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우주발사체의 시대적 함의

르 디플로 에세이

2013-01-12     장영근

2012년은 마치 한반도에서 '우주클럽' 가입을 놓고 남북이 경쟁하는 형국의 해였다. 한국의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실패 끝에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3차 발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두 번의 발사 준비에서 문제가 계속 발견돼 발사를 2013년 초로 연기하고 말았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4월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조한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으나, 130여 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북한은 우리가 나로호 3차 발사를 연기한 틈을 타 지난해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1998년 이후 다섯 번째 발사 만에 위성을 일단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월까지 네 차례의 실패는 1~3단 엔진의 폭발이나 단(段) 분리의 결함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켓 탑재체인 광명성 3호 위성은 현재 근지점 500km, 원지점 580km의 타원 궤도에서 선회 중이다. 원래 목표 궤도는 500km의 태양 동기 궤도였지만 아직 은하 3호 로켓은 궤도 진입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은 타원 궤도에서 돌고 있지만 현재까지 위성과의 교신을 포함한 영상촬영 등의 임무 수행은 정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이번 은하 3호 발사 성공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나로호 발사를 시도한 우리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사건이었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를 추진하면서 세계 9번째 우주클럽 가입을 떠들었지만 실패하면서 바로 이란이 9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2010년 2차 발사와 지난해 3차 발사를 추진하면서 다시 10번째 우주클럽 가입과 우주 강국의 지위를 자신했지만 이마저 북한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것이 우리가 나로호 3차 발사를 연기한 시점에 북한이 의도적으로 로켓 발사를 시도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의 로켓 개발 능력 부족과 비교되도록 자신의 우월한 로켓 능력을 여러 번 과시했다.

이 시점에서 남한과 북한이 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목적은 같지만, 우리의 나로호와 북한의 은하 3호는 태생부터 다르다. 은하 3호는 1단과 2단의 액체 로켓 엔진은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그대로 사용했다. 다만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초속도를 주기 위해 3단 로켓은 별도로 개발해 사용했다. 이번 은하 3호 발사 성공을 통해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를 검증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 나로호의 1단 로켓 엔진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순수하게 발사체 전용으로 개발된 앙가라 로켓이며, 2단 고체 로켓은 1990년대 순수과학 로켓 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이었다.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서로 가역적 관계에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상호 연계를 갖고 개발되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경제적 목적이나 로켓 시스템의 시험 검증을 위해 우주발사체로 전환해 발사하는 경우다. 러시아는 SS 시리즈로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우주발사체(로콧, 디네플, 코스모스, 소유스 등)로 전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상황이다. 중국은 초기 발사체 개발에서 상용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위성을 발사 용도로 시작해 현재 상용화로 확장시켰다. 북한은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으나, 중·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북한의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실질적 비행 시험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발사체로 전환해 로켓 추진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려고 했다.

두 번째는 평화적 용도의 우주발사체나 사운딩 로켓을 개발하고 이를 군사용 탄도미사일로 전환한 경우이다. 브라질의 MB·EE 시리즈 미사일은 손다(Sonda) 시리즈의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파키스탄의 하트프(Hatf)-1 미사일은 프랑스가 개발한 다우핀(Dauphin)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개발한 단거리(사거리 70~100km) 미사일이다.

세 번째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했으나 이를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로 전환하지 않거나,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우주발사체로 전환하지 않아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독립적으로 개발 운용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나로호(KSLV-I) 발사체가 전형적인 경우이다. 인도의 저궤도 및 정지궤도 위성발사체인 PSLV와 GSLV도 여기에 속하는 우주발사체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평화적 용도의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일본은 고체 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M-V 저궤도 위성발사체와 액체 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H-2A/B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로켓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정도의 추력이 있다. 또한 일본은 소행성 탐사 및 각종 비행체 근접, 랑데부 및 도킹시험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 기술인 지구 재돌입 기술(Re-entry Technology)을 획득 및 검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대다수 국가에서 우주 개발 목표로 국민 삶의 질 증진과 국가 경제에 대한 도움을 들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우주 기술을 국가안보에 전용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주 기술은 곧 군사 기술이다. 위성 기술은 우주무기 체계 기술로 전환되고 로켓을 사용하는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빌미로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표면화하고 있다.

북한의 은하 3호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지 우주발사체인지의 논란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북한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시험을 수행한다면 다른 나라와 정치·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 북한도 그런 게임은 원치 않을 것이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추진체 시험은 위성발사체 발사를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 위성 발사는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보편적 권리라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성능 시험을 위해서라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속내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우주 개발에서 고체 추진제 로켓 개발에 대한 제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불요불급하게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해 우주발사체를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술 수준과 경험을 보유하는 고체 로켓을 이용한 위성발사체 개발이 액체 추진제 발사체 개발보다 훨씬 손쉽다. 나로호 우주발사체 개발을 통해 액체 로켓에 대한 기술 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값비싼 교훈도 얻었다. 미국 처지에서는 고추력의 위성발사체용 고체 로켓 개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변환되어 사용됨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미사일 지침을 통한 고체 로켓 개발의 제한은 평화적 목적의 우주 개발에 여전히 장애 요소로 남아 있다.

올해 초 재발사하는 나로호의 경우 발사에 실패한다 해도 좌절할 이유는 없다.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물론 얻은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나로호 사업에 대한 평가는 후속 발사체의 독자적 개발을 위해 얼마나 실질적이고 효용성 있는 기술과 경험을 습득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나로호에 대한 논란보다는 발사체 개발의 국가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해 발전적 대안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확보했거나 개발 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선 우리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최근 일본, 중국과의 해양 주권과 영토 분쟁은 대북 억지력의 확보만이 우리나라 국가안보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민간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평화적 용도로 사용하고, 궁극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확보를 통해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동북아 환경에서 대북·대중·대일 억지력을 갖추어야 한다는뜻이다.

 

/ 장영근 미국 테네시대학 박사(항공우주공학).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국방광역감시 특화연구센터 센터장. 우주시스템 엔지니어링(위성 및 로켓공학), 로켓추진공학, 무인기시스템공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인공위성시스템> <21세기의 눈과 귀: 인공위성>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