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밀거래의 새로운 지정학

전쟁과 밀수의 중심에서, 자금세탁과 재유통까지

2025-04-16     트리스탕 콜로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아프리카의 금은 수많은 탐욕을 자극하며, 이는 비공식적인 불법 수작업 채굴(정부의 허가 없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광물 채굴 활동-역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한 이후,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가?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인 제롬 파월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들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단은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1) 2023년 4월 15일,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군(FAS)과, ‘헤메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이끄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1,100만 명의 이재민을 초래했다.(2)

유엔에 따르면, 수단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은 생존을 위한 긴급 식량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평화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그나마 시도되는 중재마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진행된 제다 협상(Jeddah Talks, 2023년 5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진행된 수단 내전 중재 협상—역주)도 결국 성과 없이 무산됐다. 한편, 현장에서 수단군과 신속지원군은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금을 팔아 충당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 국가들의 개입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전쟁터가 된 수단, 굶주림과 죽음의 땅

이미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는 당시 동맹 관계였던 부르한(수단군 총사령관)과 헤메티(신속지원군 사령관)에게 1억 달러를 제공한 바 있다. 그 대가로, 다르푸르 학살(2003년 수단 정부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다르푸르 비아랍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직적 학살과 인종청소—역주)에 가담했던 잔자위드 민병대 출신들은 RSF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되어 예멘으로 파견됐다. 이들은 걸프 왕정국가들이 구성한 연합군에 합류해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과 싸웠다.
하지만, 수단의 두 실세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자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MBZ)은 헤메티를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부다비는 매달 50만 달러를 지급해 RSF 병사들의 급여를 지원하고, 탄약과 공격용 드론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란과 이집트는 FAS을 무장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헤메티를 지원했던 러시아는 과거 바그너 그룹(현재 ‘아프리카 군단’으로 개명)을 통해 그를 도왔지만, 현재는 양측을 저울질하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카타르 역시 수단 내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개입해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값 폭등 이후, 새롭게 평가된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가치

이들 일부, 특히 걸프 왕정국가들은 무엇보다도 수단을 안정시켜 분쟁이 국경 밖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주된 목표를 두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자국의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 내 농지를 임차하거나 소유하고 있으며, 카타르처럼 자국민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 데 이 땅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부다비와 모스크바에게는 무엇보다도 금 거래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공동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 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금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도 예외는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카타르는 수단 파운드화 가치를 떠받치고 양국 간 금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수단 중앙은행에 10억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2년 2월 이전부터, 이미 많은 국제 전문가는 모스크바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의 금융시장과 금 시장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이 부과한 보복 조치를 피하고자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하는 방식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0년대에도 튀르키예와 이란은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통한 금 거래를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금 수 톤을 항공편으로 해외 시장, 특히 두바이로 운반해 금을 달러와 유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또한 모스크바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금과 관련한 거래에도 아랍에미리트 파트너들과 개입해 왔으며, 최근에는 말리와 금 정제 관련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값 폭등은 아프리카 대륙의 지정학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불법 밀수된 금의 주요 집결지

제재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 금 시장의 존재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2023년 말, 유엔 수단 전문가 패널은 이미 “제재대상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반출한 금을 수단 RSF가 받도록 아랍에미리트가 돕고 있다”라고 밝혔다. 2024년 5월에 발표된 비정부기구(NGO) 스위스에이드(Swissaid)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밀수된 불법 금의 주요 목적지다.(3)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마르크 움멜과 이반 슐츠는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아랍에미리트가 아프리카에서 밀반입된 금 2,500톤 이상을 수령했으며, 그 가치는 약 1,1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연구는 아랍에미리트가 매년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비공식 수공업 금 생산량의 93%를 불법적으로 수령해, 이를 국제 시장에서 세탁하고 재유통시키는 데 관여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규제 기관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2023년 7월, 아랍에미리트 최대 금 정제소 중 하나인 에미리츠 골드 DMCC는 두바이 및 런던 금 시장 접근이 정지된 상태다. 그러나 정작 2024년 2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아랍에미리트를 ‘감시 대상국 명단(그레이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편, 금 밀거래와 관련해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또 다른 국가가 있다. 바로 인도다. 아랍에미리트와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 경제 주체들이 인도에서의 금 거래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도는 2010년 이후 FATF의 정식 평가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편, 미국 당국은 최근 러시아의 금 거래가 홍콩으로 이전되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4년 4월 이후 더욱 뚜렷해진 이 현상은, 미국이 아부다비에 압박을 가해 아랍에미리트, 특히 두바이 금 시장이 FATF의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한 결과로 보인다.

 

글·트리스탕 콜로마 Tristan Coloma
기자


(1) 르노 랑베르, 도미니크 플리옹, 「정말로 달러의 시대가 끝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11월.
(2) 얀 니우엔하위스, 「사우디 중앙은행, 스위스에서 160톤의 금을 비밀리에 매입하다」, <머니 메탈스>, 2024년 9월 12일, www.moneymetals.com
(3) “2024 중앙은행 금 보유량 조사”,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2024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