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조작의 ‘사회공학’

2013-04-10     파블로 장상

인터넷 시대에 인구는 더 이상 대규모 집단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미묘한 네트워크다. 이제 마케팅과 사회학은 긴밀한 네트워크 연결과 개인적 제스처 속에서 이들의 경향을 찾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통해 미래를 조종한다. 이것이 곧 거대 연구 프로젝트인 '미래정보기술'(FuturICT)의 야망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연구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당면한 많은 문제, 금융위기, 사회와 경제 불안, 전쟁, 전염병 등은 인간의 행동과 연관 있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가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1) 미래정보기술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한 유례없는 규모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예비 선정됐다. 비록 10억 유로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것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정보기술이 제기한 문제들은 여전히 의제로 남아 있다. EU는 인간의 뇌를 모의실험하는 인간두뇌 프로젝트와 전자·통신 등의 그래핀 응용 방안 연구를 선호했다.

사실, 이것은 사회를 조종할 목적으로 컴퓨터의 강력한 계산 능력을 활용해 공학과 자연과학, 인문학 지식을 융합하겠다는 의도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으로 생성된 정보의 홍수, 통신망의 확산과 이른바 '소셜'이라 지칭되는 전자 네트워크상에서의 (정보) 교환으로 인해 방대한 데이터(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막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응용될지에 벌써 우리의 상상력이 자극되고 있다.

2011년부터 정보와 관련된 연구 수행 책임을 맡고 있는 미국의 정보고등연구계획활동국(IARPA)은 기업과 학계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즉 수학적인 예측 방법과 잠재적 폭동에 대한 대비책을 발전시키기 위해 남미 국가의 인터넷 데이터를 자동 저장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중을 '조종'하는 사회공학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사회를 조종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결코 새로운 게 아니다.(2)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작동시키려면 통계학이 발명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9세기부터 유럽 국가들은 세금 징수와 병사 모집 방법을 개선할 목적으로 인구와 이들의 재산을 조사했다. 이것이 지도나 토지대장과 같은 다양한 도구의 보편화와 측정 단위와 언어의 통일, 더 나아가서는 성씨 제도 정비 같은 법률 및 장비의 인프라를 확립시켰다. 중앙 관청을 통해 이런 정보를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은 확률론 같은 수학적 도구를 발명한 위대한 수학자 피에르 시몽 드 라플라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단편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인구 추정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사회과학의 창시자는 벨기에의 무명 천문학자 아돌프 케틀레다. 그는 파리 관측소에서 라플라스와 함께 근무하며 국가 인구조사 방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는 자살이나 범죄 건수의 상대적 지속성에 매료됐다. 그는 절대적으로 많은 수의 개인을 집계하면 개별적인 예측 불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인간과, 인간에 연관된 모든 것을 물리적 현상 법칙의 산물로 봤다. 따라서 그는 라플라스의 천체공학만큼이나 정확하고 대중을 조종할 수 있는 '사회공학'을 고안해내고 싶었다. 그의 사회 그룹에 대한 규칙과 예측 분석은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1858~1917)의 학문과 사회과학, 즉 사회학의 시발점이 됐다.

이른바 '영광의 30년'(1945∼75) 동안 중앙집권 국가들은 중앙정부가 미리 정한 행정 카테고리(나이·성별·직업군 등)에 따라 파악해 집계한 인구를 동종 사회 그룹처럼 관리했다. 그리고 1980년대 신자유주의 국가는 사회구조를 카테고리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그것보다는 오히려 자유 시장에서 경쟁하는 고립된 개인, 즉 '사회적 원자들'을 병렬로 배치한 사회구조를 구상했다. 부양책과 성과를 통해 사회를 조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긴 것이다.

미래정보기술 실험의 꼼수

미래정보기술이 자유주의에 소중한 '사회적 원자' 개념에 사회구조를 결부시키며 오래전 케틀레가 구상한 사회 법률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켰다. 이 법률의 목적 중 하나는 "복잡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숨겨진 법률의 베일을 벗기는 것이다. 이 법률 덕분에 우리는 시나리오를 테스트할 가상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최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정기적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위기에 대비책을 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모의실험 장치의 도움을 받아 도시 교통을 모의실험해 차량의 평균 흐름을 측정하고, 신호등의 사이클 주기를 최적화하는 게 이미 가능해졌다. 그러나 미래정보기술을 고안한 두 연구원 중 하나인 더크 헬빙은 다른 방식의 연구를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팀과 함께 개별적인 자동차 통행 데이터로 반응 시간 같은 매개변수를 감안한 운전자들의 행동 모델을 만들었다. 그는 신호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환경에서 '로봇 운전자'(실험 대상 운전자) 중 많은 수를 상호작용하게 함으로써 이들의 운행거리 시간을 재고, 신호등이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측정하고, 인근 신호등과 정보를 교환해 서로 신호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사람들이 차량 행렬의 도착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미시사회' 공학은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 예컨대 컴퓨터 과학자, 의사, 물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학제 간 연구팀이 유행 독감 예측을 가능케 하는 정교한 모델을 개발하지 않았던가!

미래정보기술은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이같은 연구 방식을 보편화할 것을 제안한다. 각 개인의 정보를 갖고도 전 인류를 모의실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함을 인식했음에도 미래정보기술은 '지상 신경계', 즉 매 순간 수십억 개의 개인 및 환경 데이터를 한곳에 수집하고 기록하는 세계적인 통신망을 통해 자양분을 얻는 지상 모의실험 장치를 구상 중이다. 이상적으론, 모의실험 장치가 이미 복잡한 물리학 시스템에서 그랬듯, 사회 작동의 이론적 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고 다양한 정책의 효과를 테스트할 수도 있다. 요즘은 화학자들이 이렇게 자문할 수도 있다. '내가 구리에 지르코늄을 섞으면 연료 생산이 촉진될까?' 그리고 과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컴퓨터로 테스트해보기 위해 이렇게 자문할 수도 있다. '내가 사람들의 유동성을 높이면 더 나은 사회적 연대가 이뤄질까?'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경제주체에 의해 대변되는 사회적 원자 모델 속의 원자들은 현실을 대변하는 데 종종 힘들어한다. 이 사실은 '재산 공유의 비극'에 대한 모의실험을 다룬 수많은 이론 논문에 관심만 가지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재산 공유 상황에서는 각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집단을 감안하지 않고, 공유 재산을 착취할 수 있어 모든 이들이 이같은 착취를 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이 선험적 작업을 통해 증명했듯(3) 공동 규범, 가족관계, 대화가 실질적인 협동체 안에서 이같은 '비극'을 피하게 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모의실험 범주 밖이다.

미래정보기술이 물리 모의실험과 유사하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꼼수다. 실제 물리 모의실험은 과학자들이 천연 소재를 다루지 않고 실험실에서 정제하고 검증을 거친 인공 재료를 다루는 것에 한해 타당성이 입증된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가상 미래정보기술의 예측 응용이 흔치 않다. 최적의 재료는 제조하기 어렵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 모의실험 장치'의 성과는 단지 '사회 법률'의 타당성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틀이 잡힌 사회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경제 법률'이 돈으로 모든 가치를 환산하는 경제학자들에게 포맷당한 세상에서만 가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경제) 법률을 믿는다는 것은 이데올로기(함축적이든 아니든 간에)에 따라 최적 판단을 받은 이론 모델대로 구축된 게 금융시장임을 잊은 처사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사회규범에 대한 정치적 차원의 해명 요구를 하지 않는 처사다. 사실 미래정보기술 프로젝트 소개글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인 '(경제)회복탄력성'이 모든 분쟁의 가능성을 희석시킨다.

빅데이터 뒤의 빅브러더

반면 미래정보기술이 학계 쪽에 사회의 디지털화,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민간 기업들이 좌지우지하는 부문에 대한 장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은 옳은 일이다. 사회의 디지털화 용도는 사회를 조종한다고 주장하는 기관의 계산력을 강화하거나, 흩어진 정보를 조정할 수 있는 도구를 발전시키는 방향, 두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략을 채택한 미래정보기술이 도입한 개념에 따르면, 실험 모델이 된 개개인은 조직의 분자다. 이들의 뇌는 다른 곳에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뒤에는 '빅브러더'(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가 숨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정부 중앙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제공한다면 새로운 디지털 세계가 탄생할 수도 있다. 1975년 이미 한 아마추어가 자동으로 식품을 구입하고 조리법까지 제안하는, 즉 소량의 개인 식품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고안해냈다. 당시만 해도 이는 공상과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록·편성·관리하며(4) 기업이나 관청에 전달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EU 사이트에는 미래정보기술의 도입 목적을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으로 소개해놓았다. "위기관리 관측소와 무역 책임자와 정책 결정자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FuturICT)을 만들어 도입한다." 이상한 민주주의에 대한 규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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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장상 Pablo Jensen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연구위원

번역 / 조은섭 chosub@hanmail.net

(1) www.futurict.eu, 별도의 의견이 없는 한 모든 인용의 출처는 이 사이트다.
(2) Philippe Rivière, <아옌데 칠레 대통령, 정보통신과 혁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7월호.
(3) Elinor Ostrom, <재산 공유의 거버넌스>, De Bouck, 브뤼셀, 2010. ‘똑똑한 반도체칩’, http://blog.mondediplo.net.
(4) www.mydex.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