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카메라를 당신 시대의 증인으로 삼아라”
사진작가 지젤 프루앙(Gisèle Freund, 1908~ 2000)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녀가 남긴 인물 사진들이다. 담배를 물고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는 젊은 앙드레 말로, 작은 안경 너머로 시선을 보내는 제임스 조이스와 발터 벤야민, 그리고 엘리제 궁 도서관 안에서 책장을 넘기던 프랑수아 미테랑까지.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이처럼 상징적인 초상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를린 출신의 사회학 전공자였으며, 유대인이자 반파시스트였던 그녀는 1933년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세상의 광경에서 눈을 돌릴 수도, 형성되고 있는 역사적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1)
그녀는 개인적인 유랑의 여정이든, 혹은 주요 매체로부터 받은 촬영 의뢰든, 어떤 계기로든 카메라를 들면 늘 당대의 현실을 향했다. 바이마르 독일의 사회적 격동, 경제위기로 고통받던 영국 노동자 계층의 절망,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빈곤,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의 멕시코까지—그녀는 이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였던 그녀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나 ‘사회적 사실’을 깊이 사유하는 행위와 함께하는 실천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과 에세이를 통해, 이미지와 시선의 역사적 변화를 끊임없이 성찰했다. 비록 그 작업 전체를 포괄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열린 전시회의 도록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녀는 후배 사진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인간의 운명에 열정을 품고, 당신의 카메라를 당신 시대의 증인으로 삼아라.”(2)
글·앙토니 뷔를로 Antony Burlaud
언론인, 작가
(1) 동일한 제목의 전시 도록으로, 몽펠리에 파비용 포퓔레(Pavillon populaire)에서 열린 전시 『지젤 프루앙, 시선의 글쓰기(Gisèle Freund, une écriture du regard)』에 맞춰 출간됨. 하잔(Hazan) 출판사, 파리, 2024년, 144쪽, 24.95유로
(2) 지젤 프루앙(Gisèle Freund), 『세상과 나의 카메라(Le Monde et ma caméra)』, 드노엘(Denoël), 파리, 2006년 (최초 출간: 1970년), 264쪽, 23.3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