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소테리즘’ 유혹에 빠져드는 프랑스 청년들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잡은 신비주의 문학의 확산

2025-05-30     티모테 드 로글로드르
오젠

파리 중심부 ‘포럼 데잘’ 쇼핑몰의 프낙 서점 신비주의 코너에는, 심령주의 창시자 알랑 카르데크(Allan Kardec)의 저작이나 빅토르 위고의 『테이블의 책(Le Livre des tables)』 같은 19세기 고전이 점성술, 샤머니즘, 사후 세계에 관한 현대서들과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한 젊은 여성이 통로에서 친구를 불러 세운다. “잠깐만, 흡혈귀 이야기에 나 관심 많아!” 22세의 사회학과 학생 샤니스는 마녀술과 영매술에 더 끌린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마녀 계정’들을 팔로우하며, 프낙 서점의 서가 사이를 누빈다. “이건 내 삶의 방식이에요. 마치 내가 믿는 종교처럼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에소테리즘’ 시장, 43.4% 급성장

한동안 종교 및 영성 분야의 하위 갈래로 간주되던 에소테리즘(그리스어 esôterikos에서 유래한 신비주의 개념. 특정한 상징과 비밀스러운 언어를 통해 내밀한 지식이나 진리를 전달하는 사유 전통을 말한다—역주) 문학은 이제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카톨릭 출판사 엘리디아 그룹 대표 브뤼노 누가이레드는 “이 카테고리는 독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 출판협회(SNE)의 종교 부문을 맡았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과 연이은 봉쇄 조치 이후, 에소테리즘 시장은 전체 출판 시장이 15.3% 성장한 것에 비해 무려 43.3%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분야는 갈수록 확대되는 젊은 독자층, 특히 여성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들은 삶의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가치를 찾고자 하며, 코로나 위기 이후 어떤 형태로든 영성과 다시 연결되기를 원한다.” 프랑스 출판협회(SNE)는 이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한다.(1)

오랫동안 이 시장은 사실상 과점 구조였다. 한편으로는 1960년대에 데르비 출판사가 창설한 자이뤼 출판사의 『비밀의 모험』 시리즈가 그 중심적 역할을 했으며, 그 대표 작가로는 반(反)근대성 사상의 영향력 있는 이론가이자, 신우파(nouvelle droite, 1960년대 말 프랑스에서 등장한 문화 중심의 우파 지식운동—역주)의 철학적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르네 게농(René Guénon, 1886~1951)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1974년에 설립된 에소테리즘 전문 출판 그룹 기 트레다니엘이 시장의 또 다른 축을 형성했으며, 2015년에 데르비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마드리갈, 메디아-파르티시파시옹, 에디티스 등 주요 종합 출판 그룹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여, 기존의 독립 전문 출판사를 인수하거나 자체 컬렉션을 새롭게 출범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아셰트는 이 두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영성’에 열정을 가진 세브린 코르송-슈나이더는 2019년 가을, 내부 시장조사 결과에 힘입어 출판사 ‘르 로투스 에 레레팡’을 세웠다. 이 브랜드는 불과 몇 년 만에 기 트레다니엘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그리고 2023년 12월, 아셰트는 마마 에디시옹을 인수했다. 이 출판사는 2024년, 설립 25주년을 맞아 창립 이래 최고의 실적 중 하나를 기록했다.

창립자 티그란 아덩그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몽골 유목민의 부족 사회를 직접 방문하며, 샤먼 전통을 탐구해왔다고 밝혔다. 프낙 매장에서 에소테리즘 서적 코너를 담당하는 베르나르는 자신을 에소테리즘 애호가라고 소개하며 “소수의 입문자에게만 허락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는 에소테리즘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역설’이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열쇠, 바로 그 지식을 되찾는 것”

사회학자 피에르 라그랑주는 이렇게 설명한다. “에소테리즘의 기저에는 여러 사상이 얽혀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영원한 철학’(세계와 문명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 진리가 있다는 사상—역주)은 플로티누스와 피코 델라 미란돌라 등에 의해 철학적으로 체계화된 바 있다. 이 사상은 신플라톤주의, 기독교 신비주의, 수피즘, 힌두교 베단타 등 다양한 전통에 공통된 ‘근원적 계시’ 개념을 전제로 한다. 신이나 더 높은 존재들이 인간에게 지식의 열쇠를 주었지만, 그 열쇠는 잃어버렸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잃어버린 지식을 되찾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소테리즘은 탐구와 실험, 그리고 스승에게서 제자로 이어지는 지식의 전수를 중시한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수준 0’의 지식이다. 1970년대의 깊이 있는 전통적 품질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다”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세기에도 이미 에소테리즘 작품들은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특히 ‘다양한 종교와 철학을 통합해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고, 서구에 동양 사상과 오컬티즘(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연구하는 학문)을 확산’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신지학회 창립자 헬레나 블라바츠키의 저작을 통해 널리 퍼졌다. 19세기 말 ‘세기말 문학’의 일부 작품에서도 에소테리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소설 『저 아래(Là-bas)』가 있다. 정치적·사회적 격동과 과학, 물질주의가 팽배하던 당시, 에소테리즘은 일종의 엘리트적 탐구 대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960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된 『마법사들의 아침』은 예상치 못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프랑스어판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 책은 연금술, 아틀란티스 같은 ‘잃어버린 문명’, 그리고 아리안 우월주의·게르만 신화·룬 문자 등을 결합해 나치 이데올로기에 초월적 힘을 부여하고자 했던 ‘나치 오컬티즘’ 등을 뒤섞어 다루고 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루이 포웰스는 이후 ‘신우파’의 사상적 인물로 부상했다가, 훗날 카톨릭으로 개종했다.

 

소수에게만 허락되던 신비, 이제는 대중에게 공개돼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에 대한 저항을 배경으로 히피 운동은 자신들만의 신영성(新靈性, 기독교·가톨릭 등 기존의 제도 종교를 벗어나, 개인적·직관적 방식으로 우주·삶·자아의 의미를 찾으려는 영적 흐름—역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명상, 신샤머니즘,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 헉슬리의 저서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의식 확장과 감각 너머의 실재 인식에 대한 탐구를 상징—역주)을 여는 실험들이 그 일환이었다. 
이 흐름의 선언문으로 간주되는 『물병자리의 아이들』(칼만-레비, 1980)에서 마릴린 퍼거슨은 ‘어둠과 폭력의 시대’(물고기자리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빛의 밀레니엄’—곧 ‘정신의 진정한 해방’의 시기—이 도래할 것이라 예언했다. 이는 1967년 뮤지컬 <헤어(Hair)>가 이미 노래한 ‘물병자리 시대’와 맞물린다. 다만 1960~70년대가 다소 혼란스러우면서도 집단적 이상을 지향했다면, 이후 세대는 점차 탈정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보였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프랑스의 18~24세의 젊은이들 가운데 49%는 점성술을 과학으로 여기고, 36%는 마법이나 주술을 믿으며, 27%는 타로 점술을 신뢰한다.(2) 따라서 이 분야의 독자층은 이미 확보된 셈이다. “기독교의 쇠퇴는 구원의 의미를 제공하던 정신적 시장에 공백을 만들어냈다”라고 스트라스부르의 서점 주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티에리 조바르는 말했다.(3) 이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에소테리즘’이라는 말을 쓰기를 꺼린다. 코르송-슈나이더는 이렇게 말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엑소테리슴’(exotérisme)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본래 소수에게만 허락되던 신비를 보다 널리, 대중에게 공개하려는 흐름을 의미한다.”

 

‘잠든 불사조의 시대’의 핵심 가치들

멜리사 시모노는 인스타그램에서 ‘휴먼 디자인’을 처음 접했다. 서양 점성술, 주역, 카발라(Kabbale,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으로 토라에 내포된 신의 뜻과 우주의 구조를 상징적·수비학적으로 해석—역주), 차크라(힌두교의 에너지 개념)는 물론, 양자물리학·생화학·유전학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이 ‘자기 인식 시스템’에 매료된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관련 교육을 받았다. 

현재 그녀는 시간당 156유로의 개별 세션을 진행하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한다. 2022년, 스위스 출판사 주방스(Jouvence, 알뱅 미셸 그룹 산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에게 연락을 취했고, 곧 ‘Jouvence Éso’라는 새 컬렉션을 론칭하며 그녀의 책 『휴먼 디자인으로 당신의 잠재력을 해방하라』를 출간했다. 이후 다른 출판사들도 잇달아 뒤를 이었다.
이 시스템의 창시자인 캐나다 출신 사업가 로버트 앨런 크라코워는 ‘라 우루 후(Ra Uru Hu)’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7년 이비자(Ibiza, 지중해의 스페인 섬, 히피 문화와 전자음악, 영적 수행 공동체의 중심지로도 유명하다—역주)에서 겪은 8일간의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이 지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멜리사 시모노는 “휴먼 디자인은 개인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주기들도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615년부터 우리는 ‘계획의 십자가’의 영향 아래 있었으며, 이는 공동체 결속·제도·장기적 계획이 중심이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2027년 2월부터 우리는 새로운 412년 주기인 ‘잠든 불사조의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이 새로운 시대는 개인 중심성과 내적 권위, 자기 충족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우리는 그 속에서 ‘깨인 이기주의’(égoïsme éclairé)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에소테리즘 작품이 개인 성장 영역과 융합되는 현대적 흐름을 잘 드러낸다. 이렇게 설명한 사람은 주방스 출판사의 공동 디렉터 샤를렌 기누아조-페레다. 그녀는 이러한 융합을 ‘영적 성장’이라고 부르며, “우리의 출판 방향은 ‘행복과 웰빙’이다. 방식이 무엇이든 그 목적은 같다”라고 말한다. 반면, 요가 강사이자 마드리갈 그룹 산하 자이뤼 출판사의 편집자이기도 한 제롬 올리베이라는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한다. “요즘의 영성은 너무 이기적이다. 자아(ego)로부터의 이탈을 목적으로 했던 고전적인 영적·신비주의 전통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계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것” 

이 분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톨텍의 네 가지 합의: 개인적 자유를 향한 길』(1997)은 주방스 출판사에서 ‘개인 성장’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저자 멕시코인 돈 미겔 루이스(Don Miguel Ruiz)는 자신이 샤먼의 혈통을 이은 자이며, 고대 문명인 ‘톨텍’(Toltèques, 멕시코 고대 문명으로 전해지나 실존 여부는 논쟁 중이며, 아즈텍 문명에 의해 지혜의 상징으로 이상화되었다—역주)의 ‘에소테리즘 지식’을 전승받은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전하는 네 가지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말에 흠결이 없도록 하라. 2.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3. 가정하지 말라. 4.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 
샤를렌 기누아조-페레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어판은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이후 어린이용, 기업용, 연인 관계용 등 파생 서적들이 뒤따랐고, 나중에는 다섯 번째 ‘합의’를 다룬 책도 출간되었다. 루이스는 프랑스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주변 세계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이런 류의 책만 300권 넘게 모았다.” 그녀의 전 연인이었던 앙리가 귀띔했다. (4) 독서에 이어 화상 강의가 이어졌고, 그녀는 하루 6~8시간씩 그것에 매달리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후에는 고액의 세미나로 옮겨갔다. 에소테리즘 세계에서 드물게 존재하는 집단적 공간조차 대부분은 가상 공간이거나 상업화된 구조였다. 앙리는 “사회적 결속처럼 보이는 것은 전부 끊어버렸어요. 그녀는 자기한테 잘 맞는 평행 세계를 하나 만든 셈이다. 새로운 구루(gourou)가 여섯 달마다 바뀌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마지막 구루와의 관계마저 끊었다. “‘화신의 십자가(Croix d’incarnation)’가 자신의 휴먼 디자인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글·티모테 드 로글로드르 Timothée de Rauglaudre
프랑스 언론인. 『새로운 사이비 위협』(로베르 라퐁 출판사, 파리, 2021)의 공동 저자.


(1) 「2021~2022년 출판 통계 개요 보고서」, 프랑스 출판인조합(SNE), www.sne.fr
(2) 「소셜미디어 시대, 젊은 세대의 허위정보 수용과 과학 및 초자연 현상에 대한 인식 조사」, 2023년 1월 11일, IFOP(프랑스 여론조사기관), www.ifop.com
(3) 티에리 조바르, 『나는 믿는다, 고로 존재한다: 현대 신앙의 거대한 시장』, Rue de l’échiquier 출판사, 파리, 2023.
(4)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