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고 쥐어 짜는 쿠팡의 디지털 기술-사용자 책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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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8     고태은(활동가)
쿠팡

새벽배송이 일반화하면서 사람들이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탭만 해도 그것이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것. 우리는 더 이상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어떤 가게에 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직접 가서 무겁게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마켓은 다양한 선택지도 제공한다. 멤버십, 타임세일은 내게 필요한 물건 혹은 필요할지 모르는 상품들을 추천해주면서 소비를 돕는다. 침대 위에서 주문을 마쳤다면 소비자는 잠들면 된다. 다음 날 아침이면 마법처럼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해있을 테니까.

밤에 주문한 물건이 어떻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착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의 물류 혁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주문을 예측하고, 물건을 확보하여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쿠팡 로켓배송의 핵심기술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주문 직후부터 도착까지 적시적소의 배송을 위해 잠도, 화장실 갈 시간도, 심지어 물 마실 시간도 빼앗긴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 쿠팡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침 7시 배송을 약속한다는 것

쿠팡

거대한 생활물류센터가 있다. 물류센터에는 물건이 항상 적재되어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일용직 혹은 계약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PDA라는 기계가 시키는 대로 센터를 뛰어다니며 물건을 담아 옮기고, 포장하고 이를 간선차량에 싣는다. 간선차량의 출발 시간과 당일 물류량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달라진다.

어떤 일은 물류센터 구조와 위치에 대한 이해나 빠르게 물건을 찾아 가져오는 일에 대한 숙련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일용직으로 유지되는 물류센터에서 이는 일부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현장 관리자들은 일의 배정과 전체 일의 속도 관리를 한다. PDA가 시키는 대로 먼저 쳐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거나, 속도가 느려지면 현장 관리자가 쫓아오거나 방송에서 자신을 찾는 상황이 생긴다. 빠르고 강한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인 고충뿐만 아니라 감시하는 관리자와의 긴장과 관계적 갈등이 가득한 일터다.

이제 물건은 간선차량을 타고 이동한다. 간선차량이 정차하는 시간이 10분만 길어져도 수십 개, 수백 개의 물량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변화되는 매일의 물량에 맞춰 간선차량을 배차하는 것, 그리고 이를 오차 없이 관리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쿠팡 직고용 간선차량은 GPS로 위치가 확인되지만, 정규 차량이 아닌 매출계약 트럭의 경우 쉼없이 캠프로부터 독촉 전화를 받는다. 매출계약 트럭은 24시간마다 다음 날 배차표를 받고 이를 소화해야 한다. 매출계약 기사는 주야 구분 없이 배차표대로 운행하면서 긴 대기시간 동안 차량 내에서 간이침대와 전자렌지로 생활하고 있다. 5시간 내외의 쪽잠을 자면서도 혹시나 깊은 잠에 들어 배차표를 어길까 긴장을 풀 수 없다. 배표를 어길 때 물어내야 하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간선차량으로 캠프에 옮겨진 물건들은 소터(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헬퍼에게로 전달된다. 헬퍼는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에서 고용한 일용직 소분노동자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소분노동자들은 상하차 작업을 포함하여, 오토소터를 따라 올려진 물건들을 스캔하고, 소분하고, 옮기는 일을 한다. 헬퍼들이 일하는 속도는 전적으로 오토소터의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배송

캠프에서는 ‘테스트’들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오토소터의 설정값이 점차 빨라지고 배정 인원은 점점 줄었다. 오토소터의 속도에 맞춰 노동자들은 물 마실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빼앗긴 채 쉼없이 소분 노동을 한다. 그리고 이는 15분 단위로 측정되어 타 캠프와 실시간으로 비교된다.

관리자들은 캠프 간 속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배송 마감시간에 맞춰 배송기사들에게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헬퍼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작업 중에도 작업 위치와 업무를 조정한다.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배송지에 가까울수록 물류의 흐름은 점차 가속화된다.

로켓배송의 마지막은 배송기사들의 몫이다. 퀵플렉서는 쿠팡과 거래하는 택배영업점과 독립계약을 맺은 배송기사들이다. 이들은 캠프에서 자신이 맡은 구역의 물건을 소분하여 스캔하는 것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야간에는 같은 구역을 최소 3회전 배송하게 된다. 마감 시간인 오전 7시를 맞추지 못하면 고정 배송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긴장과 불안이 이어진다.

배송기사들은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감시간 전 배송해야 하는 물건을 먼저 배송하고, 추가 배송을 나간다. 당연히 한번에 배송하는 것보다 시간이 1.5배 이상 들지만, ‘건별 수수료’를 받는 배송 노동자들에게 추가 보상은 없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물건이 제대로 도착했다면 이 수많은 노동자의 협업이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돌아가신 퀵플렉서 고 정슬기님의 말처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감을 지켜야 하는 노동자들이 오늘도 “개처럼 뛰고” 있다.

 

디지털 기술 통제의 현실

흔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노동의 변화를 상상할 때, 로봇에게 노동을 맡기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은 생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준다. 쿠팡은 유통의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이 혁신은 물류 노동자들에게도 “와우”를 외치게 할까.

쿠팡의 데이터 기반 시스템은 소비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손과 차량으로 물류가 ‘흘러가도록’ 조직화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쿠팡의 혁신은 이 보이지 않는 디지털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을 배치하고, 빠르게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쿠팡의 핵심 통제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체로 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다. 이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비용, 최소한의 수’로 제한된다. 그러나 일용직이나 독립계약 형태라도 정교한 디지털 통제가 가능하다면 핵심인력으로 활용된다.

쿠팡 캠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일 출근 확정을 받는 불안정 상태가 힘들어 일용직 계약을 맺으면서도 일주일씩 근무표를 배정받는 ‘고정헬퍼’가 있다. 이들은 원하는 날짜대로 일할 수 있어서 이를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관리자들이 요청하면 다른 날 다른 업무를 감내해야 한다.

대리점과 계약한 배송기사들은 쿠팡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음에도 어플을 통해 물건과 배송지, 배송 속도를 통제받는다. 배송을 위해 물건을 정리하느라 어플에서 늦게 배송 완료 처리를 하면 무슨 일이 있는지 독촉전화를 받는다. 택배 노동자들은 긴장과 과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물량을 다 쳐낼 때까지 뛰어다니게 된다.

디지털 기술은 고정적으로 매일 일하는데도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아니라 매일 일용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CFS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매일 출근 문자를 넣고 확정문자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탈락했지만 대기명단에 오르면 출근 직전까지도 오늘 내가 일할 수 있는지 모르는 채로 대기하게 된다.

야간 노동을 마치고 돌아와 쉬지 못하고 출근확정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일상은 ‘대기’시간이 된다. 혹시나 일이 생겨 거절할 경우, 다음 출근 신청이 거절될까봐 다른 일용직을 지원하지도 못한 채 대기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은 항상 쿠팡에 매여있다.

물론 현장에서 이런 방식의 통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데이터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물량은 몰리는데 사람들이 출근을 선호하지 않는 명절 등 연휴에는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기도 하고, UPH(시간당 성과지표)를 평가하여 우수사원 배지를 주기도 한다. 캠프 별로 실시간 집계되는 물량 처리 속도는 지역별 순위로도 매겨져 현장관리자들의 실적이 된다. 디지털 통제는 노동자들이 이 과정에 순응하도록 하는 내면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사용자 책임은 지우고 불안정 노동자만 남겨

전통적인 산업사회의 포디즘적 일터에서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방식의 ‘사용자’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한 법제도적 사용자 책임이 반영된 사회보장제도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들이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나 법의 사용자 책임성이 현실을 담아내기도 전에, 디지털 전환은 사용자 책임을 털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지시와 데이터 수집을 통한 감시는 사용자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통제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일의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산업 안전과 건강, 고용과 임금을 통한 현재의 생활수준의 보장,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점차 약화된다.

쿠팡 로켓배송은 ‘빠르고 편리한’ 배송서비스를 위해 노동자들을 강력한 통제 하에 두고 있다. 핵심통제 영역에서 사용자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책임’은 점차 약화된다. 일용직 노동자의 실업과 퇴직을 인정해주는 고용보험제도의 개선방향과 달리 쿠팡은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수령을 더욱 어렵게 했다.
 

“원청은

매일 출근확정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현실,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수령, 산재 신청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2024년 2월 쿠팡에서 취업을 제한하는 노동자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사건이다. 산재신청을 했거나 화장실을 오래 방문했다는 것까지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유로 기록됐으며 출입한 적도 없는 기자들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저임금 물류 노동자 등은 쿠팡에서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진 월급은 쿠팡을 떠나고 싶은 이유가 된다. 이로 인한 불안정한 생활, 그리고 높은 노동강도, 고정 야간근로 등은 쿠팡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남겨진 현실이다. 쉼없는 노동과 미래를 그릴 수 없는 현재에 매인 노동자들의 잦은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근 몇 년간 이어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기사의 죽음으로 제도 개선 운동이 있었다. 그 운동은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의무를 비롯한 사용자 책임은 묘연하다.

대부분의 물량이 퀵플렉서라는 독립계약 배송기사(특수고용노동자)에게 넘어가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이 낮아져 많은 경우 대리점주가 되거나 퀵플렉서로 이직하게 되었다. 2021년 코로나19 시기 배송기사의 과로 사망을 멈추기 위해 얻어낸 사회적 합의에서 야간노동과 소분 등 추가 작업에 대한 개선이 상당히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쿠팡은 직고용 정규직 노동자들이 배송을 하고 있고, 소분노동자인 헬퍼가 따로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의 쿠팡은 과로사가 만연하던 2021년 이전의 택배업계 상황으로 돌아간 듯하다. 그리고 타 택배사들도 쿠팡과 경쟁한다는 이유로 주 7일 배송제와 같이 합의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를 조직하는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의 캐치프레이즈는 ‘하루를 일해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인권이 존중받는 일터’다. 그러나 현실은 하루를 일하면 며칠은 홀로 앓아야 하는 불안정한 삶, 쿠팡에 출근한 지 3일 만에 함께 야간근무를 하던 남편을 잃어야 했던 우다경님과 같은 산재피해 가족들이 있다.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전환은 노동 존중이 아니라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쓰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 변화가 향하는 방향과 맥락을 살피고 이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기존 제도가 부여하던 노동자의 삶과 안전을 위한 사용자 책임들을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회피시키고 있는지, 노동자의 과로 노동을 어떻게 강제하고 있는지 살피고 이를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디지털 전환은 우리가 꿈꾸던 미래와 점차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디지털 전환기의 사용자 책임을 다시 논해야만 한다.


글 | 고태은 / 활동가(중앙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고태은은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투쟁에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불안정 노동 현장과 정책을 잇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