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신중산층의 ‘마이애미 사재기’

2013-02-08     에마뉘엘 스틸스 외

루이스 이나시우 다 시우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집권하에 빈곤율이 감소하면서 3천만 명의 국민이 추가로 슈퍼마켓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브라질의 부유층은 그들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훨씬 더 먼 곳으로 가서 쇼핑을 한다.

텅 비어 있는 가방, 달러가 가득 들어 있는 호주머니. 이것이야말로 미국 마이애미에서 브라질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표시다. 여행사 전세버스를 타고 마이애미를 빙 둘러싸고 있는 대형 쇼핑몰에 온 브라질 사람들은 고급 기성복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옷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다. "여기서는 뭐든지 브라질보다 세 배 더 싸답니다." 브라질 레시페에서 여행 온 첫날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을 마친 차벨 마로운과 마리넬라 아마토 부부가 말했다.

북아메리카 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 와중에 투자자들이 브라질에 관심을 갖자 브라질 화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 가격이 사람들의 마음을 한층 더 끌어당겼다. 2003년 1월 1일 100달러 제품을 사려면 354헤알이 필요했지만, 2012년 5월에는 그 절반이 안 되는 175헤알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이 부부(남편은 변호사고 부인은 회계사다)의 쇼핑카트는 미국 상표가 박힌 쇼핑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들은 마이애미에 6일 머무를 동안 쇼핑하는 데만 2만 달러(약 1만5천 유로)를 쓸 계획이다. 고객의 85%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마이애미 비치의 록시탄 상점은 포르투갈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점원을 고용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브라질 방문자들이 2011년도 미국 경제에 기여한 액수를 85억 달러(약 64억 유로)로 추정한다. 같은 해 150만 명의 브라질 사람들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찾았다. 그들보다 더 많이 플로리다주를 찾은 관광객은 캐나다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마이애미에서는 브라질 사람들이 모든 부문에서 챔피언이다. 관관객 수도 더 많고, 돈도 더 많이 쓴다. 이 현상에 대해 그레이터 마이애미 컨벤션 소장이자 그랜드 마이애미 관광청 청장인 윌리엄 탈버트 3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건 굉장한 일입니다. 2010년 이후로 외국 관광객들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마이애미에서 쓰고 갑니다. 이같은 성장은 브라질의 중산층 덕분이지요."

그러나 윌리엄 탈버트 3세가 말하는 '중산층'은 사실 브라질 국민의 상위 30%를 차지하는 부유층에 속한다. 이들에게 마이애미 방문은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마이애미에 투자하려는 브라질 사람들을 위해 부동산사무소를 차린 브라질 출신 변호사 알렉산더 피케트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그건 어떤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느낍니다." 피케트 부동산의 거래량은 이런 변화에 힘입어 2010~2011년 두 배로 늘어났다. 점점 더 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헤알화(貨)의 화폐가치 상승 덕분에 부자가 되어 마이애미에 별장을 사들이고 있다. 마이애미에 있는 고급 아파트(1㎡당) 값은 브라질의 코파카바나나 상파울루에 있는 같은 고급 아파트 값의 절반도 안 된다. 브라질 사람들이 2009년 최저점에 도달한 마이애미의 부동산 경기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미국 전국부동산협회에 따르면, 플로리다에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 중 브라질 사람은 2010년 3%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8%로 늘어났다. 이는 캐나다 사람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그렇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세를 놓기 위해 값싼 부동산을 찾는 반면, 브라질 사람들은 평균 20만 달러(약 15만 유로) 혹은 그 이상 나가는 호화로운 주택을 욕심낸다. 이 액수는 다른 외국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은 브라질 사람들의 비자 취득 요건을 변경했다. 사라 메르카도 리오 주재 미국 영사는 "(비자)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새 영사관 건물과 직원 보충, 좀더 수월해진 지불 방식 등 브라질 사람들이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유럽으로 떠나지 않도록 특별대우해주기 위한 조처들을 마련했다.

앨런 롱 리오 주재 상무관은 이렇게 말한다. "브라질은 세금이 너무 많아요."(1) 500달러 이상 되는 상품을 구입할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브라질 법을 내세우며,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 불법이 아니냐고 지적하면 공무원들은 아무 대답도 못한다. 메르카도 영사는 "사실 미국 세관이 마이애미발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의 짐을 검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브라질 세관원이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수많은 마이애미발 항공기들 때문에 그 일을 할 겨를이 없다. 브라질리아 세관 고위 공무원인 피터 토프테가 말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브라질 사람들은 2012년 외국에서 쇼핑 비용으로 210억 달러를 썼다(신용카드로 지불한 액수며, 체류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모든 수화물을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세관원들은 마이애미발 항공기의 전문가가 되었다. 상파울루에는 세관원 10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들 앞에는 이날 세 번째로 공항에 착륙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즈 항공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 350명이 있다. 500달러 이상 주고 산 물품을 신고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엄청난 할인율의 세일을 하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그 유명한 블랙프라이데이를 미국에서 보낸 뒤 돌아온 일부 브라질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벌금을 내야 했다. 나토스는 "우리는 탑승객들이 들고 오는 가방의 40%를 검사했고, 이들에게 대부분 벌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세관원들의 업무는 녹록지 않다. 승객들이 "이건 물건을 강탈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소리 지르며 격렬히 항의하기 때문이다.

어떤 가족(4인, 짐가방 12개, 컴퓨터 3대)은 2만 헤알(약 7200유로)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 온갖 종류의 마이애미 투어를 상품으로 내놓으며 '전문가가 여러분의 쇼핑을 도와드리기 위해 마이애미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쇼핑몰로 안내합니다'라고 쓴 팸플릿에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브라질 여행사들은 이런 세부 사항을 고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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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스틸스 & 안 비냐 Emmanuelle Steels & Anne Vigna 언론인

번역이재형

(1) 브라질 수입 관세: 의류·신발류 35%, 전자제품 2~16%(미국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