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선택집중 못한 'M&A 아웃사이더' 이재용 회장 성적표

'기업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M&A시장에서 이재용 회장이 머뭇거리는 사이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최태원(64) SK하이닉스 회장은 반도체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큰 성과를 냈다.

2025-05-17     김시래 경제전문기자

반도체가 본질인 삼성전자

오디오·공조회사들 왜 인수?

외곽만 때리는 이재용 회장

이재용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삼성전자는 현재 약 105조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쓸 수 있는 이른바 '총알'이 전세계 어느 굴지의 기업보다도 더 넉넉한 '슈퍼기업'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본질인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이재용 회장이 인수합병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본질이 반도체가 아닌 '잡탕 기업(?)'으로 착각할 정도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전자가 인수합병한 회사들을 한번 살펴보면 한눈에 볼 수 있다.

  • 하만(Harman, 2016년):  미국의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을 약 9조 원에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또 올해 들어 6일에는 5천억원을 들여 미국 마시모사의 오디오사업부를 추가로 인수했다.

  • 소니오(Sonio, 2024년): 삼성메디슨을 통해 인공지능(AI) 의료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하며 의료 기술 분야를 강화했다.

  •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xford Semantic Technologies, 2024년): 영국의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AI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확대했다.

  • 레인보우로보틱스(Rainbow Robotics, 2024년): 국내 로봇 기업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로봇 사업을 강화했다.

  • 플랙트그룹(FläktGroup, 2025년): 독일의 공조업체를 인수하며 공조 및 에너지 효율 사업을 확대했다. 공조란 보건,산업용 공기정화 시스템을 말한다.

반도체에 '우선순위 선택집중'한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는

10년만에 '삼성 아성'도 무너뜨려

'기업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M&A시장에서 이재용(56) 회장이 머뭇거리는 사이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최태원(64) SK하이닉스 회장은 반도체에 올인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썼다. 최태원 회장은 부인 노소영 관장과 '세기의 이혼 사건'으로 수년째 머릿속이 심난한 가운데에서도 반도체 사업만큼은 총력을 기울였을 정도라고 한다.  

  현대그룹이 LG그룹으로 부터 인수해 소유하고 있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최태원 회장이 2012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하이닉스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최태원 회장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후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기술에 집중 투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며, 최근에는 HBM4 개발을 통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CEO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500대기업 경영평가'를 보면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가 종합1위,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가 2위였다. 6년만에 뒤집힌 결과라는 평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등에 총 88조원을 쏟아 붓고, SK하이닉스는 21조원의 돈을 쏟아 부은 결과라 더 놀랍다. 이들 반도체 두 회사의 결과 차이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 이외는 딱히 더 해석할 여지가 없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조그마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더라도 '반도체에 집중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소재,가스,모듈,리사이클링까지 완벽한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에만 힘을 쏟았다.

 이재용 회장이 오디오,공조시설 등 반도체 외곽에서 맴돌때 최태원 회장은 그 사업의 '핵심 코어'에 집중했던 셈이다.

"CEO는 주가로 말한다"

이재용 회장vs최태원 회장

(5만 전자  vs 20만 전자)

극명한 대비의 두 그래프

출처=구글
출처=구글

아버지를 닮아야 할건 안닮고

닮지말아야 할 건 닮았다고?

 이재용 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자동차를 출범시키자 전세계 언론들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체가 아니냐?"라는 질문이 쏟아졌었다.

 반도체가 본질인 업체가 왜 자동차분야에 손을 대느냐는 우려였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자동차는 2년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모함인 삼성 그룹까지 흔들리자 끝내 1999년 6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다. 2000년 7월,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에 인수되어 르노삼성자동차로 변경된 뒤 현재는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됐다.
 반도체 왕국을 일군  고 이건희 회장의 뼈아픈 실패이고, 삼성전자의 교훈적인 아픔이었다. 

 당시에는 고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의 본질을 벗어난 것을 후회하고 재빨리 본질로 되돌아와 반도체 성공신화를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삼성전자를 아버지로 부터 이어 받은 이재용 회장은 그 교훈을 까맣게 잊은 걸까?

 삼성전자라는 반도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안한 채) 아직도 아웃사이더처럼 그 주변을 맴돌고만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실패를 교훈 삼지 못하고 '아버지가 실패했던 딱한번의 잘못된 길을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이재용 회장이 아버지를 닮아야 할 건 안닮고, 닮지 말아야 할 것은 닮아가고 있다는 쓴소리인 셈이다.

  그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은 비즈니스를 위한 포도주만 몇잔 즐길 뿐 과도한 음주는 매우 절제했었다. 삼성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이씨 일가의 돌연변이(?)'처럼 폭탄주를 즐기는 등 애주가로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한때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가 아들의 음주행태를 공개적으로 걱정할 정도였다. 이런 '윤석열 전 대통령식 음주 에피소드'도 현재 삼성전자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어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