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핵강국’ 중국의 대야망

2013-05-13     올리비에 자제크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핵억지력 증강과 이와 동시에 이루어진 중국 인민해방군의 우주개발 성과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두 분야의 연관성을 활용해 자국 전력(戰力)의 강화·확대 효과를 높이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세계의 핵 균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핵무기를 감축하기로 했다. 현 상황이 미국의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은 미국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의 동상 하나쯤 세워줄 법한데 그러지 않았다. 이는 배은망덕하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비록 반(反)공산주의의 대표주자였지만 그가 '중국 핵개발 프로그램의 아버지'나 다름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참으로 놀라운 역사가 여기 숨어 있다. 1935년 미국 유학생에 뽑혀 중국 항저우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 젊은 과학도 첸쉐썬(1911~2009)은 파사데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미 국방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선구적인 안목으로 미 공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를 무한히 신뢰한 군 당국은 '독일 미사일 개발의 두뇌'로 불리던 베르너 폰 브라운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임무를 그에게 부여해 독일로 파견한다. 그러나 매카시 의원의 반공산주의 운동으로 말미암아 첸쉐썬의 활동은 그간의 탄탄대로를 이탈하고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1950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첸쉐썬은 가택연금에 처해졌고, 1955년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된 미군 조종사와 교환돼 공산화된 중국으로 추방됐다. 미 해군 자문역 대니얼 캠벨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한 '천재' 첸쉐썬의 가치가 3~5개 사단에 맞먹고, 그가 추방됐다는 얘기를 듣느니 차라리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나았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1) 공산주의 마녀사냥이 절정에 달한 시대적 상황에서 그의 항변은 아무런 반향도 얻지 못했다. 이후의 상황은 짐작대로 흘러갔다. 마오쩌둥의 부름을 받은 첸쉐썬은 중국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고 황무지 상태에서 첫 미사일 프로그램을 탄생시킨다.

공공연한 비밀… 지하 '핵 만리장성'

1966년, 즉 1964년 중국이 마침내 핵실험에 성공한 2년 뒤, 엔지니어 첸쉐썬은 신장 사막에서 첫 핵탄두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두지휘했다. 1970년 4월 24일 중국의 첫 인공위성 둥팡훙 1호의 발사 성공에도 그가 일익을 담당했다. 둥팡훙 1호는 궤도에 진입한 뒤 26일 동안 당시 중국의 실질적 국가(國歌)인 '둥팡훙' 곡조를 송신하기도 했다.

1991년 은퇴한 첸쉐썬은 화려한 영예 속에 세상을 떠났고, 중화인민공화국의 핵·우주 개발 프로그램에 초기부터 깊이 관여한 상징적 인물로 남았다. 1964년 10월 첫 핵실험에서 2003년 10월 14일 양리웨이 중령을 태운 선저우 5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세계 3번째 국가가 되기까지, 중국은 핵과 우주, 두 분야를 줄기차게 오가면서 기술·재정·전략적 최적화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1990년대 들어 국가항천국(CNSA)을 설립하고 우주개발 상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우주개발에서 어느 때보다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핵-우주-미사일' 삼각 개발의 지렛대효과를 누린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전문 엔지니어들도 이 효과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일찍이 '선제 사용 불허'라는 핵무기 원칙을 세웠고, 특히 비핵국가를 상대로 절대 자국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창한 확신을 보여주면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를 꾀했다. 중국은 우주개발의 군사화에도 발 빠르게 반대 입장을 취했다. 총체적인 방어 태세와 더불어 낙후한 미사일 폭격기, 핵탄두 잠수함 등 빈약한 국방자원으로 인해 중국은 세계 우주 강대국 겸 핵무기 보유국 클럽에서 가장 '조용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클럽에 속하는 국가로는 프랑스·미국·영국·러시아·중국이 있고, 최근에는 여기에 인도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중국이 조용하다는 게 정말일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렇지만 경제발전이 정치·군사적 세력 신장을 부추기는 현 시점에 과연 낮은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유효할까? 오랫동안 고정돼 있던 중국 핵개발 방정식의 변수는 이제 달라졌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경계 태세에 돌입한 것은 미국이다.

"오늘날 중국이 보유한 미사일 수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중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기민한 파수병 역할을 해온 국제평가전략센터(IASC) 소속 리처드 피셔 연구원은 2011년 이런 질문을 던지며 미국 국방부와 의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2) 실제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3) 가운데 보유 핵무기 수를 밝히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그 전력이 베일에 싸여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센터(SIPRI)는 중국의 실전 배치 핵탄두 수가 2009년 총 186기에 달한다고 보았고, 국제핵분열물질패널(IPFM)(4)은 이를 약 240기로 추정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보유 핵탄두가 수천 기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미국의 벌벌 떠는 모습은 과잉 연기로 보일 수도 있다. 2010년 5월 미국은 전술·전략·비배치 무기 등 모두 5천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가운데 1700기가 실전용으로 배치된 핵탄두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에 장착된다.(5)

2009년 미국 조지타운대학이 발표한 한 보고서는 중국 핵무기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6) 과거 미 국방부에서 근무한 필립 카버 교수의 지도로 학생들이 3년 동안 각종 공개 자료를 수집·연구한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중국이 실제 보유한 핵탄두가 무려 3천 기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핵탄두와 특수부대의 이동·배치에 사용되는 연장 5천km의 터널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비밀에 둘러싸인 '지하 만리장성'은 기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는 아시아 곳곳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중국의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7)

그러자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센 연구원을 위시한 핵군축 지지자들은 미 국방부가 카버 교수를 매개로 이 연구를 원격조종한다고 비난했다. 카버 교수는 리처드 피셔 연구원, 윌리엄 게르츠 기자와 더불어 '중국의 위험성'을 강박적으로 고발해온 이였다. 군 당국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8) 사건은 이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2011년 10월 14일 의회에 출석한 마이클 터너 공화당 의원은 '미지의' 지하터널이 존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핵 부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있을 때 중국은 도리어 자국 시스템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지타운대학의 연구 결과를 '비로소 발견한' 유럽 언론들도 '기가 막힌 터널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9) 인도 언론들까지 여기에 호응했다. 지난 1월 초, 주위의 압력에 못 이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8월 15일까지 이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국방부에 명했다.

미국 정계의 격렬한 논쟁 및 유럽 언론의 추종주의와 대조적으로 일각에서는 '지하 만리장성'의 존재가 이미 몇 년 전에 밝혀졌다고 본다. 2009년 12월 11일 홍콩 일간지 <타쿵파오>는 10년 동안 수만 명의 중국 군인들이 동원된 거대한 터널 공사 현장의 실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덕분에 많은 아시아인이 전략 핵무기를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제2포병부대가 '선제' 기습파괴 공격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깊은 지하에 저장하기로 1995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 현대적인 터널망이 중국 북부 허베이의 산악지대 수백m 지하에 건설된 것이다.(10) 핵무기 공격에 대한 지형적 안전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이곳의 협곡과 가파른 절벽은 안성맞춤이었다.

이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관영방송 <CCTV>였다. <CCTV>는 2008년 3월 24일 방영한 한 다큐멘터리에서 지하터널 프로젝트의 현황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해당 보도는 공식적 확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으며, 인도·미국·유럽의 군 당국도 이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아울러 중국 인민해방군에 터널 건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국의 '2차 공격' 전력을 성역화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그동안 보유한 고정식 액체 추진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체로 신속한 위치 변경이 가능한 고체 추진 미사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사정거리가 1만1천km에 달하는 DF-31A가 대표적 기종이다. 고정식이든 이동식이든, 지대지미사일은 중국의 '핵 3원 체제'의 구성 요소(지대지미사일, 공중폭격기, 잠수함) 중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그럭저럭 미국의 인정을 받고 있는 자국의 핵무기 역량을 유지하려면 '2차 공격' 전력을 보호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을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수적 대응 능력이 무력화될 수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이 오래전부터 새로운 전쟁터로 상정한 것이 바로 외기권 우주 공간이다.

문화혁명 시대에 "인공위성이 올라갈수록 붉은 깃발은 내려온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높이던 홍위병 용사는 이제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전직 인민해방군 공군사령관이자 현직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쉬치량 장군도 "중국은 국가적 이익의 확장과 더불어 우주 시대로 접어들었다"(11)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우주의 군사화에 반대하면서도 우주에서 미국이 누리는 헤게모니에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역력하다. 현대 군부대들의 우주 의존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오늘날, 분쟁이 발발할 때 최우선 과제는 적군의 우주 공간 이용을 막는 것일 테다.

갈수록 작아지는 미국의 우주 위상

협상은 격이 맞는 국가끼리나 할 수 있음을 아는 중국은, 러시아처럼 독자적인 대규모 기술 발전을 이룩해야 우주 공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 국방부의 야심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우주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협정에 서명할 수밖에 없고, 이는 1967년 발효된 외기권 우주 조약의 약점을 보완한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2001년 미국 우주위원회(일명 '럼즈펠드 위원회')는 한 보고서에서 우주 조약의 수많은 맹점을 밝히면서 "우주에 무기를 배치·활용하거나,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는 걸 전혀 금하고 있지 않다"(12)고 강조한 바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한 국제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중국은 각국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독자적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에 착수해 2020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130t에 달하는 발사체를 개발 중이고, 2025년에는 달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며, 2030년 이후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 미국을 앞지를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인 베이두(北斗) 또는 컴퍼스(COMPASS)를 구성하는 위성은 조만간 35개로 늘어나고, 기존 GPS와 동일한 서비스를 일반 모드와 군용 모드에서 제공하게 된다.

이런 전략의 부수적 영향은 그 추진자들의 당초 의도를 뛰어넘은 듯하다. 우주 공간에서 자국의 공격력을 과시하기 위해 2007년 1월 노후한 기상인공위성 FY-1C를 SC-19 요격기로 파괴한 중국은 이내 비난에 직면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파괴 잔해가 야기할 위험을 지적하는 한편, 중국이 표방해온 온건한 우주정책의 모순을 지적하며 이런 중국의 행동이 '우주 깡패'와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미국 정부는 2011년 1월 발표한 최신 우주안보국가전략에서 "미국은 억지력이 실패할 경우 (우주에서) 정당방위로 대응할 권리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13)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이론가 에버릿 돌먼은 "미국이 장차 중국과 치르게 될 전쟁은 외기권 우주의 패권이 그 대상이 될 것"(14)이라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핵이라는 문제가 있다. 미사일 발사 탐지를 위해 사용되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은 이제 유사시 중국이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이 되었다. 이 위성들이 없다면 미국은 전략핵 전력과 지휘체계 조직이 전반적으로 지장받게 된다.

이런 우려에 덧붙여 미국의 기술적 위상 격하에 대한 씁쓸한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1990년대에 중국에 위성 부품 수출 금수령을 내리기에 앞서 중국이 이미 '대장정' 로켓을 발사해 20여 기의 상업위성을 쏘아올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미 항공우주국은 그때만 해도 중국을 얕잡아보며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로써 핵시계의 바늘은 움직였다. 미국과 중국의 전력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지만 중국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를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중국이 내놓은 <우주백서>는 5가지 핵심 방향(과학적 발전, 평화적 발전, 혁신, 독자성, 국제 교류)을 제시했는데, 이는 모두 민간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중국이 실시한 19번의 발사 가운데 18번은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2년에도 중국은 각종 위성 30여 기를 궤도에 진입시켰고 그중 일부는 통신(중싱 10호), 우주항법, 감시, 정찰, 데이터 중계(톈롄 1호) 등을 담당하는 소형 위성이었다. 여기에 경보위성 개발 프로그램까지 추진 중인데 최근에는 하이난섬에 원창 발사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그사이 미국에서는 달 탐사 계획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을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2월 취소했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CS)에서 활동하는 그레고리 쿨라키 박사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필요로 하기보다 중국이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낡은 생각을 미국이 버려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15) 이 말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2008년 미국 MIT의 한 엔지니어는 두 나라의 우주전쟁 조건을 모델화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결론은, 미국에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중국이 틀림없이 패배한다는 것이었다.(16)

세계적인 '동급 경쟁자'의 급부상 앞에서 일부 미국 언론들은 흥분하며 특유의 호들갑을 떨었지만, 중국의 핵·우주 개발 성과에는 객관적으로 몇 가지 의문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은 핵탄두 수를 증대시키는 유일한 국가라는 게 관측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정확히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추정 수치는 제각각인데 실전용 핵탄두가 1800기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군축지지 민간협회인 '암스 컨트롤'(Arms Control) 회원들도 인정하듯, 중요한 것은 중국이 전력을 현대화했느냐 아니냐 같은 답이 뻔한 질문이 아니라 이런 현대화 속도에 관해 정보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의 핵개발 야심을 보건대,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의 전략 균형은 변할 수밖에 없다. 영국은 자국이 보유한 실전용 핵탄두가 160기 미만이라고 밝혔다.(17) 프랑스는 냉전체제 이후 핵탄두 수를 50% 감축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간 핵억지력 부문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 현재는 약 100기의 핵탄두만을 가지고 있다.(18) 반면 '핵·우주 공생' 원칙에 입각해 개발을 추진해온 중국은 중기적 목표인 유럽 2대 핵강국들과의 기술적 대등 관계를 불과 10년 만에 뛰어넘었고, 이제는 종주국 미국과 비대칭적이나마 대화 상대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가 됐다. 요컨대 미국과 중국은 과거 '공포의 균형'을 유지한다며 격납고에 핵탄두를 비이성적으로 쌓아두던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흡사한 경쟁의 장으로 들어서면서 냉전시대의 사나운 변증법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

"미-중, 새 우주 협상 모색할 때다"

핵억지력을 극대화하려는 시각은 최소한의 충분조건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원칙(핵 한 방에 '누구나 한 번 죽는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과 대조를 이룬다. '미쳐도 합리적으로 미치자'는 프랑스의 태도는 사실 1964년 이래 중국이 암묵적으로 견지해온 입장이기도 하다. 2009년에도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유엔 안보리에 참석해 "중국은 방어적 핵전략을 단호히 추진할 것임을 엄숙히 재천명한다"고 밝히지 않았던가?(19)

지난 2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은 1700기에 달하는 실전용 핵탄두 수를 2020년까지 1천 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국 핵전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전력이 확고히 발전하는데도 과연 최소한의 전략적 생명보험만 들면 된다는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핵전쟁에도 '승자'는 있게 마련이므로 핵탄두 축적이 그렇게 어리석은 일은 아니라고 한 전략전문가 허만 칸(1961년 허드슨연구소 설립)의 어이없는 주장이 다시금 전개될 것인가?(20)

이런 다양한 인식의 판도에 중국 주변국들의 우려 섞인 대응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이라도 일본은 올해 첫 발사 예정인 신형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을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탈바꿈할 능력이 있고, 베트남은 우주개발에 대한 야망을 공공연히 보여주었으며, 인도는 위성공격무기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 해법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2002년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조약을 방패막으로 되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국을 협상에 끌어들인다면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논의가 되겠지만, 세계 핵군축 필수조건에 대해 중국이 누누이 표명해온 공식 입장을 보건대 이런 종류의 제안을 중국 정부가 마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21) 아무튼 현재로서는 허베이 지역의 지하터널에서 우주정지궤도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추진하는 모종의 핵·우주 전력 현대화 원칙이 동아시아의 전략균형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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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에 자제크 Olivier Zajec 유럽 전략지능회사 연구원

번역 / 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르몽드 세계사 2>(공역·2010) 등이 있다.

(1) Evan Osnos, ‘The two lives of Qian Xuesen’, <더뉴요커>, 2009년 11월 3일.
(2) ‘US worries over China’s underground network’, <AFP>, 파리, 2011년 10월 14일.
(3)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미국)은 핵비확산조약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4) 국제핵분열물질패널(IPFM)은 2006년 17개국의 핵비확산 부문 민간 전문가들이 설립한 단체로 인도 뉴델리대학의 라자라만 교수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5) ‘Nuclear Weapons: Who has what at a glance’, Arms Control Association, 워싱턴 DC, 2012년 11월.
(6) ‘China’s underground Great Wall: challenge for nuclear arms control’, Asia Arms Control Project, 조지타운대학, 2009.
(7) ‘중국 해군, 대양 제패를 꿈꾸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9월호 참조.
(8) Hans M. Christensen, ‘STRATCOM Commander rejects high estimates for Chinese nuclear arsenal’, 미국과학자연맹 전략안보 블로그(blogs.fas.org), 2012년 8월 22일.
(9) ‘중국은 지하 만리장성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누벨옵세르바퇴르>, 파리, 2009년 12월 7일.
(10) Arnaud de La Grange, ‘비밀 터널에 은신한 중국 핵미사일’, <르피가로>, 2009년 12월 19일.
(11) ‘China “To Put Weapons in Space”’,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홍콩, 2009년 11월 3일.
(12) ‘미국 국가안보 우주관리조직 평가위원회 보고서’, 2001년 1월 11일. 미 국방부가 이후 내놓은 보고서들은 이 보고서의 결론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진단했다.
(13) <우주안보국가전략>, 2011년 1월.
(14) Everett C. Dolman, ‘New Frontiers, Old Realities’, <분기 전략연구>, vol.6, n°1, 워싱턴, 2012.
(15) Jeff Foust, ‘Space Challenges for 2011’, www.thespacereview.com, 2011년 1월 3일.
(16) ‘How China loses the coming space war’, <와이어드>, 샌프란시스코, 2008년 10월 1일.
(17) 영국 핵억지력의 미래에 관한 영국 감사원 보고서, 2008년 11월 5일.
(18) ‘핵군축, 핵비확산, 그리고 프랑스 안보’, 프랑스 상원 보고서, n°332, 2010년 2월 24일. 유지·보수용을 포함하면 프랑스가 보유한 핵탄두 수는 약 300기에 달한다.
(19) 후진타오, ‘모두에게 더 안전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힘쓰자’, 핵비확산·핵군축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담 연설, 2009년 9월 24일.
(20) Herman Kahn, <On Thermonuclear War>, 프린스턴대학 출판부, 1960.
(21) 2012년 10월 19일 제67차 유엔 총회 핵군축에 관한 주제토론의 중국 대표단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