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의 문화톡톡] K-컬처’로 바라보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 연습곡 음반이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 3관왕을 수상하여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임윤찬은 최고상인 ‘올해의 음반’을 포함하여, ‘기악 음반 부문’과 ‘신인 부문’의 3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다. 단일 음반으로는 역사상 처음이란다. 그것도 21세의 나이에 말이다. 이미 고전이 된 BTS의 놀라운 성과는 한국문화의 세계적 전파를 논할 시, 여전히 긍정적으로 회자된다. 그들의 팬덤인 ARMY는 디지털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유형의 집단적 형태이며, 팬덤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이처럼 장르를 가리지 않고 K-컬처로 호명되는 한국문화가 글로벌하게 확산되는 현상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문화와 세계적 흐름, 즉 K-컬처와 한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중추로 자리 잡고 있다.
K-컬처가 전시되다, ‘K-컬처 박람회’
2023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 6월 4일부터 8일까지 독립기념관에서 5일간 개최되는 ‘K-컬처 박람회’는 K-SOUL과 K-컬처를 결합한 한류문화엑스포로 알려져 있다. K-POP을 비롯한 한류 문화를 전시하여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로,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미 2025년도 박람회의 흥미롭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박람회가 개최되는 장소이다. 바로 한국의 민족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독립기념관이다. 이곳의 선정 이유를 짐작할 수 있듯, 글로벌하게 전파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토대가 된 한국 고유의 역사적 흐름을 되새기기 위함일 것이다. 인간 생활의 총체적 양식인 문화는 특정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축적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는 작금의 시대가 낳은 산물이 아니라, 한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 박람회의 장소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한류의 지속가능성, 탈영토적 글로컬라이제이션
K-Wave로 명기되는 한류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양상과 흐름을 포괄한다. 주지하듯 글로벌라이제이션은 특정 로컬의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이 글로벌로 확장되며 세계가 단일화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항하여 등장한 개념이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이는 로컬과 글로벌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관계를 중시한다. 따라서 자본 중심의 시장 경제로만 접근해서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에 대항하는 로컬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기보다, 로컬과 글로벌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학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즉, 글로컬라이제이션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대립적인 관계로 바라보기보다, 동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며 양자의 특성을 수렴하는 새로운 글로컬라이션을 향한 모색이 필요하다.
K-컬처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이는 K가 특정 로컬을 지칭한다는 점, 그리고 끊임없이 유동하는 컬처의 특성 때문이다. 기술 중심 시대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문화예술의 향유와 전파의 장(場)이 되고 있다. 주지하는바, 디지털 월드는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가 흐려진 공간이다. 따라서 세계인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활동하는 그 세상은 물리적 영토를 강조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나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범주를 넘어선다.
K-컬처의 정의 혹은 범주는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한류는 K-컬처가 다른 로컬들의 컬처에 흡수되고 재생산되며 순환을 반복하는 양태로서 그 지속가능성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기술은 예측불허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은 그러한 기술을 가장 친화적으로 흡수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글·김소영
문화평론가 겸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기술 중심의 탈경계적 대중문화에 관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국제학술상임이사와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브레히트학회 공연이사 및 『영화연구』 편집위원과 『스토리콘텐츠』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