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얼리티쇼가 노동과 만났을 때

2013-05-13     마르크 페레누

세계적 정글캠프 프랑스 버전 프로그램 <코란타>(TV 채널 TF1) 출연자의 죽음은 TV 리얼리티의 잔인함을 드러냈다. 이런 폭력은 군대식 시각과 구원 사역의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요리 리얼리티 방송처럼 순전히 정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TV 리얼리티 요리 방송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방송은 인기 오락 프로그램을 기업가의 소명을 소개하는 쇼로 전환시키며, 많은 시청자에게 요리사의 업무와 삶에 대한 규범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마스터 셰프>(TF1), <톱 셰프> 또는 <거의 완벽한 저녁 식사>(M6) 같은 TV 리얼리티 요리 방송이 프랑스에 등장했다. 이 방송은 <스타 아카데미>(TF1)나 <새로운 스타를 찾아서>(M6) 같은 가수 오디션 TV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생존 경연대회이다. 대회 우승자는 전문 공간으로 입성할 좋은 기회를 획득한다. 물론 잠깐이지만 방송 노출 덕도 톡톡히 본다. 게다가 이들은 식당 개업을 위한 상금과 유명 식당에서 연수할 기회도 같이 얻는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이 앨범 제작과 홍보 캠페인 기회를 획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04년 영국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금세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의 케이블TV와 위성TV(2006년부터 요리 프로그램 TV와 채널 <W9>에서)는 '램지의 주방의 악몽'을 '주방의 악몽'으로 번역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 요리사 고든 램지를 무대에 세웠다. 고급 식당의 주인이자 요리책 저자이며 요리 관련 비디오에 출연한 주인공이, 최악의 사태를 맞아 곤경에 처한 식당 주인에게 일주일 동안 조언해주는 것이다. 몇 년 후, 이 프로그램은 주인공 램지와 함께 미국판(2008~2010)을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채널 <M6>는 코치로 스타 요리사 필리프 에체베스트를 내세워 프랑스판 첫선을 보였다.

무료로 방송 인력을 모으는 법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하위 장르를 구축하는 코칭 방송을 위한 TV 리얼리티의 본능적 욕망을 안다. 일반적으로 이런 리얼리티 방송은 체중 감량하는 법, 옷 입는 법, 자식 키우는 법, 청소와 장식하는 법, 집 구매 또는 매매하는 법 같은 라이프 코칭을 한다. 그런데 램지 프로그램은 프로 코칭이다. '마스터 셰프'가 유망한 아마추어들에게 조언하고 '톱 셰프'가 요리에 막 입문한 젊은이들을 조언하는 것과 달리, 그는 한참 활동 중인 전문 요리사들에게 조언한다.

식당은 연극무대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에버렛 휴즈는 상호주의 영향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연극적 메타포, 그 속에서 펼쳐지는 식당 일을 이른바 '일의 사회 드라마'라 불렀다.(1) 식당 홀은 잘 짜인 대본을 가지고 전문인과 손님이 연기하는 무대인 반면에, 주방은 무대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가 진입하는 분장실이다.

이 작업 공간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모든 서비스는 기술, 속도, 효율과의 전쟁이다. 주방 요원들은 친숙한 관계를 유지한다. 서로 말을 놓고, 소리 지르고, 모욕적인 언사를 구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코치가 (주방에서) 야만적이고 눈물바람을 일으키는 심리 치료를 진행한다. 예컨대 식당 작업의 목적 자체가 TV 리얼리티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먹고 요리하고 식당 가는 것은 거의 모든 이가 공유하는 경험인 동시에, 몸과 결부되고 짜릿한 맛을 담보로 하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송작가연합은 TV 리얼리티 이야기를 꾸며내는 방법과 아울러 방송산업이 자발적으로(2) 방송 출연을 원하는 인력을 손쉽게 무료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몇몇 회원이 작성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따라서 '주방의 악몽'은 손님-관객-배우가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각 서비스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카메라에 대고 말한다. 결국 내레이션의 단계마다 명백하고도 '대중 친화적'인 평가와 제재가 따른다.

방송의 내레이션 구조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식당업자(실제 소유주이거나 요리사)는 자신이나 주변인이 의뢰한 셰프의 방문을 받는다. 셰프는 식당에 일주일간 머물며 업자를 위협하는 문제점을 간파하고, 식당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준다. 에피소드 내내, 실시간 편집이 이루어진다. 하루하루 서비스와 서비스를 선형적으로 보여주는 내레이션 구조다.

고함, 욕설, 몸싸움에 울기까지

1단계는 램지나 에체베스트가 식당 홀에 도착해 몇 가지 음식을 맛보고 단박에 핵심 문제(음식의 질이나 서비스, 장식 등)를 간파한다. 2단계는 셰프와 코치받는 식당업자(요리사나 식당 주인)가 기 싸움에 가까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셰프는 업자를 자연스럽게 굴복시킨다. 3단계는 셰프가 요리의 전반적인 준비 과정을 살피는 동안 문제가 연거푸 터진다. 형편없는 음식의 질과 요리 과정, 시대착오적인 요리사와 웨이터, '현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의 증언 등을 다룬다. 4단계는 셰프와 코치받는 식당업자 간 위기와 충돌을 보여준다. 서로 소리 지르고, 욕을 주고받고, 이따금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울기까지 하는 장면을 담아낸다.

싫증 날 정도로 3·4단계가 반복되며, 식당업자가 바닥을 치고 다시 비상하거나 재탄생한다. 5단계에서는 좋은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 좀더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원을 이끌거나 반대로 팀원을 좀더 친근하게 대한다. 또한 메뉴를 간소화하고, 냉동식품을 피하고, 웃으며 서비스에 임한다. 이어 손님 겸-관객 겸-배우의 증언이 입증하는 즉각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

이 방송의 미국판과 프랑스판은 마지막 순서로 변화의 최종 단계를 보여준다. 방송 제작팀은 업자에게 홀부터 주방에 이르는 식당의 리모델링을 제공한다. 식당의 리모델링은 코칭 단계의 끝을 알리는 동시에 식당업자의 심적 변화를 구체화한다. 또한 식당업자에겐 때론 상징적 보상이 된다. 미국판 '램지의 주방의 악몽'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식당업자, 위선적인 아시아인, 교만하고 겁 많은 프랑스인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들은 모두 에피소드가 막을 내릴 때, 코치 셰프 품에 안겨 훈훈한 감사를 표한다.

이 방송은 미국 고전 이야기, 강력한 주술로 귀신을 쫓아내고 구원받는 드라마(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조를 취한다.(3) 이런 구조는 르네상스(재탄생) 이데올로기인 종교와 군대의 교화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이같은 '충격요법'은 폭력적 기술, 특히 코칭 대상을 바닥까지 몰아세우며 자신의 단점과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굴욕을 기반으로 한다.

'주방의 악몽'의 모든 판에는 전반적으로 마초 논리가 흐른다. 램지는 욕설과 위협을 동반한 "빌어먹을", "젠장" 등의 언어폭력을 쉴 새 없이 사용하며, 상반신을 노출한다. 영국판에선 방송 때마다 카메라 앞에서 두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프랑스판은 거대한 에체베스트의 몸집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는 업자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하거나 밀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래서 이 위기를 좀더 수월하게 극복하기 위해, 업자들은 대부분 극기훈련으로 복싱, 럭비, 페인트볼 같은 신체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기대와 달리, 셰프는 요리 기법에 대한 전문적 평가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영국판과 미국판에서는 해가 갈수록 이런 평가가 줄어들고 있다. 요리 준비 작업은 액션영화의 한 장면처럼 간단하고 멋진 이미지로 편집해 소개한다. 초고속으로 채소를 썰고, 불 붙은 프라이팬이 단골 장면으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고된 직업으로서 덧없고, 가능한 한 아랫사람에게 일을 떠맡기는 요리사의 실상을 결코 보지 못한다. 공동 작업을 요하는 조직의 핵심 요소는 임무 관리이다.(4) 잠깐이긴 해도, 모든 식당 팀원이 함께 더러운 주방을 청소하는 프로그램 속에서는 요리사 직업이 구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생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업용 기름으로 만든 5L들이 마요네즈 병을 실온에 보관해두거나, 냉장고 뒤에 바퀴벌레가 있고, 냉장고 안엔 상한 음식이 있고, 그리고 오븐과 렌지후드에 기름 때가 끼었을 때 전문가를 부른다.

따라서 방송은 상식적인 사람(스타 셰프)을 불러 위생 문제의 증인으로 내세울 뿐, 사회 현실 속 요리사의 업무를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냉동식품보다 신선한 식품을 선호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신선한 식품의 비용이나 그것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알지, 그렇게 비싸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아"라는 완곡한 표현을 쓴다. 달리 말하면 의지의 문제란 뜻이다.

방송에서 코칭받는 식당업자들의 요리기법은 천차만별이고, 그리고 소개하는 식당도 동네 피자집부터 전문 초밥집이나 고급 식당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코칭 스타일은 항상 똑같다. 모든 게 식당업자의 태도, 의지, 약속, 욕망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간단히 말해 모든 게 개인의 문제인 셈이다.

'주방의 악몽'

따라서 식당업자는 현대 노동자의 계열적(Paradigmatique) 모습, 즉 역설적인 명령의 아마추어 신경영(Neo-management)의 환상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요컨대 식당업자는 독립적인 동시에 '팀 정신'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이해와 명령을 할 줄 아는 사람, 직원이라면 명령에 복종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동시에 책임감도 철저하며, 위기 상황에선 냉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과중한 일정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촉망받는 미래를 위해 형편없는 봉급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색깔을 고수하며' 코치가 지시한 변화에 협상을 통해 수락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주방과 홀에서 펼쳐지는 기술 및 관계 능력과 '창의력'의 혼합물일 뿐만 아니라, 요리와 홀의 혼합물이다. 재능 있는 개인의 생동감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이 방송 모델은 소규모 기업가가 되고 싶어 '위험을 감수하는 걸 즐기고' 형편없는 보수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영국판 '주방의 악몽'의 초기 제작 때만 해도 금전 문제, 그게 부채 규모든, 봉급 문제든, 물품이나 메뉴 가격과 연관 있는 문제든 간에 그에 대한 정확하고도 구체적인 언급이 일절 없었다. 시청자들은 식당업자의 사회적 특징과 배경, 그리고 스펙이나 네트워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마법의 세계'(요식업계)에서, 매출과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다면 사회적 게임 속에서 서로 쌓은 신뢰를 어쩔 수 없이 깰 수밖에 없고, '요식'업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법 세계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방송은 더 이상 이 세계를 단지 천직이나 개인의 정신력과 결부해 천편일률적으로 소개할 수 없게 됐다.(5) 따라서 이 모든 것은 심리적 문제, 코칭받는 사람의 개성으로 귀결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에게 사회적 세계(요식업계)의 마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주방의 악몽'은 시련과 구원 사역을 위해 가야 하는 고난의 길을 연출하는 것이다. 서비스 때마다, 셰프는 끊임없이 조언해야 하고, 식당업자의 임무와 성실성 그리고 '잘하겠다'는 욕망을 지속적으로 다짐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위대한 성직자처럼 고용불안도 수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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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 페레누 Marc Perrenoud 스위스 로잔대학 사회학 교수.

번역 / 조은섭 chosub@hanmail.net

(1) CF. Everett C. Hughes, <사회학적 시각>, EHESS, 파리, 1996.
(2) J. Ryan Stradal, <Unscripted doesn’t mean unwritten>, Charles B. Slocum, <The Real History of Reality TV>, www.wga.org.
(3) Cf. Christian Salmon, <Storytelling>, La Découverte, 파리, 2007.
(4) Everett C. Hughes, op. cit.
(5) Cf. Bourdieu Pierre, <상징적 자산의 경제>, Raisons pratiques, Seuil, 파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