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산업의 숨은 동맹군?
지난해 12월 14일, 자동 권총 2정으로 무장한 남자가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살해되었다. 2012년 미국에서 일어난 일곱 번째 총기난사 사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며 "총기규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발표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네시 주에서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5개 주 월마트에서 반자동 소총의 재고가 바닥났고, 강력한 로비 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에는 회원 10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총회원 430만 명).
지난 1월 16일, 오바마 대통령은 공격 무기의 금지와 탄창 용량을 제한하는 총기 규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뉴욕 증시에서 미국 총기 제조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스텀루거와 스미스앤드웨슨이 각각 5.6%, 6.5% 상승했다. 미국 대선이 있기 바로 전날, 스텀루거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파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총기산업계에 묻는다면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는 데 반대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바마 대통령을 찍을 것이다."(1)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산업계의 뜻하지 않는 '동맹군'이 돼버린 것이다. 총기 압수에 대한 두려움이 총기 판매를 부추겼고, 총기 규제에 대한 위협이 곧바로 총기 제조업체에 이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패러독스는 부분적으로 미국 수정헌법 제2조(1787년)를 교묘하게 이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총기 참사 후 전국이 감정적으로 격앙되면 총기옹호자들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든 시민에게 총기를 소유하고 소지할 권리를 부여했다." 어떤 정부도 그런 근본적인 자유를 제한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 건국의 아버지들이 왜 그런 조항을 헌법에 삽입한 것일까? 후손들이 사냥할 권리를 빼앗길까 걱정한 것일까? 국가가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할까 못 미더웠던 것일까?
비싼 대가 치르는 미국 총기 문화
외국 언론들은 종종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를 시대에 뒤떨어지고 괴상스러운 미국 사회의 일면으로 희화화한다. 총을 어깨에 메고 픽업트럭 옆에 서 있는 '레드넥'(미국 남부의 가난하고 무지한 백인 농부를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나, 자신이 직접 가족을 지키겠다고 총을 들고 있는 편집광적인 아버지와 연관시킨다. 그렇다면 무기 소유 권리는 미국인의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것인가. 프랑스 <RTL라디오>에서는 사회자 마르크 올리비에 포지엘이 "총이 미국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하자, 출연자로 나온 기자 클로드 아스콜로비치는 "총은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가 "미국인들은 아직도 자신이 영국인과 싸우고 있는 농사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미국에서 이런 피해망상에 젖어 있지 않는 사람들은 깨어 있는 동부의 지식인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18세기에 '깨어 있는 동부의 지식인들'이 생각해낸 것이라니! 그렇다면 무기 소유는 문화적인 것도 개인주의도 아니라 정치와 해방에 관계된 것이고, 오늘날에는 거의 잊힌 오래된 전통에 근거한 것이라는 건가? 실제로 여러 세기 동안 무기는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영국의 헨리 1세(1100~35) 시대에 주인이 노예를 해방시킬 때 노예에게 칼을 주었다. 흑인노예법(1685) 15조에 따르면, 노예들이 큰 막대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공격 무기도 소지하는 것을 금했다. 이를 어기면 무기를 압수한 후 채찍형에 처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든 시민에게 무기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한 이유는, 영국인들과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근본적이라고 생각한 권리인 탄압과 전제주의에 저항할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국가가 헌법이 정한 특권의 범위를 넘어서려 하면 저항하라는 것이다. 저항할 권리(폭력을 사용한 저항을 포함한)의 이론적 바탕을 마련한 것은 17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선구자들이었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저서 <통치론>에 이렇게 적었다. "국민은 정부의 중대한 실수, 정의롭지 못한 법에 저항이나 비난을 하지 않고 견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특권 남용, 부정, 기만이 오래 지속되면 국민에게 들키고 말 것이다. 국민은 누가 자신을 탄압하는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 놀랄 것도 없이 봉기할 것이다."
로크의 글은 수세기 동안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프랑스혁명 당시 막시밀리앙 프랑수아 마리 이지도르 드 로베스피에르는 "무기를 만들어 무장할 수 있도록 광장에 대장간을 세우자"고 촉구했다.(2) 한 세기 후에는 권위적인 루이 아돌프 티에르 정부가 "벨빌과 몽마르트르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파리 시민 소유의 227개 포를 압수하겠다"고 하자, 파리 시민들은 봉기하고 파리코뮌을 세웠다. 그때 나르본 출신의 한 혁명가는 이렇게 외쳤다. "무기를 들어라! 모든 시민은 무기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 무기는 시민이 가진 권리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저항의 수단이다." 1936년 스페인 공화파는 프랑코에 맞서 싸울 무기를 달라고 외국에 요청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는 파리 시민들이 무장할 방법을 찾았고, 쿠바 혁명 때도 그랬다.(3)
수정헌법 2조의 진정한 의미
'해방 무기'와 '저항할 권리'라는 두 전통은 국가와 공생 관계를 형성한 진보주의자들에 의해 폐기 처분되었는데,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그것을 휴지통에서 주워 들었다. 유일하게 그들만이 수정헌법 2조의 애초 정신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폭스뉴스>의 논설위원 앤드루 P. 나폴리타노는 열을 올리며 수정헌법 2조는 "사슴 쏠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독점하려는 압제자를 쏠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총기옹호론자들은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의 사도인 마틴 루서 킹 목사마저 끌어들였다. 수정헌법 2조의 열렬한 옹호자이며 '총기 감사의 날'(Gun Appreciation Day)을 주동한 래리 워드는 지난 1월 19일 열린 제1회 '총기 감사의 날'에 미국 <CNN>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기 감사의 날은 킹 목사의 유산을 기리는 날이다. 킹 목사가 아직 살아 있다면, 건국 때부터 미국 흑인이 무기를 소유할 권리를 가졌다면 노예제도가 우리 역사에서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 생각에 동의했을 것이다."(4) 미국총기협회의 종신 부회장인 웨인 라피에르는 아예 유럽의 유대인 학살을 들먹였다. "독일에서 총기를 규제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가 가능했다."(5)
그러니까 총기 거래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모르지만 노예제도 옹호주의자나 나치이고, 헌법이 폭정에 저항해서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부여했기 때문에 이 권리를 제한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잠재적인 폭군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은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시민들은 그동안 건국의 아버지들이 물려준 유산을 수호할 기회가 많았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미국 정부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불법 사찰을 했고,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도 없이 구금했으며, 자국민을 암살했다. 그리고 의회의 동의 없이 전쟁도 시작했다. 이는 수정헌법 4조, 5조, 6조, 8조에 위배된다.(6) 하지만 미국에 있는 2억7천만 정의 총기 중 한 자루라도 들고 헌법을 존중하라고 소리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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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작가.
번역•임명주 myjooim@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점령하라> 등이 있다.
(1) Joshua Green, ‘총기산업은 왜 오바마를 아무도 모르게 좋아하는가’(Why the gun industry secretly loves Obama),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뉴욕, 2011년 9월 1일자.
(2) 막시밀리앙 프랑수아 마리 이지도르 드 로베스피에르의 자유와 평등의 친구 소사이어티 연설. 1793년 5월 3일.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선집>, 로베스피에르 연구학회- 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 9권, 파리, 1957.
(3)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무장한 인민’, <파티잔> 1961년 11~12월호, www.monde-diplomatique.fr/48714.
(4) <뉴욕타임스>(2013년 1월 11일자) ‘혁명의 언어’에서 찰스 M. 블로가 인용.
(5) Wayne LaPierre, <총, 범죄, 자유>(Guns, Crime and Freedom), 리저너리 퍼블리싱, 워싱턴 DC, 1994.
(6) Conor Friedersdorf, ‘보수주의자들의 이상한 우선 순위: 수정헌법 2조에 대한 해결책을 준비하다’(The strangest conservative priority: prepping a ‘2nd amendment solution’) <애틀랜틱>, 워싱턴DC, 2013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