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계, 미래는 있는가

2012-12-11     에블린 피에예

마야 달력의 예언을 믿으며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2012년 12월 12일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마야의 예언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사실,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영화는 인류를 궁지에 몰아넣는 여러 가지 위험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운석, 엄청난 전염병, 유전학과 로봇이 가져오는 혼란…. 자연에서 발생하는 위험이든, 인간의 행동에서 오는 위험이든, 인류를 위협하는 이러한 요소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가 없다. 영화만 보면 인류가 정말로 종말을 맞이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이제는 고전이 된 공상과학(SF) 영화들(1950년대 영화들)은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 제작되었는데 주로 외계인을 물리치는 내용이 많았다. 외계인은 인간보다 똑똑한 존재로 등장했다.(1)

그러다가 15여 년 전부터 환경 파괴 문제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의문이 관심사가 되면서 과학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내용의 SF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매트릭스>(앤디&래리 워쇼스키, 1999)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과학이 인간에게 가져올 수 있는 해악을 그린다.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은 인간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기계들을 대표한다. "인간들은 지구상의 병이자 암이다. 인간, 당신들은 전염병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치료책이다."

SF 문학 전문가인 크리스티앙 셸르부르는 영화에서 인간과 기계의 위상이 뒤바뀐 현상, 인간이 집단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려움, 인간이 가진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적·정치적 요소를 상세하게 해석한다. 결국 과거의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게 된다.(2)

최근 <외계인이 본 칸트>를 집필한 철학자 페테르 센디는 '종말의 상상'에 관심을 가지며 특히 영화 작품을 분석하며 이를 연구한다. 센디가 분석한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에서부터 <12 몽키즈>(테리 길리엄, 1995)에 이르는데 인류의 종말을 다룬 여러 버전의 영화를 연구하기보다는 인류의 멸망은 영화가 즐겨 다루는 소재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연구한다.(3)

SF 문학은 언제나 인기 있는 장르인데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는 악몽을 다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은근히 제기한다. '누가 진짜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가?'

칼로리 생산자들이 피폐한 세상의 주인이 된 미래 세상을 그린 파올로 바시갈루피의 작품(4)에서 안전에 대한 집착으로 외부와 차단된 채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서만 생활하다가 외부와의 연락으로 사람들이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미래 서구 사회를 그린 장 미셸 트뤼옹(5)의 작품은 인류의 미래를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그린다. SF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고 창의적이며 당혹스러움을 준다. SF 문학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SF 문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인류 멸망 예언은 '재앙을 생각하게 한다'(6). 이마누엘 칸트가 <만물의 종말>에서 쓴 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최후의 날을 알리는 신호들은 전부 두려운 것들이다. 어떤 이들은 부당함이 판치는 상황,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억압 등을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 보고 (…) 또 다른 사람들은 지진·홍수 같은 자연의 이상, 운석이 최후의 날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7)

혹시 재앙이 생기면 혁명적인 집단의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

 

/ 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못생긴 씨앗 하나>(2012) 등이 있다.

(1) 특집기사 ‘과학과 대중문화 사이의 외계인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7월호.
(2) 크리스티앙 셸르부르, <환경 SF>(Les Ecofictions), Les Impressions Nouvelles, Bruxelles, 2012.
(3) 페테르 센디,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하는 영화, 2012년과 세상의 멸망을 이야기하는 작품들>(L’Apocalypse Cinéma, 2012 et Autres Fins du Monde), Capricei, Nantes, 2012.
(4) 파올로 바시갈루피, <로봇 소녀>(La Fille Automate), Au Diable Vauvert, Paris, 2012.
(5) 장 미셸 트뤼옹, <베드로의 계승자>(Le Successeur de Pierre), Gallimard, Folio SF, Paris, 2012.
(6) ‘재앙을 생각하다’, <크리티크>(Critique) no. 783∼784, Paris, 2012년 8∼9월.
(7) 이마누엘 칸트, <만물의 종말>(La Fin de Toutes Choses), Actes Sud, Arles,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