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모자와 콧수염
-마크 트웨인 자서전
마크 트웨인(본명 새뮤얼 L. 클레멘스)은 자신이 쓴 자서전 무삭제판을 사후 100년이 지나서 출판하라고 했다. "사후에 출간되어야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의 글이다. 만만치 않은 시도다. "전기는 해당 인물의 보이는 모습만 다룬다. 해당 인물의 진실한 모습이 담긴 전기는 절대 나올 수 없다." 마크 트웨인은 35년 동안 자서전을 썼다. 1906년 1월부터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방식대로 자서전을 썼다. 연대기에 신경 쓰지 않고 현재와 과거 시점을 오가는 스타일을 추구했고, 여성 속기사에게 거의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적게 했다.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면 속기사가 받아적는' 집필 방식의 자서전은 1909년 12월 끝나게 된다. 마크 트웨인의 인생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자료다.
마크 트웨인의 인생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1835년 미수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코네티컷주의 레딩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는 동안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1849), 남북전쟁(1861~65), 노예제도, 서부 철도 건설, 미국이 필리핀 등에서 저지른 교묘한 학살을 목격했다. 탐험가와 강연자로 활동했으며 인쇄공에서 저널리스트, 작가, 편집자까지 출판에 관한 일은 모두 경험했다. 마크 트웨인이 목격한 사건, 만난 사람, 경험한 고난 등은 그의 삶이며, 그의 소설과 글의 소재가 된다. 마크 트웨인의 어머니는, 그의 소설이 70%는 진실이고 30%는 과장이 섞인 픽션이라고 했다.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은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
마크 트웨인은 삶을 깊이 사랑했지만 아내, 세 아이, 친구들처럼 가까운 사람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경험 때문에 비관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젊었을 때는 조국 미국에 대한 존경이 흔들리면서 더욱 비관적이 되었다. 개척자들의 순수한 땅, 신세계라 믿던 미국이 가치를 잃어가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 미국을 믿던 시절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 '허클베리 핀' 같은 주인공을 통해 미국의 가치를 표현했다. 그러나 자유·용기·정직·관용이라는 미국의 가치가 자본주의의 승리로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본주의 괴물을 상징하는 듯한 존재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 태도를 가진다. 상도덕을 가장 먼저 더럽힌 스티븐 제이 굴드, 존 D. 록펠러 주니어와 성경에 대한 괴상한 해석, 비즈니스에 몰두하는 정치인, 나태한 언론…. 독립적 성향이 강한 마크 트웨인은 당이 아니라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에게 투표했다. 또 순리를 따르고 공평하고 선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1906년 러시아 혁명 세력을 지지했지만, 사람들이 집단의 생각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은 거부했다. 마크 트웨인은 모럴리스트이자 개인주의자였다.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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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리노엘 리오 Marie-Noél Rio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