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일강의 물을 차지할 것인가?

2013-07-10     하비브 아예브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르네상스댐’ 건설을 발표함과 동시에 나일 분지의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집트는 물을 다시 빼앗길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빠져들고 있으며, 나일강의 소유권을 둘러싼 지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국가의 수장으로서 어떠한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요, 나일강은 이집트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집트의 반응은 나일강 지류인 청(靑)나일강에 르네상스댐을 건설하겠다는 에티오피아의 결정에 대한 것으로, 이집트의 생명이 나일강 줄기에 달려 있다는 그들의 신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힘 잃은 권력자, 이집트

에티오피아 외교부의 디나 무프티 대변인은 다음날인 6월 11일 “이집트가 걸어오는 심리전이 에티오피아에는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으며, 댐 건설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가 나일강에 대해 주장하는 역사적 권리를 부정하며, 이것은 오히려 ‘부당한 식민주의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 수량 80%의 발원지임에도, 지난 2세기 동안 나일강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소외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나일강 수역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수자원 배분을 새롭게 조정하기 위해 나섰다. 최근 에티오피아 의회는 나일강 상류 지역 5개국(르완다·탄자니아·우간다·케냐·부룬디)과 체결한 ‘신나일강 협력 기본협정’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나일강의 수자원 외교가 더 이상 이집트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2세기 전부터 나일강 유역의 독자적 세력으로 군림해온 이집트는 최근 잇단 중동의 정세 변화와 자국 경제의 지속적인 약화, 성장 단절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그 결과, 이집트는 유일한 나일강 소유국이라는 지위를 빼앗기고 맞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모두 잃게 되었다. 이집트는 나일강 하류 쪽에 있고, 물 공급을 하려면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남쪽 국경부터는 거리가 수백km에 달할 만큼 멀리 떨어진 나일강에서 국가의 모든 수자원을 얻고 있다. 한편 나일강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청나일강·소바트강·아트바라강은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고,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백나일강은 우간다에서 시작한다.


1959년 이후로 지금까지 이집트-수단 간 나일강 협약을 통해 전체 나일강의 연평균 수량 840억m³ 중 이집트가 555억m³, 수단이 185억m³을 나누어 이용해왔다. 나머지 100억m³은 이집트가 건설해 1964년 수원 저장을 시작한 아스완 하이댐의 나세르 호수에서 증발돼 사라지는 양이다. 결국 지금까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강 상류 지역 국가에 돌아가는 나일강 소유권은 없었다. 하지만 좀더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단기적 수자원 이용 개선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했으나, 고려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대규모 수자원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단, 수자원 시설 건설은 나일강의 수원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의지에 전적으로 달린 것으로, 주요 수원국 에티오피아가 새로운 수자원 분배안 결정 전까지 어떤 공동 프로젝트든 전적으로 반대했다.

에티오피아는 2010년 나일강 수자원 관리 방안과 수자원 시설 프로젝트를 새롭게 구성하는 조약을 내놓았다. 탄자니아, 르완다, 우간다, 케냐, 부룬디 등의 국가에서 이 조약에 조인했다. 조약에 따르면, 서명한 모든 나일강 유역 국가를 아우르는 위원회에서 댐·운하 등 강의 수량과 유속, 수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대규모 수자원 시설 프로젝트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조약에는 나일강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나일 유역 구상’(Nile Basin Initiative)의 회원 9개국 중 6개국이 참여해 나일 분지의 정세를 흔들어 놓고 있다.(1) 이집트는 해당 국가들이 현재의 수자원 배분 방안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강 하류 국가들, 즉 수단과 이집트의 ‘역사적 권리’를 분명하게 인정하면 해당 조약에 서명하겠다고 했다. 이집트는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르네상스댐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늘 당연하게 여겨온 거부권을 역사상 처음으로 빼앗기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외교적 성과들

에티오피아가 재건의 뜻을 담아 댐 이름을 ‘르네상스’로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댐 건설을 통해 에티오피아를 재건해 항상 간절히 바라온 상징적 지역적 강국, 즉 홍해와 나일 분지, 동아프리카 등 세 지역의 강국으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지난 30여 년 동안 앞장서서 맡아 자국의 역량을 펼친 두 번의 경우에서도 이런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단과의 경우다. 수단의 종글레이 운하 건설 시 예정된 360km 중 150km가 이미 완성되었을 때 에티오피아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1983년 북수단과 남수단(2011년 분리독립)이 다시 내전에 들어갔고, 존 가랑의 지도하에 반군단체 수단인민해방군(SPLA)이 무장 주둔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소말리아의 경우다. 에티오피아는 이른바 이슬람 세력이라 불리는 무장단체에 맞서는 소말리아 내전에 전적으로 개입했다. 여기에는 홍해 입구에 이슬람 국가가 세워지는 것을 염려하는 서양 강대국의 지원도 있었다.

한편 나일강 유역에 중국 세력이 진출함에 따라 에티오피아는 그동안 국제 금융조직들과 미국이 내세운 의무를 지켜야 하는 정치적 필요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전에는 나일강이나 에티오피아 내에 위치한 수원지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받으려면 나일강 유역 국가, 특히 이집트의 동의를 모두 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일강 상류 5개국과의 동맹 결성, 2013년 ‘신나일강 협력 기본협정’ 통과 등의 외교적 성과를 통해 에티오피아는 수자원 외교에서 더 이상 소외받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략적 중대성을 지닌 두 지지자를 얻은 것도 눈부신 성과이다. 먼저 신생국 남수단의 지지이다. 남수단은 에티오피아가 추진하는 나일강 수자원에 대한 새로운 조약에 서명할 것이다.(2) 또한 놀랍게도 나일강 물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늘 이집트와 손잡아오던 북수단도 이번에는 에티오피아를 지지하게 되었다.


수단, 홍수의 안전지대가 되다

수단은 에티오피아 지지를 통해 세 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는 전력 문제, 둘째는 관개시설 확충, 셋째는 에티오피아와의 대규모 농업 프로젝트 공동 추진이다. 에티오피아는 지표 기복이 심해 새로 건설하는 저수지의 물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반면, 수단은 댐 하류에 있고 관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대한 면적의 땅이 있다. 또한 강수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특히 북수단 알자지라주의 농경지와 남수단 하르툼 시내를 아우르는 동쪽 지역을 만성적인 홍수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또한 에티오피아는 르네상스댐을 통해 2015년쯤부터 6천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수한 에너지 자급력을 갖게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나일강 유역 국가, 특히 남수단과 북수단을 비롯해 어쩌면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전력 공급자 역할하게 된다.

에티오피아의 지리적 조건을 고려할 때, 댐을 건설하더라도 상류와 남쪽, 동쪽 지역의 고원에서 관개 시설을 개발하고 농업 생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대 저수량 630억m³에 달하는 저수지의 수자원을 활용해 저수지 근처 또는 (일부 조사 결과) 총 면적 50만ha에 해당하는 댐 하류(3)를 활용하고, 수단과 협력하에 수단 내부에 대규모 관개 지역을 새로 개발할 수 있다.
결국 에티오피아를 지역적 강국, 전력 수출국, 농산품 및 식료품 생산·수출국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에티오피아 지도자들의 야망이다.




글•하비브 아예브 Habib Ayeb
대학교수 겸 작가. 주요저서로는 <중동의 물:전쟁의 예고>(Karthala.Paris.1998) 등이 있다.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문과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동맹 회원국으로는 이집트, 수단, 콩고민주공화국이 있다. 에리트레  아는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며, 신생국 남수단도 올해 안으로 서명할   것이다.
(2) 장바프티스트 갈로팽, ‘분리독립 남·북 수단, 쓰디쓴 내부 분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6월호.
(3)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Project, Benishangul-   Gumuz, Ethiopia’, www.water-technolog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