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사태의 복병, 코카인 밀매

2013-02-08     안 프린츠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서아프리카는 오늘날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지에서 생산된 코카인 밀매의 경유지 역할을 한다. 마약 거래로 발생한 수입은 말리를 비롯한 각국 정치인과 수많은 중개인들을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역 국가들의 와해에도 가세한다.

2009년 11월, 베네수엘라를 출발한 보잉 727기가 말리 북동부 가오 인근의 타르킨트에 착륙했다. 기체에는 5~9t에 달하는 코카인이 실려 있었다(하지만 이후 그 행방은 묘연하다). 코카인을 하역한 항공기는 재이륙에 실패한 뒤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조사 결과 어느 레바논 가문과 앙골라 다이아몬드 무역으로 큰돈을 번 모리타니의 사업가가 코카인 주문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비록 사막 지대이기는 하지만, 주민이 있고 행정기관이 버젓이 존재하는 마을을 이처럼 많은 양의 코카인을 실은 대형 항공기가 어떻게 경유할 수 있었을까? 사헬 지역에 정통한 프랑스의 한 정치분석가는 "아마두 투마니 투레 말리 전 대통령의 측근 각료 한 명과 군·정보 당국 고관들, 그리고 말리 북부 출신 의원들이 여기에 개입됐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권력 핵심부와 관계된 민감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마약 밀매에 연루된 말리군과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들은 투레 정권 말기에 완전히 신임을 잃었다. 지난해 3월 말리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많은 하급 장교와 병사들이 동참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고위 장성들이 보유한 차량들을 보면 군 예산을 빼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사헬 지역을 종종 방문한다는 그는 "마약 밀매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은 돈세탁을 거친 뒤 선거운동이나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쓰인다. 많은 정계 인사들이 밀매업자들과 결탁했다. 군인이 임무에 충실한답시고 마약 수송 차량을 검거해도 상부에서는 풀어주라고 지시한다.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의 아들인 우스만 콩데가 마약 밀매로 기니∼말리 국경에서 체포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레 대통령은 이 일을 알고도 눈감아주었고 상황이 악화되도록 방치했다. 말리 정부는 서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부패가 가장 심했다.

불안정의 핵심 변수

사헬 전문가인 프랑스 학자 시몽 쥘리앵(1)은 2012년 이전 말리 북부에서 마약 밀매로 수입을 올리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에 벌어진 이권 다툼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말리 정부는 투아레그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투아레그 이포라스 부족과 적대 관계인 여러 단체에 마약 밀매 대금으로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 하지만 이는 판단 착오였다. 리비아 무기와 이슬람 극렬 투쟁단체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말리의 분열은 더욱 가속됐다. 아무튼 이 지역의 혼란에 마약 자금이 담당한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011년 6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주에서 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 등 불법 마약류를 생산하는 최대 규모의 공장이 적발됐다. 같은 해 10월 카보베르데 경찰은 산티아고섬 해변에서 코카인 1.5t을 압수했다. 앞서 2010년 6월에는 2t에 달하는 코카인이 감비아의 한 새우저장고에서 발견됐고, 2011년 4월에는 베냉의 항구도시 코토누에 입항한 컨테이너선에서 헤로인 202kg을 압수했다. 파키스탄에서 출발한 이 선박은 나이지리아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마약 작물인 대마초는 가장 널리 보급된 마약이지만 내수용으로만 소비되는 반면, 코카인과 헤로인 등 합성 마약은 유럽·일본·중국 등지까지 팔려간다.

2004년 이후 서아프리카는 코카인 밀매·저장·유통의 허브가 됐다. 유럽 시장 소비량 중 8분의 1에서 4분의 1이 서아프리카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09년 유럽의 코카인 소비량 129t 가운데 21t이 서아프리카를 경유해 들어왔다고 밝혔다. 코카인의 생산국과 종착지가 모두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물류·인건비가 저렴하다. 그리고 관리 시스템과 통제·입법 기구가 취약해 헐값에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는데다 준법 의식이 전반적으로 결여돼 있는 등 서아프리카가 국제 밀매업자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비교우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라틴아메리카와 유럽 중간에 위치한 이 새로운 '창고 구역'은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 등 세계의 주요 코카인 재배 및 생산국의 생산물을 들여와 이를 유럽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은 세계 2위의 코카인 소비 시장으로 2012년 규모는 33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제1의 시장인 북아메리카보다 40억 달러 적은 수준이다. 유럽에서 코카인은 대마초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마약으로, 2008년 코카인 사용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유럽 인구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다. UNODC와 국제마약감시기구(INCB) 등 국제기구들은 코카인 밀매가 서아프리카의 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이 지역 상당수 정권의 정당성 상실 과정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 강요한 정책도 한몫했다.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풍조는 대량 코카인 밀매가 등장하기 전부터 있었지만, 대규모 국제 범죄조직이 터전을 잡고 큰돈을 주무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피에르 라파크 UNODC 서아프리카 담당국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초국적 범죄 조직은 영업적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즉, 가장 적은 위험부담으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밀매업자들은 살해 위협에서 실제 살해에 이르는 영향력 행사, 그리고 매수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추구한다." 코카인 밀매는 석유와 무기 거래에 맞먹는 금액의 규모에 높은 수익성까지 자랑한다. UNODC 세네갈 다카르 지국에 따르면 2012년 서아프리카에서는 겨우 30여t의 코카인 밀매로 무려 9억 유로의 이익이 발생했고, 이 중 4억 유로는 현지에서 돈세탁을 거쳐 사용됐다. 참고로 코카인의 핵심 경유국인 기니비사우의 2011년 국가 예산은 1억7700만 유로도 못 미쳤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말리의 밤

코카인은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물이기도 하다. 산지 가격이 1kg당 2천~3천 유로에 불과한 것이 대서양 연안 서아프리카 도시에서는 1만 유로에 팔린다. 사헬 지역 국가들의 수도에서는 1만2천 유로, 북아프리카 도시에서는 1만8천~2만 유로, 유럽에서는 3만~4만5천 유로를 호가한다고 사헬 전문가 시몽 쥘리앵이 말했다. 게다가 이 가격은 유통 과정에서 순도가 낮아진 제품의 도매가에 해당한다.

서아프리카의 경찰과 세관, 판사들이 코카인 밀매를 퇴치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밀매조직의 역량 사이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기니비사우 경찰은 몇 대 안 되는 순찰차에 휘발유를 주유할 돈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아무리 의지를 불태워도 결국 꺾일 수밖에 없다. 또한 범죄단체들은 같은 민족·문화 네트워크, 강력한 디아스포라(특히 나이지리아인), 언어 공동체 또는 이해관계 공동체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같은 틀로 묶인 10여 명의 개인이 떼지어 두어 번 크게 '한탕'한 뒤 결별 하고 재결합하거나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일은 빈번하다.

마약 루트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형태 또한 마약의 수출업자, 수입업자, 중개자, 중간 운송자, 전달자 등 다양한 주체를 아우르며 변모하고 있다. 모든 경로와 운송 수단이 여기에 총동원되는데, 이들은 효율성과 수익성 증대를 위해 서로 중첩되면서 일종의 '사슬'을 형성한다. 코카인을 남미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운송하는 데는 항공기, 차량, 선박 등 각종 운송 수단을 이용한다. 해상운송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만큼 라틴아메리카부터 아프리카까지 코카인을 운송할 때도 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라파크 국장이 말했다. "2~3년 전부터 서아프리카의 버려진 활주로에 착륙하거나 저고도에서 짐을 투하하는 쌍발기 수가 점차 늘고 있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팀이 이 짐을 수거해간다. 하지만 선박이나 이른바 '노새'(Mule·마약운반책)를 이용한 운송도 꾸준한 편이다. 2006~2008년에는 어선이 많이 동원됐지만 지금은 컨테이너선이 사용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를 잇는 최단 경로는 북위 10도를 따라 이어진다. 대서양에 펼쳐진 이 '벨트'를 이용하는 화물선, 어선, 범선, 여객선은 하루 수천 척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 대량의 마약을 압수한 유럽과 미국 치안 당국은 이 벨트에 '10번 고속도로'라는 별명을 붙였다.

코카인을 실은 컨테이너선은 주로 토고의 라고스나 로메 같은 국제항에 정박한다. 어선은 선외발동기가 달린 쾌속정 '고패스트'(Go Fast) 보트나 카누, 범선 등의 '고슬로'(Go Slow) 보트로 화물을 옮겨 실으며, 이 배들은 서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인적이 드문 맹그로브 삼림 해변을 통해 육지에 접안한다.

나이지리아 밀매업자들은 '노새'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들은 마약을 작은 상자나 캡슐에 넣어 가방이나 옷, 가발, 심지어 위(胃) 속에 은닉한다. 이들은 세네갈의 다카르, 말리의 바마코 등지의 국제공항을 통해 주로 입국한다. 쌍발기들은 말리 북부나 기니비사우처럼 급조 혹은 방치된 활주로에 이륙하며, 심지어 경기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순도 높은 코카인을 큐브·빵·사탕·가루·액체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 뒤, 당장 운반할 수 있도록 스포츠 가방 바닥에 깔거나 냉동 생선 몸통에 숨기기도 한다. 코카인은 운송 성격에 따라 은닉 장소, 케이스, 형태가 달라진다.

남미에서 서아프리카까지 수송된 코카인은 저장 후 경우에 따라 가공까지 거쳐 유럽 시장으로 향한다. 이때 주로 사헬 지역과 사하라사막을 관통해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차드, 리비아, 이집트를 거치는 경로를 이용한다. 모로코에서 생산되는 해시시(대마)도 이 유서 깊은 루트를 애용한다. 마약을 운반하는 4륜구동 차량들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투부족(전원생활과 반유목문화로 대표되는 사헬 동부 출신 민족으로, 리비아에서 무기와 외화를 벌어온 젊은 용병들의 활동이 활발함)의 습격을 받기도 한다. 약탈에 성공한 투부족은 전리품을 나누어 가지는데, 마약은 나름의 유통경로를 통해 되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니제르 정치인이 설명한다.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약탈물을 분배한다.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정해져 있다. 총을 가진 사람은 두 사람 몫을 받고, 차량을 빌려준 사람은 열 사람 몫을 챙긴다. 중화기를 제공한 이도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는다."(2)

기니비사우의 쿠데타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MUJAO), '알카에다마그레브지부'(AQMI), '안사르 딘' 등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말리 북부에 자리잡으면서 생겨난 변화는 무엇일까? MUJAO와 AQMI는 확실히 마약 밀매에 동참하고 있다.(3) 그들의 통제구역을 지나는 코카인 운송 차량마다 일종의 '통행세'를 징수하며 금전적 대가를 받고 차량을 보호해준다.(4) AQMI는 수익성이 높은 인질 장사에 몰두하는 대신 마약 밀매로 인한 수입은 신통치 않은 반면, MUJAO는 마약으로 소득을 꽤 올린다. 그런데 말리의 분열된 상황은 마약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헬 전문가 시몽 쥘리앵이 설명했다. "정부가 취약하면 밀매업자들에게 유리하지만, 한 나라의 영토 전체가 혼란에 빠지면 위험해진다. 군·경찰이나 현지 정치인들의 든든한 지원이 없다면 코카인을 운송하는 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아무리 말리 북부에서 각종 지하드 운동단체들이나 '아자와드민족해방운동'(MNLA)과 협정을 체결했더라도 약탈의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 밀매업자들이 이웃 국가인 니제르로 거점을 옮기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연유다. 앞서 말한 니제르 정치인은 "아를리트와 아가데즈에서 조직망이 구축되고 있고, 점점 많은 밀매업자가 말리에서 니제르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동치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마약업자들이 떠나지 않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기니비사우다. '2012년 실패국가지수' 순위에서 나이지리아의 뒤를 이어 15위를 차지한 기니비사우는 서아프리카의 주요 코카인 밀매 창구 중 하나다. 2007년 미국 마약청(DEA)은 매일 800~1천kg에 달하는 코카인이 이 나라에 항공으로 반입된다고 했다. 항공·항만 시설과 섬까지 밀매업자들과 임대계약을 맺었지만, 기니비사우 정부는 책임을 군 당국에 떠넘겼다.

"2006~2007년 1~2t에 달하는 코카인 압수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사법 처리를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재판이 열려도 실형이 선고된 적이 없었다." 기니비사우에 정통한 프랑스 전문가의 말이다. "기니비사우에서 마약 밀매는 군 당국과 민간기관의 협상에 따라 이루어진다. 군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양복을 빼입은 민간인들이 IMF와 국제기구의 돈으로 도시에서 고급 차를 굴리며 먹고살고, 우리는 마약 판매로 먹고산다.'" 군은 마약으로 번 돈 덕분에 민간 권력 앞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이 군의 유일한 수입원은 아니다. "대형 카누에서 글로벌 기업 선박에 이르기까지 어업권을 관리하며 거두는 수익도 상당하다. 갈취와 세금 징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거다."

기니비사우의 마약 밀매는 2008년 이후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2년 초 유럽 마약퇴치 당국은 수톤에 달하는 코카인이 또다시 기니비사우로 유입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에도 안토니오 인자이 합참의장과 이브라히마 파파 카마라 공군참모총장을 위시한 군 당국의 공모가 있었다. 기니비사우 한복판의 활주로, 심지어 도로까지 수송기 착륙에 사용된다. "군 당국은 수송과 항공기 안전을 담당하고, 활주로·연료·저장고 등은 국제 서류·화물 운송회사 DHL이 책임진다. 군은 마약 밀매 조직이나 유통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활동을 위해 남미를 중심으로 한 전세계 코카인 밀매업자들은 기니비사우 군·민간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4월 쿠데타로 실각해 구금된 카를로스 고메스 주니어(일명 '카도고') 전 기니비사우 총리도 마약 밀매에 개입해 이익을 챙긴 의혹을 받았다. "고메스 주니어에 대한 의혹은 2008년 화물선 실종 사건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가 배후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난 쿠데타도 마약 때문에 발생한 걸까? 라파크 UNODC 서아프리카 담당국장은 "모든 것을 마약과 결부시킬 수 없지만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며 "원활한 비즈니스에 저해되는 모든 것은 억누르거나 제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1년 인자이 합참의장은 정적이던 호세 아메리코 부보 나 추토 해군참모총장을 구금하고 항만 통제권을 장악했다. 미국으로부터 국제 마약조직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던 일명 '부보'는 2012년 쿠데타 당시 풀려났지만 현재는 권력에서 밀려난 상태다. 고메스 주니어의 측근 인자이 합참의장은 자신을 추대해준 부하 군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막판에 쿠데타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메스 주니어에 반대하는 이들의 지지 속에 군 중심 세력이 주도한 지난해 4월 쿠데타의 원인은 비단 코카인 밀매만이 아니다. 부정 선거 의혹, 민간 지도자들과 군 권력 간의 뿌리 깊은 갈등, 발란타족(군인 다수 차지)의 독립 요구, 자치수도 비소의 권한 확대 주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여기에 고메스 주니어가 추진하던 치안부문 개혁계획에 대한 두려움까지 가세했다. 개혁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보잘것없는 퇴직금, 설득력 없는 직업 전환 제안)만 보장받은 채 퇴역·실업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한 군인들이 고메스 주니어의 계획을 반대했다. 지난해 4월 쿠데타 이후 코카인 밀매는 사회 혼란의 여파로 다소 둔화된 듯하다(이는 심각한 소요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관측되는 추세다). 그런 만큼 기니비사우의 쿠데타를 마약 밀매 조직 간의 권력 다툼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려진 부패' 나이지리아의 석유 밀수

대마초가 아프리카 농민들의 대체 상품 작물로 각광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카인이 서아프리카 일부 지도층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대두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카인이 이 지역의 내전 발발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 코카인 밀매 수입이 이들 내전을 악화시키고 있지만 분쟁의 핵심은 아니다. 물론 코카인 매매 조직과 수송 통로 장악이 기니비사우의 인자이 합참의장과 부보 해군참모총장의 권력 다툼이나, 2012년 이전 말리 북부의 투아레그족과 기타 민족 간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기니비사우 군인과 민간 세력, 말리로 대거 유입된 이슬람 무장 조직, 그리고 세네갈에 새롭게 들어선 정권까지 이들은 모두 코카인 밀매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기보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서아프리카 국가 수뇌부의 부정 축재는 코카인 밀매를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록 마약이 건강과 유럽 사회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많은 지탄을 받지만, 나이지리아 서부 등지에서 별 사회적 반발 없이 자행되는 석유 밀매로 인한 혼란이야말로 마약 문제에 가려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의 많은 국가는 마약 밀매 퇴치를 구실로 노점상이나 마약중독자들을 강경하게 탄압하면서 정작 경제·사회 발전에는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안 프린츠 Anne Frintz 세네갈 기자

번역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르몽드 세계사 2>(공역·2010) 등이 있다.

(1) ‘마약 경유지가 된 사헬: 주체와 정치적 영향’, <헤로도트>, 제142호, ‘사하라의 지정학’, 파리, 2011년 7~9월.
(2) 2012년 11월 12일 인터뷰.
(3) 안사르 딘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4) Abdelkader Abderrahmane, ‘사헬, 범죄와 테러리즘의 교차로’, <악튀엘>,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2012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