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가만히 있는가, 『젊으니까 입 닥치라고?』 신간 리뷰
20대 저널리스트가 청년세대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고함 분노하라, 증오하지는 말고...
“당신은 왜 가만히 있는가?”
프롤로그의 도발적인 첫 문장을 마주하며,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최고 권력자가 바뀌면 세상은 정말 달라질까? 과거를 돌아보면,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통치자들은 권력을 잡는 순간 어제의 약속을 쉽게 잊는다. 수많은 정치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을 잃고 그저 자리를 채우다가 사라졌다. 젊은 유권자들의 표는 정권을 얻기 위한 잠시의 숫자에 불과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며 스스로를 탓하는 ‘이생망’의 젊은이들이 과연 혁명을 꿈꾸는 것일까?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혁명을 꿈꾸는 게 아니라, 현실의 소소한 꿈을 실현하고 싶을 뿐이다.”
프랑스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책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사인 르몽드코리아에서 출간됐다. 20대 젊은 저널리스트 살로메 사케(Salomé Saqué)의 『젊으니까 입닥치라고?』는 단순한 세대론적 분노를 넘어, 한 시대가 청년들을 어떻게 질식시키고 있는지 날카롭게 고발한 선언문이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의 자유와 권리는 어디 있는가?” 이 질문은 생존조차 위협받는 청년 세대의 절박한 외침이자, 기성세대를 향한 강력한 시대적 경고다.
기성세대의 ‘라떼 타령’에 맞선 반격
사케는 ‘라떼 시리즈’로 불리는 기성세대의 훈계 담론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우리 때는 더 열심히 일했다”, “옛날이 더 좋았다”는 말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타령이지만, 오늘날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으로 설명될 수 없다. 최저임금으로 집과 자동차를 마련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청년들은 최저임금으로 단칸방조차 얻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청년들에게 말한다. “너희 애송이들이 문제야.” “젊으니까 입닥쳐!”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가
과연 청년들은 비난받을 이유가 있을까? 경제위기와 기후붕괴, 학위 인플레이션, 불안정한 고용, 제도화된 사회적 불평등까지, 이 모든 문제는 청년 세대가 초래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오롯이 청년들이 치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남긴 구조적 실패 앞에서 청년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조롱당하고 있다. “너희는 너무 감정적이다”, “너희는 세상을 몰라”, “너희는 너무 이상적이야”... 이에 사케는 단호히 응수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너무 순진하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인 세대는 기성세대다.”
냉소가 아닌 연대의 촉구
중요한 것은, 이 책이 결코 세대 간의 증오를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케는 세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함정을 경계하며 오히려 연대를 강조한다. 청년 세대의 좌절은 개인적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고, 기후위기와 같은 총체적 위기는 모든 세대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청년들을 신뢰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사케는 절망적인 현실을 돌파할 유일한 희망이 바로 청년 세대임을 역설한다.
분노하라, 그러나 증오하지는 말라
살로메 사케는 분노하지만, 증오하지 않는다. 그녀는 청년 세대의 절망을 냉철한 통계와 생생한 증언으로 풀어가면서도 결코 혐오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녀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목소리를 가진 살아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부유한 청년도, 빈곤한 청년도 모두 청년이다. 그렇기에 싸워야 할 대상은 세대가 아니라,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는 구조 그 자체다.
‘어른’이 되지 않는 청년, 그 가능성에 대하여
사케는 조용하지만 분명히 선언한다. “우리는 젊음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육체적인 젊음이 아니라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의 젊음을 말한다.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를 목전에 둔 지금, ‘청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그녀의 외침은 시대를 향한 마지막 경고이자 제안이다.
비판 없이 청년을 욕하는 자들에게 고함
이 책은 청년을 게으르다 비난하는 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청년을 이기적이라 몰아붙이는 자들에게는 시대의 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세상을 지킬 것인가? 『젊으니까 입닥치라고?』는 단순한 책이 아니다. 이것은 시대의 고통을 절절히 담은 절규이며, 사라져가는 공공선에 보내는 마지막 사랑 고백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의 오만한 침묵이 아니라, 청년들의 용기 있는 발언이다. 젊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입을 다물지 않는다.
평소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가수 하림은 추천의 글에서 “지구는 나날이 황폐해지고, 티핑포인트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사케의 글은 청년 세대에 대한 기득권의 비판에 맞서 그들의 입장에서 근거를 제시하고 세대 갈등을 봉합하려는 중대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평론가인 김민정 중앙대 교수는 “기후위기, 불안정한 고용시장, 학위 인플레이션의 삼중고 속에서 청년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사케의 책은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한 이들에게는 일종의 각성제가 되고, 변화를 갈말하는 이들에게는 가치있는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으니까 입닥치라고?』 (1만7,900원, 살로메 사케 지음, 이재형 옮김, 르몽드코리아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