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꿈 실현 성큼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은 거대강입자충돌기에서 납→금으로 바꾸는 과정을, 실험적이고 체계적으로 구현한 최초의 사례로 향후 연금술의 경제성 확보 길을 터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2025-05-22     김시래 경제전문기자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이 '빅뱅 이후의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위해 빛과 가까운 속도로 납 핵간의 충돌을 유도하다가 우연히 납→금으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거대강입자충돌기(LHC)에서 납→금으로 바꾸는 중세 연금술사의 꿈이 실현된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물리학 리뷰 저널'에 소개됐다.

  중세 연금술의 주원료였던 원자번호 82번인 납의 원자핵속 양성자 수는 82개인데, 여기에서 3개만 제거하면 금의 양성자수 79개가 되는 원리다. 양성자 숫자가 원자번호다. 

  원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수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된다. 예컨대 백금 원자핵(양성자 78개)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양성자 79개인 금이 된다.  또 구리 속 원자 29개와 주석 속 원자 50개가 합쳐지면 원자 79개의 금이 만들어지는 이론이다.

 이같은 핵물리학은 1919년 러더퍼드가 알파 입자로 질소 원자를 붕괴시킨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 바꿔말하면 한 원소가 다른 원소로 바뀌는 변성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원소도 만들수 있게 됐다. 지구상 가장 무거운 우라늄은 원자번호 92번으로 양성자수가 92개인데, 현재는 114개 이상의 초우라늄까지 만들수 있다.

   실제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의 실험 중 납 핵간 충돌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이온들은 서로 직접 충돌하기도 하지만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이때 이온 주변에서 생기는 전자기장이 에너지 펄스(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를 생성하면서 입자 내부가 쪼개지는 현상인 '전자기 해리 현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납의 원자핵이 자극돼 양성자 3개를 방출함으로써 금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은 추정컨데 이런 금의 원자핵 생성이 그간 시행했던 자체 충돌 테스트중(2015년~2018년) 총860억개나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은 엄청난 것으로 보이지만 다 합쳐도 '금 29조분의 1g'에 불과해 거의 무의미할 정도다. 이 실험을 위해 쓰이는 투입 전력과 시간을 따지면 납→금으로 바꾸는 작업은 바보같은 비경제적인 행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은 거대강입자충돌기에서 납→금으로 바꾸는 과정을, 실험적이고 체계적으로 구현한 최초의 사례로 향후 연금술의 경제성 확보 길을 터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