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자본주의’ 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2013-02-08     질베르 아슈카르

카이라트 샤티르는 무슬림형제단의 서열 2위로, 무슬림형제단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진영의 대표주자에 해당한다. 무슬림형제단 최고의 재력가인 하산 말렉은 처음엔 샤티르와 손잡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아들과 함께 섬유·가구·무역 분야의 기업 집단을 이끌고 있으며, 고용된 직원 수는 400명이 넘는다. 두 사람은 무슬림형제단이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화신이다. 기업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무슬림형제단이 무하마드 무바라크 정권하에서 발달된 자본주의보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더 부합하는 경제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그린 말렉의 초상화에는 '무슬림형제단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 듯하다. 마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고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고쳐쓴 모양새다. 이 잡지의 설명에 따르면, 말렉가(家)는 "아랍권에서 점점 뜨고 있는 종교 보수주의 세대에 속한다. 종교적 신앙심에 따라, 이들은 사업과 정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것을 결의한다. 말렉 자신도 "내 인생에서 일과 가족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말렉 같은 이슬람주의자들은 이집트 같은 국가에서 제정분리를 하는 것에 크게 반기를 든다. 이는 그들의 보수적 성향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의 직업윤리와 의지, 그에 상응하는 게으름을 죄악으로 금기시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던 사메 엘바키는 "무슬림형제단이 지닌 경제적 관점에 대해 굳이 고전적 방식으로 정의해본다면, 그 요체는 바로 '극단적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1)

정경유착이 문제의 핵심

'극단적 자본주의'는 이집트 헌법 초안 작성을 위해 제헌의회에 참여한 경제 전문가 위원단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참고로 자유주의 및 좌파 성향의 야당은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스트가 주도한 제헌의회의 헌법 초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업가인 타레크 엘데수키는 누르당(살라피스트 정당) 소속 의원으로, 새롭게 구성된 국회 경제위원회를 이끌고 있으며, 이집트 내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과 생길 수 있는 잠재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을 맡고 있다. 80살의 후세인 하메드 하산은 이슬람 금융권 전문가로서 국제이슬람은행, 두바이이슬람은행, 알샤르자 국영 이슬람은행, 국제이슬람은행연합 등에서 행정직을 맡았다. 마아베드 알리 엘가리는 국제이슬람경제학협회를 주재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이슬람은행과 두바이 증권거래소에서도 고위직을 맡고 있다. 이브라힘 엘아라비는 무슬림형제단과 가까운 사업가로, 카이로 상공회의소 회원이다. 후세인 엘콰자즈는 비즈니스 관련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였던 카이라트 샤티르와 친한 친구 사이다.(2) 무슬림형제단의 제안으로 구성된 제헌의회 소속 의원 100명 가운데 노동자 대표자는 3명밖에 없다."(3)

과거 무슬림형제단 소속으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 응한 엘바키의 지적이 꽤 적절했는데, 그에 따르면, 문제는 무슬림형제단이 무바라크 시대의 자본주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과연 여기에서 드러난 안 좋은 부분과 단절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바라크 정권의 특징인 정실 자본주의가 말렉이나 샤티르를 위시한 친(親)기업형 지도자들과 더불어 변화하게 될 것인지 여부다. 전통적으로 무슬림형제단이 빈곤층의 어깨에서 짐을 덜어주려 한 건 사실이지만, 엘바키는 "노동자와 농민이 이 새로운 사업가 계층 때문에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무바라크 정당과 마찬가지로 현재 무슬림형제단이 지닌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정경유착이다."(4)

이제 무슬림형제단이 자본주의를 실시하는 데 주된 장애물은 제거된 상태다. 무바라크 정권에서 있었던 억압적 측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인 연합 '이집트상공업발전협회'를 조직해 터키의 선례를 따르려고 한다.(5)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개발정의당처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 역시 모든 구성원을 동원해 자본주의의 이점을 구현하려고 한다. 이전 정권과 손잡았던 사람들 대다수도 열외로 빠지지 않았다. 이들 또한 어쩔 수 없이 무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것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중국 순방길에 대동했던 기업인 대표단 80명의 구성만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서방 지도자들처럼 자국의 세일즈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싶었던 무르시 대통령은 과거 무바라크 정권과 손잡은 수많은 기업인들을 자신의 순방길에 동참시켰다. 그중엔 모하메드 파리드 카미스 오리엔탈 위버스 사장도 있었다. 세계 최대의 공장식 카펫 생산 업체인 이 기업의 총수인 카미스 회장은 무바라크 대통령 시절 여당인 국민민주당의 정책 사무국에 있었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의원직도 맡았다. 국민민주당 정책 사무국 소속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 무바라크의 측근으로 알려진 셰리프 엘가발리 역시 대표단에 동참했다. 그는 화학비료 전문 기업 폴리서브의 사장이자, 이집트 산업 및 기업인 연합 이사회 임원이기도 하다.(6)

이집트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에게 중국 순방의 가장 큰 목표는 이집트의 수출을 늘려 70억 달러에 달하는 대(對)중국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었다. 또한 중국 기업인들의 대이집트 투자를 늘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물론 이렇다 할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무르시 대통령 사이의 공통점은 걸프협력협의회(GCC) 국가들의 자본에 의존하려는 성향에서 나타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대신해 카타르가 새 정부의 최대 출자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무슬림형제단과 걸프협력협의회 의장국인 카타르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7) 카타르는 카이로에 20억 달러를 빌려주었고 석유화학 및 산업, 관광, 금융 분야 및 이집트 은행들의 구제에 5년간 18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게다가 무르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관 공여 조건인 재정 긴축 정책에 따를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며 IMF에 48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신청했다.

이런 낌새는 이미 2011년 5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IMF가 구제금융 대비 지역을 언급한 의견서에서도 나타난다. "매년 이집트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인력은 70만 명 가까이 된다. 시장에서 이 인력을 흡수하고, 또 현재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려면 더 역동적인 경제 상황이 요구된다. 이에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고, 총선거로 선출돼 올해 집권에 들어갈 현 정부도 과감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주된 개혁안에는 경쟁력 강화가 포함되며, 이를 통해 시장은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개방돼야 한다.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소규모 기업들을 지원해줘야 한다. 아울러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보조금 지급에 따른 예산 낭비를 줄여 예산 적자를 낮추도록 한다. (중략) 몇 년 동안은 민간 부문을 포함해 외부 재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8)

하지만 채무 부담이 이미 정부 예산 지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신규 차관은 국가 부채 규모를 더 늘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집트는 예산 지출이 재정수입의 35%를 상회한다. 신자유주의 논리를 유지하면서 채무를 늘려가겠다는 건 곧 정부가 공무원 급여를 삭감하고, 영세민 보조금 및 연금 지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무르시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 대표단에게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과감히 혹독한 구조조정 개혁을 실시하겠노라고 약속했다.(9) 이런 정부 방침을 미뤄보면, 앞으로 사회운동이나 노동자 투쟁에 대해 정부의 탄압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민중봉기로 쟁취한 노조의 자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새 정부와, 아울러 노조원들의 해고가 늘어나는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르시 대통령과 그 정부 및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를 경제적·사회적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집트의 사회경제학적 환경에서 신자유주의식 처방전은 저성장과 대외 의존도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이 나라를 구해낼 수 없다. 반대로 이는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집트가 민중봉기에 따라 사회적·정치적으로 불안해진 만큼, 민간투자를 기반으로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관점은 그만큼 사람들의 반대를 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은 카타르가 공공투자의 부족분을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순진한 믿음을 갖게 마련이다.

무바라크 시절부터 가난한 자들은 '민중의 아편'이라던 종교에 결부된 자비심에 기대어 살아가야 했다. 수십 년 전부터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웠던 '이슬람이 곧 해법'이라는 슬로건 뒤로, 저들은 기존 정권과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정책을 구상할 수 없다는 무능력을 은폐하고 있다. 이제는 진실이 밝혀질 때가 왔다. 칼레드 흐룹은 이렇게 강조한다. "'이슬람이 곧 해법'이라는 슬로건과 종교를 내세우는 화법은 국민 의식의 실험실 속에서 공개적인 실험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 실험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며, 여기에 한 세대가 다 소비될 수도 있다. 아랍권 국민은 이런 역사적 시기를 거쳐야만 비로소 그 의식이 정체성에 대한 집착에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현실의 인식으로 서서히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에야 사람들과 여론은 공상적 슬로건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던 것에서 벗어나 현실과 부딪힐 수 있고, 저들이 제시하는 실질적 계획안에 따라 정당 및 운동을 평가할 수 있다."(10)

"억압을 겪어야 눈을 뜰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현재 '민중의 아편'을 팔던 이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저들이 내건 공약의 최면 효과는 현저히 감소됐다. 특히 이란의 이슬람 정권과 달리, 저들은 석유 자원이라는 막강한 구원 수단이 없다. 국민의 합의나 체념을 사들일 수 있게 해주는 석유라는 자원이 없다. 25년쯤 전에 프랑스 사회학자 막심 로댕송은 다음과 같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슬람 보수주의는 한시적이고 과도기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더라도) 30년 혹은 50년 정도는 지속될 수 있다. 이들이 권력을 잡지 않는다면 이 기본적인 좌절감이 있는 한, 즉 사람들에게 열성을 다하도록 부추기는 불만족감이 존재하는 한, 이들은 이상적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로부터 환멸을 느끼려면 오랜 기간 교권주의의 경험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여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무슬림 보수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시기도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만일 이런 이슬람 보수 정권이 민족주의 차원에서의 시각을 포함해 눈에 띄는 실패에 직면했을 경우, 그리고 엄연한 전제주의로 치달았을 경우, 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실책을 규탄하는 대안책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안책은 사람들이 믿고 환호할 수 있어야 하며, 대중 동원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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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 아슈카르 Gilbert Achcar 영국 런던대학 부설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교수국내에 출간된 역서로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사계절·2002)가 있다. 이 기사는 저서 <Le Peuple veut: une exploration radicale du soulèvement arabe>(Actes Sud/Sindbad·Arles·2012)의 내용 중에서 발췌했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1) ‘The economic vision of Egypt’s Muslim Brotherhood millionaires’, <Bloomberg Businessweek>, New York, 2012년 4월 19일.
(2) 카이라트 샤티르는 지난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 쪽이 1차로 내세운 후보였다. 그의 후보직이 거부되자 무함마드 무르시로 교체됐다.
(3) ‘One sure thing: a pro-market Egyptian Constitution’, <Ahram Online>, Cairo, 2012년 4월 4일.
(4) ‘The economic vision of Egypt’s Muslim Brotherhood millionaires’, op. cit.
(5) Cf. ‘Senior Brotherhood member launches Egyptian business association’, <Egypt Independent>, Cairo, 2012년 3월 26일.
(6) ‘Mubarak era tycoons join Egypt President in China ‘, <Ahram Online>, 2012년 8월 28일.
(7) Alain Gresh, ‘권력의 무대에 오른 이슬람주의자들’(Les islamistes à l’épreuve du pouvoi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1월호 참조.
(8) ‘Economic Transformation in MENA: Delivering on the Promise of Shared Prosperity’, 2011년 5월 27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의견서, www.imf.org.
(9) Cf. ‘Egypt vows structural reforms, meets US executives’, <Associated Press>, 2012년 9월 9일.
(10) Khaled Hroub, <혁명 예찬: 강과 늪지의 싸움>(Fi Madih al-Thawra: al-Nahr dud al-Mustanqa), Dar al-Saqi, Beyrouth, p.119, 2012.
(11) ‘막심 로댕송: 이슬람 보수주의에 관하여-질베르 아슈카르의 독점 인터뷰’(Maxime Rodinson: sur l’intégrisme islamique-Entretien inédit réalisé par Gilbert Achcar’, <Mouvements> 제36호, Paris, 2004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