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아틀란틱'의 증언

노예와 노예제도, 그 비인간적 태생에 대한 증언

2009-03-02     편집자

서 평

'검은 아틀란틱'의 증언
노예와 노예제도, 그 비인간적 태생에 대한 증언

<내 진실한 이야기>
올라우다 에키아노 지음

 1789년 런던에서 첫 출간된 <내 진실한 이야기>는 흑인 노예에 관한 참고 자료가 되었고 급기야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1세기 이상 동안 다시 잊혀졌다. 올라우다 에키아노가 집필한 자서전 형식의 이 책은 레진 엠푸무-아서가 새로 번역하기도 했다. 주석과 소개글로 가득한 이 책은 '검은' 아틀란틱, 즉, 강제로 아메리카인이 된 아프리카인들의 사조를 알려준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가 된 자유인 아프리카인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에키아노는 이 책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강제로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끌려 간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정확히 계몽의 시기가 끝날 때 삼각무역 폐지론자와 삼각무역 지지자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나이제리아에 해당하는 지역의 동남쪽에 있는 마을 에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노예가 되어 여기 저기 팔려갔으며,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 새로운 이름을 갖고 읽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는 스물두 살에 책 40권을  썼고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맛보았으며 런던에 정착해 유명 인사가 되었다.
 저서 <내 진실한 이야기>의 결론에서 에키아노는 노예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아프리카를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아프리카는 성장하여 영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무한정 무역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따라서 완전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인간을 존중하는 휴머니스트적인 이유를 따져 봤을 때 당연히 노예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어쨌든 노예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논리를 내세워 풀어가는 점이 매우 놀랍다.

 

 <어느 노예 사냥꾼의 일기>
프란시스코 에스테베즈 지음

 1837년과 1842년 사이의 쿠바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노예 사냥꾼의 일기>에서 저자 프란시스코 에스테베즈는 미국의 운명을 주도하는 자본의 논리, 즉, 자본주의 모델과 연결되는 발길질과 주먹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원고는 1982년에 스페인어로 출간되었으며 안느-마리 브레노 교수가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이는 노예 사냥꾼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이번에 독자들은 노예의 시선이 아닌 노예 사냥꾼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의 취지는 서문에 분명히 나와 있다. 바로 '탈주 노예들의 몰살'이다. 노예 사냥꾼의 입장에서 탈주 노예들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괘씸한 아프리카인들이었던 것이다.
 프란시스코 에스테베즈의 <어느 노예 사냥꾼의 일기>는 올라우다 에키아노의 <내 진실한 이야기>보다 문학적이지는 않지만 노예 사냥꾼이 저지른 잔인한 만행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어느 노예 사냥꾼의 일기>를 통해서 노예 사냥꾼이나 노예와 같은 비인간적인 관계가 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탈주한 노예들은 자유를 얻긴 했으나 그 후손들은 여전히 게토와 교외에 몰려 살며 어렵게 살고 있다.

 

역사적 배경과 개인적 애환의 '오버랩'

 

<새 장 속의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안다>
 <내가 흑인인 한>
마야 안젤루 지음

 

 1928년생 마야 안젤루는 여류 시인 겸 작가이자 여배우이며, 미국 흑인 투쟁가다. 마야 안젤루는 잠시 잊고 있었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되살려 1969년에 자서전 <새 장 속의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안다>를 발표했다. 이 책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어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서 마야 안젤루는 기억을 되살려 다른 자서전 다섯 권도 내놓게 된다. 마야 안젤루가 검은 대륙과 미국의 역사를 특별히 다룬 자서전 두 권이 마침내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새 장 속의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안다>는 아주 어린 나이에 순진했던 어린 시기와 이별하게 된 저자의 어린 소녀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세 살 때 헤어진 부모님으로 인해 아칸소주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고 나중에는 미주리호에 사는 어머니 집으로 다시 보내졌다. 하지만 저자는 여덟 살 때 성폭행을 당해 오랫동안 실어증에 걸렸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이처럼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저자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던 이야기와 폭력을 불러온 인종차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결말은 열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저자의 이야기로 끝난다.  
 두 번째 책 <내가 흑인인 한>은 1957년에서 1962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데 인생을 보낸 저자 마야 안젤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소년 시절에 저자는 캬바레 가수, 댄서, 작가, 배우, 투쟁가, 기자, 여성, 어머니, 아내로서의 다양한 삶을 살았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이집트에서 가나까지 무대를 옮겨가며 살아간다. 저자는 뉴욕에서 제임스 볼드윈의 격려에 힘입어 글을 쓰게 된다. 저자는 할렘의 작가 공동조합에 들어갔고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민권 운동과 연관되게 된다.
 <내가 흑인인 한>에는 역사적인 사건과 저자가 만나거나 교류하던 유명 인사들, 즉, 빌리 홀리데이, 애비 링컨, 마틴 루터 킹이 등장하며 파트리스 루뭄바 콩고 총리가 암살된 이후 할렘에서 불던 혁명의 기운, 당시 저자가 말콤 엑스와 한 인터뷰 이야기가 나온다.
 시대적으로는 어수선하던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 저자는 부숨지 마크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반식민지 투쟁에 몸을 담고 있던 망명가였다. 두 사람은 이집트에 정착했고 그 곳에서 마야 안젤루는 잠시 <아랍 옵저버> 신문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1962년 남편과 헤어진 저자는 가나에 가서 살게 되었으나, 인종차별 분위기 속에서 숨죽이며 아들을 길렀다.    
 저자가 존엄성과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새 장 속의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안다>와 <내가 흑인인 한>, 이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파란만장한 저자의 인생길을 따라갈 수 있다. 저자의 감성과 문체 덕분에 이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가슴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가슴을 울리지만 과장이 없는 문체, 일정한 리듬,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이야기가 이 두 권의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역사적인 배경과 개인적인 이야기가 적절하게 어울려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저자 마야 안젤루는 미화도 하지 않고 어두운 면을 숨기지도 않으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미니즘편
  <블랙 페미니즘>, 엘자 도린 지음
 1975년에서 2000년까지 출간된 미국 흑인 여성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인 흑인 여성들이 직장에서 사적으로 겪은 경험을 들려주며 이론적인 고찰로 이끌어준다.
 피부색과 사회 및 경제적인 처지 때문에 겪은 다양한 성차별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며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위해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서문에서도 나왔지만 이 책은 프랑스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주의와 여성차별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과 교외의 성차별에 대해 토론이 벌어진 지 몇 년이 지났기에 이 책은 더욱 흥미를 갖고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편
  <라이벌들>, 빌 에모트 지음
 다른 여러 저자들과 달리 빌 에모트는 아시아의 강국이 부상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서구에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자신에게 위험하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중국과 인도의 놀라운 경제발전,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강화되는 협력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며 이러한 두 요소 덕에 아시아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중국, 인도, 일본이 동시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적은 역사상 없었다. 현재 중국, 인도, 일본 사이의 경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경화되어 가고 있으며 중국은 권위주의적인 정부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며 인도는 분리주의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도 어렵다. 저자는 서구가 중국, 인도, 일본과의 관계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