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낙제 없는 핀란드 교육

2013-01-11     필리프 데캉

2012년 11월 프랑스 센생드니 지역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네 번째 지역 내 학교 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의 목표는 지역 간 교육 불평등을 지탄하는 것이었다. 핀란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분야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데,학생 성취도의 국제 비교 평가에서 핀란드가 보여준 월등한 결과 덕분이다.

보트니아만 연안 핀란드의 로마시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교문도 담도 없다. 자전거 거치대와 경기장만 지나치면 바로 학교이다. 체육관에서 음악실까지 학교 내 모든 시설이 아이들을 위해 세심히 준비된 듯하다. 45분 수업 동안 영어 교사는 다섯 종류의 각기 다른 학습 활동을 진행했다. 설명과 동시에 학생들 사이에 공을 돌려 시작부터 모든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학습 방식이 다른 국가들에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교사당 12.4명이라는 학생 수로 유럽 초등학교 내 교사당 최저 학생 수를 자랑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에, 교육 방법의 효율성이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2012년 8월 중순,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은 무렵 파니 솔레이아부와 파비엔 므와시는 두 번째 학기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핀란드를 찾았다. 남편을 따라 핀란드로 오기 위해 휴직계를 낸 프랑스 교사들인 데, 프랑스식 학교보다 현지 학교를 택한 것이 교육에 대한 시각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지는 몰랐다. 프랑스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한 클레르 에르팽은 이렇게 덧붙였다. "세 아들은 훌륭한 인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곳은 각자의 차이를 존중한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줄도 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의지를 북돋워주고, 학생들이 지닌 재능을 발견하게 도와준다." 독서 장애, 단순한 일탈, 조숙함 등 이 가족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으나 프랑스 교육제도는 이것을 고려해주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급우·학교 간 경쟁도 감독관도 유급도 없고, 입학 첫해에는 성적을 매기지 않음에도 성취도는 세계 최고의 학교라니. 이런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의 결과를 두고 영국과 독일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프랑스와 미국은 PISA 결과 성취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아직 미약하다. 교육 분야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선진국들 내 15살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성취도는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1) PISA의 평가 방법은 문화적 편견을 배제할 뿐 아니라, 특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성취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대한 이해력과 일상생활에 근접한 문제의 해결 능력에 대한 전체적인 역량을 측정하는 엄격한 조사 방법에 근거한다.

그런데 PISA 결과로 헬싱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모델임이 밝혀졌다. 2000년, 2003년, 2006년에 걸친 평가에서처럼 65개국이 참여한 2009년 평가에서도 핀란드는 전체적인 성취도 면에서 한국·상하이·홍콩·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도시들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핀란드는 한국과 함께 평가 결과가 고른 양상을 띠고, 사회·경제 여건과 학업 성취도 간의 상관관계가 가장 낮은 국가이다. 다른 서구 국가들 내 청소년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평균 80%에 그치는 반면, 핀란드에서는 93%에 이른다.(2) 핀란드는 OECD 회원국 중 사회 불평등 수준이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PISA의 평가 결과로 핀란드는 색다른 방문객들을 맞게 되었다. 2011년 8월 핀란드를 방문한 당시 프랑스 교육부 장관 뤼크 샤텔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본 핀란드의 교육 방식에는 프랑스에도 도입할 만한 요소가 여러 가지 있었다. 특히 학교에 주어진 높은 자율성이 한 예다."(3) 그로부터 1년 뒤 영국 월간지 <소셜리스트리뷰>가 "성적 평가에서 자유롭고, …학생 전원이 점심 급식을 제공받는"(4) 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 자유주의 우파에서 영국 트로츠키파까지 핀란드를 찾는 방문객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정책을 합리화해줄 이런저런 혁신성을 찾으러 온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낸 혁신성은 나머지 주변 여건들을 배제시킨다.

이미 여러 책에서 '모델'(상자 기사 참조)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뤘지만, 국제적인 간행물들에는 이 형성 과정에 긴밀히 연관된 특수한 여건을 간과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5) '지방 분산화'는 지역 간 경쟁 촉발과 맞지 않고, 교사들의 '참여 확대'는 학교 내 근무시간 연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지출 비용 경감'이란 표어가 교육 민영화 의도를 감춰주지는 못한다. 1970년대 학교 개혁 추진자였던 주카 사할라는 "PISA는 잊어버리세요!"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노력을 공인받는 것에 물론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 교육제도는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지 일부만 쪼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상교육 실현이 성공의 비결

핀란드의 이런 성공은 복지국가가 하나의 이념으로 그친 것이 아닌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한다는 북유럽 국가의 정치적 전통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2010년 12월 10일 미국 TV 채널 <PBS>에 출연해 '핀란드의 교육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파시 살버그 교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답변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핀란드에서는 예비 교육과정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입니다." 전제조건이 이미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미국 모델과 비교는 어려울 따름이다.

핀란드의 무상교육은 교육 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16살까지 교육에 필요한 준비물, 방과후 학습 지도, 급식, 보건비, 구역 내 통학을 위한 교통비까지 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용을 부담한다. 대부분의 비용은 336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지만, 국가는 비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부유층 지역에 대한 국가 부담률은 1%에 지나지 않으나, 헬싱키 근처 에스푸 같은 지역에 대한 국가의 비용 부담 수준은 33%에 이른다.(6) 빈곤층 지역에서는 국가가 60%까지 교육비용을 분담한다. 또한 정부는 사립학교 설립을 억제한다. 스테이너나 프레이넷과 같은 대안교육 비영리 학교들을 제외하고는 사립학교는 1970년대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에서 사립학교 비율이 17%에 이르는 데 비해, 핀란드는 2%에도 미치지 않는다.

핀란드의 통일된 공교육은 특별히 비용 면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핀란드는 일반 서구 국가의 평균비용과 비교해 학생당 초·중·고등 교육비용 지출 수준이 낮고,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7) 핀란드의 교육은 학습지도의 질, 교사 수 및 교사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사직이 비록 5년 이상의 비교적 긴 대학 교육 기간을 거쳐야 하고 임금도 유럽 평균 수준에 그치지만, 핀란드에서 교사는 인기 있고 존경받는 직업이다.(8) 초등학교에서는 36%, 중·고등학교에서는 27%까지 핀란드 교사의 소득이 프랑스 교사의 소득 수준과 차이가 나지만,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 두 국가 간 교사의 소득 수준은 비슷해진다. 핀란드의 교사직 경쟁률은 10 대 1일로 치열하다. 아이들의 학습지도에 대한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하기 때문에 교사가 학부모에게 개인 전자우편 주소나 휴대전화 번화를 알려주는 일도 적지 않다. 교사 준비 과정에서 최소 1년은 아이들에게 가르칠 교과 내용이 아닌 교육 방법을 배운다.

"몇 번의 평가로 과연 인생을 알 수 있을까?"

로마초등학교 교감 울라 로히올라는 교사의 사명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임무는 모든 아이가 동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이 모두 중요하다." 어떤 장애나 차이가 있든, 사회적 문제나 감정적 혹은 학습과 관련된 문제가 있든 개개인의 학생을 위해 해결책을 찾는다.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기 수준에 맞는 그룹 내에 있으면 좌절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평상시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는 환경이라면 습득률이 빠른 학생도 부진한 학생과 문제없이 함께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다."

국제적 교육 모델이 성취도지수, 감사 및 등급 매기기에 중점을 두는 데 비해, 핀란드의 교육은 평가에 대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평가란 교사가 학생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돕기 위한 방법 수정을 위해 활용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결코 통제 및 경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전국적인 평가가 없고 샘플 평가만 시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학생 각자는 자신의 평가 결과만 알게 될 뿐 다른 학생들의 결과는 알지 못한다. 이미 여러 지자체가 성적 등급을 게재하려던 신문들을 제재했다. 법원은 이를 두고 지자체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대부분의 대중매체들은 기사 게재를 강행하지 않았다.

"1990년대에는 학교 간 경쟁을 권장했다. 헬싱키의 보수당 의원은 학교가 광고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그런 정책이 과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헬싱키의 핀란드어 교사 수스 후타의 말이다. 학군제 폐지로 명문 학교 입학 경쟁은 부차적이기는 하지만 헬싱키에서는 눈에 띄는 현상이 되었고, 7학년(13살) 학생들의 30%가 거주 지역 학교로 진학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사회 불평등 심화를 가속화하고 핀란드의 사회 변화를 따라가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학부모협회 대표 투오마스 커틸라는 설명했다. 페트리 포호넨 핀란드교육청 부교육감은 "핀란드 사회정책의 질적 저하에 따라 우리의 교육정책도 이를 답습하게 될 위험이 있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의 성공은 1970∼80년대에 이루어진 것이다. 내일의 성공은 오늘 이루어진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의무교육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사회 격차 심화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학교에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학교가 이를 모두 해결하기란 힘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교직에서 학교를 관리했고, 헬싱키 근처 반타시의 교육청에 몸담았던 에로 바타이넨는 핀란드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을 던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이 시험을 치기 위해서가 아님을 늘 명심해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을 배우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학교에 온다. 과연 인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국제적 평가에서 으뜸을 차지한 유럽 국가가 성적에 따른 등급 매기기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 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언론인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1), 2009년 PISA 평가 결과, 총 6권, OECD 출판, 파리
(2) OECD 통계, 2010.
(3) ‘핀란드를 방문한 샤텔, 2012년 개학을 준비하다’, <레제코>, 파리, 2011년 8월 19일.
(4) Terry Wrigley, ‘고블랜드에서 성장하기: 어떻게 정치인들이 학교를 망가뜨리고 있는가’, <소셜리스트리뷰>(Socialist Review), 런던, 2012년 7∼8월호.
(5) Paul Robert, ‘핀란드가 프랑스의 교육모델이 될 수 있는가? 그 성공의 비결’, ESF 출판, 2008년. 파시 살버그, ‘핀란드 교육 개혁이 세계에 준 교훈’, 교원대출판부, 2011. 해넬 니에미, 아울리 툼, 아르토 칼리오니에미, ‘교육의 기적, 핀란드 학교 내 학습 및 지도 원칙과 관행’, 센스 출판, 2012.
(6) 핀란드국가교육청(Opetushallitus) 자료, 초등 및 중·고등 교육 모니터링 및 평가를 담당하는 독립된 국가기관.
(7) OECD, 교육에 관한 고찰, 2010.
(8) Idem.


정치적 투쟁이 모든 것의 출발이었다

"초창기 학교 교육의 통일화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이들이 일부 과목을 전체 학생에게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주카 사할라는 이렇게 회상했다. 2002년 핀란드 교육청 교육감 자리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사할라는 교육 개혁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11살부터 입시 경쟁에 기초한 제도였다. 노동자층이나 농촌 지역 청소년의 상당수가 낙제와 유급, 단순 기술직을 위한 기술 교육 선택을 당연시했고, 엘리트층은 사립 중·고등학교에 아이들을 진학시키며 계층화를 공고히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5~50년 핀란드 교육감을 지낸 사회주의자 유르호 루투는 7∼16살의 아동 및 청소년에게 공통된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 계획은 여러 심사위원회를 거치며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나 뒤이은 10년간의 교육 대중화는 여건을 바꿔놓았다. 사할라는 "여건 변화에는 학부모들의 힘이 컸다. 기회 균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1966년 중도파인 농민당과 좌파 세력 전체를 결집시킨 핀란드인민전선이 정권을 잡으며 보건·퇴직자·교육 부문의 세 가지 주요 개혁을 제시했다. 여러 가변적인 상황을 거치고 공산당과 그 동맹까지 포함하는 핀란드국민민주연맹을 차례로 통합시킨 이 동맹 세력의 정권은1987년까지 지속됐고, 인내심을 갖고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1968년 통과된 학교에 관한 법률은 공공서비스 내 의무교육 통일화 및 교사에 대한 전문교육 확대를 골자로 했다. 9년 교육과정을 따르는 새로운 기본 교육과정은 1972년부터 북부 지역에서 시행돼 점차 헬싱키와 남부 지역까지 확대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사립학교를 공립화하며 사립학교에서 지고 있던 채무가 소멸됐다. 사할라는 "일부는 이런 학교제도가 스웨덴과 독일의 모델을 따른 것이라 말하지만, 우리는 핀란드만의 고유한 신념과 제약을 따랐다. 북유럽의 작은 국가 핀란드는 인적 자원을 빼고는 자원을 찾기 힘들다. 그렇기에 개개인이 핀란드에는 소중한 자원이다"라고 사할라는 말했다.

많은 교사들이 개혁에 회의적이거나 개혁을 거부했고, 두 교원노조도 분열됐다. 그러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자명해지면서 새로운 세대가 통합을 이끌어냈다. 1974년 설립된 교육통합노조에는 오늘날 교직원의 96%가 가입해 있다. 1984년 교육통합노조는 교원의 지위 재정립과 임금 상승을 두고 정부와 힘겨루기에 나섰고, 한 달간의 파업을 거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면서 명실상부 주요 주체로 발돋움했다. 교육통합노조의 125명 평생노조원 중 한 명인 리트바 세미는 "정치권도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교육민주화는 국가의 지방분권화와 동시에 진행됐고, 국가 교육과정은 지도적인 역할을 했다. 1970년 처음 발행한 두꺼운 국가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세부 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1985년 발행한 2차 교육과정은 주요 목표만 제시했고, 세부적 사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각의 재원을 통한 목표 달성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 얇아진 1994년의 3차 교육과정부터는 모든 학교로 하여금 소속 지자체의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내용을 제시하도록 했다. 현재 제5차 교육과정을 마련 중인데, 단계마다 교사와 대학교수, 학부모가 밀접한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 결정에 이바지한다.

리트바 세미 노조원은 "현재는 명백한 합의를 본 상태지만, 보수파는 그들 상당수가 개혁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말했다. 좌파연합의 지역대표를 지내고 신자유주의 세력에 저항하는 핀란드의 교육제도에 관한 논문을 쓴 에로 바타이넨 교수는 "1990년대는 모든 것이 보수파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PISA의 첫 평가 결과는 사립학교로의 회귀와 경쟁 유발 교육정책을 주장한 보수당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바타이넨 교수는 개혁의 성공 요인으로 장기간에 걸친 추진, 광범위한 합의, 교원노조의 지지, 정치권 내 농촌 지역에 대한 중요성 인식, 지방분권화를 꼽는다. 또한 1991∼93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정부의 예산 삭감에 맞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좀더 용이하게 영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각자의 차이 인정하기

핀란드에서는 6살 아동이 입학하는 예비 교육과정 뒤 '기본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총 9학년제의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핀란드 내 전체 학교 중 4분의 3은 전교생 수가 500명을 넘지 않는다. 1~6학년은 일반 교사가 보통 3년간 동일한 학급 담임을 맡고, 과목당 교사나 특수교사가 6학년 이후부터 학생들을 담당한다. 저학년은 수업이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정오에 마치며, 고학년은 오후 2∼3시에 끝난다.

가족 지원 프로그램은 학교 입학 전부터 실시하는데,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는 정규 교육과정 시작 전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사전에 알아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후에는 '학생복지위원회'가 아동복지를 담당한다. 교사·심리학자·사회복지사·간호사·학교장이 참석하는 회의가 보통 주 1회 열려 각각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필요한 경우 해당 가족이 참석하거나 가족과의 면담 뒤 회의를 연다. 학교 교육과정 내에만 법적으로 세 종류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일시적인 어려움의 경우, 과목 교사가 방과 전이나 후에 개개인에 맞는 도움을 제공한다. 문제가 좀더 심각한 경우 해당 교사가 특수교사나 조정자를 요청할 수 있다. 지속적인 문제일 경우 특수교사가 특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업 중 직접 학생에게 도움을 제공하거나, 다른 교실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별도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정이 가능한 지원 프로그램 덕에 비용이 높고 비효율적이며,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차별을 야기하는 유급을 억제할 수 있다.(1) 전학 오는 외국인 학생에게는 핀란드어 보충수업이 들어간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한 학생들은 일주일에 2시간은 모국어로 수업을 받는다.

로마초등학교에는 정규 교사뿐 아니라 5명이 지원 프로그램을 지도하는데, 이 중 두 사람은 고용청 소속 직원이고 한 사람은 젊은 공무원이다. 또한 461명의 전교생을 위해 교육지도위원 2명이 진로 결정과 자율성 습득을 돕는다. 핀란드교육청 국제관계 담당 크리스티나 볼마리는 "직업의 귀천은 없고, 직업 교육도 매우 인기가 높다"라고 말한다. 석사과정까지 일반과정과 전문직업 교육과정 간 전과제도는 다양하다. 그 이유는 고숙련 노동자의 급여 수준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

(1) 프랑스에선 예비 과정과 고등학교 3학년 사이에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최소 한 번은 유급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