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서 낚시하기

2013-06-07     자크 낭텔

   
<과녘>, 1967-피터 클라센

지난주 당신은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항공사 사이트에서 요율표를 확인한 당신은 좀더 나은 조건의 티켓을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시 처음 방문한 항공사 사이트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그사이 티켓값이 올랐다. 당신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티켓을 구입했다.

당신은 속았다.

당신이 처음 방문한 사이트는 당신 컴퓨터의 IP(1) 주소를 저장해두거나 인터넷 내비게이터에 쿠키(2)를 남겨둔다. 이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추적해 잠재적 고객임을 파악한다. 모든 면에서 당신은 여행을 몹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티켓을 확인하러 다시 첫 번째 사이트를 방문하니 그 사이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티켓값을 올려 당신이 구매를 완료하도록 이끈다.

아마존(Amazon)이나 프나크(Fnac)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 당신은 아마 이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장난감가게에 있는 아이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게다가 추천 상품이 정확히 당신 취향에 맞는다. 친구보다 당신의 취향을 더 잘 아는 상인이 있다면 구매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협력식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1995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연구소에서 상당 부분 개발된 이 기술은 유사한 인터넷 서핑 기록과 구매 기록이 있는 개인들을 그룹으로 묶는다. 앨범 재킷을 클릭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당신이 갱스부르와 라모의 오페라와 메탈리카를 동시에 즐기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가? 착각하지 마라. 그 앨범을 동시에 구입한 사람이 수천 명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다. 여러 정보를 기록·분석해 당신이 방문한 사이트를 기준으로 잠재고객의 구매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상인들은 당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고객, 즉 당신의 '클론'이 구매한 상품 중에 당신이 구입하지 않은 상품을 추천하기만 하면 된다.

강력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이런 접근 방법은 인터넷 상거래의 큰손 아마존에 엄청난 매출 신장을 가져다줬다. 종전에는 160달러에서 맴돌던 미국 내 고객당 연평균 구매액이 추천 시스템을 도입한 뒤 240달러로 상승했다. 아마존은 이미 2006년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30%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3) 이 시스템은 당신의 구매 성향을 헷갈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직접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지, 아니면 선물용으로 구입하는지도 질문한다.

개인별 마케팅의 신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당신의 돈을 바라는 세계, 그 돈을 가져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세계. 1980년대 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50대 이상의 가구, 35살 미만으로 수입이 21만 프랑 이상이며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테니스를 즐기는 자유직 가구 등 타깃 '세그먼트'별 전략을 펴던 시절은 지났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한때 우수한 종의 물고기가 모여 있다고 수중 음파탐지기가 지목한 곳에 그물을 펴놓고 기다리며 낚시질을 했다면, 이제는 35살 미만의 젊은 층이나 다른 어느 세그먼트가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그물도 없고 수중 음파탐지기도 없다. 이제는 욕조 안에서 낚시를 하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매일매일, 그러나 대부분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지는 고객들의 도움을 받는다. 예를 들어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이성적 인간이라면 상인에게 넘기지 않았을 정보, 사회인류학적 프로필(나이·성별·교육·거주도시)은 기본이고 음악적 취향, 친구 목록, 사진, 프로젝트, 꿈, 열망 등을 기꺼이 페이스북에 올린다.

소비자를 읽는 눈

이 정보에 '행동프로필'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웹사이트를 돌아다닌 흔적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내려받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 인터넷 사용 정보가 실시간으로 더해진다. 정리하면 그가 보고 읽고 듣고 내려받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구매 정보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당신이 재방문했을 때 식별할 수 있도록 쿠키를 허용하라고 요구한다. 쿠키 덕분에 당신이 두 번째로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몬트리올행 티켓값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무료로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은 스파이웨어라는 좀더 집요한 감시장치를 심어둔다. 스파이웨어는 당신의 활동(방문 사이트, 사이트 페이지별 보낸 시간, 구매 제품 등)을 감시해 수집된 정보를 마케팅 전문가에게 보낸다. 그들은 이 정보를 고객 취향에 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데 사용한다.

최근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서 법적 고지 사항을 읽었는가? 그랬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법적 고지를 읽는 수고를 감수하는 3%의 소비자에 속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당신을 감시하는 일과 당신의 개인정보가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넘어가는 일에 동의한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기 전에 나오는 계약 사항을 읽지 않고 서둘러 '동의' 버튼을 클릭하는 대가가 바로 이것이다. 많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문제없는 절차다.

구글맵, 핫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무료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는 맞춤광고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트로이의 목마'다. 검색엔진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소개하는 새로운 직업 '검색엔진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책임자'의 임무도 바로 이것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글의 가장 큰 수익원(4)으로, 2012년 320억 달러 이상의 광고수익을 벌어들였다.

타깃 광고가 광고업자나 마케팅업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을 측정하는 방식이 훨씬 엄격해졌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광고는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접하는 모든 소비자에 대해 광고료가 지급됐다. 현재는 20%의 광고수입이 광고연결률(CTR·Click Through Rate)(5)을 기반으로 지급된다. 광고 게시자는 네티즌이 광고를 클릭했을 때만 광고료를 지급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소비자를 여러 각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마케팅앱

'중개료'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접근 방식도 떠오르고 있다. 바로 '제휴마케팅'(Affiliate Marketing)으로 광고를 통해 발생한 판매액을 바탕으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광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뒤부아란 사람이 모 회사의 광고를 클릭하고 제품을 구매했다면 모 회사는 그와 회사를 연결해준 사이트·검색엔진·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중개료를 지급한다. 이 메커니즘은 일부 항공사 사이트에서 이용 중이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나면 호텔 예약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 방식은 이전의 클릭당 광고료 지급(Pay Per Click)과 더불어 급성장 중이고, 페이지를 본 사람 기준(Online Display)으로 광고료를 산정하는 기존 광고 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즉각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접근법은 일부 광고계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이 즉각적인 매출 발생 능력으로만 평가절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과에 따른 광고료 지급 논리가 대세다. 뒤부아가 그 제품을 2주 뒤 인터넷이 아니라 집에서 4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상인에게서 구입했다고 치자. 광고중개료를 줘야 할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다'고 대답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뒤부아의 소비 성향을 점점 더 잘, 가상세계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추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공상과학(SF)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구글월렛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소문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의미다.

겉보기에 단순한 이 애플리케이션은 맞춤별 마케팅을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개인정보와, 카드번호나 계좌번호를 입력한다. 계산대를 지날 때 점원은 당신 휴대전화의 신호만 잡으면 된다. 당신이 승인만 하면 거래는 이루어진다.(6) 상인은 당신의 결제정보에 접근하지 않으며 오직 구글만 이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당신의 계좌에서 돈을 찾아 상인의 계좌로 입금하는 것도 구글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이 당신의 습관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 구글같이 광고계의 거물인 업체는 자신의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인지하고 있다. 노출된 광고와, 상점이든 사이버공간이든 광고로 인해 발생한 구매 사이에 연관관계를 찾는 일은 소비자의 삶을 간편하게 만드는 동시에 물건을 구입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결국 당신의 부를 바란다는 명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당신의 부를 가져가는 셈이다.

*

글•자크 낭텔 Jacques Nantel 아리안 크롤과 함께 <당신의 부를 바라니 곧 구할 것이다: 무섭게 효과적인 마케팅>을 썼다.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다.

(1)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의 약자로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에 부여되는 번호.
(2)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문자에게 은밀하게 발송한, 접속한 페이지, 이 사이트에서 보낸 시간 등 정보가 담긴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 이 파일을 삭제하거나 인터넷 내비게이터에서 저장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
(3) J. P. Mangalingdan, ‘Amazon’s recommendation secret’, <CNN Money>, http://tech.fortune.cnn.com, 2012년 7월 30일.
(4) Frédéric Kaplan, ‘구글, 언어자본주의의 빅브러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11월호 참조.
(5) 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 and Price Waterhouse Cooper, ‘IAB Internet Advertising Revenue Report: 2011 Full Year Results’, www.iab.net, 2012년 4월.
(6) 10여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패스포트를 이용해 인터넷 구매를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