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기념비> 양지성
1958~61년 중국에서 일어난 대기근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1959년에 기아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를 위한 기념비, 기아로 사망한 3600만 명의 중국인들을 위한 기념비, 기아를 일으킨 시스템에 대한 기념비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중국의 대기근은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홍콩에서만 출간되었다. 허베이성 출신인 저자는 19살(1959)에 농부인 아버지를 기아로 잃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정치적 결론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문화혁명 초기(1966) 허베이성 성장이 기아로 사망자 수가 30만 명이라고 밝히자, 저자는 부친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아가 중국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한 영화 여행> 앙투안 코폴라
북한 영화 <모란봉>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1958년 5월,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인 크리스 마커, 다큐멘터리 감독 클로드 랑즈만, 가수 프랑시스 르마르크, 연극 관계자 아르망 가티와 장 클로드 보나르도는 비행기를 타고 모스코바를 거쳐 북한 평양으로 향했다. 프랑스 좌파 신문 <뤼마니테>의 기자 레이몽 라비류와 함께 가티와 보나르도는 평양에서 영화 <모란봉>을 촬영하게 된다. 마커는 평양에서 찍은 멋진 사진집 <조선 여성들>을 출간하게 되고, 르마르크는 필름 자료를 만들어낸다. 저자 코폴라는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고 유럽 진보주의자들이 중국의 마오쩌둥에 매혹되기 시작한 1958년 이 예술가들이 각각 평양에서 어떤 포부를 가졌고,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실망을 했는지 과거의 기록을 모은다. 특별한 모험을 다루었고, 특별한 시대를 이해하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예술가와 정당> 마리아 스타브리나키, 마달레나 카를리
20세기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 말까지 예술가와 정당이 맺은 관계를 분석한 책으로, 형식적 미학에 대한 무관심, 혁명 투쟁 참여, 전체주의 체제의 구성 등 다양한 배경과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운동과 정당 사이에는 구조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절대주의 예술운동을 주창한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정당 구성과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소재로 삼았다. ‘소용돌이파’(소용돌이로 그림을 구상한 영국의 미래파)의 아나키즘에서 다다이스트들의 몽타주 사진, 표현주의자들의 나치 이데올로기 참여에 이르기까지 정치 방향과 예술 장르는 20세기 상반기에 끝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할리우드와 정치> 클로드 바이앙쿠르
“할리우드는 수익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자본주의 기업 논리에 따르는 문화 산업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할리우드가 경제적 이익 외에 추구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해 전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이는 정치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성공과 가족의 안락함을 영화로 멋지게 포장해 미국 사회를 상징하는 자본주의를 유지시키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좀더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을 분석하며, 재난과 독불장군처럼 나오는 영웅 등 미국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와 특징을 분석한다.
<갑자기 낯선 사람에게서 받은 컨테이너> 전집
책, 브로슈어, 잡지 형식을 혼합해 보여주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주요 요소임에도 이런 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 교통이 가진 사회 및 전략 쟁점을 다룬다. 또한 팀원의 노동조건, 항구 공간의 변화, 산업 생산의 세계적인 재편, 세계경제의 도약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밝혀준다. 북아프리카 일대와 아프리카의 항구, 그리스의 임대차,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터미널 2곳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항구는 상품이 진출할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기 때문에 정부, 세계 투자자, 현지 경영진의 관심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권 충돌과 경쟁이 나타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