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변호사들이 법률을 만든다면

입법 과정에 개입하는 민간 평가단

2013-01-11     마틸다 고아네크

프랑스 정부는 대부분 은행 로비에서 영감을 받아 2012년 12월 말 은행법을 제정했다. 지난 대선 때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투기 및 대출 활동을 은행에서 분리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공약과 달리 현 시스템은 결국 정권이 끝날 때에나 바뀔 것이다. 힘있는 로펌의 새로운 스타 변호사들이 점점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을 대신하고 있다.

야만적인 모습의 로고 '공공정책 개혁'(RGPP)은 거의 일상 언어가 됐다. 2009년 재정법에 도입된 전반적인 RGPP 권고안은 국가 현대화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다. 대중에게 RGPP는 종종 퇴직 공무원 2명 중 1명을 미충원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임기 5년의 주요 조치 중 하나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RGPP가 법안을 준비하는 데 전문가와 컨설턴트, 그리고 비즈니스 변호사에게 어떤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주었는지, 그 방식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2011년 대중운동연합(UMP) 프랑수아 코르뉘장티이 의원과 사회당(PS) 크리스티앙 에케르트 의원이 작성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RGPP 일환으로 들어간 외부 감사 비용이 1억200만 유로에 달했고 이 중 2천만 유로가 RGPP 준비 단계에 쓰였다. 행정학자이자 정치가인 필리프 브즈는 RGPP에서 국가 공공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읽었다. "이 개혁이 내세운 원칙은 국가 주요 공공정책의 목표, 비용, 성과 그리고 실행 방식을 감사팀에 점검받게 하는 것이다."(1) 매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캡제미니, 언스트앤드영 그리고 마자르 등 프랑스와 국제 회계법인들은 현재 전문가 타이틀을 내걸고 공공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재경부는 회계 규제 일환으로 이같은 동력(회계법인의 자문)을 도입했다. 이런 정책은 10년 전 민간부문이 집중적으로 도입한 감사 정책의 산물이다. 이 여파로 다국적 회계법인들이 등장했다. "다국적 회계법인들은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특정 자회사를 키운 뒤 점차 수임료가 더 나은 정보, 회계 감사, 공공회계 감사, 구조조정, 탈(脫)관료주의 사업을 집중 육성했다."(2)

이후 민간 컨설팅사들의 영향력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사회학자 오딜 앙리와 프레데리크 피에루는 "공공 부채 문제가 정치화되고 신자유주의 싱크탱크의 공세 속에서 니콜라 사르코지가 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국가의 주요 관직에 종종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 아닌 재계 출신이 임명되며 2000년대 초반 주춤했던 변화가 급물살을 탔다"고 했다.(3) 예컨대 파리 고등상업학교(HEC) 출신인 에리크 뵈르트와 장루이 보르루는 각각 예산부와 고용·사회통합·주택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비즈니스 변호사들 사이에서 '엄친아'로 통했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미국 회계법인 베이커앤드매킨지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UMP 당수 장프랑수아 코페는 한때 파리의 대형 로펌 지드루아레트누엘(GLN)의 파트너였다. 정치학자 줄리 제르베는 "이같은 브로커 변호사들이 (중략)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간 경계의 불안정을 틈타 법리·이권·채무 분야를 비롯해 양해각서 초안 작성 등 틈새시장으로 간주되던 업무를 파고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4)

민간 컨설팅사들이 전문화돼 하수인들을 길러내는 동안 공공 사정기관의 세는 약화됐다. 현재 정부 부처마다 정책 의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체 전망 분석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관 간 통폐합 바람이 불면서 전략분석실(5)이나 '국가의 활력소'를 집결시키는 경제·복지·환경팀 같은 대형 기관만 현재 살아남아,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하원에서 공공 정책과 법안 마련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사르코지의 요청으로 고용청 이사회 전 의장 도미니크 장세르티에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복지 이사회가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이들 기관이 정부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엉성하게 작성돼 신뢰할 수 없어 보이는 '특별 후견 위원회'(민간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공공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수단이 되어버려 국가 전략기관들이 작성한 평가마저 퇴색시킨 것이다.

민간 컨설팅사의 기술 자문은 기술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필리프 브즈는 "국가 개혁 정책에 컨설턴트들의 연루는 당연히 개혁 정책의 내용과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한 예로 민간부문의 산물인 '린 경영'(Lean Magnagement)(6) 기법이 공공행정 기관에 도입돼 가동됐다. 사법관으로 변신한 전 노동감독관 장 드마이야르는 사법부에 컨설턴트들을 전략적으로 침투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린 경영 원칙을 프랑스 사법제도에 도입하는 게 가능한지 타진하기 위해 민간 컨설턴트들이 수임료를 받고 사법부에 온 것을 봤다. 급진적 방식이 도입한 이런 경영 논리는 모든 분야의 결정을 꼼꼼히 평가한다. 이런 방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그걸 지적하는 고위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로펌 탓하기 앞서 정부의 무식을 꼬집고 싶다"

최근 피에르 모스코비시 재경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 아르노 몽트부르, 그리고 투자은행 라자르 등이 연루된 사건은 민간 컨설팅사의 중요성과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다시 부각시켰다. 이 사건은 몽트부르와 라자르 은행장이자 몽트부르의 캠페인 홍보 전담 문화잡지 <레쟁로퀴티블>의 소유주인 마티유 피가스 간 이권 다툼뿐만 아니라 그 밖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경제위기가 고조에 달했을 때 과도한 보너스를 경영진에게 지급했던 투자은행이 상식적으로 공공투자은행 창설 의지를 보이는 국가를 자문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3년 초반 사회당 정부는 이 투자은행의 조언을 채택해 중소기업(PME) 재정 지원에 대한 골격을 세웠다.

또한 정부는 법안을 준비할 때 로펌 변호사들에게서 이런저런 기술적·전략적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황당한 것은 대형 로펌들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민영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GLN 변호사 미셸 게네르는 그 내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로펌은 분명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 첫 임기 7년 동안 명성을 얻었다. 로펌 창설자 중 한 분인 장 료레트가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진행된 국영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우파 의원들 편에 서서 일부 법안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86년 프랑스 총리로 임명된 자크 시라크는 민영화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당시 우리 회사는 민영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은행들과 협약을 체결하는 국가의 민영화 컨설팅사, 즉 충복이었다."

이후 GLN은 거대 영미 로펌인 앨런앤드오버리나 호건로웰스, 그리고 베이커앤드매킨지 같은 대형 로펌들과 경쟁할 수 있는 프랑스의 몇 안 되는 로펌으로 발돋움하며 국제적인 지위를 얻었다. 물론 영미 회사들 또한 프랑스 정부에서 지속적인 업무 요청을 받고 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포앵>은 GLN의 그간 업적을 나열하며 GLN을 '프랑스 로펌'이라 칭송했다. GLN은 프랑스 고속도로 민영화와 우체국은행 창설을 돕고, 유조선 에리카호 침몰 사건 때는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 쪽 변론을, 프랑스가스공사(GDF)와 민영 에너지업체 수에즈(SUEZ)의 합병 때는 국가 쪽 민영화 담당 에이전시 역할을, 그리고 모나코 왕국의 해역 확장을 컨설팅했다. GLN의 변호사들이 국가, 기업, 금융기관들 곁에서 무질서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7)

GLN은 정치 성향을 절대 드러내는 법이 없다. 그래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재무장관으로 재임(1997~99)할 때, GLN은 그에게 많은 민영화 작업 컨설팅을 했다. 또한 라가르드 전 경제부 장관을 도와 사르코지 대통령이 원하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은행지원기금 기구 같은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공 개입 기구들을 창설했다.

공공 법률 전문 로펌 아다마의 직원 로맹 그랑종은 "로펌 변호사들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들의 영향력이 오히려 세세한 부분에만 미치기 때문에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2004년 3월 31일의 유럽연합(EU) 지침(공사·물품·용역 등 공공시장에 관한 계약 절차 조정법) 이행에 관한 작업에 참여했던 아다마는 프랑스 혼합경제 기업들이 경쟁 무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랑종은 "우리는 법 위에 군림하며 지방 공공 기업에 로비를 펼치는 혼합경제 기업연맹(FSEM)의 성찰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보고서 작성과 컨설팅을 해줬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철도공사(SNCF)에 EU 사업 양도 지침에 관한 법률 자문 역시 아다마가 했다. 2013년 중에 이 지침이 시행되면 새로운 서비스 활동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랑종은 법안이 가결되기 전에 거쳐야 할 합리적인 여러 단계를 강조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변호한다. "우리는 아이디어만 제안하지 절대로 바로 채택해 쓸 수 있을 정도의 완성된 법안은 제공하지 않는다." 법률 업무의 일부를 위탁업체에 맡기는 걸로 유명한 우체국은 물론이고 EDF와 SNCF, 그 어디도 민간 로펌들과 자신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길 원치 않았다.

공공법률 전문가인 공법 변호사들은 자신의 성실성과 '프랑스 모델'에 대한 헌신을 맹세한다. 이들은 공개경쟁 입찰에 로펌들을 응찰시키고 입찰 조건도 까다롭게 해서 이들의 입찰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은 피치 못할 때만 어쩔 수 없이 민간 로펌에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그랑종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우리 고객은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이라 강력한 법률 자문팀을 갖추고 있지만, 그보다 나은 우리 팀을 원한다. 우린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한다. 난 중앙정부의 경제적 지식 부재를 꼬집고 싶다."

사법관 장 드마이야르는 다음과 같은 말을 상기시킨다. "프랑스의 입법 절차는 절대적으로 정부의 소관이다. 하지만 정부는 복지국가 추종자들에 의해 행정부가 장악됐다고 생각함으로써, 행정부를 신뢰하지 못해 입법 관련 자문의 대량 도급을 민간 로펌에 준다. (중략) 정부의 이런 행동에는 장단점이 있다.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여기던 고위 공직자들이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입법 관련 자문을 외부에 도급을 주는 꿍꿍이속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문제다." 부패와 정치의 윤리성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반부패 시민단체 앙티코르(Anticor)도 같은 주장을 한다. 앙티코르는 외부 도급으로 인한 관급사업의 지속적 감소를 문제 삼는다. 앙티코르의 대변인 세브린 테시에는 "고급 정보의 민영화, 즉 글로벌 정책이 공직자들의 직위 갱신을 제한하며 민간 로펌에 법안 작성을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비로 시작해 로비로 끝나는 입법

르노 드누아 드생마르크도 똑같은 말을 한다. 내각 사무총장(1986∼95)에서 프랑스 참사원 원장으로 부서를 옮긴 그는 입법 과정의 핵심에서 자신이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도급 업자들과 하도급 회사들이 자신의 견해를 의원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게 관건이다. 물론 정부 내에 경제나 복지의 장점을 표방하는 수많은 자문기관들을 거치는 공식 루트가 있다. 비공식 루트도 있다. 저녁 때 국회를 찾는 방문자, 고위층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사람들을 거치는 루트다." 최근에 불거진 우리 쪽 정보 유출 사건이 그 방증이다. 사회당 정부가 최근에 임명한 내각 구성원들이 전화로 파리에 위치한 로펌 변호사들에게 정보를 흘린 것이다. 이들 변호사의 고객 중엔 프랑스 기업체의 주요 경영진도 포함돼 있다. 변호사들은 전화상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시간외 근로수당에 대한 과세 면제 법을 다시 손볼 것인지, 또 이 법안을 소급 적용한 것인지, 최고경영자들의 임금을 정말로 제한할 수 있는지 등. 드생마르크는 "정치적 법안의 선동가(로펌 변호사)는 자신이 컨설팅한 고객들의 맘에 드는 법안만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익집단(로펌)들은 그것으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친다. 국회는 아직 로비가 극성을 부리는 곳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GLN 변호사 미셸 게네르는 사안별로 다르다고 말한다. 그 또한 많은 변호사들처럼 정기적으로 민간 로펌 쪽의 요청으로 국회의원들을 위해 법안 수정안을 작성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기업체들이 우릴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변호사님, 국회에서 법안 개정을 논의 중인데 의원에게 제출할 개정안 좀 작성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 난 대수롭지 않게 그걸 작성해준다. 작성해준 법안은 가결돼 경제 부문에 정확히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로펌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법안을 작성한다." 로비 기술의 도구인 민간 로펌이 작성한 법 개정안은 국회 로비의 고전이다. 프랑스 남서부 오트가론 제1선거구의 국회의원이자 약사인 카트린 르모르통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사회당 국회의원은 첫 임기 동안 약품 가격에 대한 까칠한 보고서를 작성해 거대 제약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2008년이었다. 난 국회의원에 막 당선돼, 아직 내 임무 파악도 못한 새내기였다. (중략) 당뇨병 치료제 메디아토르 사건이 터지기 1년 전이었다.(8) 내 사무실로 프랑스 제약회사 세르비에의 로비스트 코린 무와장과 해외파트 책임자가 찾아왔다. 이들은 내 보고서를 칭찬한 뒤 법안은 그렇게 작성하는 게 아니라고 훈수했다. 이들은 내게 세금 면제 방법을 설명하는 서류를 남기고 떠났다. 거기엔 세금 면제의 진수가 담겨 있었다." 경제 활성화 부문에 공이 있는 회사들에 대한 세금 감면받기, 세금 환급 기준 변경하기, 기술 및 개발 부문에서 최대한 세금 감면받기 등 모든 게 그 안에 있었다. 르모르통은 한탄하듯 말했다. "말하자면, 저들은 잘나가는 부문을 좀더 밀어주자고 한다. 난 저들이 날 가지고 논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제약 부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원이라면, 실제로 세르비에가 프랑스 경제의 보석이라는 데 자극받아 저들의 개정안을 가결시킬 것이다."

우파 쪽 일부 국회의원들도 무례한 로비 관행에 대한 충격을 드러낸다. 프랑스 남동부 오트사부아의 UMP 의원 리오넬 타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법안 개정안을 작성하기 위해, 우리는 국회에 접근할 수 없는 개인이나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 있다.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꼼수가 없다. 하지만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들이 뛰어들면 대대적인 선동이 판친다. 통상적으로 어떤 법안 개정안에 70여 명이 서명했다면 그 내막은 뻔하다." 그는 동료 의원들의 실추된 체면을 다소 회복시켜줄 요량으로 민간 로펌이 법안의 복잡성을 틈타 침투한다고 말머리를 돌렸다. "우리는 최첨단 법률을 다룬다. 의원 중엔 그런 법률에 정통한 전문가가 드물다. 그래서 로비가 판친다.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근절 법안(Hadopi) 작성 때도 그랬고, 그 밖의 많은 법안 작성 때도 그랬다."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 산하 유럽연구소 연구원인 올리비에 로젠베르그는 일부 법안에서 로비스트들이 제안한 개정안이 그대로 채택되고 있다며 의원들에게 소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정직한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임무가 옳다고 확신한다. 이후 이들은 여러 직책을 겸임하기 때문에 이들이 입법 활동이나 국법 모니터링에 할애하는 시간이 대폭 감소한다." 그래서 국회 로비 활동의 저격수 타르디나 르모르통은 의원들의 직책 겸임에 반대한다.

2009년 또 다른 사건이 국회에서 잡음을 일으켰다. 그해 12월 의결된 법률 단순화에 관한 일부 법률 작성을 민간 로펌에 아웃소싱을 준 게 문제가 됐다. 피니스테르 지역 출신 사회당 국회의원 장자크 위르보아는 UMP 소속의 법사위원회 위원장 장뤼크 바르스망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의제의 성격뿐만 아니라 개정 규정의 복잡성과 이전의 에피소드(민간 로펌에 아웃소싱을 준 것) 등 모든 것이 법률 단순화에 관한 법률을 의심투성이로 만든다."(9) 바르스망은 국회 내의 자원 부재로 그 일을 공개 입찰에 부쳤고, 입찰에 참여한 로펌 렉시스넥시스가 낙찰받은 것이라며 법을 위반한 게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외부 컨설팅 요청과 프랑스 입법부의 심장 중 하나인 국회 안으로의 사익 침투(로펌) 간 경계가 모호하다.

꼼수 입법, 부패와 가장 근접한 법을 낳다

많은 국가 관계자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 점점 커지는 다공성(多孔性)은 지배 방식의 전반적인 변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드마이야르는 "법률 생산이 대부분 영미(英美)화됐다. 민주적 토론을 거쳐 표결하고 작성한 법률 조각은 상명 하달 방식이라 약간 시대에 뒤떨어진다. 물론 토론 때는 공동의 이익 속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10) 자크 쉬발리에 법학교수도 이같은 진단에 동의한다. "아웃소싱 방식이 법률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아웃소싱 계약서에는 발주자의 자율의지 계약을 토대로 한 권한과 지휘권이 상세히 명시돼 있다. 이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협상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11) 이런 이유로 우리와 인터뷰한 변호사들은 법률 자문 아웃소싱이 적법하다고 여겼다. 변호사와 고객은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니던가.

하지만 법률 자문 아웃소싱 시스템의 결함은 경제 및 금융 권력을 손에 쥔 채 의견 소통구를 통제하는 사람, 이미 권세가의 귀(정보)를 장악한 사람들에게- 여태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해서- 혜택을 줄 것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가 관계자들은 로비 활동을 금지하기보다는 로비 영향력에 대한 강도 높은 투명성과 균형 회복을 주장한다. 국회 접근법(출입자 명단 공개 법안) 개정 때도 똑같은 주장이 있었다(상자 기사 참조). 앙티코르는 이같은 해결책(로비 활동 금지 반대)이 입법 과정을 영미 모델, 즉 완전한 민영화 쪽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테시에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람들은 결국 국가의 결정이 다양한 로비 세력 간 역학관계의 결과라는 데 동의한다. 국가는 급반전을 시도한다. 국가의 결정을 사태(로비)를 투명하게 하는 윤리로 급반전시키는 것이다. 보이지 않던 것(꼼수)이 게임(로비)의 규칙이 된다. 이것이 약육강식의 세계, 부패와 가장 근접한 형태의 법이다."

이같은 전환은 프랑스 의회가 직무상 유럽 모델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브뤼셀의 로비스트들은 입법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논의하는 유럽 의회를 둘러싼 지역에 자신들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잘 보이는 곳에 걸어뒀다. 그래서 그 어떤 거대 기업이나 연맹도 브뤼셀에 있는 로비스트들을 끼지 않고 의회 결의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꿈을 못 꾼다. 2008년부터는 국회 출입자들의 공식 명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투명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2011년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의정 활동 이외에 대가성 자문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많은 로비 회사들은 공식적인 등록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런 관행은 프랑스 법률 생산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입법 작업의 상당 부분이 유럽의 기준을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 마틸드 고아네크 Mathilde Goanec 언론인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 중.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1) Philip pe Bezes, ‘전반적인 공공정책 개혁(RGPP)안의 형태’, <프랑스 공공 행정 리뷰>, 파리, 제136호, 2010년 4월호.
(2) 전게서.
(3) Odile Henry et Frédéric Pierru,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 Actes de la recherche en sciences sociales, 파리, 2012년 6월.
(4) Julie Gervais, <국가의 아주 사적인 회담들>, ctes de la recherche en sciences sociales, 2012년 9월.
(5) 전략분석실은 결의안을 평가하고 도움을 주는 총리실 산하기관이다.
(6) 린 경영 기법은 일본 도요타 공장에서 개발된 뒤 1990년대 미국 연구자들에 의해 공식화됐다. 이 관리 기법은 모든 생산라인을 철저히 평가해 낭비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7) ‘지드루아레트누엘’, 시사주간지 <르포앵>, www.lepoint.fr, 2007년 2월 2일.
(8) 제약회사 세르비에(Servier)가 상업화한 당뇨병 치료제 메디아토르(Mediator)가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사건은 정계와 제약사 사이에 심각한 마찰을 야기했다.
(9) www.assemblee-nationale.fr/13/cri/2009-2010/20100072.asp.
(10) 영미법 시스템은 이른바 ‘판례법’(Common Law)으로 불리는 영미법을 토대로 한다.
(11) Jacques Chevallier, <포스트모던  국가>, LGDJ-Lextenso Editions, 파리, 2004.


의회의 새 행동 규칙

2005년 저작권에 대해 열띤 공방을 펼치던 프랑스 국회 의사당 부르봉궁에 합법적인 음악 다운로드 사업을 하는 두 거대회사가 참여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로비스트와 의원 간 유착 관계에 대한 논쟁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2009년 국회 사무실은 제대로 된 공공토론 한번 개최하지 않고 수없이 손질한 새로운 규정을 채택했다. 이 규정은 국회 내방을 원하는 자는 사전에 공개 방문록에 이름을 등록한 뒤 배지를 받아 부착하고 국회의사당 내부를 방문하도록 못박았다. 현재까지 광고주 연맹을 비롯해 탈레스사(社), 프랑스 노동자 노조, 그룹 카르푸, 아셰트 출판사 대표 등 150개 단체의 대표들이 국회를 방문했다. 국회는 또 다른 혁신제도를 도입했다. 법학교수 장 지켈을 의원 윤리강령 상담사로 국회에 상주시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장 지켈을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로비스트와 의원 간 유착 관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점심 식사, 여행, 의회 밖 각종 클럽 출입, 기업이 자금을 대는 심포지엄 등이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규범은 과거의 관행을 철폐하지 않고 단지 기존 관행을 공식화했다. 게다가 프랑스 참사원 원장 드누아 드생마르크는 2008년 개정한 헌법이 국회의 권한을 증대시켜 더욱 걱정이라 했다. "의회 역할의 재평가는 정부와 의회 간 의제의 공유를 예견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법률안은 압력단체에 접근하는 공식 루트다. 위원회에서 이미 조각한 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재앙이다. 왜냐하면 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단체에 유리한 개정안은 제출보다는 통과가 훨씬 더 수월하다. 끼리끼리 법안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사들은 자신의 고객에 정치계 최고의 인사, 이를테면 전 국회의원이나 하원의원을 비롯한 고위층 공무원, 심지어 전 장관들까지 포진돼 있어 이들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 간에 비공식적 방법이 난무할 수 있다.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사이를 넘나드는 이상적인 달인은 바로 장프랑수아 코페다. 센에마른 지역의 국회의원이자 대중운동연합(UMP) 대표로 당선되며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2007년부터 로펌 지드루아레트누엘(GLN)을 필두로 수많은 비난을 무릅쓰고 직접 개인 사무실을 차려놓고 변호사 업무를 보고 있다. 고객들은 그의 탄탄한 인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12년 총선 직전에 채택된 법령은 이들의 업무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 법령은 8년 이상 공공부문에서 책임자로 일한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법안 작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고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했다. 이 법령 덕분에 UMP의 프레데리크 르페브르와 라시다 다티, 사회당(PS)의 크리스토프 카레쉬, 녹색당의 노엘 마메르, 급진당의 로랑 에나르 등 50여 명의 의원들이 변호사로 변신해 종종 변론과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과거 정부 부처에서 일했던 수많은 인사들이 현재 국회 안에서 '관계 기관 담당자'란 공식 직함을 가지고 대기업을 위해 뛰고 있다. 우파·좌파 할 것 없는 공직자들이 경쟁하듯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따라서 여당과 사회당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방방곡곡에 외쳐대며 전 정권과의 '차이'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