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둘러싼 거대 음모

2013-03-12     나페에즈 모사데크 아메드

장기간에 걸친 환경오염을 대가로 얻는 저렴한 에너지 자원인 셰일가스 개발에 관한 딜레마는 지금까지 미국 산업계나 정치권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셰일가스는 채 10년이 못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미국을 성장 가도에 올려놓고 일자리를 확충했으며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혁명'이 그저 터지기 일보 직전인 투기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셰일가스 혁명'이 경제 부흥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시끌벅적한 보도를 믿는다면 미국은 조만간 석유 강국이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행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12년 보고서는 "미국은 2017년께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제1의 석유생산국이 되고 에너지 분야에서 거의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화수소 생산량은 2011년 일일 8400만 배럴에서 2035년 9700만 배럴로 증가하리라 예상되는데 이는 전적으로 액화천연가스와 새로운 자원 개발, 특히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기존 에너지 자원 생산량은 2013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평시추기술(원하는 지층에 국한적으로 시추 가능)을 이용해 수압파쇄기술(암석에 균열을 만들어 가스가 방출되도록 하기 위해 모래·물·화학물질 등 혼합 현탁액을 고압으로 주입)로 추출한 셰일가스는 막대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하지만 현재 셰일가스 개발은 미국에서 일자리 수십만 개를 창출하며 저렴하고 매장량이 풍부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엑손모빌이 발행한 2013년 보고서 '에너지 전망: 2040년을 내다보며'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2025년 명실상부한 탄화수소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셰일가스 혁명이 회복 중인 세계경제를 일으켜세우기는커녕 터지기 직전인 투기 거품에 계속 바람을 불어넣는 형국이라면 어떻게 될까?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은데다 최근 일련의 경험을 미뤄볼 때 셰일가스 열풍에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2008년 유로존의 네 번째 강대국으로 손꼽히며 꽃피우던 스페인 경제는 맹신하던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몰락했다. 정계는 2008년 경제위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화석에너지 분야에서 동일한 오류를 저지르려는 참이다.

<뉴욕타임스>가 2011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는 "석유회사가 셰일가스의 개발 수익성과 매장량을 의도적이고 불법적으로 과장했다"(1)고 지적한 지질학자·변호사·시장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의혹을 전해 셰일가스 붐을 일으킨 언론과 관련 업계의 공모에서 일어난 분열이 엿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동종 업계에서 교환한 수백 건의 전자우편과 문건을 비롯해 시추공 수천 개에서 수집한 결과를 분석할 때 지하 셰일층에서 가스를 추출하는 작업은 석유회사가 주장하는 것만큼 쉽지 않고 비용도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2012년 초 미국인 컨설턴트 두 명은 영국 석유 전문지 <페트롤리엄 리뷰>를 통해 이런 사태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그들은 미국 셰일가스 광구의 신뢰도와 매장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업계가 예상한 자료는 금융시장 관리를 담당하는 연방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뒤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2009년 채택된 이 규정은 사실상 관련 업계가 독립기구의 감사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매장량을 수치화할 수 있게 승인했다.(2)

거품 속의 열풍

관련 업계는 셰일가스 매장량을 과대평가함으로써 광구 개발로 인한 리스크를 눈가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압파쇄기술은 환경오염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아주 짧은 기간에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도 야기한다. 데이비드 킹 전 영국 정부 과학자문은 <네이처>를 통해 "셰일가스 광구의 생산성이 개발 초기에 비해 60~90% 감소했다"고 강조했다.(3)

급격한 생산성 감소는 필연적으로 모든 수익성 목표를 허망하게 만든다. 시추공 한 곳이 고갈되면 개발업자들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신속하게 다른 시추공 여러 곳을 개발해야 한다. 경기가 괜찮다면 이런 질주가 몇 년간 계속되며 눈속임을 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보면 미미하지만 단기간으로 보면 괄목할 만한 셰일가스 생산은 허약한 경제활동과 맞물려 2012년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을 100만BTU(British Thermal Unit)당 7~8달러에서 3달러로 끌어내렸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바보가 아니다. 볼프 리히터 저널리스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수압파쇄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제는 파괴적"이라고 경고했다.(4) "채굴을 하며 순식간에 자본을 쏟아붓는 격이다. 개발업자는 생산량이 폭락하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며 "생산량 급락으로 수익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 개발업체들은 내일이면 또다시 바닥날 새로운 시추공으로 오늘 이미 바닥난 시추공을 대신하며 개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이런 구조는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코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서 차례로 근무했던 석유지질학자 아서 버먼은 "셰일가스가 고갈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모든 셰일오일 광구의 어머니'인 텍사스 이글포드 지역을 언급하며 "연간 생산량이 42% 이상씩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개발업자들은 매년 이 지역에 시추공 1천 곳을 새로 굴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연간 100억∼120억 달러다. 전부 합산하면 2008년 은행업계 구제에 투입된 금액인데, 그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5)

전세계 굴지의 석유회사 중에서 이미 셰일가스 거품으로 피해를 보는 곳도 있다. 지난해 6월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인하는 소비자에게는 기회이겠지만 자사에는 수입을 엄청나게 깎아먹는 저주"라면서 경영난을 호소했다. 엑손모빌은 주주들 앞에서는 셰일가스로 인한 손실이 아직 전무한 척했지만 틸러슨 CEO는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중 하나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표한 눈물겨운 연설을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상황"이며 "돈을 벌기는커녕 모든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털어놨다.(6)

이와 거의 동시에 영국 가스회사 BG 그룹은 "미국 천연가스에 투자한 자산이 13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절하되면서 중간이익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발표했다.(7)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이 지난해 11월 1일 3분기 연속 저조한 성과를 기록해 연 누계 수익률이 24% 감소하자 다우존스는 이 비통한 소식을 전하면서 셰일가스 열풍이 증권계 전반에 몰고 올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셰일가스 열풍의 선두주자인 체서피크 에너지도 거품으로 인한 파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부채로 허덕이던 이 회사는 채권자에게 어음을 지급하기 위해 셰일가스 광구와 파이프라인 등 총 69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체서피크 에너지는 자사의 CEO가 셰일가스 혁명을 이끈 주역이었지만 이제 사업을 축소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8)

공황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

어떻게 '혁명'의 주역이 이토록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을까? 존 디자드 애널리스트는 2012년 5월 6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셰일가스 생산업자들이 개발 가능 지역을 매입하고 시추공을 굴착하며 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자기자본의 2배, 3배, 4배, 심지어 5배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가 기존 방침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셰일가스 골드러시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하에 천문학적 금액을 빌려야만 한다. 디자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셰일가스 거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경제적 측면에서 시한폭탄인 이 자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시추공의 짧은 생산성을 감안할 때 시추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셰일가스 가격은 누적된 부채는 물론 현실적인 생산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높은 수준, 아니 어쩌면 심하게 높은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유수의 석유회사가 동시에 재정 파탄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서 버먼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 두세 곳이 파산하거나 인수되고,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를 빌미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자본은 증발한다. 이것은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국, 아니 전 인류에게 셰일가스가 '석유 생산 정점'(피크오일, 지질학적·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원유 채굴 작업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비싸지는 지점)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라고 설득하는 주장은 한낱 꿈같은 이야기로 밝혀질 것이다. 최근 여러 독립기관에서 발간한 학술 보고서에는 '셰일가스 혁명이 석유 고갈 사태를 연기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너지 폴리시>가 펴낸 연구서에서 데이비드 킹이 이끄는 연구진은 '석유산업계가 전세계 화석에너지 자원을 33% 이상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공식적인 매장 예상량이 1조3천억 배럴이지만 현재 사용 가능한 매장량은 8500억 배럴을 넘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지하 깊숙이 엄청난 양의 화석에너지가 매장돼 있다고 할지라도 세계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채굴 가능한 석유의 양은 제한적이며 조만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9)

셰일가스가 있음에도 현재 석유 매장량은 연간 4.5~6.7%씩 감소하고 있다. 데이비드 킹과 동료 학자들은 "셰일가스 붐이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게일 트베르버그 금융애널리스트는 기존 화석에너지의 세계 생산량이 2005년부터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그는 생산량 정체가 2008년과 2009년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경기후퇴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본다. 셰일가스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말이다.(10) 이게 다가 아니다. IEA 보고서에 뒤이어 발표된 연구서에서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은 "석유 채굴 및 공급 비용이 세계경제가 경제활동에 복구가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넘어서는 2014년이나 2015년이 석유 생산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11)

에너지 분야 로비스트의 미사여구에 현혹된 언론과 정계는 이런 연구 결과에 주목하지 않았다. 각종 보고서나 연구 활동으로 도출된 결과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이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셰일가스는 일말의 번영을 되찾기는커녕 뿌리 깊은 구조적 불안정성을 임시로 감추는 인위적인 거품을 키우고 있다. 이 거품이 터지면 공급 대란과 가격 폭등을 불러오며 세계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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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페에즈 모사데크 아메드 Nafeez Mosaddeq Ahmed 영국 브라이턴정책연구개발원 원장. 정치학자.

번역 / 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다.

(1) ‘내부자가 밝히는 천연가스 러시의 함정’, <뉴욕타임스>, 2011년 6월 25일.
(2) Ruud Wijermars, Chrispian MeCredie, ‘과장된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 <페트롤리엄 리뷰>, 런던, 2012년 1월.
(3) David King, James Muray, ‘기후정책: 석유의 티핑포인트를 지나다’, <네이처>, 런던, n°481, 2012년 1월 26일.
(4) Wolf Richter, ‘헐값의 천연가스로 인해 자멸하는 가스업계’, <비즈니스 인사이더>, 포틀랜드, 2012년 6월 5일.
(5) ‘다음 버블은 셰일가스, 아서 버먼을 인터뷰하다’, www.oilprice.com, 2012년 11월 12일.
(6) ‘엑손모빌: 천연가스에 ‘모든 것을 쏟아붓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2년 6월 27일.
(7) ‘미국 셰일가스 공급 과잉으로 인한 BG Group의 수입 감소’, <파이낸셜타임스>, 런던, 2012년 7월 26일.
(8) ‘부채에 시달리던 체서피크 에너지, 69억 달러 상당의 자산 매각’, <워싱턴포스트>, 2012년 9월 13일.
(9) Nick A. Owen, Oliver R. Inderwildi, David King, ‘기존 석유 매장량의 상황: 과장된 선전인가, 우환인가?’, <에너지 폴리시>, 길퍼드, vol.38, n°8, 2010년 8월.
(10) Gale E. Tverberg, ‘석유 공급 제한과 지속되는 금융위기’, <에너지>, 스탬퍼드, vol.35, n° 1, 2012년 1월.
(11) ‘석유 의존 경제: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신경제재단, 런던,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