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한국 문화를 세계화하다

2013-05-13     스테판 테브네

 

 

가수 싸이가 노래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팝문화의 활력에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팝문화의 파급은 주로 TV 연속극을 통해 이루어진다. 20년 전에 방영되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아시아 전역뿐만 아니라 근동 지역이나 동유럽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한국인 스타와 가수들이 탄생하고 새로운 소비 행태가 출현했다.

프랑스인들이 볼 때, 유튜브에서 동영상이 10억 건 넘게 클릭된 한국 가수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2011년 38억 달러에 상당하는 문화상품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15년 만에 일본과 경쟁을 벌이는 문화강국이 되었다.(1) 그 이후로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비되고 있으며, 유럽의 수많은 젊은이가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TV 드라마 혹은 그냥 드라마라고 부르는(2))과 대중음악에 열광한다. 2011년 6월 파리의 제니트 공연장에서는 한국의 5개 인기 그룹이 공연을 벌였고, 2012년 2월 파리의 '팔레 옴니스포르 베르시' 공연장에는 한류 물결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한류'라는 표현은 2000년대 초 중국 언론에 의해 널리 퍼졌다. 1992년 중국과 한국이 수교를 시작해 좀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다음해 중국에서 한국 연속극 두 편이 방영되었다. 그러나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과 타이완에까지 한국의 TV 연속극에 관심이 본격적으로 이는 것을 확인하려면 1997년 25회짜리 가족드라마 <사랑이 뭐길래>(MBC·1991~92)와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20회 분량의 연속극 <별은 내 가슴에>(MBC·1997)가 성공을 거둘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같은 시기에 한국 대중음악도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H.O.T 등 젊은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3) <별은 내 가슴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안재욱 등의 가수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 음악산업과 TV산업이 함께 발전해나갔다.

국가 이미지 이끄는 한류

한류 열풍은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998년 베트남에는 이미 한국 연속극이 수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56%를 차지했다.(4) 2001년 멜로드라마 한 편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가을동화>(KBS·2000)는 산부인과의 실수로 아기가 바뀌어 남매로 자라난 한 젊은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2003년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겨울연가>(KBS·2002)가 일본열도에 상륙해 방영되면서 한류는 한층 더 거세졌다. 처음에는 <NHK> 계열의 위성채널에서 방영되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아 재방영되다 다시 2004년 <NHK> 네트워크의 지상파 채널에 재편성되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곧 주인공이 스타덤에 오름을 의미하며, 파생상품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일제 강점(1910~45)이 끝난 이후로 한국은 옛 식민강국의 대중문화 수입을 거부해왔다. 역설적으로 이런 금지 조처는 은밀히 이루어지는 불법배포와 표절에 의해 두 나라의 상상세계를 접근시키는데, 특히 일본이 한국의 방송 제작에 한층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금지 조처는 1998년 해제되었다. 두 나라의 문화적 상호 접근은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공동개최를 통해 확인되었다.

한국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전 이미 대중음악은 젊은 여가수 보아가 일본의 인기 순위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서 남성 아이돌 그룹 신화와 동방신기뿐만 아니라 비, 세븐 등의 가수가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1999년 최초로 일본에 배급된 <쉬리>(관객 수 120만 명)에 이어 2001년에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주목을 받으며 상영되었다.

2003년부터 한국 영화산업의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때 수출된 TV 프로그램의 90% 이상이 드라마였다. 2005년 수출액이 수입액의 3배에 달했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60%)과 타이완(11%), 중국(10%)이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해외 주재 한국 기업은 드라마의 성공을 이용했다. 삼성은 안재욱을 모델로 삼아 자사 제품을 베트남에 소개했다. 한국은 '트렌드'가 되었고, 이런 열광은 요리와 패션 등 대중문화의 다른 부분에도 확대되었다. 한국어 학습도 이런 현상에 힘입어 열기를 띠었다. 정부가 문화센터를 설립하도록 적극 장려한 결과, 많은 사람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소프트 파워'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많은 아시아 국가와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 중국 시장의 개방과 한국·베트남·중국의 텔레비전·영화 부문 자유화, 수많은 위성 채널과 케이블 채널의 설립과 발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1997~98) 때 정보기술과 문화산업에 집중된 한국 정부의 개입 정책, 개인의 주도와 기업의 관행(덤핑, 해당 국가 언어로 더빙·자막 작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히 분산된 한민족 집단 내부의, 좀더 일반적으로는 분산된 아시아 민족 집단 내부의 병행 네트워크(5) 역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이같은 성공에 기여했다. 일본 대중문화(특히 TV 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을 지배했기에 한국 드라마(그 자체가 일본 드라마의 계승자인)에 열광하는 시청자 집단이 형성될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의 방송권은 2002~2003년부터 한층 더 확대되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까지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집트(2004)와 터키(2005), 이란(2007), 이라크 등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 국가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사들인 것은 주로 역사드라마(<불멸의 이순신>(KBS·2004), <해신>(KBS·2004))였으며, 몇 년 뒤 동구권 국가에서도 그럴 것이다.

드라마 중에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조선 왕조 궁궐의 수랏간 궁녀로 들어가 나중에 어의가 되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역사드라마 <대장금>(2003~2004)이 있다. 이 드라마는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터키와 헝가리에 이어 루마니아가 이 드라마를 공영 채널에서 방영했으며, 2011년에는 불가리아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프랑스인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한국이 1990년대 말부터 특히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두 지역에서는 한국의 예술영화와 실험영화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의 대중영화에 더 큰 흥미를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오랫동안 병행 네트워크에서 방영되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처음에는 아시아계 공동체 내부에서 표출되었다가, 2006~2007년에는 프랑스어권 인터넷에서 표출되었다. 많은 프랑스 팬은 일본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발견했다.(6) 한국 드라마를 다룬 사이트만 수십 개가 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네 편밖에(<다모> <꽃보다 남자> <드림하이> <커피프린스>) 볼 수 없지만, 사이트에서는 한국 드라마 애호가들이 수십 편의 드라마를 서로 바꿔 본다. 합법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은 오직 '드라마 패션'(www.dramapassion.com) 뿐이다.

드라마는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데 이상적인 문화상품이다.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 없이 비교적 짧게 방영되는, 드라마의 중독 효과 덕분에 팬클럽이 계속 만들어지고 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쇄신되기 때문이다. 수출되는 드라마는 대부분 16~24개 일화로 이루어져 있어 두 달에서 두 달 반 동안 주 2회 방영한다. 이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사실 미니시리즈는 아니지만)라고 불린다. 한국의 미니시리즈는 멜로소설의 현대적인 TV 버전이다. 현대사회의 도시 환경 속에서 전개되는 러브스토리가 줄거리의 핵심을 이룬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통속극'은 아니다. 프라임 타임에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는 보통 20회 전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도록 제작한다. 물론 동시에 진행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조연을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매우 적다.

한국 드라마는 주말이나 드라마 방영 전날에 재방영된다. 흔히 시청자들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주요 신문에 상세하게 보도되는)를 한 주일 만에 다 봐버린다.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못 보고 컴퓨터와 휴대전화(DMB는 한국에 널리 보급되어 있다), 혹은 태블릿으로 봐야 하는 수많은 시청자는 제작자가 강요하는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려고 애쓴다.

미니시리즈, 현대 한국문화의 축소판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통속 연속극처럼 매일 방영돼서라기보다 오히려 그의 세계와 등장인물의 세계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시청자와 똑같은 시간적·지리적 공간 속에서 살기 때문에(한국인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산다) 상품을 판매하기가 쉽다. 그것이 관련된 장소든, 전자제품이든(특히 휴대전화), 자동차든, 가전제품이든, 의상이든, 유행하는 액세서리든, 가구든 간에 주인공들은 소비재의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미국에서 만들어진 시리즈물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드라마를 '트렌드의 지표'로 만든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한국 드라마는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장르로서 젊은 소비자 계층을 겨냥해 아시아에서 '트렌디 드라마'라고 불린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구매력이 높고 여가시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매혹적이고 현대적인 직업(디자이너·가수·건축가 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드라마에 광고 제품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첫머리 자막에 짧은 상업광고가 삽입되고, 마지막 자막에는 화면에서 보여주는 상품을 협찬한 기업의 이름이 줄지어 지나간다. 상표명은 법에 따라 화면에 나타나게 할 수 없다. 상품을 감추기 위한 절차는 존재하지만 거의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

소비주의가 덜한 역사드라마 역시 충성스러운 시청자를 유혹한다. 1990년대 말 이후로 역사 드라마는 젊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훨씬 덜 근엄해졌다. 방영시간은 짧아졌고 OST는 아름다운 음악(때로는 현대적이기도 한)으로 풍부해졌다. 낭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대화는 덜 엄숙하고 좀더 현대적이며, 희극적 장면이 삽입된다. 특히 남자 주인공은 역시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런 새로운 역사드라마는 역사적으로 잊힌 등장인물을 되살리기도 하고, 전통적 지식(의학·요리·회화 등)을 활용함으로써 가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진다.

역사드라마는 국가적 전통을 되살리다보니 한국 문화의 전도사 노릇을 하게 되었으며, 반면 현대 미니시리즈는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을 묘사했다. 우수에 가득 찬 드라마에서 감미로운 로맨틱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스타일의 폭이 넓어지면서 시청자층이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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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테브네 Stéphane Thévenet 소르본누벨대학(파리3대학) 정보통신과학 박사과정.

번역 / 이재형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박사과정 수료. 파리 거주. 번역서로 <프로이트 평전> 등이 있다.

(1) 출처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2) 여기서 인용된 대부분의 드라마는 외국에서 영어 제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제목들은 방영 채널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하버드 러브스토리> <드림하이> 등 영어 제목이 흔히 쓰인다.
(3)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언제 어느 때 버려질지 모르는 일본 연예계의 젊은 스타들. Iwabuchi Koichi, ‘Au delà du cool japonais, la globalisation culturelle’(일본 대중문화의 매력을 넘어서, 문화의 세계화…), <Critique internationale>(국제비평), 제38호, Paris, pp.37~53, 2008년 1월호. 
(4) Shim Doobo, ‘The growth of Korean cultural industries and the Korean wave’, in Huat Chua Beng / Iwabuchi Koichi, <East Asian Pop Culture, Analysing the Korean Wave>, Hongkong University Press, pp.15~32, 2008.  
(5) ‘Piratage en Corée du Sud : le virage répressif d’une nouvelle puissance culturelle’(한국에서의 해적 행위: 새로운 문화강국의 억압적인 전환) in Tristan Mattelart, <Piratages audiovisuels: les voies souterraines de la mondialisation culturelle>(음성과 영상 분야에서 저질러지는 해적 행위: 문화적 세계화의 은밀한 방식), INA / De Boeck Editions, Paris, pp.250~265, 2011.
(6) Hong-Mercier Seok-Kyeong, ‘Découvrir les séries télé de l‘Asie de l’Est en France: le drama et la contre-culture féminine é l‘ère numérique’(프랑스에서 동아시아의 TV 연속극 발견하기: 디지털 시대의 드라마와 여성적 반문화)’, <Anthropologie et société>(인류학과 사회) vol. 36, n°1~2, Université de Laval, Québec,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