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상
![]() | ||
<천사들의 도시> 크리스타 울프 |
현재 폴란드 영토에 속해 있는 프러시아에서 태어난 크리스타 울프는 소련의 붉은군대를 피해 독일을 탈출하던 사람들을 따라나선다. 울프는 가족과 함께 연합군이 통치하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해 여름 협정에 따라 소련군이 엘베강까지 진격했다. "소련군은 내가 자란 동독 지역을 다스렸다. 나는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살았다." 그러나 사실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울프는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 정부에서 야당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울프의 저서로는 프랑스에서도 유명세를 탄 <카산드라>와 <메디아>가 있다. "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분쟁이 이 두 작품을 집필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천사들의 도시>는 1992~93년 저자가 로스앤젤레스에서 9개월간 머문 때 쓴 작품이다. 미국의 어느 기금으로부터 초대받은 울프는 193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온 어느 독일 여성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그녀를 찾아나서는 동안 나치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온 독일인들(예를 들어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는 독일인이 많이 이주해 '종려나무 아래의 바이마르공화국'이라 불렸다. 미국으로 이민 온 독일인들과 가족, 그리고 최근 사라진 동독이 소설 속에서 독일 등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팩스로 송신된 기사 내용으로 그려진다. 통일된 독일에서는 서독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조국의 운명을 꿈꾼 동독 출신의 지식인들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울프는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와 협력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 그렇다. 30여 년 전 울프는 슈타지 소속 사람들과 두세 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후 그는 이 일을 잊었다. 그러나 울프가 믿었던, 믿고 싶었던 동독은 사라졌다. "구석에서 대안 없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 바로 독일의 상황이다." 울프가 주변의 순응주의에 절망한 미국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정말 독일만의 상황일까?
글 / 프랑수아 부샤르도 François Bouchardeau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월터 베냐민, <사유 이미지>(Images de Pensée) 중 '탐색과 기억', Christian Bourgois, 파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