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실종된 절망의 땅, 알제리

2009-03-02     알리 시바니 | 저널리스트, 알제리

무능 부패 정권, 가난·실업·범죄 '잿빛의 삶'
젊은이들 자살 급증… '해외 탈출만이 살길'
친정부 기득권 부르주아 엘리트층 '나홀로 행복'

알제리 카빌리에에 있는 라바아 나트 아라텐에 가려면 오르막길 밖에 없다. 좁은 도로 위를 계속 구불구불 가다 보면 죽 늘어서 있는 언덕들이 보인다. 반짝이는 빛 아래로 서양물푸레나무, 올리브 나무, 기타 과일 나무들이 초록빛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무질서하게 퍼져 있는 쓰레기장들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몽땅 망쳐 놓는다. 각종 유리병, 가방, 쓰레기들이 바닥을 뒤덮으며 보기 흉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도시든 시골이든 알제리 땅 전체를 보면 풍경이 망가져 있다. 이는 일그러진 알제리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황폐한 풍경 속의 절망
 과거 프랑스인들에게 '국가 요새'로 불렸던 작은 마을 라바아 나트 아라텐 역시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여러 건물들이 마치 쑥쑥 자라나는 버섯들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부자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어 주택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더 이상 참지 못한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황폐한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 때문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와 있는 듯한 라바아 나스 아라텐. 이 곳 보도 위에는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실업률은 12%를 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공허한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부테플리카 정부가 출범한 후로 일자리가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23세의 무직인 오마르 아슈르의 말이다. 그는 그늘에 앉아 담배, 코담배, 사탕류가 있는 좌판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그로선 얼마간의 돈벌이 수단이다. 남자 손님 두 명이 온 덕에 담배 두 갑을 팔 수 있었다. 오마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받은 동전을 금고에 넣는다. 초록색 금고는 이미 녹이 슬어 있었다. "바라는 게 뭐냐고요?" 오마르가 되묻는다. "직장을 잡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를 뜰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알제리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마르도 프랑스에 신청한 비자를 거부당했다. 요즘 알제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유럽으로 가려고 물불 안 가리는 젊은이들이 많다.
 
 여성 노동력 착취 심해
 "알제리를 떠나기 위해 여자들은 유학 비자를 신청하거나 유럽으로 이주할 남자를 잡아 결혼하려고 하죠." 소피아의 말이다. 27세의 젊은 여성 소피아는 알제리의 실업률이 낮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일자리 없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 걸요. 하나 같이 방황하는 젊은이들 좀 보세요. 졸업장이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요." 소피는 현재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가져서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젊은 여자가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안하면 되니까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해요. 저 같은 경우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점심 먹을 시간도 없고,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해 봐야 월급은 5천 디나르1)(50유로)에 불과하죠."
 이민 온 아프리카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알제리 여성들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자는 봉급 협상을 하지 못해요. 고용주들이 남자보다 여자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죠. 여자를 고용할 때 내세우는 조건을 남자에게 똑같이 제시하면 일하겠다고 하는 남자는 없으니까 그렇죠."
 그런데 놀랍게도 소피는 정부 인사들이 석유로 번 많은 돈을 탕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부테플리카 정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저 사는 모습이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대통령에 대해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특히 그는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을 구제하는 정책, 넉넉지 않은 가구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배려하는 정책을 펼쳤다고요."
 그러나 라바아 나트 아라텐의 호신 루니스 시장은 "사회보장망이요? 눈 가리고 아웅이죠!"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94년부터 발효 중인 '일반 취업 보조금'과 '취업 및 사회편입 보조금'이 모두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이들은 6개월이란 기간 동안 각각 3천 디나르, 2천 700 디나르씩 지급되고 있다.
 "졸업한 젊은이나 간부에게 제가 매달 3천 디나르를 지급해야 한다니까요! 이런 것으로는 실업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시에서 일 하는 창구 직원들 중 80%가 일반 취업 보조금 정책에 따라 채용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직원 82%가 6개월마다 바뀐다는 거죠."
 정부가 실시한 이 같은 정책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법을 교묘히 속이게 된다고 한다. "당연히 저는 같은 사람들을 매번 고용하죠. 학교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과부들을 제가 어떻게 해고할 수 있겠어요? 그나마 그 일자리가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아는데 도저히 못 자르죠."
 
 중앙정부 독주, 부정부패 만연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시장으로 재직한 호신 루니스는 2007년에 다시 시장으로 재선되었다. 루니스 시장은 부테플리카 정부가 지자체의 자유재량권을 축소하는 바람에 더 이상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자체장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건설 프로젝트나 지방세 개혁 프로젝트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이제 시는 정부의 부속 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모두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거든요."  장관과 도지사들은 실제로 불필요한 프로젝트 문제를 결정하는 일만 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최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자체에 대한 관리가 엉망인 건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시장들과 관련 담당자들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부정 부패가 횡행하고 인맥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 알제리에서 평범한 시민들은 늘 고통을 받고 있다.
 행정 서류가 급히 필요하거나, 깐깐한 경찰관에게 걸리면 높은 직에 있는 친구들 같은 인맥을 활용하거나 뇌물을 주어야 한다. 예전에 알제리를 위해 싸웠고 현재 76세인 다 이디르는 "제가 목숨 바쳐 싸웠던 조국 알제리는 지금의 알제리가 아니었다."고 개탄했다.
 "지금 알제리에서는 부정이 횡행합니다. 도움을 줄 사람이 없으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시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알고 있어야 원하는 시간에 와서 우선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힘있는 인맥만 있으면 얻지 못할 게 없습니다. 가령 전쟁 때 마을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는데, 현재 참전용사 자격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같은 관행 때문에 정부의 예산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더 심하다. 참전용사 자격, 혹은 순직용사의 아들이란 자격으로 평생 연금을 타고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을 받고 여행 할인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의 집권당 국가해방전선과 민족민주연합은 유권자들로부터 표심을 얻고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만들고자 이 같은 혜택을 남발해왔다. 심지어 1954년과 1962년 사이에 참전할 나이도 안 되었을 사람들이 버젓이 참전용사 출신으로 행세하고 있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도 이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 역시 비판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그럴듯한 말은 많이 합니다만 문제는 약속을 안 지킨다는 거죠." 나이 지긋한 다 이디르는 아미 알제리의 현 상황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이 나라를 바꿔달라고 신께 기도드립니다. 그게 안 되면 최소한 마약에만 의존하며 우울증에 걸린 젊은이들을 도와달라고 기도하죠!"

 대통령에 대한 기대, 실망으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9년에 집권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알제리식의 아랍어2)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그는 북아프리카의 아마지그3)들을 대표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고, 시민 누구나가 일상에서 겪는 사회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줄줄이 나열했으며 무능한 부처 인사들을 물갈이하면서 하늘이 국민에게 내려 준 지도자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부테플리카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실망하고 말았다. 오히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국내 사정에는 나몰라라 한 채 해외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았다. 2001년 4-5월에 카빌리에에서 발생한 '검은 봄 사태'라 불리는 항의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인해 126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수 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도 알제리 전국에서는 매일 이런저런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더 이상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말을 듣는 사람도 없다. "정치엔 관심 없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입에 풀칠하는 일이죠." 어느 퇴직자의 말이다. 그는 카페에서 커피는 마시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다. 카페에 있는 30대의 손님들은 70대의 노인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퇴직연금만으로는 실업자 딸 다섯 명을 먹여 살릴 수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굶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견디죠."
 이 퇴직자뿐만 아니라 알제리 국민 대다수가 참고 견디는 일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다. 소비자 가격이 전례 없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이다. 밀가루 25킬로에 800디나르, 기름 5리터에 650디나르, 상치 1킬로에 130디나르나 된다. 평균 봉급 갖고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먹을거리를 도저히 구입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물가가 2-3배나 더 올라간다. 금욕을 하는 라마단 기간에 오히려 상인들이 이익을 보려 하다니 뻔뻔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알제리에서는 하루하루 모든 것이 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비참한 가난은 늘 그대로입니다!"

 고통 참는데 '이골'난 시민들
 카운터에서 만난 또 다른 퇴직자는 과거 프랑스에서 노동을 했던 사람이다. 카운터에서 레모네이드를 홀짝 홀짝 마시면서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게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 정부도 전부 다 알고는 있지만 우리 상황을 개선해주기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프랑스 정부에게는 할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프랑스 정부는 '배우자 추가연금'4)을 축소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 때문에 알제리의 구매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요." 
 자국 정부가 아닌 외국 정부에게 사정을 하소연하는 게 이상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어쨌든 프랑스 정부도 여기 알제리의 치안 상황이 10년 만에 급격히 나빠졌다는 것을 알겁니다. 이제는 테러보다는 범죄가 더 무섭습니다. 10디나르에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취급되니까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 못 된 것 아닐까요?"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 못 되었다." 최근 카빌리에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정부가 범죄, 마약, 매춘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범죄, 마약, 매춘이 갑자기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괜히 알카에다 조직을 끌어들이며, 사람들을 겁에 떨게 하며 은근 슬쩍 헌병을 다시 배치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2001년 '검은 봄 사태' 이후 물러갔던 헌병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진짜 그런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과장하는 것일까? 왜 이런 비난을 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해보지 않았기에 뭐라 말하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알제리 여기저기서 두려움이 감지되는 건 사실이다. 1990년대에는 카빌리에에서 아무 때나 원하는 시간에 외출할 수 있었다.
 "지금은 겨울이 되면 저녁 6시가 되면 퇴근을 해요. 괜히 늦은 저녁에 길에 나섰다가 못된 놈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차량과 돈이나 물건을 빼앗는 놈들이 있어서요." 카림 아슈르의 말이다.
 범죄5)는 카빌리에 뿐만 아니라 알제리의 다른 지역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화물차를 모는 카림 아슈르는 하루하루 위태로운 목숨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경찰관도 "알제리의 도로는 묘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정도다. 좁디 좁은 도로에다 표지판도 부족하고 교통규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죠. 인생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하죠!" 카림 아슈르가 말을 이었다. 10년 째 알제리 언론은 거의 매일 자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더구나 남자든 여자든 자살하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이들이라고 한다.
 
 미래 불투명한 알제리
 정부와 국가를 갈라놓는 건 더 이상 도랑이 아니라 불모의 사막이다. 도저히 건너서 상대편에 갈 수 없게 하는 불모의 사막.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집권하지 10년 만에 친정부 기득권층인 부르주아 엘리트층은 힘을 얻어갔으나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한 눈에 보기에도 1990년대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더욱 강성해졌다.
 '회개한' 테러리스트 혹은 석방된 테러리스트들은 일자리도 얻고 보조금도 타고 있으나, 정작 야만스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에 희생된 피해자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비극적인 일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는 법이다. 1999년에 '회개한 테러리스트' 혹은 유혈 범죄에 책임이 없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고소를 철회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되면서 테러리스트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라도 정부로부터 일자리와 보조금을 얻어내자는 심사였다.
 과거보다 미래가 불투명해진 지금의 알제리에서 헌법을 개혁하겠다는 소리는 선거 기간에 내세우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알제리 사람들도 헌법 개혁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제가 오히려 바라는 건 평화입니다. 알제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평화가 보장되면 배가 부른 것처럼 행복하다."

병든 알제리 사회 고발

TV풍자 드라마 '하지 라크다의 도시' 방영
공무원 무능 부패, 젊은이들 방황 등 묘사

 단정하게 수염을 다듬은 얼굴에 터번을 쓰고 간두라1)를 입은 하지 라크다가 어느 관공서로 들어갔다. "청장님은 안 계십니다!" 10대 소년 직원이 쏘아붙였다.
 하지만 하지 라크다는 개의치 않고 앞으로 가다가 바닥 청소를 하던 수위 아주머니에게 붙잡혔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하지 라크다는 계속 앞으로 꿋꿋하게 가 어느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사무실에는 공무원이 상사의 이발을 해 주고 있다.
 하지 라크다는 쫓겨나 어느 여직원에게 갔다. "전 먹여 살릴 가족이 있다고요!"
 여직원은 책상에 부탄가스와 야채를 올려놓은 채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마침내 청장은 하지 라크다를 사무실에 들어오게 했다. 청장의 사무실에는 청장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알제리의 유일한 국영 채널 ENTV가 라마단 기간 초반에 방영한 풍자 드라마 '하지 라크다의 도시'에 나오는 에피소드의 한 장면이다. 오만한 공무원들 앞에서 하지 라크다는 당당하게 공무원들의 의무에 대해 설교했다. "일을 그렇게 하면서 나라 돈을 받으면 안 되지요!"
 이 드라마는 기법은 미흡해도, 알제리 일상의 어려움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세입자들 때문에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알제리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는 관료주의, 타국으로의 불법이민, 실업 같은 문제를 다룬다. 한 마디로 알제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다.
 주인공 하지 라크다는 도덕가 역할을 맡는다. "지금은 2008년입니다. 발전이 이루어지고 현대화된 시기입니다." 하지 라크다의 말이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하지 라크다는 세입자들을 "문명화" 시키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알제리 사람은 발전과 문명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건물 주인인 하지 라크다는 '국가의 아버지'를 상징하며 세입자 한 명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엄격해도 모두에게 좋은 아버지다!' 이처럼 건물 주인은 국가 정신, 게으른 아이들을 돌봐주는 신중한 가장처럼 대책 없는 세입자들을 묵묵히 견디는 집주인을 상징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 드라마가 개방적인 성격을 띤다고 해도 검열에서 100%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병폐의 증상만을 생각할 뿐, 병폐의 근본적인 원인은 짚어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력자, 이슬람 근본주의는 전혀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열은 없습니다. 시나리오에 충실했을 뿐이죠. 원작 시나리오에서 독재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다루었다면 드라마에서도 다루었을 겁니다." ENTV 프로그램 담당자의 반박이다.
 그는 또 "어쨌든 하지 라크다는 통치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하지 라크다는 돈 없는 대학생들, 직업도 없으면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 라크다는 알제리 대학생들이 더 이상 국가를 떠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게 호소하는 겁니다. 그리고 하지 라크다는 교양을 쌓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부 하지 않고 돈만 많이 모은다면 형편없는 사람이 될 것이란 메시지입니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통해 병들 대로 병든 알제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번역 | 이주영

 


 

1)근동 아프리카 지방의 소매 없는 옷

1) 디나르 : 현대 알제리에 통용되고 있는 화폐 단위
2) 부테플리카 대통령 이전의 대통령들은 오로지 문어체 아랍어 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아랍어를 하는 알제리 사람들이라 해도 문어체 아랍어는 알아듣지 못한다.
3) 전통에 따르면 아마지그는 베르베르 족장을 의미한다.
4) 수공업자, 상인으로 일하며 사회보장금을 납부하다가 사망한 배우자를 둔 사람은 전환연금(수령인의 사후 배우자에게 권리가 승계됨) 명목으로 자신의 연금에다 사망한 배우자의 연금이 추가된다.
5) 심지어 범죄 집단은 기업 총수와 상인을 납치하고 감금하여 몸값을 받은 후에 풀어주는 짓까지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