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사를 비판해야 하는가

마린 르펜의 유죄 판결 이후, 도마에 오른 프랑스 사법제도의 이중성

2025-05-30     리사 지로 외

국민연합(RN)의 간판 인물인 마린 르펜은 자신이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약자에게는 가혹하고 권력자에게는 관대한, 이중적인 프랑스 사법 시스템의 수혜자다. 

공정과

 

우리는 여전히 사법을 비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행위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제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올해 3월 31일, 파리 형사법원이 마린 르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이후, 그 판결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국민전선(FN, 2018년 이후 국민연합 RN으로 개명)의 유럽의회 보좌관 허위 고용 사건과 관련하여, 공적 자금 유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당대표 마린 르펜은, 징역 4년형(이 중 2년은 집행유예, 나머지 2년은 전자감시 조건 하의 자유형), 벌금 10만 유로, 5년간 공직 출마 금지형(상고 여부와 무관하게 즉시 집행)을 선고받았다. 

마린 르펜은 이번 판결을 “정치적인 판결”이라 비난하며,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을 배제하려는 목적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3월 31일 <TF1> 방송에서 그녀는 “판사들이,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행태를 적용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도 “판사의 폭정”이라며 4월 1일 <유럽1> 방송에서 맹렬히 비난했다. 극좌파로 꼽히는 장뤽 멜랑숑 역시 X를 통해 이 판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출된 인물을 파면할 결정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또한 이번 판결에 대해 “혼란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좌파 정당들, 인권 단체들, 그리고 다수의 고위 법관들은 프랑스 사법 제도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프랑스 인권연맹은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수단으로서, 법과 법치가 지니는 고유한 가치”를 강조하며, 판사를 특정 인물로 지목해 공격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 대법원 수석판사 크리스토프 술라르는 “사법 제도를 공격하는 것은 단지 판사를 비난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르몽드>, 4월 2일자).

헌법학자 장필리프 드로지에 역시 3월 31일자 <리베라시옹>에 기고한 글에서, “판사의 정당성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독립성과 공정성에서 비롯되며, 이는 판사로 하여금 사적·편파적·정파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자신이 적용해야 할 법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부여한다”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옹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는 르펜이 “사법을 모욕하고 있다”라고 비판했고(<프랑스 앵포>, 4월 2일),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는 4월 1일 국회에서 “사법 결정을 문제 삼는 것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사법과 판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점차 고착되고 있다.

 

프랑스 판사들의 인지적 편향

정치적 경쟁자가 유죄 판결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성격이 짙고 종종 불공정하며, 약자에게는 엄격하고 강자에게는 관대한 사법 행태에 제기되어 온 오랜 비판들은 잊어도 되는 것일까? 판사들이 모든 사적·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공정한 전문가 집단인 것은 아니다. 연구자 아르노 필리프가 보여주었듯, 그들의 판결은 사법 제도의 운영 방식뿐 아니라, 인지적 편향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 경제학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도입한 ‘최저 형량 제도’(peines planchers, 재범자에 대해 법원이 법정 하한선 이하의 형량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형벌 제도—역주)가 (법관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형사사법의 경직화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2014년에 폐지된 이후, 그 폐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제도의 폐지는 징역형 선고의 평균 수준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형량은 여전히 과거 법률이 최소 형량을 강제하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이는 법관들이 이미 그 수준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신들은 부정하겠지만, 판사들 역시 일반 대중과 마찬가지로 실형, 곧 감금 처벌만이 ‘진짜 형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라고 그는 지적했다.(1)

사실 좌파는 판사를 비판하는 데 그리 머뭇거린 적이 없다. 예컨대, 행정구금센터(CRA)에서 외국인을 비인도적인 조건 아래 장기간 구금하는 판사들, 또는 ‘노란 조끼’ 시위자들과 2023년 여름 나헬 메르주크(Nahel Merzouk) 사망 이후 벌어진 폭동의 참가자들을 탄압한 판사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해왔다. 

 

마린 르펜 재판, 프랑스 사법제도의 결함 여실히 드러내

또한, 파리의 즉결재판에서 지나치게 가혹하고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개인적으로 비난하거나, 마르세유 형사법원의 한 여성 판사가 피고인에게 “우리는 아직도 당신을 인간으로 보고 있다는 게 놀랍군요”(2)라는 비인간적인 발언을 한 사례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들이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된 적은 없다.

마린 르펜의 재판은 사법 제도의 결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만 그것은 국민연합 간부들이 주장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녀에 대한 유죄 판결은 전혀 부당하거나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04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국민전선(FN)은 유럽의회 자금 290만 유로를 부정하게 유용하여, 이를 의회 보좌관이 아닌 당 소속 인사들의 급여로 지급했다. 마린 르펜 본인도 사실관계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는 “유럽의회와의 행정적 이견”이라고 주장하면서, 의원이 정치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한, 의회 자원의 활용 방식은 전적으로 의원의 재량에 맡겨져야 한다고 항변한다. 르펜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권력 분립’ 원칙을 내세우며, 자신들에게는 사법적 심판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법불가성’의 논리를 당당히 주장했다.

판사와 법률을 비난하고, 사법을 언론의 법정에 세우며,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행위들이 겉으로 보기에 ‘파괴적 변론 전략’의 전형을 이루는 듯하다. 이 전략은 과거 공산주의자 출신 변호사 마르셀 윌라르나 자크 베르제스 같은 인물들이 능숙하게 구사해, 실제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평소에는 법과 판사의 엄격함을 강조해 온 정치 지도자들이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도 이 전략을 꺼내 드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르펜의 변론은 ‘시민 불복종’(도덕적 신념에 따라 부당한 법이나 명령을 공개적·비폭력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이 대표 사례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한다—역주)의 외양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기회주의의 표현에 가깝다.

 

빠른 항소 절차 혜택받은 마린 르펜

르펜에게 선고된 피선거권 박탈 형벌에 ‘즉시 집행’을 부여한 조치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조치는 법적으로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프랑스 형법은 판사가 명시적인 사유를 제시하는 한, 형벌의 즉시 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국민연합 사건에서 재판부는 재범의 우려, 사법 행정의 적정성, 그리고 공공질서의 보호를 근거로 이를 결정했다. 

첫 번째 이유와 관련해, 법원은 피고들이 범죄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서사 수준의 해석”에 기대어, “완전하고 절대적인 면책”을 스스로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공금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거나 당선되는 사태 자체가 민주적 공공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법원은 피선거권 박탈이 항소심에서 번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그녀가 유죄 확정 전에 대선에 출마할 경우 발생할 공공질서의 혼란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파리 항소법원은 판결 다음 날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2026년 여름 이전에 사건을 재심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르펜이 사법부에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 직후에 나온 조치였다. 

그 결과 르펜은 통상적인 피고인들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빠른 항소 절차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전 과정에서 국민연합은 대다수 일반 피고인들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적 사법 절차’를 경험했다. 항소심은 르펜의 요구대로 신속하게 진행될 예정이고, 그에 앞선 1심 재판은 절차적으로 매우 충실하게 진행되었으며, 피고들은 여론과 언론을 활용해 방어권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17년 초, 르펜은 사법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그 어떤 압박이나 강제 수사도 받지 않았다. 반면, 대마초 판매자나 소매치기범의 경우, 경찰과 사법당국은 이들을 주저 없이 체포하고, 구금 후 즉시 기소하거나, 구속 또는 사법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르펜은 이러한 처우를 전혀 받지 않았다.

 

전자팔찌 채워지지 않은 거물 정치인의 사법 특혜

사실, 정치인, 경찰관, 기업 경영진 등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 사법’에서 르펜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었다. 형사법원의 즉결 심문 법정에 가보면 그 차별의 현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심문과 형 집행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게 일상화된 관행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항소권의 실효성이라는 사법의 기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23년 기준, 즉결심문에서 선고된 실형(구금형)의 즉시 집행 비율은 무려 87%에 달했다.(3) 심지어 정식 수사를 거친 재판에서도 그 비율은 66%였다. 

그러나 르펜은 같은 정식 재판 절차를 밟고서도 아직 전자발찌조차 채우지 않은 사법 특혜를 누리고 있다. 즉결심문이라는 예외적 절차에서는 판사에게 1년 미만의 징역형에 대해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완화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정식 재판 절차보다 더 빈번하게 발부된다. 판사는 형량이 아주 짧더라도 피고인을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다. 
이처럼 처벌받은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항소할 권리가 있지만, 짧은 형기와 구금된 경우 항소심이 열리기까지 평균 4개월이 걸리는 현실이 겹쳐 항소를 포기하게 된다. 괜히 처벌이 더 무거워질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르펜은 실질적인 항소권이 박탈되었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들, 르펜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 받아야

그러나 그녀는 지난 4월 3일, 판사가 1개월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1년 미만의 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오리종(Horizons)’ 그룹 법안에 자신의 당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그러한 항소권 박탈 상황에 스스로 동조한 셈이다. 일부 사람들은 르펜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점이 불리하게 작용해 형량이 무거워졌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그러니까 관대한 판결을 받으려면 유죄를 인정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대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거지?”라고 알랭 핑켈크로트는 분노했다(<르푸앙>, 4월 3일자). 하지만 현실에서는 매일같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의자들이 구속 상태로 계속 수감되거나,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미셸 푸코 이후로 우리는 자백이 우리 사법 체계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기독교적 도덕의 유산임을 알고 있다.(4) 연구에 따르면 혐의를 인정한 수감자들이 더 쉽게 석방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5)

르펜은 자신이 줄곧 주장해온 바로 그 법적 강경주의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내려진 판결을 옹호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이 초래될까 우려스럽다. 판사 권력과 법치주의 수호 간의 대립 구도를 되풀이하기보다는(6), 이번 판결은 감정적 반응보다 차분한 분석을 통해 다루어져야 한다. 
그 분석은, 사법의 대상이 되는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들이 르펜이 받은 것과 같은 수준의 관대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져야 하며, 아울러 의회가 추진하고 법원이 실행 중인 즉시 구금 중심의 강경 형벌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글·리사 지로 Lisa Girau & 라파엘 켕프 Raphaël Kempf
각각 파리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이며, 라파엘 켕프는 『사법 폭력: 정치행동에 대한 사법과 탄압』(La Découverte, 파리, 2022)의 저자이기도 하다.


(1) 아르노 필리프, 『판결의 공장: 형사처벌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라 데쿠베르트, 파리, 2022.
(2) 알렉상드르 오른, 「‘정의의 망치’ 판사 토니 스퀴르티스를 향한 비난」, <리베라시옹>, 2022년 12월 22일. 파스칼 파스카리엘로, 「마르세유 법정에서」,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 다큐 시리즈 Les pieds sur terre, 2017년 6월 12일.
(3) 『사법 통계 참조 자료집 2024판』, 프랑스 법무부, 파리, 2024년.
(4) 미셸 푸코, 『잘못 행하고, 진실을 말하라: 사법에서 자백의 기능』, 루뱅 강의록 1981, 루뱅 대학출판부 및 시카고 대학출판부, 2012.
(5) 피에르 자뉠, 「자백이 구속 결정에 미치는 영향」, <달로즈 악튀알리테>, 2018년 10월 29일. 아르노 데르베 & 사샤 라울트, 「가석방을 위해 자백이 필수적인가?」, 지역 범죄 및 사회적 맥락 관찰소(ORDCS), 엑상프로방스, 2018년 10월.
(6) 뱅상 시제르, 「‘법관 통치’는 신화인가, 현실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