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를 '해체하지' 않으려면

2013-03-12     아그네 시나이

"원자력 사고의 진정한 재앙은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바로 모든 것이 계속되는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투입된 수만 명의 원자력발전소 해체 작업자들 가운데 한 명인 아르카디 필린이 남긴 말이다. 세 명의 저자는 아르카디 필린의 이름을 빌려 여러 자료와 증언이 실린 에세이(1)를 펴내 원자력산업계가 주도하는 재앙의 은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또한 이 책은 원자력발전소의 해체, 대피, 재건, 은폐 등이 후쿠시마를 잊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일본에서 '원자력의 집시들', 즉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자, 실업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야쿠자들에 의해 모집되는 현실을 그린 책 <심연의 은신처>(2)는, 매춘과 마약 사업을 하는 범죄조직 야쿠자들을 단속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무능력함을 고발한다.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다음날 야쿠자들은 지진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러 와서 피해 지역을 다니며 신입 조직원을 모집했다. 위기 때에는 어떤 도움이라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 방사능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늑장 대피 정책, 피해의 축소, 조직적인 정보 왜곡 등 거짓과 부정이 판치던 당시 상황을 그린 책이다. 저자는 2011년 3월 20일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후쿠시마에 가기로 결심하고선 후쿠시마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방사능을 측정하는 시민 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데 앞장선 도쿄에서 온 수호천사 이와타 와타루의 행적을 다룬다.

또한 이 책은 원자력과 관련된 거대한 거짓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역사적으로 조명해본다. 핵폭탄이 투하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미국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민간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선전을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영향력하에 있는 <NTV>(니폰 텔레비전)가 민간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NTV>는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석방된 후 1955년 원자력에너지 장관이 된 쇼리키 마츠타로가 설립한 방송이다.

장 마크 세레키앙은 저서에서 원자력산업은 역사적인 범죄이자 환경의 범죄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왜 히로시마 다음에 후쿠시마인가?>(3)라고 지었다. 미국이 투하한 핵폭탄에 의해 파괴된 일본은 1945년 이후 민간 회사에 군국주의를 조금씩 주입해왔다. 특히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경영 방식은 원자력에너지를 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민간 원자력은 생산을 담당하는 평화적인 에너지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군국주의 정신을 담고 있다. 심하면 평화 시대가 끝나고 은밀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끝으로 <후쿠시마, 원자력의 숙명>(4)에서 저자 프랑수아 르클레르는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하는 과정을 항해일지처럼 꼼꼼하게 기록한다. 방사능이 매일 후쿠시마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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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네 시나이 Agnes Sinai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못생긴 씨앗 하나>(2012) 등이 있다.

(1) 아르카디 필린, <잊히는 후쿠시마>(Oublier Fukushima), Editions du bout de la ville, 르 마다질, 2012.
(2) 나딘 & 티에리 리보, <심연의 은신처>(Les Sanctuaires de l’abîme), Encyclopéie des nuisances, 파리, 2012.
(3) 장 마크 세레키앙, <왜 히로시마 다음에 후쿠시마인가?>(Pourquoi Fukushima après Hiroshima?>, Medial-Sang de la terre, 파리, 2012.
(4) 프랑수아 르클레르, <후쿠시마, 원자력의 숙명>(Fukushima, la fatalité nucléaire), Osez la république sociale,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