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대통령의 복지 패배주의

2013-04-09     마르틴 뷜라르

1년 전 프랑수아 올랑드가 과거와의 단절에 대한 기대와 열광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주장한다면 분명 과장일 것이다. 어쨌든 그는 유권자를 실망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조세개혁 포기에서 산업정책 부재, 노동법 개정, 연금개혁 등에 이르기까지 '긴축'이라는 시한폭탄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때때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현상유지를 고집한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한 뒤 줄곧 두 손 놓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과감한 구조개혁을 단행하다 1983년 긴축 기조로 돌아서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제5공화국의 두 번째 사회당 출신 대통령 올랑드는 자유주의 기조와 타협하는 데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도 확신에 찬 열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결국 미테랑이 만년 찬밥 신세를 지던 노동자와 서민층에게 등을 돌린 대통령으로 대변된다면, 그의 후계자는 노동자와 서민은 물론 심지어 중산층 일부와도 절연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3월 중순 대통령이 디종 지역을 방문한 이후 경제일간지 <레제코>의 장마르크 비토리 논설위원은 심히 만족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좌파 정부로서는 아주 과감하다 할 수밖에 없는 야심찬 정책의 밑그림을 조심스럽게 그려 보이고 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를 손질하고,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영부문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사 간 협정을 심도 깊게 수정하기로 결정했다."(1) 말하자면 '좌파 자유주의 정책'을 향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실상 좌파 자유주의 정책은 우파 자유주의 정책과 다를 것도 없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집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 사르코지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 올랑드 대통령은 "성장과 고용에 역점을 둔 방향으로(2)(이는 올랑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유로존 안정, 협력, 거버넌스 관련 협약(TSCG·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 벼르며 취임 뒤 첫 정상회담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전쟁터에서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황금률'뿐이었다. 고용은 퇴장! 긴축은 안녕! 긴축 선회에 앞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은 대통령의 친구이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웠던 디디에 미고였다. 사르코지에 의해 회계감사원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2012년 7월 이후 "2013년 330억 유로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절반은 지출 삭감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3)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긴축 노선과 함께 일부 질긴 몽상가들에게 여전히 '정의로운 긴축'(새로 떠오른 구호)을 꿈꾸게 할 조처들이 병행됐다. 가령 취약 가정에 대한 신학기 물품 구매 지원금 인상, 고소득자 75% 최고세율 구간 신설,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한 24% 과세, 일부 자본소득에 대한 노동소득에 맞먹는 과세, 준공공 투자은행 창설, 일부 주택임대료 동결, 피임약 전액 환급, 40년 이상 연금 납부자에 대한 60살 정년 인정, 교직 일자리 창출(2013년 1만 개), 공공정책검토(RGPP·사르코지가 붙인 명칭으로, 이는 실상 공무원직을 절반가량 축소하는 것을 의미했다) 사업 공식 종결 등의 조처가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금세 기존 체제가 부활했다. 온갖 대규모 조세개혁을 포기하는 것으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여론 호도용 카드였던 '75% 부유세'는 헌신짝처럼 폐기처분됐다. 자본과세와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도 온갖 예외 조항이 신설되면서 대폭 축소됐다. 문 밖으로 쫓겨난 RGPP 사업은 '공공정책현대화'(MAP) 사업이라는 새옷을 갈아입고 슬그머니 창문을 타넘어 돌아왔다. 디디에 미고가 말한 것처럼, 330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사회주의자 올랑드의 개악

반면 영세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을 위해 200억 유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기업 총수 출신의 루이 갈루아가 여론 조성을 위한 정지 작업에 나섰다. 그는 신성불가침 원칙인 '경쟁력'(4)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국민에게 '노동자 임금에 부과되는 사회보장분담금 축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갈루아는 보고서에서 산업계의 갑작스러운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직업교육 등 다른 요인들을 함께 지적했다. 하지만 '경쟁력 협약'에 담긴 것은 그중 오로지 하나였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최저임금의 1~2.5배에 해당하는 임금에 대해 사회보장분담금을 6%가량 내려주는 것과 맞먹는 세액공제 혜택을 기업에 제공하겠다."(5)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세액공제 혜택에 대해 기업에서 얻는 대가는 아무것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오늘의 사회보장분담금 감면이 내일의 투자나 모레의 고용으로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기업의 수익만 증대될 뿐이었다. 1980~2011년 비금융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고용주가 부담한 사회보장분담금 비율이 1.7%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그 결과 투자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수익 배분 비율만 6%포인트 치솟았다.(6) 그런데도 정부는 아르셀로미탈, 르노, 푸조, 콘티넨탈 등 노동자 해고의 온상인 기업에마저 다른 기업과 똑같은 세금 환급 혜택을 제공하려 한다.

후한 인심으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대대적인 부가가치세 인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부가가치세 인상 조처(77억 유로)는 과거 사르코지 정부 말에 통과됐던 '사회보장 부가세' 조처와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곧바로 철폐한 그 부가세 말이다. 당시 올랑드는 사회보장 부가세가 "성장을 약화시키고, 실업자를 양산하고, 구매력을 저하한다"고 비난했다. 참으로 명철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좌파의 부가세가 우파의 부가세와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교묘하게 입장을 번복한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나의 진정한 적은 금융계"라던 우레 같은 호통도 순식간에 대선전을 추억하기 위한 역사 기념관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매일같이 유일사상론을 설파하는 거물 평론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금융 과두세력은 2008년 금융 재앙을 초래한 자신들의 특권을 고스란히 보전했다.(7) 결국 올랑드 대통령은 보수당 출신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만큼의 엄격함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은행이 내건 두 자릿수 수익률이란 악순환을 끊어낼 모든 정책적 수단을 포기하고 말았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노동법 개정이었다. 얼마 뒤 취임 1주년을 맞는 올랑드 대통령은 노동권의 기본 원칙을 산산조각 내고, 기업 차원의 협정을 집단 권리보다 우선시하고, 모든 사법적 이의 제기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을 뼈대로 한 새 노동법을 시행할 예정이다.(8) 맨 처음 노동권 축소의 풍악을 울린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이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던 사르코지의 구호는 순식간에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자'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났다. 사르코지가 연주하던 '고용 경쟁력 협약'이란 제목의 곡은 어느새 원작곡자와 함께 모두 역사 밖으로 퇴장했다. 그리고 이내 좌파의 검인이 찍힌 새 악보가 '고용 안정화'라는 입에 발린 달콤한 이름을 달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마 야무진 사람들은 '고용 경쟁력 협약'과 '고용 안정화 협약'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령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내건 '고용 경쟁력 협약'은 "노동자는 기업 차원에서 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임금보다는 일자리 혹은 일자리보다는 임금을 우선시하겠다고 다수가 합의하는 경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9) 반면 '고용 안정화 협약'은 "경기 악화로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노사 질서를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노동시간-임금-일자리라는 총체적 균형을 잠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얼마나 달콤하게 포장된 말인가!

하지만 이 말을 다시 풀이해보면 앞서 말한 '균형'을 결정할 권한은 오로지 기업의 경영자에게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경영자는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최저임금의 1.2배 이상에 해당하는 임금에 대해 삭감 조치를 내리거나, 혹은 노동자를 다른 근로지로 전출시킬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경영자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말고 식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노동자에게 거부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거부한다면 당장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 것이다.

사실 이 조처는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라는 신자유주의 교황청이 제시했던 낡은 권고안 중 하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94년 이후 OECD는 "고용 안정과 관련한 정책을 손질하고,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한편, …노동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 노동계약을 장려"(10)할 것을 권장해왔다. 그렇다면 OECD가 제시한 실업 타개책은 무엇일까? 가난한 노동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가 끝까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프랑스는 이 권고안에 반대하며 OECD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11) 하지만 프랑스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노동유연성 강화와 노동권 축소

새 법률 초안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계약을 짓밟는 이같은 조처들을 적용하기 위해 먼저 노동자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해고'라는 페스트와 '임금 삭감'이라는 콜레라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대체 노동자에게 운신의 자유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욱이 고용에 대한 파급효과란 것도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르노사가 맺은 협약만 해도 그렇다. 르노사는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확대, 임금 동결, '자발적 의사에 따른 전출 허용'을 약속받았다. 그 대신 회사가 노동자에게 제시한 것은 해고 규모를 8260명으로 제한하고, 해외로 이전한 영업장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겠다는 막연한 약속뿐이었다. 르노사의 생산량은 앞으로도 여전히 2003년 수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상황인데 말이다.

새 법률안은 이외에 모두 19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조항이 사르코지가 구상했던 협약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은 아니다. 가령 초단기 노동계약에 대한 소액 과세, 보충건강보험 확대 등 개선된 사항도 눈에 띈다. 하지만 문제는 노동자 친화적 대책이 대부분 다음 협상으로 미뤄진 반면, 노동 유연성 강화는 지금 당장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점이다.

이번에 노동권 축소로 향하는 길을 터준 것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아니었다.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 간부직총연맹(CGC), 기독교노동자동맹(CFTC) 등 이른바 노조 연맹이었다. 최근 노동자 대표 선거 결과를 보면 이 노조들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도 대표하지 못한다.(12) 그럼에도 그들이 맺은 산업간전국협정(ANI)이 모두에게 강요되고 있다. 심지어 의회 의원마저 거의 협정에 손을 댈 권한이 없는 거수기 신세로 전락했다.

요컨대 오늘날 공화주의의 초석을 파괴하는 것이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국가 예산은 국회 심의에 앞서 두 가지 여과망을 거쳐야 한다. 먼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새 성서로 통하는 지난 6월 올랑드 대통령이 비준한 협약을 프랑스가 잘 준수하고 있는지 심판한다. 다음으로 '공공재정고등위원회'가 '정부의 황금률 준수'를 명분 삼아 모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모두가 똑같은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공공재정고등위원회에 속한 전문가 11명 중 9명이 재정 삭감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심리 과정이 비밀에 부쳐 있기 때문에' 전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공공재정고등위원회는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13) 한편 의회는 일단 고등위원회가 내린 신탁을 잠자코 따라야 한다.

올랑드 집권 1년의 성적표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느새 국민은 '경기침체'라는 단어에 친숙해졌고, 실업자와 재정 적자는 더욱 악화됐다. 기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재정 감축과 임금 삭감은 경제활동을 저하한다. 경제활동 저하는 실업률과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한다. 이는 다시 조세수입을 줄이고 재정 적자를 늘린다. 이런 긴축의 악순환에 대해서라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마저 긴축 처방의 효과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을 정도다.

본래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올랑드호'도 결국 긴축이라는 주술적 사고의 마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프랑스는 현재 그리스나 스페인 신드롬에 빠져들지 않고 계속 '시장'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만적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다른 방법이 있다. 가령 은행의 요구를 물리친 아이슬란드 사례를 본받는 것이다.(14) 혹은 자금시장을 거치는 대신 일부 국민의 예금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빌려주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국민 저축 수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1980년대(미국식 신보수주의의 유산인 반조세 광풍이 모든 유럽 국가를 집어삼키기 전) 수준으로 세금을 올리거나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 정부는 독일의 반대를 이유로 번번이 찬물을 끼얹는다. 독일은 수출과 유로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만일 프랑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큰 곤란에 처할 것이다. 협박은 독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쪽에서는 '시스템 위기'를 운운하면서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위기를 초래한 과거 관행을 답습하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올랑드 대통령의 복지 패배주의도 상당 부분 기존 관행과 단절하는 데 따른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1933년 3월 4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했던 말처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로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우리를 마비시키는 정체불명의 비이성적이고 근거 없는 공포 말이다."

좌파 지도층은 편협한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의 굴레에서 벗어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당 지도층과 주요 전문가들은 모두 한결같이 똑같은 학교에서 교육받고 똑같은 기관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저마다 국가가 최고의 재정 낭비자이며, 민영화야말로 효율성을 담보하는 수단이고, '노동비용'은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제일의 적이란 인식을 끊임없이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사실 고용 안정화 법안의 최대 지지자인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 출신의 프랑수아 셰레크가 정부로부터 사회복지감사원(IGAS) 위원에 임명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그는 서민층 소외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보장 축소를 옹호하는 사회당(PS) 계열의 싱크탱크 '테라노바'(Terra Nova)의 수장을 맡고 있다.(15) 그런 의미에서 CFDT 전 사무총장인 그가, 경영자들이 사회보장 환급 확대를 위한 사회보장분담금 인상에는 길길이 반대하면서도, 정작 보충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지출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나오는 현실을 그다지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미 전체 의료비의 절반에 육박한다. 프랑스 국민의 3분의 1이 돈이 없어 병원 치료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긴축재정으로 경기침체 초래

연금도 마찬가지다. 20년 동안 무려 7차례나 뜯어고친 끝에 애꿎은 연금 수급액만 계속 줄어들고 있다. 1993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수급액을 임금이 아닌 물가에 연동시킨 연금제도를 확립했다. 하지만 2013년 다른 누구도 아닌 CFDT가 경영자단체와 보충연금제도에 관한 협정을 맺으면서 물가에 연동된 연금제도를 철폐해버렸다. 더욱이 정부는 재정 적자 해소를 이유로 이런 새 규정을 모든 복지 시스템으로 확대하려 한다. 하지만 사회보장기금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결코 연금 수급액이 늘어나서가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보장 납부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침체를 초래한 원인은 바로 긴축재정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긴축은 악순환을 반복한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고 경제적으로 별다른 효과가 없는 긴축이라는 이름의 시한폭탄은 사회 자체를 위협한다. 그리스의 사회당 위원 디미트리스 두르트사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정책을 수립했다. 자신도 믿지 않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니 국민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스 사회는 한계에 달했다. 사회가 폭발할까봐 나는 심히 우려스럽다."(16) 결국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자본주의의 장단에 맞춰 즐겁게 춤출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한낱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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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 / 허보미 jinougy@naver.com

(1) Jean Marc Vittori, ‘용기 있는 결단의 시간’(Le temps des choix courageux), www.lesechos.fr.
(2) ‘유럽의 부활’(Renaissance de l’Europe), 파리 시르크 디베르 연설, 2012월 3월.
(3) ‘2013년 330억 유로를 마련해야 한다’(Il faut trouver de l’ordre de 33 milliards d’euros pour·2013), <르몽드>, 2007년 8월 2일.
(4) Christine Jakse, ‘누가 내 월급에 손을 대는가’(Vous avez dit ‘baisser les charge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1월호.
(5) <AFP통신>, 2012년 11월 5일.
(6) Jean-François Couvrat, 프랑스통계청(INSEE) 국가회계 참조, http://dechiffrages.blog.lemonde.fr.
(7) Frédéric Lordon, ‘장난감총에 불과한 은행규제’(La régulation bancaire au pistolet à bouchon), La pompe à phynance, http://blog.mondediplo.net.
(8) ‘믹서기에 갈린 노동권’(Droit social à la moulinette), La valse diplomatique, www.monde-diplomatique.fr.
(9) <TF1> <France2>를 비롯한 프랑스 9개 TV 연설, 2012년 1월 29일.
(10) ‘고용에 관한 OECD 전략’(La stratégie de l’OCDE pour l’emplo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리, 1994. Serge Halimi, ‘사회복지 해체 작업’(Les chantiers de la démolition socia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3월호 참조.
(11) ‘사회복지 비상사태’(Etat d’urgence socia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4년 7월호.
(12)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쟁의조정위원 선거 득표율 38%.
(13) Raoul Marc Jennar, ‘애매한 조약, 뻔한 결과’(Traité flou, conséquences limpide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0월호.
(14) Silla Sigurgeirsdottir, Robert Wade, ‘아이슬란드 국민 투기금융 뒷감당을 거부하다’(Une constitution pour changer l’Island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0월호.
(15) Alexander Zevin, ‘신세대 싱크탱크의 어설픈 진보 흉내’(Terra Nova, la boiîte é idées qui prend pour un think tank),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0월호.
(16) <메디아파르> 인터뷰, 파리, www.mediapart.fr, 2013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