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라는 라벨

2013-02-08     벤자맹 칼

유기농 하면 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업을 의미한다. 더 확대하면 유기농은 좀더 평등하고 친환경적이며 누구에게나 건강하고 충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사회의 프로젝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기농과 이에 대한 논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전반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농업 전문가 마르크 뒤퓌미에가 집필한 에세이(1)는 전통적 방식의 농업 시스템과 이 시스템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비판하고, 농업 자유무역이 가져온 식량 불평등을 면밀히 살펴본다. 장 지글러의 저서(2)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뒤퓌미에는 모든 농업 생산을 환경과 정치적 맥락에서 생각하는 농업환경학을 소개한다. 과학과 전통적 농업의 노하우가 서로 결합한 새로운 방식을 추구해야 하며, 농학 연구 방향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따져보려면 현재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 1960년대에 집중농업으로 농부들의 수익이 쏠쏠했다. 화학제품의 등장은 전기의 등장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집중농업은 환경 문제를 일으켰고, 이에 대한 반발로 유기농 농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 자급자족에서 방법을 찾아갔다.

필립 바케의 저서(3)는 최신 기사들을 엮은 것으로 대형 유통업체를 꼼꼼하게 분석한다. 유기농 제품을 내세우는 그럴듯한 마케팅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 존재가 바로 대형 유통업체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농산물이 거래되면서 소비자 가격은 어느 정도 책정되지만 정작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수입 농산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 유기농 인증 마크는 어떤 기준에서 정해지는가? 유럽 법규에는 유기농에 대한 기준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생산자들은 농산물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따로 유기농 라벨은 붙이지 않는다. 바케는 농산물이 대형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되어야 새로운 식품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좀더 넓은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서 제기되는 식량 주권 문제, 콜롬비아에서 농부들을 쫓아내는 민병들의 행동 문제, 농업이 정치·경제 분야에 대해 상징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모로코에서 중시되는 무공해 개념 문제, 팔레스타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스라엘 유기농 재배 방식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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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벤자맹 칼 Benjamin Call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Marc Dufumier, <개도국에는 기아, 선진국에는 정크푸드: 유기농이 우리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Famine au Sud, malbouffe au Nord: Comment le bio peut nous sauver), Nil éditions, 파리, 2012.
(2) Jean Zigler, <대량 파괴: 기아의 지정학>(Destruction massive: Géopolitique de la faim), Seuil, 파리, 201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금융상품이 된 쌀’, 2012년 2월호 참조.
(3) Philippe Baqué, <비즈니스와 사회 프로젝트 사이에 놓인 유기농>(La Bio entre business et projet de société), Agone, 마르세유,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