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 말리, 관망 속 알제리

2013-01-11     필리프 레마리

유엔의 승인이 떨어졌지만 북부 말리에 대한 공격은 곧바로 시작될 것 같지 않다. 프랑스는 공세를 서두르고 싶어 하지만 알제리와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협상을 선호한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말리 군부는 다시금 권력 전반을 장악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12년 12월 초, 말리의 바마코. "이렇게 한꺼번에 위기를 겪는 나라가 또 있을까?" 말리 주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특별 대표를 맡고 있는 셰아카 아부두 투레가 한숨을 내쉰다. 우선, 정치적 위기를 들 수 있다. 2012년 3월 아마두 투마니 투레 정권을 전복한 쿠데타 이후 모든 제도가 위험에 처해 있다.(1) 안보 위기는 어떤가? 군대는 사기가 떨어졌고 무기도 부족하다. 장성들은 제복조차 입지 않는다. 영토 위기는 어떤가?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MI) 등을 비롯한 이슬람주의 세력이 투아레그 반군과 함께 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범죄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인도적 위기는 또 어떤가? 80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난민 신세가 됐다. 이 토고 출신 외교관은 그럼에도 말리 사람들이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가는 여전히 존재하며 병원들도 제구실을 하고 있다. "부족한 건 오로지 자격 있는 지도자뿐이다!"

드골 행세를 하는 무장폭도 사령관

그는 은연중에 핵심을 찔렀다. 그로부터 며칠 지난 12월 11일, 텔레비전 화면에 체이크 모디보 디아라 총리가 등장해 가련한 표정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군부 지도자 아마두 사노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2012년 4월 17일 총리로 지명될 때부터 디아라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화려한 이력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민부흥당(PARENA) 대표로 꾸준히 대선에 출마해온 전 총리 티벨레 드라메가 보기엔 어차피 다 사기극에 불과하다. 그는 디아라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아프리카 사장을 역임하고, 아프리카 정상들과 친분이 있고, "매일 저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는 식의 말에 현혹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쿠데타 주동자들은 참신한 인물을 원했다. 그래서 데리고 온 인물이 정치와 국가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외계인이었다."

2012년 3월 쿠데타가 발발하고 3주 뒤 ECOWAS는 프랑스 정부의 협력하에 민간 정부 이양을 추진하지만 과도정부 내부의 갈등은 막지 못했다.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총리·대통령·군부의 3두 체제를 '차악의 선택'으로 평가했지만 가수 살리프 케이타는 '머리 셋 달린 뱀'이 된 꼴이라고 비꼬았다.(2) 사실상 세 주체는 헌정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북부 점령 세력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유럽연합(EU)과 ECOWAS가 나서서 말리 군대를 도와주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1년 전 투아레그 반군과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수중에 넘어간 북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바바 아이다라는 북부 지역의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통북투 내 자신의 지역구에서 추방당했다. 그는 현재의 3두 체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쿠데타를 주동했던 군부 지도자는 점령자에게 대항해 싸운 샤를 드골 장군 행세를 하고 있으며, ECOWAS에 의해 임명된 70살의 디온쿤다 트라오레 임시 대통령은 권력의 정통성이 결여돼 있다. 무사 트라오레 전 대통령(1968~91)의 사위인 총리는 자신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며 정치적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더욱이 말리의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이 어긋나고 있으며, 종교인들의 정치 개입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종교인들은 여성 차별을 내용으로 하는 가족법을 도입하고 종교부를 신설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군부 지도자 사노고는 바마코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지지자들은 그를 로빈 후드처럼 떠받든다. 그는 틈만 나면 코나크리항에 도착한 무기들이 바마코로 이동 중이고 북부 공략에 나서는 건 시간문제라며 프랑스나 인근 국가의 동의나 지원이 필요 없다고 자신만만해한다. 또한 말리 제3의 도시 몹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국의 아이들'(Ganda Izo), '수치심보다는 죽음을'(Boun Ba Hawi) 등 송하이족, 풀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자치민병대들은 군대의 통제에도 아랑곳 않고 구식 총과 몽둥이로 무장한 채 금방이라도 북쪽으로 진격할 태세다.

시민들은 외세의 지배를 끝장내지 못하는 말리 군대의 무능함을 비판한다. 하지만 말리 군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2012년 3월 쿠데타로 지휘·명령 체계가 무너졌고 상관에 대한 하극상이 만연하고 있다. 그린베레(보병)와 레드베레(공수부대) 간 갈등도 문제다. 9개월이나 지났지만 말리 군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셈이다. 사나고도 사석에서 인정하는 바다. 말리군의 동원 가능 인원은 1만 명을 헤아리지만 그중에서 제대로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인원은 5천 명, 싸울 의지가 있는 인원은 2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모집될 것이다. 도시에서는 씩씩하고 의욕에 넘치는 젊은이들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막 전투 경험이 풍부한 4천 병력의 북부 반군 세력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다. 북부를 장악한 조직으로는, 전국 아사와드해방운동(MNLA)의 투아레그 분리주의자, AQMI,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MUJAO) 등 지하드 조직들이 있다.

병원과 약국마저 파괴한 이슬라미스트

유럽의 전문가들은 말리군 병력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최소 6~8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우기가 끝나는 2013년 9월쯤에야 공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우선은 도시 탈환에 나설 것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암약하는' 산간 지역을 공습할 수도 있다. 전격적으로 작전을 펼치면 도시 한두 곳을 접수할 수 있겠지만, 후방을 방어하고 지속적으로 힘의 우세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대치 중일 때는 사기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을 상대로 싸울 의지나 능력이 있을까?"라고 묻는다. 2012년 1~4월 MNLA와 안사르 딘이 지하드의 의례에 따라 아겔로크 주둔군 병사들을 집단 참수하자 겁먹은 남부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흩어져버린 전례가 있다.

2012년 1월 MNLA가 북부 도시를 공격한 이후- 20년 사이 세 번째- 말리 정부와 투아레그 소수민족 사이에 맺어진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말리 정부가 너무 양보하는 바람에 광범위한 지역이 비무장지대로 남게 되었다는 게 이유다. 이 지역에서는 온갖 밀매가 성행하는 '회색지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지하드 단체들에는 지배력을 확장하기 위한 좋은 발판이 되고 있다. 한 기자는 "제 나라 영토에서조차 활동의 제한을 받는 군대는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의 정치권과 여론은 이른바 '북부병'에 걸려 무기력과 분노 사이를 오갈 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 고위직을 거쳐 현재 서아프리카 유엔 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알제리 출신의 사이드 지니트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투아레그족이 지난 50년 동안 말리에서 소외돼왔다는 발언을 하도록 부추겨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실 1991년 1월 체결된 국민협약에 따라 아랍계·투아레그계 장교들을 포함한 3천 명의 병사들이 말리군에 편입됐다. 그러나 2012년 초 그중 상당수가 탈영했고 투아레그족 출신 의원들도 무기를 잡기 위해 의회를 떠났다.

남부 지역에서 MNLA는 공공의 적 제1호로 간주된다. 이들 때문에 급진주의 단체들이 준동하게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소수파 중의 소수파에 불과한 MNLA는 무기라고는 마이크뿐이고, 영토라고는 <프랑스24>(국제 방송 채널)의 스튜디오뿐이다"라고 혹평한다. 프랑스 대사관은 MNLA가 반복적으로 프랑스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와 부르키나파소가 중재 과정에서 북부 대도시 중 어떤 곳도 장악하지 못한 MNLA를 자꾸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현재 통북투는 AQMI, 가오는 MUJAO, 키달은 안사르 딘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

키달 주민 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아코리 아그 이크난 박사는 "군사작전으로 단번에 급진주의 세력에 반대하는 소규모 단체들마저 사라져버릴 것"을 염려한다. 그리고 "남부와 마찬가지로 분노한 북부 주민들이 투아레그족 사냥에 나설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오랫동안 북부 말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운 다문화 공존의 전통은 이미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공공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크난 박사도 바마코에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북부의 다른 의원, 공무원,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수도로 피신한 군담 시장 우무 살 세크는 전화를 통해 최근의 현지 소식을 듣고 있다. 퉁북투로 향하는 전략적 입지에 위치한, 인구 1만6천 명의 도시 군담은 최근 약탈을 당했다. 약탈자들은 문과 창문을 부수고 물건들을 훔쳐갔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병원과 약국까지 파괴했으며, 여성들이 일구던 채소밭을 뒤엎고 모터펌프를 들고 가버렸다." 말리를 위한 연대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크는 여성들을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커튼 뒤에 숨어 물건을 팔도록 한 조치에 반대해 각목과 돌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난 사건을 소개했다. 접시 안테나는 '사악한' 방송을 포착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옷 길이 때문에, 술과 담배를 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도 있다. 불륜이나 절도를 범하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북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세계 의사단의 한 벨기에 간부는 무인정찰기가 날아다니는 사이로 정체불명의 비행기들이 날아와 키달이나 통북투 지역에 착륙한다고 전했다. 세크는 "정확히 모르지만 생필품, 무기, 마약 같은 것을 실어오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그것들이 카타르에서 온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3)

사헬을 화약고로 만든 NATO와 프랑스

ECOWAS의 중재자들은 바마코 과도정부가 시간을 지체했다고 비판한다. 그중 한 명은 "이제는 유럽이 앞장서고 아프리카가 뒤따르는 모양새가 아니다. 아프리카가 주도권을 쥐는 국제적인 군사작전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드라메는 "ECOWAS의 작전 계획은 말리 정부군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의 경험에 비춰 프랑스의 적극적인 개입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말리 애국단체협의회(COPAM)에서 활동하는 모하메드 타부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프랑스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리비아는 시작이었고, 다음 차례로 사헬 지역이 화약고가 되고 말았다.(4)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권좌에 앉히고 ECOWAS 병력을 불러들였다"고 비판했다.

높은 산과 사막으로 가득한 북부 지역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남부 출신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장비도 부족하다. ECOWAS의 투레는 "전쟁을 벌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12년 4~11월 지역 사령관 회담 11차례, 중재안보위원회 회의 4차례, 국가 정상회담이 7차례나 열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ECOWAS의 중재자로 나선 블레즈 콩파오레 부르키나파소 대통령과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알제리의 지지에 힘입어 투아레그가 주도하는 이슬람주의 세력과 말리 과도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말리의 국가적 단일성, 종교 중립성 등과 같은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협상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투레는 "말리는 분단되어서도 안 되고 샤리아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서도 안 된다. 마약 밀매인, 국제 테러리스트들과도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 필리프 레마리 Philippe Leymarie 언론인

번역 / 정기헌 guyheony@gmail.com

(1) Jacques Delcroze, ‘가물거리는 말리의 민주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9월호.
(2) <Jeune Afrique>, 파리, 2012년 12월 2일.
(3) 아랍에미리트는 이슬람 학교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12년 8월에는 도하에서 카타르 적신월사와 말리 적십자사가 협약을 맺었다. 카타르 특수부대는 2011년 리비아, 2012년 시리아에서 활동했다. 프랑스 군사정보국(DRM)에 따르면 안사르 딘에 카타르 특수부대의 교관들이 활동 중일 가능성이 있다.
(4) ‘사헬은 어떻게 화약고로 변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