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향해 손짓하는 케냐

2013-04-10     트리스탕 콜로마

지난 3월 4일 치른 선거에서 케냐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우후루 케냐타는 전 정권에서 어려운 과제를 물려받았다. 그중에는 라무의 심해 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송유관·도로·철도를 건설하는 수송 회랑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아시아로 향하는 관문을 개방함으로써 아프리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케냐 북동부의 라무군도는, 붉은 흙으로 뒤덮인 길과 초원을 불태울 기세로 태양이 작열하는 곳이다. 남루한 옷차림의 아메트는 오랜 시간 수km에 달하는 울타리를 감시하느라 무척 피곤한 표정이다.

"진척이 없어 보이죠? 라무는 원래 당나귀처럼 더디게 움직이는 곳이죠. 관리자들을 위한 건물을 짓고 있지만, 수십억 달러 가치를 지니는 항구의 면모는 아직 찾아볼 수 없어요. 도대체 감시해야 할 게 있기나 한지 모르겠어요. 아직 길도 포장이 안 됐는데, 2016년에 문을 연다는 게 도대체 믿기지 않는군요."

그러나 케냐 정부와 이번 프로젝트 파트너인 남수단, 에티오피아 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의 독립 이후 역사상 최대의 건설 프로젝트가 성공하리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국제 해상 교역, 동부 지역의 개발과 지역 통합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를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전 케냐 대통령 므와이 키바키는 '거대한 아프리카의 뿔'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동아프리카 공동체'(EAC) 회원국(1)과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지부티를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으려는 생각이었다.

"더 이상 고기를 못 잡으면 어떻게 살지?"

이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키바키는 다시금 1970년대식의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에 눈을 돌렸다. 국경을 넘나드는 다목적 교통 회랑을 건설하는 계획이었다. 총경비 200여억 달러가 소요되는 '라무항-남수단-에티오피아 수송 회랑'(랍셋 코리더·Lapsset Corridor) 공사는 라무의 만다만 심해항을 출발점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이 교통로는 반대편 카메룬의 수도 두알라까지 이어져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랍셋 프로젝트는 국제기구들이 2008년 수립한 중기 계획, '케냐 비전 2030'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08~2030년에 이 도약이 가능할까? 최소한 오랫동안 방치돼온 라무군도로서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랍 궁전 유적의 낡은 벽 뒤로, 당나귀들이 무람없이 앞을 가로막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인기리에 영업 중인 사이버 카페에 당도하게 된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마사이족 전사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발전의 기회는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케냐 정부는 이 외진 곳을 개발해 아프리카의 미래를 혁신하러 나섰다. 비전 2030을 이끌고 있는 무고 카바티는 "2030년까지 케냐인들의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산호초와 정유 시설, 초대형 유조선 등이 내려다보이는 별장 테라스에서 칵테일을 한잔 하기 위해 개인 전용 제트기를 타고 떠나는 신드바드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현재 동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사이의 무역은 케냐 동부의 대규모 항구 몸바사를 경유한다. 세계은행은 몸바사항을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요충지'로 정의한다. 몸바사항은 현재 이 지역 경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2007~2011년 몸바사항을 드나드는 물류량이 23% 증가했다. 몸바사항은 물류 처리량 25만TEU(6.1m 길이 컨테이너 크기) 기준으로 건설되었지만, 2011년 실제로 처리한 물류량은 77만TEU에 달했다.

미국의 한 조사(2)에 따르면, 케냐에서 컨테이너 한 대를 배에서부터 해당 지역 창고까지 운반하는 데 평균 15일이 소요된다. 더욱이 도로와 철도망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아 km당 컨테이너 운반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3) 교통부 상임 비서관 시루스 은지루는 누구보다 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91%가 우간다와 케냐를 잇는 철도 주위 100km 반경에서 생산된다. 인구의 75%가 거주하는 나머지 지역에서 GDP의 10%만을 생산하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4)

케냐의 농업과 산업이 발전하려면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규모는 엄청나다. 소요되는 비용이 케냐 연간 GDP의 3분의 2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케냐 전 지역의 발전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동아프리카의 평화와 통합을 위한 전략 지정학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경제학자 마크 볼런드의 설명이다. 모든 이들을 위한 성장과 평화를 기다리는 동안, 마톤도니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 입김으로 늪지대를 달구고 있다. 3시간 동안 힘겹게 사구를 넘고 셸라의 흰 백사장을 걸으면서 접한 라무 주민들의 빈곤은 여행사에서 선전하는 회교 군주국 시대의 번영 이미지를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하다.

이곳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으며, 누구도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마을의 현자(므지·Mzee) 무함마드 파마우는 그래도 희망을 피력한다. "정부는 라무를 모든 주민이 일자리를 얻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낙원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곳은 앞으로 케냐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이 될 것이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마을에 슈퍼마켓이 하나 생기기 바라고 있다."

과거 영광을 누리던 시절에는 이 스와힐리 도시에서 용연향, 상아, 노예 등을 실은 범선이 인도와 중국을 향해 출항했다. 그러나 지금은 낡은 보트를 탄 어부들이 맹그로브 뿌리 사이를 헤치며 힘겹게 고기를 잡는다. 이마저도 운하 건설을 위해 맹그로브 숲을 제거하고 준설하고 나면 불가능해질 것이다. 어부들은 심해항과 정유 시설이 들어서면 물고기가 사라질 것을 잘 안다. 또한 새로 들어서는 항구에는 자신의 일자리가 없으리라는 것도 안다. 최근 정부 관계자가 찾아와 확인한 사실이다. 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항만 지역에 취직하는 게 불가능하다. 무사 오마르는 "이곳에 학교가 문을 연 것이 불과 4년 전"이라며 분노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선박 목수가 거들고 나선다. "만약 모든 이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이 프로젝트에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꼴을 보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골치 아픈 문제만 생길 게 뻔하다. 더 이상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정부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처럼 못 배운 사람들의 요구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한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부 부처에서는 10만여 주민 중 70%의 주 소득원이 어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침 이날 총리실의 인프라 건설 담당 실베스터 카수쿠가 만다섬 공사현장을 공식 방문 중이었다. "자신 있다. 2016년에 문을 열 것이다. 나는 모든 관련자들을 만나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들은 모두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 주민들은 개발을 원한다. 그들은 이곳에 도로와 항구, 공항이 건설되기 바란다. 우리는 주민이 원하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그는 도착 후 몇 분 되지도 않아서 수행원들과 함께 4륜구동차를 타고 도착할 때보다 빠른 속도로 자리를 떴다.

소외 지역에 싹트는 독립 의식

그의 말은 이곳 주민들이 실제 느끼는 것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결정 과정에 지역 공동체가 참여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세이브 라무'(Save Lamu)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세이브 라무에 참여하는 현자 중 한 명인 후세인 센드 엘마위가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주민은 항구 건설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주민의 의견에 귀기울인다는 것은 주민에게 주체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토지와 고용 문제 등에 관심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주민 간에 정식으로 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토의에 그치지 말고 명확한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말이다."

케냐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세이브 라무는 항만 공사 중단을 위해 위헌 여부 심사를 청구했다. 정부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환경 영향 평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 단체의 회장인 아부바카르 무함마드 엘아무디는 단호하다. "지역 공동체에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지역 인구가 급증할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면 우리 문화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소외된 삶을 살아온 터다." 이곳 주민 대다수는 중앙 권력을 쥔 다수파 키쿠유족이 자신을 이등 국민 취급한다고 믿는다. 이런 억울함은 타지인에 대한 혐오로 표출되곤 한다.(5) "라무는 키쿠유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풍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 때문에 갈수록 종족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일부 정치적 선동의 영향으로 해안 지역 주민의 독립 욕구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정부는 해안 지역 개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포&페이드라두르 대학의 정치학자이자 케냐 전문가인 에르베 보푀는 이를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평가한다. "비전 2030에 의해 추진되는 개발 계획들이 외곽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독립 이후 케냐가 유지해온 정책의 성격과 정반대다." 사실상 케냐 정부는 1965년부터 '높은 잠재력'(6)을 지닌 지역에 공공투자를 집중해왔다. 대부분 해발 1700m가 넘는 지역이었다. 그 결과 북쪽의 건조한 지역과 오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배제되고 주변화되었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건 아시아 국가뿐

근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 프랑수아 지풀루는 이런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본다. "국제적으로 발전이- 정확히는 상품이- 확산되는 회랑의 구축을 통해 초국적 경제협력 지대 형태로 거듭날 해안 지역은 자유화된 경제의 중심축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7) 동아프리카는 투자, 금융,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여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경제특구(SEZ)를 통해 교역을 원활하게 하고, 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세계화의 동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례로 케냐의 경제특구법이 2012년 11월 8일 발효됐다.

민간 투자자들의 프로젝트 참여 여부가 결정되기 전, 정부는 1차 공사를 위해 우선 2억346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했다. 2012년 케냐, 에티오피아, 남수단은 협정에 서명했다. 남수단은 송유관 건설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이고, 에티오피아는 철도 건설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프라 건설 담당 카수쿠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내며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외친다. 그 한마디로 비판을 잠재우고 싶은 듯하다. "랍셋 프로젝트 때문에 부채가 쌓여 재정위기가 올 것이라 걱정할 필요 없다.(8) 케냐의 절반은 어떤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우선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중에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더욱이 공공부채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현재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용감하고 나무랄 데 없는 케냐 정부는 지나친 공공부채를 염려해 고금리 5년 만기 채권(9)을 발행했다. 전체 금액은 1억1900만 유로에 달한다. 이처럼 '거대한 아프리카의 뿔'은 곧 '풍요의 뿔'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케냐 금융 당국이 내세우는 투자 수익률은 그야말로 케냐 '발전'에 투자하는 이들의 상상력과 투기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던져주는 미끼와 같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아프리카 대륙은 전세계 해외직접투자(FDI)의 3.6%만 유치했을 뿐이다.

프로젝트 규모가 큰 만큼 케냐 정부는 자금 조달 통로를 다양화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카수쿠는 "랍셋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투자자들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항구와 도로는 공공 자본으로, 송유관과 정유 시설은 민간 자본으로 건설될 것이다. 철도 건설에는 공공 자본과 민간 자본이 함께 투입된다.

케냐는 부진한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제한하는 정부-민간 공동투자사업(PPP) 방식을 채택했다.(10) 정부는 감독을 맡고 민간 기업이 나서서 인프라를 건설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11)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과 자원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는 정부 사이에 목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 기업 처지에서 이런 프로젝트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모든 사업상의 리스크를 국가가 짊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한 관계자가 설명한다.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면 정부가 참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부채가 급증하게 되면 정부는 아무런 보장도 해줄 수 없다. PPP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회의가 1시간 30분간이나 진행되는 바람에 카수쿠는 다음 일정이 늦어진 것 같았다. 비서가 이미 가득 쌓인 우편물 위에 '기밀' 도장이 찍힌 서류를 놓고 간다. 그는 난처한 얼굴로 사과를 한다. 랍셋 프로젝트를 의논하기 위해 예방한 중국 대사를 총리가 접견하는 동안 그가 대신 회의에 들어가야 했다.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그가 "그저 의례적인 외교적 방문일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케냐 정부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한국, 카타르, 싱가포르 등의 새로운 파트너와 관계 증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중국·인도·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한국은 지난 5년간 케냐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로,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앞섰다.(12)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하나의 세계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위기에 덜 영향을 받은 아시아가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선진국은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제도적 개혁을 요구한다. 이는 공개 입찰 참여보다는 무역 계약을 통한 진출에 더 관심이 많은 중국과 경쟁하는 데 역효과를 낳고 있다. 모푀 교수는 "케냐에서는 엘리트들 사이에서 자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서구 국가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새로운 가치, 비전, 협력 방식을 창조하는 아시아와 가까워짐으로써 자율성 획득을 원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5년 키바키 대통령은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표방했다. 케냐 투자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6개월 동안 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한국이 케냐에 투자한 돈은 3126만 유로에 달했다. 그중 2300만 유로를 중국 단독으로 투자했다. 대통령이 발표한 한 담화문에 케냐의 새로운 외교적 비전이 잘 담겨 있다. "케냐의 외교정책은 지정학적 동학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부단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동서의 융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케냐 정부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계약을 아시아 국가와 체결하고 있다.

"케냐가 동쪽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다." 카수쿠가 관점을 바로잡는다. "그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다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입찰했을 때 가장 신속하게 응답하는 쪽이 아시아일 뿐이다. 다른 국가에서 불평만 늘어놓고 있는 사이에 아시아 사람들은 곧바로 행동에 착수하고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공평한 게임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낮은 금리로 인프라 건설 비용을 제공함으로써, 이를테면 아프리카 국가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가 최근에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케냐가 지금처럼 가면 재정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경제성장의 갑작스러운 둔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게 되었고, 중국의 직접투자에 상당히 의존하게 된 케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3)

새로운 범아프리카주의의 태동?

전 케냐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외부에 손을 내미는 관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아프리카 내 시장이 새로운 자금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의지만으로 라무 프로젝트의 모호한 성격이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투자자들은 지난 3월 4일 치른 대선의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개표 부정 시비 끝에, 케냐 대법원은 지난 3월 31일 우후루 케냐타 후보의 당선을 확정했다).

이제는 우후루 케냐타 당선자(50.07% 득표)가 케냐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자신하는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지역 차별과 분리에 기반한 발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랍셋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목표다. 카바키 전 대통령의 야망은 IMF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도 국제 투자자들의 자유주의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범아프리카주의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중국과 다른 신흥국가들의 경쟁을 부추겨 중국의 성장주의 정책을 변형시키려 했다. 케냐의 새 대통령은 그와 같은 길을 추구할 것인지, 현재로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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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탕 콜로마 Tristan Colom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 / 정기헌 guyheony@gmail.com

(1) 부룬디, 케냐,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2) 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USITC), investigation n° 332-530, publication n° 4335, 2012년 7월.
(3) 2009년 현재 몸바사항 기준, 케냐까지 0.04달러, 우간다 0.085달러, 르완다 0.09달러, 부룬디 0.11달러. ‘Transport prices and costs in Africa’, IBRD, World Bank, 2009.
(4) www.theafricareport.com, 2012년 6월.
(5) ‘Claire Médard, ‘Quelques clés pour démêler la crise kényane: spoliqtion; qutochtonie et privatisation foncière’(케냐 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들: 약탈, 원지성, 토지 민영화), www.cetri.be, 2010년 1월 14일.
(6) ‘African socialism and its application to planning in Kenya’, <Sessional Paper>, n° 10, Nairobi, 1965.
(7) François Gipouloux, ‘La Méditerranée asiatique. Villes portuaires et rèseaux marchands en Chine, au Japon et en Asie du Sud-Est, XVIe-XXIe siècle’(아시아의 지중해: 16~21세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들과 상업 네트워크), CNRS Editions, Paris, 2009.
(8) 2011년 케냐의 공공부채는 GDP의 50.7%, 대외 부채는 70억 유로 이상으로 추정됐다.(자료 출처: CIA-The World Factbook, www.cia.gov)
(9) ‘인프라 채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가가 금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시장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10) Faranak Miraftab, ‘Public-private partnership: The Trojan horse of neoliberal development?’, <Journal of Planning Education and Research>, University of Cincinnati, 2004년 9월.
(11) David Osborne & Ted Gaebler, <Reinventing Government: How the Entrepreneurial Spirit Is Transforming the Public Sector>, Plume, New York, 1993.
(12) 자료 출처: 케냐투자국(KIA), 케냐 국립 통계청(KNBS).
(13) ‘World Economic Outlook’, IMF, 2012년 10월. 


"부패를 보장받는 길을 닦는 사업"

케냐인들의 머릿속에는 2007년 12월 선거 직후 자행된 유혈사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사태로 1200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 지난 3월 4일 치른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투자자들뿐 아니라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력했다. 나이로비에 적을 두고 파리 국립정치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도미니크 코난의 분석에 따르면, 케냐인들은 '정치 무대를 교묘하게 성령이 임하는 장소처럼 만들어서 다 함께 회개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일'에 주연 혹은 관객으로 참여했다. 2월 24일 우후루 공원에서 열린 대규모 평화집회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찬송가와 선지자 데이비드 에드워드 오워 박사의 설교에 맞춰 서로 손을 맞잡고 회개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개표 결과 우후루 케냐타 후보가 전 총리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대법원에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부정행위 리스트를 제출하고, 케냐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8400표 차이로 승리한 투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역시 2007년 선거 직후 발생한 학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피소된 케냐타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냐의 새 대통령은 3월 13일 나이로비에서 '케냐 민간부문연맹'(KEPSA) 회원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케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부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투자자들은 비전 2030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려움에 문을 걸어 잠근- 기업들이 다시금 문을 열고 경제 부흥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전 2030이란 '세계적 차원에서 케냐가 경쟁력을 갖추고 번영을 구가하기 바라는 국가적 염원'으로, 2008년 발표된 개혁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케냐 국립통계청'(KNBS)이 내놓은 통계 수치는 이런 염원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KNBS의 보고서는 지나친 인플레이션, 통화 가치 급락, 2011년 말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금리 등을 우려한다. 케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10개국 안에 든다. 최상위층 10%의 소득이 최하위층 10%의 소득보다 무려 56배 많다고 한다.(1)

케냐 지배층의 눈에 랍셋 프로젝트는 문서 정보화, 두바이식 고층빌딩, 중국산 고속열차 등과 함께 케냐의 풍경을 바꿈으로써 국가적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케냐 정부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의 항구가 들어설 지역에서 수십km밖에 안 떨어진 소말리아에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케냐 정부는 일방적인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샤바브 반군이 준동하는 이 지역을 중요한 완충지대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구실을 댔다.

나이로비의 한 언론사 편집국에서 한 기자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가상의 젖소에게서 우유 짜는 시늉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랍셋 프로젝트는 부패를 보장하는 길을 닦는 사업이다. 정치인들은 국가에서 짜낸 우유를 마시기 위해 대기 중이다. S자에 세로 줄 2개가 그어진 그것 말이다." 이 프로젝트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있었던 한 연구자가 직설법으로 말한다. "비전 2030은 발전을 몇㎡ 건설했는지로 평가한다. 출자자와 국가의 돈을 빼돌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콘크리트 믹서가 작동하기도 전에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부터 비싼 비용이 문제가 됐다. 2009년 5월, 케냐 교통부와 일본 회사 JPC는 200여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 후 케냐 정부의 개입으로 비용을 35% 인하하는 협상이 진행됐다.

"케냐의 엘리트들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당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흰 코끼리(2)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포&페이드라두르 대학의 정치학자이자 케냐 전문가인 에르베 보푀의 주장이다. 동아프리카브리티시인스티튜트(BIEA) 책임자 앰브리나 만지는 "많은 정치인들은 라무 프로젝트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 이미 정보를 입수했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내부 정보 누출인 셈이다. 그들은 개발 지역 토지를 미리 사들여 부동산 투기를 벌였다." 그리고 케냐 정부는 그 땅들을 사들였다.

(1)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자료. Human Rights Watch, ‘Report 2010’에서 인용.
(2) ‘흰 코끼리’란 큰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처치 곤란 상황에 이른 투자 프로젝트를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