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프랑스 그랑우에스트 공항

-공항 건설 계획과 반대시위

2013-02-08     아녜스 시나이

2011년 가을부터 페이드루아르 지역의 노트르담데랑드 공항 계획에 대한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자들은 낭트시장 출신의 현 프랑스 총리 장마르크 에로가 주도하는 이 계획이 반환경적이며 구태의연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리케이드 근처에서 '자디스트'('지켜내야 할 구역'(ZAD)이나 '완전자유지역'이라고 다시 이름 붙인 '정비지연구역'을 점유한 사람)들이 아스팔트를 자르고 경찰차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단기와 곡괭이를 다루고 있다. 임시로 세워진 검문 초소들이 이곳을 소구역으로 나눠 감시하고 있다. 급히 만들어낸 초소는 꼭 지방도로에 세워진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보이고, "빈치(건설회사 이름)는 철수하라!"라고 쓰인 피켓이 보란 듯이 세워져 있다. 길을 따라 늘어선 피켓에 쓰인 슬로건들은 '상황주의'(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처럼 분리된 활동으로서 예술과 문화라는 범주를 대체해 그것을 일상적 삶의 부분으로 변형시키려는 운동)적 울림을 갖는다.

'친환경'위해 파괴되는 자연

'비행기들이 하늘을 훔친다!' '조급한 바보들이 되든지, 아니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든지…'. '미래의 케케묵은 유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나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데, 이 유토피아는 '에로포르'(Ayraultport·낭트 시장 출신으로서 현 프랑스 총리 장마르크 에로가 건설을 추진하는 공항)에 맞서는 자율적 반(反)모델이다. ZAD2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을 읽을 수 있다. "공항의 형태를 한 미래는 당연히 자연공원 형태를 띤 미래가 될 만하다. ##오직 아무 쓸모도 없고 아무 가치도 갖지 못하게 될 것만이 우리가 그것을 위해, 그것과 함께 싸우기를 즉시 요구한다."(1)##

옛날 옛적 낭트에서 북쪽으로 30km쯤 떨어진 페이드루아르 지역에는 그랑샹이라든가 에리크, 노트르담데랑드, 트레이에르, 비뉴 등 평화로운 마을들이 있었다. 1970년 5월의 어느 화창한 날 아침, 굵직한 신문기사 제목이 카페를 겸한 담배가게에서 신문을 사서 읽던 마을 주민들의 눈에 들어왔다. '루아르강 북쪽에 국제 화물공항을 건설함으로써 낭트와 생나제르를 잇는 도시권은 유럽의 하늘을 잇는 로테르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면서 이 계획의 목적이 조금씩 바뀌었다.

화물공항을 짓겠다는 얘기는 어느새 쏙 들어가고 현 낭트아틀랑티크 공항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랑우에스트(프랑스 북동부 지역을 가리킴)와 이 지역의 시장들은 현 공항이 앞으로 포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활주로를 새로 2개 건설해 항공기를 취항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빈치 건설회사가 제출한 설계도를 보면 각각 2700m와 2900m에 달하는 활주로가 건설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A380기(동체 전체가 2층 구조로 돼 있고 80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가 착륙하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다. 앞으로 수송량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공식적인 목표로 남아 있다. 즉 낭트아틀랑티크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원유가 인상에도 지금의 연간 400만 명에서 2065년까지 연간 900만 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을 반박하기 위해 현재 제시되는 마지막 근거는, 지금의 낭트아틀랑티크 공항 부지를 택지로 활용하면 낭트 도시권 남서부의 심각한 주택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빈치 건설회사는 두 차례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 BTP(Batiments et Travaux Publics·공공건설)의 거인은 미래 공항을 건설하게 될 뿐만 아니라 도시주택 택지도 조성하게 될 것이다.

2천ha에 달하는 농지를 수용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100km나 되는 나뭇가지 울타리가 뽑혀나가고 습지가 건조되며, 130ha 면적의 삼림이 훼손되고 식물상과 동물상이 파괴된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노트르담데랑드는 프랑스 최초의 친환경 공항으로 선언됐다. 이 프로젝트의 보도자료에는 이 공항이 "보카주(프랑스 서부 지방 특유의 나무로 둘러싸인 풍경)의 배경에 최대한 통합되도록 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여기서는 시설물과 설비가 대부분 태양에너지로 가동되고, 연료가 나무인 난방장치와 광전지판을 사용할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지수에 따라 계산되는 생물학적 다양성 보상 단위는, 그랑우에스트 빈치-에로포르공항(AGO)에 물 관련 법에 의해 보호를 받아온 습지(이 습지는 낭트 지역의 전통적 보카주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를 파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이다.

계엄령이 내려진 숲

우리는 마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잠입자>(잠입자와 과학자, 작가가 '구역'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에 나오는 잠입자처럼 '구역' 안으로 들어간다. 성역화된 구역 안으로, 과거와 미래의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구역의 중심은 개간될 로안랑드(Lande·프랑스 남서부 지방 특유의 황량한 지역)인데, 이 '개간'이라는 단어는 사실 공식적인 언어의 완곡한 표현에 불과하다. 그것이 1970년대에 이 공항이 건설되리라는 전망 아래 보존됐던 바로 그 이유로, 아직 손대지 않은 이 보카주 한가운데에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나무들이 싹 잘려나갈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의 다국적기업 빈치는 새로 들어설 공항의 건설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회사 자격으로 공식적으로 이 숲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ZAD '재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온 시위자 수천 명이 도와준 덕분에, 작은 나무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라샤테느레'라고 불리는 숲 한가운데의 공터에 단 몇 시간 만에 세워졌다. 프랑스 보안기동대(CRS)가 마을을 파괴하지 못하게 '공격적인 고양이들'과 연대하는 농부들이 트랙터를 끌고 나와 이 주변에 빙 둘러 세워놓고 사슬로 묶어놓음으로써 영구적인 방벽을 만들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노트르담데랑드 공항 건설 계획에 영향받는 주민들의 시·읍·면 간 시민협회'(ACIPA) 부회장이자 농민인 도미니크 프레노가 자디스트들이 사용하도록 내준 농업용 창고 ('바슈리')가 있던 곳에 통제탑이 세워져 있다. 옷가지와 각종 도구, 식량 그리고 의약품이 프랑스 전역에서 이곳으로 답지한다. 무료 자원봉사 의사들은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24일 경찰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무수히 발사했던 소음폭탄과 플래시볼(시위자의 눈을 순간적으로 멀게 만든다), 최루탄을 맞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준 곳이다. ZAD는 지금 계엄 상태에 있다. 320여 명의 CRS 소속 경찰들과 730명의 기동경찰이 1140개의 축구장을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땅에 분산된 수백 명의 '불법 점유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인근에 상시 배치돼 있다.(2) 정부는 이 노트르담데랑드의 진창에 빠져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싸웁니다"

지난해 10월에서 12월 초까지 경찰을 동원하는 데 든 비용이 100만 유로 이상이었다.(3) 그러나 저가충동소비운동의 바깥에서 살려는 이 새로운 숲 속의 로빈훗들을 쫓아내려면 지금보다 10배 넘는 경찰병력이 필요할 것이다. 경찰노동조합 위니테-SGP는 페이스북에 '노트르담데랑드에서의 근무를 빠른 시일 내에 국가적 임무로 분류할 것'(4)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자디스트들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조롱한다. "심지어 그들은 모델 농가를 공항 부지에 똑같이 복원해놓을 계획까지 세웠지요.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미래의 변모를 위해, 전복을 위해 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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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 시나이 Agnés Sinaï 모망툼 인간중심주의 연구소 창설자.

번역이재형


(1) http://zad.nadir.org
(2) Hervé Chambonnière, ‘노트르담데랑드, 100만 유로 이상 필요한 경찰병력 배치’, <르텔레그람>, 모를렉스, 2012년 12월 5일.
(3) 2012년 12월 5일자 <르텔레그람>에 따르면 이 비용은 숙박비와 식사비, 교통비, 이동 수당, 추가근무 수당을 포함한다.
(4) ‘CRS 소속 경찰들조차 노트르담데랑드를 지겨워한다’, <뤼 89>, 2012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