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를 헤치는 트럼프의 ‘무자격’ 측근들(2)

트럼프식 국가안보회의 개편, 전문성보다 충성 중시

2025-04-15     마르탱 바르네 | 사회학자

어떻게 하면 미국 정부 전체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완벽히 맞춰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현재 트럼프의 스타일은 측근들이 경험이 미숙한데도 핵심 요직에 임명하고, 안보 문제에 중대한 비중을 두며, 각종 기관과 비공식 자문그룹들을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이 백악관 주인의 방식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신뢰하기에는 꺼림칙한 트럼프 측근들의 면면을 2회에 걸쳐 분석한다. 

 

월츠는 국가안보보좌관 취임에 앞서 NSC의 출신 공무원들을 대거 해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상자는 대부분 타 기관에서 1~2년 단기 파견된 인원으로, 총 150명이 넘는다. 그는 이 조치가 신임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대한 NSC의 ‘완전한 충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2)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러한 대규모 해임이 NSC의 핵심 전문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실제 새로 꾸려진 NSC 팀은 강한 이념적 성향을 띠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근무한 인사들과 공화당 의회 보좌진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직이나 대사직과 달리, NSC 내의 각 분야 책임자는 의회의 인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한편, NSC 간부들은 각 지역 전략을 책임지는 대통령 직속 특사단과도 조율해야 한다. 이 특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며, 독자적인 권한과 예산을 갖고, 백악관 집무실에 직접 보고하는 구조다. 특히 중동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대거 포진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트럼프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스티븐 위트코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딸 티파니 트럼프의 레바논 출신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다. 마사드 불로스는 중동문제 담당 대통령 개인 고문으로 임명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신임 주이스라엘 대사로는 복음주의 우파의 상징적 인물인 마이크 허커비가 임명됐다. 허커비는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NSC와 대통령 특사단 간에 예고되는 충돌 

NSC 내 동아시아 담당국과 기술 정책 담당국은 각각 이반 카나파시와 데이브 페이스에게 맡겨졌다. 이들은 모두 반중(反中) 네오콘 진영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하게 될 상대는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정부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장관을 맡고 있는데, 중국과 막대한 사업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외교 정책 기능을 이중, 삼중으로 중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 중남미, 아프리카,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특사 10여 명이 임명된 상태다.

이런 특사 임명 방식은 상원의 인준 투표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일부 인사는 상징적 임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담당 대사로 임명된 실베스터 스탤론, 존 보이트, 멜 깁슨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일부 인사는 실제 외교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부터 주요 현안에 깊이 개입해 왔다. 쿠슈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아브라함 협정 성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으며, 이는 정통 외교관들의 큰 반발을 샀다.(3)

 

‘공룡 잡는 사냥꾼’ 역할의 일론 머스크

월츠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제정된 행정명령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 공무원 해고를 쉽게 만드는 내용으로, 해당 공무원들에게는 머리 위에 드리운 다모클레스의 검(권력의 무상과 위험성을 강조한 전설—역주)과도 같다. 동시에 이는 중국, 유럽연합, NATO 회원국 등 국제 파트너들에게도, 미국 정부 기구가 대통령의 전략에 맞춰 철저히 움직일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가하는 압박은, 백악관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이러한 행보에 별다른 저항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가 1기 때 이미 입증해 보였듯, 그의 방식은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세계 전역, 특히 유럽의 오랜 동맹국들과 일본에까지 강력하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전문성이 없는 14명의 억만장자로 구성된 내각과 각종 측근이 모인 이 이질적 집합체를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닉슨 시절이 떠오른다. 현재 대통령의 권력 운영 방식은, 온갖 정치적 술수를 동원했던 공화당 선배인 닉슨의 비정통적 접근법과 상당히 겹쳐 보인다. 트럼프와 닉슨 모두, 정치권 바깥에서 활동한 비정치적 인물들을 핵심 권력에 포진시켜 자신만의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재선 캠페인에 2억8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한 일론 머스크를, 연방 공무원 구조조정을 주도할 ‘공룡 잡는 사냥꾼’으로 임명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의 DOGE가 주도하는 이번 연방 공무원 숙청은, 닉슨이 1973년 재선 직후 약 2,000명에 달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국내적으로 취약했던 닉슨은, 구대륙(유럽)을 등한시하고 모스크바와 베이징에만 집중하는 일방주의 외교로 인해 국제무대에서도 고립되었고, 전임자들이 남긴 막대한 재정적자에 발이 묶인 채, 끝없는 정치적 의심과 불신에 사로잡혔다. 결국 닉슨은 언론의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트럼프, 유례없는 인사 단행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닉슨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지정학적 불안 요인은 여전히 곳곳에 남았다. 러시아나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 가능성, 중국에서 소비가 다시 살아날 경우, 국제교역의 주도권이 미국에 불리하게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이나 대만에서 돌발적 위기 상황이 발생해, 미국이 개입할지 혹은 방관할지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비록 트럼프는 특유의 모호한 전략 감각과 상반된 메시지를 쏟아내는 포화 작전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하겠지만, 모든 선택지를 끝없이 열어두는 전략이 영원히 통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안정성 확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동안 그는 국가안보보좌관 4명, 합참의장 4명, 홍보국장 5명을 교체했고, 내각 장관직에서도 14번의 인사 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는 과거 여섯 명의 전임 대통령 누구와 비교해도 유례가 없는 인사 변동이었다. 

 

 

글·마르탱 바르네 Martin Barnay
사회학자


(2) 아아머 마다니, 지크 밀러, 「백악관, 트럼프 의제에 맞춰 팀 재편…국가안보회의 직원 160명 해임」, 2025년 1월 23일, <AP통신>, https://apnews.com
(3) 이브라힘 와르드, 「트럼피즘, 메시아주의, 금전적 이해관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