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멜로디
민중의 숨결, 레베티코
‘그리스의 블루스’, ‘파두의 사촌’이라 불리지만 레베티코(Rebétiko)를 정확히 정의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최근 출간된 소규모 선집은 20세기 초 도시 노동계층의 노래들을 소개하며 이 장르에 입문할 기회를 제공한다.
민중 속에서 태어난 레베티코는 사랑의 쓰라림, 해시시(대마초에서 유래된 환각성 물질로 레베티코 문화에서는 몽환적·비주류적 정서, 그리고 불법적 삶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역주)의 몽롱함 그리고 ‘망게스’(manguès. 거칠고 위험한 사내들, 언제나 칼부림의 그림자가 따라붙는 인물들—역주)를 노래한다.
니콜라 팔리에의 재치 있는 번역은 그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으며, 때로는 직역보다 분위기와 정신을 우선시하는 그의 열정이 엿보이기도 한다. 학자 미셸 그로당의 서문과 그리스 음악학자들의 해설은 레베티코가 다양한 영향의 산물임을 밝힌다.
예컨대 농민 전통과 비잔틴 전통, 감옥에서 불리던 비가, 튀르키예 및 아랍 악기의 흔적, 이탈리아적 음색 등등. 결국 레베티코는 지중해 바람을 모두 받아들이는 개방적 음악, 그리고 그리스 뒷골목의 항구 도시 피레우스를 닮은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레베티코는 보수적 음악 교육기관보다는 불법 대마초 흡연실에 더 가까운 루펜 프롤레타리아트(비정규 하층 노동자층)의 음악으로 그려지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사실이면서도 점차 ‘하층민의 음악’이라는 모호한 클리셰로 굳어졌다.
1930~50년대 그리스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레베티코
이번 선집에 실린 글들은 이러한 편견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레베티코의 대중화 과정에서 음반 산업이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상기시키며, 이 장르가 단순히 변두리의 저항 문화로만 존재한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1920년대, 부르주아 계층은 레베티코를 천박한 음악이라며 외면했고, 당시 좌파는 정치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레베티코는 1930년대와 1950년대에 걸쳐 그리스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어쩌면 레베티코는 서구와 동방, 도시와 변방이 교차하는 그리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어둠의 선율들을 짜고 있었던 정서를 이해하려면, 마르코스 밤바카리스의 자서전만큼 좋은 자료는 없다.(2)
1905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시로스 섬의 독특한 가톨릭 공동체 출신이다. 그는 그곳에서 온갖 일을 해봤고, 밀수, 감옥살이도 조금 했다. 이후 피레우스 항으로 이주하여 처음에는 부두 하역 노동자, 이후에는 도살장에서 일했다. 14세 때부터 이미 노래를 쓰기 시작했지만, 그의 삶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1925년경, 도살장에서 일하던 그가 칼을 내려놓고 그리스 전통 현악기인, 긴 지판을 가진 만돌린 계열 악기 ‘부주키(bouzouki)’를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연주와 해시시는 그의 전부가 되었다.
그에게 레베티코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영혼의 짐을 덜어내고, 자신과 사회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방식, 즉 커리어가 아닌 삶의 절박한 방식 그 자체였다. 그는 결코 유명세를 좇지 않았지만, 1930년대에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성공을 거두었고, 그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동료 노동자들과 장인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일상을 놓지 않았다.
마르코스 밤바카리스, 도살꾼에서 ‘테르비시의 영혼’으로
이 자서전은 말로 풀어내는 듯한 구술체와 투박한 서술 방식을 통해, 천박하면서도 마법 같은 세계, 노동자의 일상과 섬을 도는 순회 공연, 타베르나에서의 열광적인 성공과 그 뒤를 이은 몰락까지,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중간중간 삽입된 노래 가사들은 이 텍스트를 뒤틀리고 상처 입은 삶에 대한 일종의 참회록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흑백의 에게해 풍경에서 피어나는 우울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능청스럽고 허세 어린 확신, 즉 예술가 특유의 능글맞음에 의해 구원받는다.
그는 그리스 가톨릭 신자이자, 스스로를 ‘데르비시의 영혼’이라 부르던 인물이었다. 전쟁 이후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1960년대에 들어 열광적인 학생들에 의해 다시 발견되었고, 1972년, 자신의 고향 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그의 음악에 담긴 모든 슬픔과 아름다움, 그리고 폭력성이 한 사람의 생애 속에 농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그야말로 “레베티코의 남자”였다.
이 책에는 마르코스 밤바카리스의 거친 음색이 살아 있는 음반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오래된 녹음 특유의 아날로그적 질감은 그의 소리를 더욱 거칠고 강렬하게 만든다. 이 음악은 산문적이면서도 동시에 성스러운 분위기를 지니며, 그가 불러일으킨, 홀로 추는 춤처럼 불균형하면서도 폭발적인 리듬 위를 흔들리며 나아간다.
한 발은 오스만 제국의 황혼 속에 머물고, 다른 한 발은 ‘현대성’이라는 격동 속으로 내디딘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다시 바(bar)에서 레베티코를 연주한다. 그 비틀린 박자와 가슴을 저미는 멜랑콜리는 세월 앞에서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글·율리스 바라탱 Ulysse Baratin
문화 기획자이자 저널리스트
(1) 『레베티코: 그리스 하층민의 노래들(Rebétiko. Chants grecs des bas-fonds)』, 아이오라 출판사, 아테네, 2024년, 200쪽, 19유로. 프랑스어–그리스어 이중 언어판. 이 주제에 관해서는 코펠리아 마이나르디(Copélia Mainardi)의 「레베티코, 그리스 영혼의 노래」(<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3년 10월) 참조.
(2) 『나, 마르코스(Moi, Markos)』, 니콜라 팔리에(Nicolas Pallier) 번역, 레 퐁되르 드 브리크 출판사, 생쉴피스-라-푸앵트, 2024년, 320쪽, 25유로. 12곡이 수록된 CD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