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인터넷 관리자인가?

2013-02-08     댄 실러

프랑스 통신사 프리모바일이 구글 소유의 유튜브 동영상 사이트가 과도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비난했다. 보복 조치로 프리모바일 쪽이 구글의 광고를 차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프리모바일이 훼손한 ‘망 중립성’은 지난해 12월 두바이 세계회의에서 논의된 의제 중 하나다. 두바이 회의에서 큰 이슈는 미국의 전세계 인터넷 관리 문제였다.

사업자 간 통상 계약에 제한돼 있던 인터넷의 지정학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2년 12월 3∼1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가 발단이 되었다.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193개 회원국 정부 대표단은 관련 기업인들과 함께 유·무선 통신 활성화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회의는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네트워크의 결정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는 중요한 자리였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인터넷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수십 년 전부터 여러 형태의 통신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ITU에 컴퓨터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가 주요 논점이었다.

미국의 단호한 반대로 새 협약에는 ITU에 이른바 최소한의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 역할 부여도 거부됐다. 하지만 회원국 대다수는 "인터넷과 관련된 국제 기술 및 발전, 공공정책 문제에 대해 회원국들이 각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 부속문서에 동의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보도처럼(1) 비록 상징적 수준이더라도 국제적 관리·감독에 대한 논의 자체에 미국 대표단은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며 결의안 서명을 거부한 채 회의장을 떠났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 인도, 케냐, 콜롬비아, 캐나다, 영국 등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회의 참가국의 3분의 2가 넘는 총 89개국이 결의안에 서명했고, 나머지 국가들도 추후 서명할 것으로 본다.

미국, 인터넷 빅브러더

모호해 보이는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를 명확히 밝히려면 이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짙은 수사학의 안개부터 걷어내야 한다. 몇 달 전부터 서구권 미디어들은 자유를 수호하는 개방적인 인터넷 지지 국가들과 전제주의 체제로 대표되는 인터넷 검열 국가들(러시아, 이란, 중국 등) 간의 역사적인 격전지처럼 두바이 세계회의를 묘사했다. 토론이 이원론적 대립으로 치닫자 이탈리아 텔레콤 사장이자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대표인 프랑코 베르나베는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2)

표현의 자유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살고 있든 간에 우리는 어느 정도 개방된 인터넷이 침해받거나 조작되거나 감시받지 않을까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검열기관이나 이란, 중국의 '전자 만리장성'만이 위협 요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국가안보국(NSA)의 도청센터가 미국의 케이블과 위성을 통과하는 모든 전기통신을 감시하고 있다. 또한 유타사막의 블러프데일에는 현재 세계 최대의 사이버감시센터를 건설 중이다.(3)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은 인터넷이라는 감시 장치를 통해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네티즌들의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다.

1970년대부터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하나로 자리잡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은(4) 냉전과 탈식민지 시대에 민주해방의 앞길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오늘날에도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매력적인 말로 절대적인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구글 경영진들이 두바이 회의가 열리기 전 지겹도록 강조했던 '인터넷 자유'와 '접속의 자유' 같은 표현도 '자유로운 흐름'의 현대식 버전이다.

두바이에서 벌어진 논쟁은 다양하고 중첩되는 쟁점을 아우른다. 특히 구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버라이존·도이체텔레콤·오랑주처럼 대량의 데이터 스트림을 전송하는 대형 통신사 간의 거래가 주요 문제였다. 이는 상업적 면뿐만 아니라 망 중립성, 즉 소스와 수신인, 콘텐츠와 무관하게 웹상에서 모든 교류를 평등하게 취급해야 하는 기본 원칙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부터 구글 광고를 차단시켜 구글의 광고 수입 전략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 프리모바일의 자비에 니엘 사장의 결정은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콘텐츠 제공 업체가 통신사에 이용 대가를 지급하라는 선전포고는 네티즌의 자유 보장에 필수적인 망 중립성에 심각한 결과를 미칠 수 있다.

미국 중심 세계화의 도구

두바이 세계회의에서는 '초국가적인 자본주의 경제에서 지속적인 인터넷 통합을 관리할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가'(5)라는 전혀 다른 문제를 둘러싸고도 충돌이 벌어졌다. 지금까지는 미국 정부가 이 권한을 쥐고 있었다. 전세계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미국은 인터넷 관리 역할을 제도화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운영 시스템을 통해 도메인 네임(.com)과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네트워크 ID를 변별력 있으면서도 일관되게 할당했다. 결국 할당할 수 있는 특권은 제도적 권한을 기반으로 전세계 인터넷으로 그 영향력이 확장됐다. 미국은 더 나아가 인터넷할당번호관리기관(IANA)을 설립해 인터넷 주소 자원의 관리를 맡겼다. 미국 상무부와 계약 관계인 IANA는 '인터넷의 기능적 안전성 확보'를 담당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라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설 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인터넷 기술표준은 또 다른 비영리단체 인터넷소사이어티(ISOC) 산하의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와 인터넷아키텍처위원회(IAB)에 의해 개발된다. 그 구성과 재정 지원을 고려하면 이 기관들이 사용자의 요구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따를 것이 뻔하다.(6)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웹사이트는 케냐나 멕시코는 물론이고 러시아나 중국의 자본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미국이 개발한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미국에 대한 망 의존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인터넷 관리 구조의 불균형으로 미국은 사이버공간에서 상업·군사적 패권을 보장받는 한편,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시스템을 규제·차단·완화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된다. 다양한 기술적·법적 조치를 통해 각국이 자국 인터넷에 통치권을 일부 행사하고는 있지만 미국이라는 '세계 헌병'의 감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밀턴 뮐러 교수의 지적처럼 "인터넷은 미국의 일방적인 세계화 정책을 위한 일종의 도구"다.(7)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미국은 인터넷 발전의 중심에서 사적 소유의 논리를 전파할 수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비교적 독립적인 ICANN은 등록 브랜드 소유권자들에게 전세계적으로 유효한 도메인 네임이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ICANN 산하의 비영리기관들이 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코카콜라나 프록터앤드갬블 같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ICANN은 계약법을 내세워 '.org'나 '.info' 같은 최상위 도메인을 관리하는 기관들에 ICANN의 규정을 강제했다. 러시아나 중국, 한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응용프로그램 제공 업체가 국내 시장을 관리하고 있더라도 아마존과 페이팔, 애플 등 수익성 높고 전략적인 초국가적 인터넷 서비스는 미국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미국 자본으로 세워진 요새다.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종속적 지위에 대해 수많은 나라들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왔다. 미국이 권한을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음을 시사하는 여러 징후가 드러나자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팽팽한 긴장감은 결국 일련의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져 2003∼2005년 제네바와 튀니지에서 ITU의 주최하에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가 열렸다.

저항은 시작됐다

발언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국가들에 두 번의 정상회의를 통해 토론회가 마련되고 이때부터 두바이에서의 충돌이 예고됐다. ICANN의 정부자문위원회(GAC)에 모인 30여 개국 대표는 ICANN의 특권 일부를 공유하자고 ICANN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자문위원회의 지위가 기업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은 금세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는 평등주의도 다원주의도 지향하지 않고, 미 행정부는 이 독점권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중심의 단극 시대 종말과 2009년 세계경제 위기를 통해 사이버공간의 정치·경제학을 둘러싸고 국가 간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네트워크 관리의 공조 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렛점을 모색하고 있다. 2010∼2011년 IANA와 미 상무부 간 계약 갱신이 진행될 시점에 많은 나라가 직접 미 정부에 이를 요청했다. 케냐 정부는 도메인 네임과 IP 주소를 관리하는 상부 구조만의 계약을 세계화해 미국 감독 체제에서 다자간 협력 체제로 이행할 것을 제안했다. 인도와 멕시코, 이집트, 중국도 동일한 의견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인터넷 자유'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반발을 잠식시켰다. 몇몇 이견을 가진 국가들을 다시 품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로비 활동도 벌였을 것이다. 두바이 회의장에서의 반전이 그 증거다. 인도와 케냐가 슬그머니 조약 서명을 거부한 미국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미국 정부기관들과 구글 같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자본은 아마 미국의 중추적 위치를 강화하고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적 일방주의'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두바이 회의라는 디지털 전쟁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대패를 거두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의 평가는 의미심장하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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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실러 Dan Schiller 미국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문헌정보학과 교수.

번역배영미 petite0222@hot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
 

(1) Eric Pfanner, ‘Message, if murky, from U.S. to world’, <뉴욕타임스>, 2012년 12월 15일.
(2) Rachel Sanderson, Daniel Thomas, ‘US under fire after telecoms treaty talks fail’, <파이낸셜타임스>, 런던, 2012년 12월 17일.
(3) James Bamford, ‘The NSA Is Building The Country’s Biggest Spy Center’, <와이어드>, 샌프란시스코, 2012년 4월.
(4) Herbert I. Schiller,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과 세계 지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75년 9월호.
(5) Dwayne Winseck, ‘Big new global threat to the Internet or paper tiger: the ITU and global Internet regulation’, dwmw.wordpress.com, 2012년 6월 10일.
(6) Harold Kwalwasser, <Internet Governance>, 21장 Cyberpower and National Security, 국방대학교 신문- 포토맥 신문, 워싱턴-덜레스(버지니아주), 2009.
(7) Milton L. Mueller, <Networks and States: The Global Politics of Internet Governance>, MIT Press,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주), 2010.
(8) L. Gordon Crovitz, ‘America’s First Big Digital Defeat’,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2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