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찬카이 항에서 전략거점 노리는 중국

중국의 새로운 남미 해상실크로드

2025-05-08     로맹 미귀스 | 언론인이자, 웹사이트 설립자

2024년 11월 14일, 페루 임시 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참석한 가운데 리마에서 공식 개장한 찬카이(Chancay) 초대형 항만은, 남미에서 중국의 물류·통상 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고, 워싱턴은 이 사안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 잔잔한 파도의 속삭임이 인근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공사의 금속성 소음에 묻혀 사라진다. 울타리 너머로는 자동화된 대형 크레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컨테이너선들이 느릿하게 회전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색의 거대한 크레인들이 정박한 화물선들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작업에 매달려 있다.

이 모습은 페루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찬카이(Chancay) 만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2013년, 남미를 아시아—특히 이 지역 모든 국가의 제1 무역 파트너인 중국—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초대형 항만 건설을 구상한 기업은, 페루의 광산 운영업체 볼칸 코만피아 미네라였다. 항만 부지는 결코 우연히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이 지역의 심해 수역은 최대 20피트 컨테이너 1만8천 개(EVP)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정박이 가능하다. 또한, 이곳에서 상하이까지는 직선 거리로 1만 7천 km이며, 운항 시간은 기존보다 12일 단축된 23일로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물류비 약 20% 절감 효과를 가져오며, 수출입 상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남미 화물선들은, 선창에 곡물 등 농산물과 광산 자원을 가득 싣고 중국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멕시코의 만사니요 항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항 같은 북미의 항만 허브를 경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19년, 볼칸의 초기 구상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된다. 안데스 지역 기반의 기업인 볼칸은 중국 국영 선사인 ‘코스코 쉬핑 포츠(Cosco Shipping Ports)’와 손을 잡았다. 세계 4위 해운사인 코스코는 태평양 지역의 컨테이너 운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다. 양사는 공동으로 합작 컨소시엄 ‘코스코 쉬핑 포츠 찬카이’를 설립해 항만 프로젝트의 확대를 전담했다.

중국 기업인 코스코는 이 합작 법인의 60% 지분을 보유하며, 1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1단계 공사에 착수했다. 한편, 볼칸은 중국계 은행들로부터 9억 7,500만 달러를 차입하고, 항만 부문을 ‘인베르시오네스 포르투아리아스 찬카이’라는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만들었다.(1)

 

중국의 야망, 페루에서 브라질 잇는 프로젝트 추진

이 항만 건설 사업은 총 141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이 중남미에 투자한 핵심 인프라 사업 중 하나다. 완공 시에는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용할 수 있으며, 총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운영 초기에는 연간 100만 개, 이후에는 300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이 항만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 내 전략적 위치 덕분에, 이 터미널은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 간 무역을 연결하는 중심 ‘허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과 중남미 대륙 간의 교역액은 2002년 180억 달러에서 2024년 5,00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2)

브라질 또한 이 프로젝트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룰라 정부는 5개의 새로운 ‘남미 통합 및 개발 회랑(Corridor, 국가 간을 잇는 도로·물류·교역 루트—역주)’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3)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이 새로운 회랑 계획은, 2000년대 IIRSA(남미 인프라 통합 구상)가 품었던 지역 통합 인프라 구상의 야심을 다시 계승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교통, 에너지, 통신 분야의 공동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목표로 했었다.

오늘날 찬카이는 두 개의 핵심 회랑에 포함된다. 바로 제2호선, 이른바 ‘아마존 회랑’과 제3호선 ‘콰드란트 론돈 회랑’이다. 이들 통합 회랑은 브라질의 대(對)중국 수출 물자를 태평양을 통해 직접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찬카이 항은 현재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의 새로운 입구로 부상하고 있다. 이 구상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제안된 세계 인프라 전략으로, 중국의 금융 및 투자 자금을 기반으로 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4) 이제 파나마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철수한 이후에도, 중남미 21개국이 여전히 이 중국 주도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페루 현지 주민들의 불만, “우리는 중세에 살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분야는 교통, 에너지, 통신, 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이다. 새롭게 건설 중인 찬카이 항만 터미널은 내륙과 하천, 해상 인프라를 아우르는 남미 지역 내부 연결망의 중요한 단계로 기능하게 되며, 이들을 연결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중국 제조업이 생산한 상품들이 이 항만을 통해 남미 시장에 대량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 앞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중국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페루를 비롯한 다른 남미 국가들에서는 도로 및 철도 인프라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찬카이 항을 중심으로 한 일대일로 개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안데스 국가인 페루의 국가 역량 부족이다

인프라 시설을 등지고, 그것을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 뒤편에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태평양 해안을 따라 대륙을 가로지르는 파나메리카나 도로와 해안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오랜 시간 어업 항구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제 활동의 거점에서 나올 이익을 함께 누리고자 한다.
수년간 공사로 인한 불편을 감내해온 인구 6만 5천 명의 주민들은, 컨소시엄의 홍보 매체와 언론이 약속한 ‘개발’과 ‘현대화’에서 자신들이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항구 개장을 몇 달 앞둔 시점, 이들은 지역 단체들의 호소에 응답해 거리로 나섰고, 해안의 새로운 주인들에게 주민들의 일상을 위한 더 많은 재정적 기여를 요구했다.

시위 행렬 속에서 한 여성은 자신의 우려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찬카이에는 공공 서비스란 게 없어요. 그나마 있는 것도 엉망이에요. 남미에서 가장 현대적인 항구를 세운다면서, 정작 우리는 중세에 살고 있는 셈이죠.”

다른 시위대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들 중 한 여성은 손에 피켓을 든 채 기자에게 다가와 말한다. “우리는 또 다른 칼라오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리마 지역의 항구 도시 칼라오를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 항구는 두바이 물류 대기업 ‘두바이 포츠 월드’가 운영하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 외곽의 이 항구 도시는, 항만 운영사가 기록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반면(2024년 한 해에만 약 200만 개의 컨테이너가 이곳을 통과함), 폭력과 빈곤, 배제 등 온갖 사회 문제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5) 그리고 이 항만 운영 모델이 결국 찬카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약 밀매 조직에 항구가 악용될 가능성 제기돼

시위가 끝난 후, 우리는 후안 알바레스 안드라데 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집무실은 찬카이 시의 중심 광장인 ‘플라사 데 아르마스(무장 광장)’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청 바로 옆에는 거대한 중국 음식점 치파 라이푸와 아시아계 슈퍼마켓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상징적 풍경이기도 하다. 시장은 현실에 대해 씁쓸한 진단을 내렸다.
“현재 찬카이에는 만 명 규모의 인구를 기준으로 설계된 병원 단 한 곳뿐입니다. 은행 지점은 두 곳뿐이고, 주민의 39%는 하수도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세 명 중 한 명은 식수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도 없습니다. 국가경찰이 보유한 차량은 고작 네 대, 오토바이는 두 대뿐인데, 이를 64명의 경찰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예상되는 급격한 인구 증가가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마피아가 뿌리내리기 쉬운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찬카이 항은 코카인 생산의 3대국인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우려를 더한다. 새롭게 연결될 아시아행 고속 해상로는 마약 밀매 조직의 이익 추구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위한 통로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약 산업에서 생산되는 합성 마약의 원료 물질(화학 전구체)—예컨대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성분들—을 비밀리에 들여오는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6) 이에 대해 코스코 쉬핑 포츠 찬카이의 부총괄 디렉터 곤살로 리오스는 우려를 일축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비스의 자동화는 인력 개입을 줄여 조직범죄나 부패가 침투할 여지를 크게 낮춥니다. 첨단 기술은 컨테이너 단지 전체의 감시와 보안을 철저히 보장해줍니다.”

중국, 신(新) 실크로드(일대일로), 그리고 마약 밀매. 워싱턴은 이 조합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불편한 미국, 중국 해군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우려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또 다른 사안에 있다. 미국 남부사령부 전 사령관인 로라 리처드슨 장군에 따르면, 찬카이는 “수심이 깊은 항구인 만큼, 이중 용도의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해군이 이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이미 세계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시나리오를 목격한 바 있다”라고 경고했다.(7) 리처드슨 장군의 우려는 로버트 에반 엘리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미 육군참모대학교 전략연구소 교수인 엘리스는 찬카이 항 인프라에 대해 “미국 서부 해안에 대한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8)

마우리시오 클라베르 카론—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주개발은행(BID) 총재를 지낸 인물—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찬카이 항이나, 이 지역에서 중국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모든 항구를 통해 통과하는 제품은 중국산 제품과 동일하게 60%의 관세를 부과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각국이 자국 영토에 중국이 항구를 건설하도록 허용하기 전에 신중히 재고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9)

이 발언 이후, 쿠바계 미국인인 클라베르-카론은 현재 미 국무부의 라틴아메리카 특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와 파나마에 이어, 이제 페루도 선택을 강요받게 될까? 페루 정부는 모든 국가의 투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당사국임을 상기시킨다. 리마는 자국의 선의를 보여주기 위해, 찬카이 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협력 또한 동시에 진행 중임을 강조한다.

 

페루의 내정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는 미국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후에네메 항과 페루 북부의 파이타 항—농산물 및 자동차 무역에 특화된 항만—의 항만 운영자들은 2024년 11월 15일, 즉 찬카이 항 개장 다음 날, 우호협력(자매결연) 협정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미국 국무부의 자금 지원 아래 추진된 것으로, 공식적인 목표는 “양국 항만 및 인근 지역의 상업 관계를 촉진하고, 무역을 증진시키며,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10)

미국은 2023년부터 페루 내에서 중국의 인프라 영향력 확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한 반발을 보여 왔지만, 동시에 페루의 정치권과 군 엘리트에 대한 전통적인 영향력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11) 미국은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해임 이후 등장한 디나 볼루아르테 임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으며(12), 양국은 마약 밀매, 불법 어업, 사이버 방어, 경찰 및 군대 훈련과 장비 지원 등의 분야에서 안보 및 국방 협력 협정을 다수 체결하고 있어, 워싱턴이 페루 영토 내에 군사적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 행정부, 특히 트럼프 세력은 필요할 경우 페루의 내정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지렛대를 쥐고 있는 셈이다. 2026년 예정된 페루의 총선을 앞두고, 찬카이 항의 방파제에는 여전히 거센 파도가 몰려들고 있다.

 

 

글·로맹 미귀스 Romain Migus
언론인이자, 『les2rives.info』 웹사이트 설립자.


(1) 「Volcan, 찬카이 항 개발을 위해 중국 은행들로부터 9억 7,500만 달러 대출 승인」, <El Comercio>, 리마, 2023년 3월 29일.
(2) 「세계 인사이트: 중국-라틴아메리카 협력을 이끄는 핵심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Xinhua>, 2025년 1월 13일, https://english.news.cn
(3) “남미 통합 교통망 경로”, 브라질 기획예산부 공식 웹사이트 소개자료, 2024년 7월 2일, www.gov.br
(4) 르노 랑베르, 「중국이 원하는 것」,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3월.
(5) “DP World Callao, 2024년 한 해 동안 196만 개의 컨테이너(TEU) 처리, 총 901척의 선박 응대”, 2025년 1월 10일, www.mundomaritimo.cl
(6) 스티븐 더들리, 「멕시코는 어떻게 화학 전구체 자금의 행방을 놓치고 있는가」, 2024년 5월 8일, https://insightcrime.org
(7) 마이클 스콧, 「미군 장성 경고: 중국 군함, 페루의 대형 신항구를 사용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런던, 2024년 11월 4일.
(8) 로버트 에반 엘리스, 「중국이 운영하는 찬카이 항구의 전략적 의미」, REDCAEM, <워킹페이퍼 시리즈(WPS)>, 제42호, 2024년 11월, https://chinayamericalatina.com
(9) 에릭 마틴, 「트럼프 측근, 중국이 운영하는 페루 항구를 경유한 화물에 고율 관세 부과 요구」, 2024년 11월 17일, www.bloomberg.com
(10) 「후에네메 항과 파이타 항, 자매항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주페루 미국 대사관 보도자료, 2024년 11월 15일, https://pe.usembassy.gov
(11) 마이클 스콧, 조 다니엘즈, 「미국, 중국의 인프라 통제에 대해 페루 정부에 우려 표명」, <파이낸셜 타임스>, 2023년 10월 2일.
(12) 아니발 가르손, 「페루, ‘영구 쿠데타’ 상태에 빠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