알고리즘은 영어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5) 모니크 지루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미디어에서도, 부모와 조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노래의 즐거움을 가르쳐야 합니다.”

프랑스어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한 트뤼도 소수 정부는 2023년 6월, 캐나다 공식 언어의 실질적 평등을 목표로 하는 C-13 법안을 야당의 지원을 받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전의 형식적인 평등을 벗어나, 실질적 평등을 강조하는데, 이는 두 언어 공동체가 실제로는 평등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퀘벡 프랑스어 보호, 언어의 정의를 회복할 수 있나?

수십 년에 걸친 갈등 끝에, 퀘벡의 프랑스어 교육 담당 장관인 장-프랑수아 로버지는 “우리는 소수 프랑스어 공동체를 지원하고 퀘벡의 언어적 특수성을 방어하려고 했다. 퀘벡에서 프랑스어가 다수 언어라 하더라도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제 그것이 해결되었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새로운 법안은 한때 법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프랑스어 법령’을 명시적으로 참조한다. 이 법안은 퀘벡에서 ‘다수 프랑스어 공동체의 존재를 촉진’하는 한편, 퀘벡 외부의 프랑스어 소수 민족의 ‘인구 비율’을 1971년 수준인 6.1%로 되돌리려는데 목적이 있다.

프랑스어 사용이 많은 지역에서 연방 정부의 권한에 대해, 이 법안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이민자 유입을 더 많이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으려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이민자가 20%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뫼니에 교수는 말했다. “꽤 큰 수치로 보이는데요. 트뤼도 정부의 목표인 연간 50만 명의 이민자 유입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의 프랑스어 사용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어의 문제는 오타와보다는 몬트리올에서 더 중요하다. 퀘벡의 프랑스어 담당 커미셔너인 베누아 뒤브뢰유 씨는 “이중 언어 사용이 늘어날수록, 공동체 내에서 언어 선택을 바꾸는 것이 더 쉬워집니다”라고 설명했다.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지배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맞추게 됩니다. 언어정책은 이를 제한하기 위해 소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고, 그 언어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 지배적인 언어 사용자들이 해당 언어를 배우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하면 언어 간 영향을 되돌리고 일종의 언어 정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나는 종종 이러한 흐름을 부유한 계층과 빈곤한 계층 간의 재정적 재분배 정책에 비유합니다.”

 

퀘벡 프랑스어 운명, 이민자 수가 좌우

프랑스어 사용을 담당하는 첫 번째 커미셔너의 임명은 2022년 6월 퀘벡에서 통과된 새로운 프랑스어 법령에 포함된 여러 조치 중 하나이다. 상업 광고(간판, 광고)은 이미 퀘벡에서 반드시 프랑스어로 해야 하며, 이제 프랑스어의 비중이 명확히 우세해야 한다. ‘일반 교육 및 직업 교육 대학’(세젭, CEGEP)에서는 이제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 수가 제한되며, 모든 학생에게 프랑스어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로베르 장관은 2024년에 프랑스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민자 수(7만6,000명)를 강조하며, 프랑스어 사용자가 우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프랑스어를 아는 것은 점수를 주는 요소였으나, 이제는 프랑스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퀘벡 정부의 경제적 이민자로 선발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임시 이민자는 프랑스어를 구사해야 하며, 3년 이내에 시험을 통과해야 비자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원 부족과 효과 부족으로 인해 프랑스어 교육 프로그램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퀘벡미래연합(CAQ, 중도우파)의 ‘동종 요법적 민족주의’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퀘벡당(PQ)의 파스칼 베뤼베 언어 담당 의원은 프랑스어로의 통합과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3만5,000명의 영구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잘 정착해서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CEGEP에서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영어 과정에 등록할 수 없어야 합니다. 17세나 18세가 되면 직업을 선택하고, 친구 네트워크를 만들고, 성인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입니다.” 

 

이중언어 정책 속에 난제, 퀘벡 독립주의

이 나라는 이중언어 정책에 따라 성장할 수도, 쇠퇴할 수도 있다. 이 정책이 없다면, 캐나다는 지금과 같은 캐나다일 수 있을까?

캐나다 총리 브라이언 멀로니는 1990년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과 합쳐야 한다”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90%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1995년 퀘벡 독립을 묻는 두 번째 국민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헌법 논란이 계속되던 당시, 모든 캐나다인이 당시 총리의 발언에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은 공식적인 이중언어 정책에 가장 애착을 보이며 프랑스어권 응답자의 60%는 이중언어 정책이 “캐나다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퀘벡을 제외한 지역의 응답자 중 49%는 이 정책이 “소수 집단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일 뿐”(6)이라고 여겼다.

언어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70%의 퀘벡 주민들이 캐나다 내 프랑스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체성에 관한 발언이 나타나고, 독립주의적 사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선거에서 4위에 머물렀던 퀘벡당은 현재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2026년에는 과반수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당수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첫 임기 내에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퀘벡 솔리데르(QS) 당은 이민자들을 더 많이 결집할 수 있는 진보적 민족주의를 옹호하며, 독립을 구축하기 위한 헌법 제정 회의를 주장한다. 가잘 의원은 “모든 일이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퀘벡 주민들은 안심하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더 여유를 가질 것입니다.”
1834년부터 프랑스어를 위해 활동해 온 생장바티스트 협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마리-안느 알레핀은 “지난해 6월 24일 국경일에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퍼레이드와 공연을 보기 위해 돌아옵니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우리 땅에 도착하면 우리는 퀘벡 여권을 들고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라고 기대했다.

프랑스어 운동에서 시작하여 ‘두뇌 식민지화’에 반대하는 활동을 오랫동안 벌여온 장-피에르 페로는 이렇게 경고했다. 

“다시 한 번 국민투표가 열린다면,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세 번째로 ‘아니오’라고 말하는 민족은 더 이상 큰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2) 참고: 언어 전시관, https://vitrinelinguistique.oqlf.gouv.qc.ca
(3) 샤를 카스통기, 『프랑스어의 급락: 퀘벡의 언어 동향』 (2020), 퀘벡 프랑스어 운동, 몬트리올
(4) 2023년 퀘벡 문화 제품 및 디지털 탐색 조사, 퀘벡 통계 연구소, 2024년 9월 23일
(5) 에티엔 파레, 「프랑코 음악, 시상식에서 큰 결석」, <르 드부아르>, 몬트리올, 2023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