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뒤흔드는 엑손모빌

2013-01-11     셀린 루제

"자원이 풍부한 지역." 이것은 2012년 10월 가스 매장지 개발을 위해 파푸아뉴기니에 진출한프랑스 석유 그룹 토탈이 한 말이다. 거대 미국 석유회사가 토탈보다 한발 앞서 진출했고, 중국 회사들도 잇따라 진출했다. 돈벼락을 맞은 일부 주민들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현지 미니버스의 깨진 유리창 너머로 움푹 파인 불타는 도로, 햇볕에 마모된 콘크리트와 철재, 마른 풀이 뒤덮고 있는 철책이 처진 담장, 파푸아뉴기니의 수도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다. 백인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간주되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게 택시는 물론이고 버스나 도보로도 여행하지 말라고 주문되는 곳이다. 빈민촌이 수도를 에워싸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대규모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PNG 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후, 빈민촌이 확장돼 천지가 빈민촌이다(상자 기사 참조).

정치학과 학생이자 전 은행 강도인 벤자민이 우리를 자신이 11년째 거주하는 빈민촌 바딜리로 안내했다. 구겨진 양철집이 즐비한 이 마을은 동네 경찰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빈랑나무 열매로 두툼한 입술을 빨갛게 칠한 한 무리의 남자들이 호기심과 의구심에 우리를 에워싼다. 벤자민이 한탄하듯 말한다. "여기선 우리끼리 서로 죽인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고향의 종족전쟁이나 마녀사냥을 피해 도망 나온 사람, 더 나은 삶을 찾아 수도로 온 사람, 공무원과 봉급자, 범죄자와 매춘부…. 우리는 각자 수단껏 산다." PNG LNG 프로젝트 이후에? "더 이상 추락하진 않았다. 변한 게 있다면 이곳 주민 수가 늘었다는 것뿐이다."

세계 제2위의 석유회사가 도착하고 190억 달러(약 150억 유로, 이 중 20%는 파푸아뉴기니가 부담함)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수도의 면모가 바뀌었다. 향후 30년간 중국과 일본에 LNG를 공급하기 위한 PNG LNG 프로젝트는 태평양 지역에선 유례없는 초대형 개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워싱턴과 중국 베이징 간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2011년 3월 2일,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베이징이 엑손모빌을 이 프로젝트에서 배제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국회 외교위원회에서 기탄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 중이다." 천연자원의 보고,(1) 파푸아뉴기니는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중국은 2005~2010년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직접 투자를 4배나 늘렸다.

엑손모빌이 파푸아뉴기니에 진출한 이후, 포트모르즈비에 국제 호텔과 외국 임원들을 수용하기 위한 고급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며 집값이 껑충 뛰었다. 이 작은 먼지 구덩이 수도의 중형 아파트 세가 주당 1천 유로나 한다. 사무실과 아파트 가격이 미국 맨해튼보다 더 비싸다. 벤자민은 "엑손과 그 하청업자들이 모르즈비엔 외국인 파견노동자들만 거주시켜, 대부분의 현지 종업원들은 가족과 함께 빈민촌으로 몰려든다"며 안타까워한다. 우리 주변으로 비쩍 마르고 눈이 퀭한 아이들이 빈 맥주병을 줍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덤벼든다. 술에 취한 듯 보이는 한 남성이 깨진 유리 조각과 구멍 난 철조망 사이를 휘청거리며 오가더니, 보라색 잉크 자국이 선명한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걸쭉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이봐, 난 투표했다! 그런데 부패한 정치인들은 우릴 쳐다보지도 않아. 엑손이 이곳에 고층 빌딩을 짓게 되면 1~2년 뒤엔 이곳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엑손모빌과 그 하청업자들을 위해 일하는 외국인 파견노동자 수가 8천여 명에 달하지만 이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파푸아뉴기니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니콜라 가르니에가 비좁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맞으며 말했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수도의 원주민들이 '빈랑나무 열매를 씹는 백인'이란 별명을 붙여준 이 검소한 프랑스 인류학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식민지 시대엔,(2) 일부 지역은 백인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1958년까지 법으로 원주민의 밤거리 활보를 금지했다. "요즘은 집세가 치솟아 외국인 파견노동자와 현지 부호들이 전 지역을 장악했다. 그래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경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백인과 흑인 간 인종차별)가 생겼다.

땅은 여전히 삶의 기본 터전이다

포트모르즈비의 중심가를 자랑스럽게 굽어보는 파하 언덕 위, 로열파푸아요트클럽과 PNG LNG 프로젝트의 본부 사이에 전략적으로 들어선 새 거주단지가 우윳빛 태양 아래 빛나고 있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고위층들은 냉난방이 완비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전용 수영장까지 갖춰진 이 작은 요새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경비원들과 거주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치안 강박은 때론 회사 직원들까지 황당하게 만든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이 묵고 있는 크라운플라자 호텔과 사무실 사이에 난 30m의 도로를 도보로 횡단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그 외에 치안이 허술하다고 판단되는 수도의 많은 곳이 '금지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그곳에 갈 땐 직원들은 운전사를 대동해야 한다.

헬라 지역 지하엔 막대한 양의 가스가 매장돼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안전 조치가 취해지기도 한다. 피해가 큰 마을 중 한 곳인 하이즈 마을의 전통적인 지주인 로베르트 달은 "기동순찰대가 우리를 우리 땅에서 마치 멧돼지처럼 쫓아냈다"며 분노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풀밭 위에, 덤프트럭들이 길게 파놓은 갈색 상흔(흙 자국)이 꿈틀거린다. 우리 앞에 우뚝 솟은 회색 건물, 하이즈 제4가스처리공장은 작은 갈대 오두막들과 겁 많은 바나나 나무들을 주눅 들게 한다. 철책이 설치된 바로 그 뒤편에서, 달은 몇 주 전부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성이고 있다. 2012년 3월 말, 수천 명의 주민들은 이곳에서 기간시설 설치, 작업장에서의 일자리 약속, 자신들의 토지 개발에 따른 보상금 등을 요구하며 PNG LNG 프로젝트 작업을 막은 채 시위했다.

맨발의 달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시위를 벌이자, LNG의 경비들이 총을 쐈다. 우리는 LNG사가 약속한 공공서비스와 함께 땅을 매입해 우리를 다시 정착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주변에 있던 이가 빨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의 말에 일제히 동조했다. 분노가 고원지대의 이 미개발 지역을 덮쳤다. 전통 농사꾼 2만여 명의 토지가 PNG LNG 프로젝트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조상에게 상속받은 토지는 아직도 대다수 주민들의 주요 생존 수단이다. 그리고 주민들이 토지의 97%를 소유하고 있다.(3)

석유회사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동타격대'라 불리는 특별 경비대에 두둑한 보수와 물량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기동대는 여러 번 인권유린으로 핀잔을 샀다.(4) 이들은 프랑스 건설 그룹 빈치(Vinci)의 자회사인 하청업체 스피카파(Spiecapag)의 현지 직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2012년 4월 3일, 마을 주민들이 타마디히에 위치한 송유관 건설 현장을 덮쳤을 때 발생했다. 아직까지도 이 사건에 대한 그 어떤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스피카파의 한 프랑스 직원은 "무자비한 경영 정책과 현지 문화에 대한 무시가 분노의 불씨에 불을 지폈다"고 했다. "회사는 문제 발생시 항상 기동타격대를 불러 공동체를 화나게 한다. 대화는 없다. 양쪽은 철책을 사이에 두고 서로 자기주장만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파푸아뉴기니인에 대한 지속적인 무시다. 여기서 조금 위쪽에 있는 모로 작업장은 두 진영으로 편이 갈렸다. 당시 사람들은 내게 백인과 '원숭이'로 편을 가르라고 지시했다. 우리끼린 원주민을 원숭이라 불렀다."

차츰 희망은 분노로 변하고

송유관이 정글 깊숙이까지 설치되고 있다. 송유관은 곧 훌리스(Hulis)들의 땅에 도달하게 된다. 헬라 지역의 훌리스 공동체들은 호전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픽업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헬라의 작은 도청 소재지 타리에 가기 위해 협상 끝에 일당 200유로에 픽업을 빌렸다. 휘발유 가격은 별도다. PNG LNG 프로젝트가 상승시킨 가격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생겼다.

황토를 뒤덮은 분출물과 바람과 뜨거운 열기에 휘날리는 먼지 연기로, 타리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가죽 장화를 신은 한 노인이 식료품 가게를 나서며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전통의상으로 만들어 입은 검은 나뭇잎 치마가 비쩍 마른 그의 다리 위에서 나풀거린다. 서양에서 그리도 찬양하던 다양한 색상의 꽃과 극락조의 깃털로 장식한 가발을 쓰던 영웅(훌리스의 전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들은 술에 취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변변한 은행도 없고 슈퍼마켓도 없다. 35만 명의 서던하일랜즈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딱 하나뿐인 병원은 물도 전기도 없다. 주민의 90% 이상이 문맹이다. 끊이지 않는 주먹다짐. 술 냄새에 전 공기. 술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암시장에서 술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PNG LNG 프로젝트 차량이 내는 먼지 속 자갈길 가장자리에서 우리와 인터뷰한 남성이 절규하듯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더 가난해졌다. PNG LNG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보상을 받겠지만, 그 밖의 헬라 지역 사람들은 어디서 돈 구경을 하란 말인가?" 190억 달러가 걸린 프로젝트다. 이 지역에선 희망이 점차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 질투가 생겼다. 돈이 이곳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타리의 촌락 근처 주민들은 오로지 보상을 타낼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낸 도로 위에 집들을 서둘러 지었다. 몇 달 전 마을 주민들은 시공사 쪽에 LNG 차량이 자신들의 개를 치어 죽였다며 막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 지역에서 파푸아뉴기니의 언론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앤드루 알폰스가 웃으며 말했다. "주민들이 균형 감각을 잃고 있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하니, 저들도 덕 좀 보려는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타리는 작은 유령도시였다. 그런데 한번 봐라, 저 트럭의 행렬과 외국인 파견노동자, 그리고 비행기와 도로를…. 우리에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일부 주민들은 PNG LNG 프로젝트로 소소한 일거리를 구했다. 이들은 경비원, 운전사, 교통경찰, 작업장 벌목꾼 등으로 일하고 있다. 넘치는 돈을 부족들 사이에 나눠 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돈을 너무 빨리 낭비한다. 알폰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이곳엔 은행이 없다. 은행이 정말 필요하다. 사람들은 단지 돈을 예치하기 위해 동쪽 도시 멘디와 하겐으로 간다. 이들은 길을 나섰다가 도중에 돈을 강탈당하기도 하고, 아가씨들은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법정도 없고 신뢰할 수 있는 경찰서도 없다. 도로와 인터넷, 그리고 제대로 된 슈퍼마켓도 필요하다." 우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알폰스는 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교육을 받기 원한다. 현지인들은 도로에서 먼지나 먹는 작업이나 경비직 말고, 기술을 배워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마을 주민들은 일자리를 자신의 토지 사용에 대한 보상 형태로 인식한다. 국가와 체결한 협약에서 엑손모빌은 원주민을 교육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젝트 때문에 직접적 손실을 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생을 우선 선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5) 회사는 그간 수많은 시간을 교육에 할애했지만, 지역의 모든 사람을 교육하지도 고용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건설 마감 날짜인 2014년엔 외국인 파견노동자 8천 명을 포함해 현재 1만7천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 수가 1천여 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서 상황이 심각하다. 주민들의 어두운 시선이 우리에게 꽂혀 있는 것에 용기백배해진 알폰스가 목청을 돋웠다. "기자이자 현지 주민으로서 말하는데, 엑손모빌은 가스가 아직 우리 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현지인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가스는 여길 못 떠난다!"

"백인 사장을 위협해 광산에 불을 지르게 했지"

주민들은 도로 차단과 공사 강제 중단, 그리고 가스공급관 공사장 침투를 여러 번 감행했다. 이들은 헬라 지역의 코모 공사장에 침투해 외국인 파견노동자 두 명을 큰 칼로 공격했다. PNG LNG와 관련된 이같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제때 가스를 공급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국가가 그 비용을 배상해야 한다. 국가는 2011년 국가 예산에,(6) 2014년까지 파이프라인 공사 기간의 우발적 손실에 대한 보상비로 530억 키나(Kina·파푸아뉴기니 화폐 단위, 약 20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2011년 말 PNG LNG 프로젝트가 첫 보상비를 분배한 것이 공분을 사며 그 화가 수도에까지 미쳤다. 정부가 원래 땅주인들에게 약속했던 보상비 1억2천만 키나가 증발한 것이다. 즉각 반응이 일어났다. 2011년 1월, 분노한 지주들 중 1천여 명이 하이즈 공사장의 공사를 차단했다. 그러자 법원은 사기와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지급에 대한 임시 동결 처분을 내렸다. 한 달 뒤 지주들은 몽둥이를 들고 돈을 지급하라며 수도에서 시위를 벌이며 국가 석유 및 에너지부 직원 3명을 인질로 잡았다.

헬라 지역의 한 여성단체장 재닛 코리아마는 포트모르즈비 행정지구 한복판에 있는 국제 호텔 홀리데이인에서 우리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꽃이 만발한 공원 쪽에서 들리는 성난 수도의 민심이 악몽처럼 우리에게 전달됐다. 우아한 노부인은 긴장한 듯 한손으로 분홍색 블라우스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뗐다. "교활하고, 배우고, 영어권에 속한 이 호텔에 있는 불과 몇몇 힘있는 자들만 PNG LNG로부터 보상금을 타내는 데 성공했다. 저들은 호텔에서 정부 요원들에게 뇌물을 줬기 때문이다. 저들은 양식만 작성하면 바로 옆에 있는 관청에 가서 수백만 키나를 챙긴다. 하지만 이 호텔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나머지 사람들에겐 이런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2009년 5월 PNG LNG 공사 지역에서 약 1천km 떨어진 코코포섬에서 지역 간 수익 배분과 국가가 공사 지역에 약속한 기반시설 건립에 대한 논의, 이른바 '발전 포럼'이 열렸다. 국가, 지방정부, 공사에 편입된 땅주인 간 수익 배분에 대한 일반 협정에 따르면 땅주인은 30년에 걸쳐 2천 키나를 받기로 돼 있다. 하지만 빈민구호 단체인 비정부기구(NGO) 옥스팸의 보고서는(7) 여태껏 이 지주들이 누구인지 신분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마가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정은 날림이었다. 우리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무작위로 마을 사람 몇몇을 골라 이들에게 항공권과 호텔숙박비를 줬다. 돈도 주고 실컷 맥주를 마시게 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 파푸아뉴기니 지부 소장이자 정부 산하 석유 및 에너지부 자문위원인 마이클 맥월터는 당시 자신의 기구가 포럼 진행을 참관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우린 초대를 받았지만, 정부는 우리가 참석해서 생길지 모를 결과를 두려워했다." 단순 참관인 자격으로 포럼을 지켜봤던 엑손모빌사는 협상엔 관여하지 않았다. 현재 마을에 있는 땅주인들은 자신의 파이를 쟁취하기 위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광산 개발 스토리는 평온한 강이 아니다.

코리아마는 1992년 헬라 지역 북쪽 엔가 지방에 있는 카레산 금광을 습격한 갱단 일원이었다. 그는 웃으며 이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붉은 눈은 자랑스럽고 강력한 이상한 빛을 발했다. "우리는 백인 사장들을 협박해 광산에 있던 기름을 광산에 붓고 불을 지르게 했다. 그리고 그들을 발가벗겨 철책에 묶고 '리오 틴토 유한회사'(Rio Tinto Limited, 전 CRA)에 당장 철수하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는 심각한 어조로 덧붙여 말했다. "헬라 지역 사람들도 카레산 지역 사람들만큼이나 호전적이다. 가스는 여전히 우리 발밑에 있다. 엑손 쪽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모든 일이 만사형통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저들에게 반감은 없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돕고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이곳에 있어야 한다." 미국 유명 기업들의 진출은 종종 국가의 부족한 재원을 메울 뜻밖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국민은 유명 기업이 수없이 약속한 '발전'을 가져다주기 기대한다.

"회사가 떠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기나긴 밀당 끝에 우리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던 엑손모빌의 공보관이 포트모르즈비에 있는 조용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우리를 맞았다. 공보관 레베카 아널드는 "회사는 공동체에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로 했고, 반면에 정부는 책임지고 부족한 공공 서비스 시설을 확충하고 보상금을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배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바깥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이 젊은 여성은 매력적인 미소를 갑자기 거두고 항변한다. "나도 당신들이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한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벌써 자신의 삶에 미친 긍정적인 면을 발견했다. 새 직장을 얻었거나 우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좋은 의지로 충만한 회사다. PNG LNG 프로젝트를 상세히 소개한 소책자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책자는 광택 용지에 총천연색으로 꾸며졌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한 책자 속의 어린아이들이 하얀 유치를 드러낸 채 활짝 웃고, 석유회사가 파푸아뉴기니에 끼친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고 있다. 책자는 행복해하는 한 여성의 스토리도 소개했다. "2011년, 재닛 음부다는 '개인 서바이벌 훈련 코스'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도 못했다. 그는 가장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환산하는 교육에 하이즈와 공장 지대의 주민 250명과 함께 참석했다." 교육의 주제는 "타인을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과 가족 예산을 관리하는 법, 그리고 돈 버는 법 배우기 등"이었다.

이같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제공하는 혜택을 본 적이 있는 마를린 타바구아가 말했다. "엑손모빌 책임자들이 날 미국에 보내 커뮤니케이션 및 경영에 대해 연수시켜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하지만 난 저들과 함께 일하진 않는다." 헐렁한 부부(Boubou·북아프리카 흑인 여성의 전통 상의) 차림을 한 기품 있는 이 여성은 타리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공부도 하고, 이혼도 하고, 게다가 자신보다 젊은 남성과 재혼하고, 자신의 가게를 차려 부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번창하는 사업을 이용해 마약중독자나 매춘부 같은 소외 계층을 채용하고 있다. 그가 지폐를 세며 말했다. "장사하는 데는 LGN 프로젝트가 정말 좋다. 사람들에게 돈이 있다. 매일 아침 PNG LNG 직원들과 그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이 가게에 들러 감자튀김과 도넛, 그리고 커피를 사간다. 하지만 아가씨들을 봐라. 너무 가난해서 몸을 판다.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한다. 저들도 남들처럼 휴대전화도 필요하고 매니큐어도 필요하다. 저들은 몸을 팔다 때론 에이즈에 감염되기도 한다."

2014년부터 향후 30년간 공사가 진행 중인 일부 마을 주민들은 몇백만 달러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의 돈벼락을 맞게 될 것이다. 가스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로열티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트모르즈비의 해가 저물면 벌써부터 카지노의 어스름한 불빛 속에서 슬롯머신들의 형광색 달러가 벼락부자가 된 마을 사람들의 험상궂은 얼굴에 희미한 녹색 불빛을 쏘아대고 있다. 이제 땅, 여성, 저녁 식사가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돈이 주인이 됐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딜리 빈민촌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슬프게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를 한번 봐라. 석유회사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 빈민촌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가 철수한 이후에도 우린 여전히 여기에 있을 것이다."

 

/ 셀린 루제 Céline Rouze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1) Jean-Pierre Clerc, <희귀한 파푸아뉴기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5년 12월호.
(2) 공식적인 식민지화 정책은 없었지만, 1975년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지속적인 흑인 배제 관행은 있었다.
(3) Lynne Armitage, <Customary Land Tenure in Papua New Guinea, Status and Prospects>, 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2001.
(4) <Lasslet> 2010년, <Amnesty International> 2009년, <Human Rights Watch> 2005년, 2006년, 2011년, www.unhcr.org.
(5) Esso Highlands PNG LNG Project, <National Content Plan>, 2009년 6월. www.pnglng.com 참조.
(6) Budget, p.138, 2011. www.treasury.gov.pg 참조.
(7) <The Community Good Report 2012>, www.cid.org.nz 참조.


파푸아뉴기니의 파란만장한 역사

면적  462840km²
수도  포트모르즈비
인구  580만 명(78%가 파푸아뉴기니인)
 
16세기:  포르투갈인들이 파푸아뉴기니 군도 발견.
19세기:  네덜란드, 독일, 영국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간 파푸아뉴기니 영토 분할.
1946년:  유엔은 자신의 신탁통치하에 있던 파푸아뉴기니를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임 통치시킴.
1975년 9월16일:  파푸아뉴기니는 독립과 함께 의회 체제를 갖춘 영연방정부 회원국이 됨.
1988∼2001년:  부건빌섬의 독립운동.
2001년 8월과 2005년 6월:  부건빌섬과 파푸아뉴기니 정부 간 평화협정 체결.
2004년 9월:  부건빌섬 자치지역 선포. 자체 국회의원 선출.
2012년:  총선 이후 마이클 소마레 총리가 국회 불신임 결의로 해임되고, 오닐이 총리로 임명됨.


숫자로 보는 프로젝트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PNG LNG)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연간 660만t의 LNG를 생산해 중국·일본·동아시아에 공급하게 될 것이다. 서던하일랜즈의 고원 지대와 한적한 서부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추출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략 6만 명의 지주들이 소유한 땅을 가로지르게 된다.

시공사이자 대주주인 엑손모빌은 2011년 4530억 달러 매출에 411억 달러의 순익을 낸 세계 제 2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두 석유회사 오일서치와 산토스를 비롯해 일본의 오일 및 가스 탐사회사(JX Nippon Oil Gaz Exploration), 파푸아뉴기니 광산개발공사(MRDC), 파푸아뉴기니가 발행한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 페트로민 PNG 홀딩스 리미티드 등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