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에너지 지도를 바꿀까

2013-08-07     레지 장테

러시아·이란·카타르·볼리비아 등 지난 7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인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은
셰일가스의 부상에 대처하는 공동의 전략을 세우고자 노력했다. 기존 가스 생산국들은 걱정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인 셰일가스는 단지 지역산업을 부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에너지 지정학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가스시장은 미국의 수입량에 좌지우지됐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이런 반전은 세계 지정학을 크게 흔들었다. 이론적으로 셰일가스는 전세계적으로 여러 지역, 특히 유럽과 중국에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들이 가스시장에 조만간 등장할 것이고, 러시아와 근동 지역처럼 전보다 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도 있다. 새로운 가스(1)의 미래에 대한 재정·기술 환경적 의혹은 별로 관계없다. 탄화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얼마간의 허세와 과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후 시기부터 2010년 초반까지 기존 천연가스 시장은 옛 소련과 근동 같은 생산지역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거대 소비국으로 수출되는 형태로 구축됐다. 이런 체제는 가스관망과 외교·금융 협약으로 얽히고설키며 구체화됐고, 막대한 투자와 장기 계약을 전제로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관계였다. 전세계적 가스 공급망을 구축하고 안정화하면서 국가 간 의존 관계가 형성되고, 내정 간섭 의향을 불러일으키고, 동맹을 야기했다.

그러나 에너지 흐름이 재편되면서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발생했다. 2007년에만 하더라도 러시아 거대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2%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약 300억 달러의 투자금이 필요한 바렌츠해의 슈토크만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토탈과 스타토일 등 외국 협력사를 선정했다. 3년이 지나자 러시아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미국 시장이 더 이상 슈토크만 유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수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경기후퇴가 전세계 에너지 소비에 부담을 준데다 새로운 탄화수소가 시장에 등장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2030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로 촉발된 현상이다.

사실 모든 것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텍사스 출신 엔지니어 조지 미첼이 1990년대 도입한 이회암 수압파쇄기술(2)과 2005년 미국 회사 데번에너지가 완성시킨 수평시추기술의 조합으로, 오래전부터 그 존재는 익히 알려졌던 셰일가스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적 성취는 치밀가스(Tight Gas)와 셰일석유도 개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브라질·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새로운 국가들이 에너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시장예측 전문가들은 2005년 70%에 불과하던 미국의 에너지자립도가 2030년께는 9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에너지가 담당한 핵심적 역할(3)을 통해 앞으로의 격변을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은 벌써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가스생산국으로 부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전망> 2012년호에 의하면, 미국은 2∼3년 이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석유생산국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한때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했던 미국은 향후 15년 이내에 탄화수소 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 이후>의 저자 티에리 브로스(4)는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로 시작된 강력한 도미노 효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셰일가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된다. 2012년 말 셰일가스 생산 단가가 미국 시장에서 기본 단위(BTU)당 4달러일 때 아시아에서는 18달러, 유럽에서는 10달러였다. 미국 처지에서는 석탄보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고 결과적으로 석탄을 유럽으로 수출했다”고 정리했다.

셰일가스 생산을 준비하는 중국

프랑스 에너지 생산업체 GDF수에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랑스 내 가스발전소 4곳 중 3곳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2012년 4월 <레제코>는 “GDF수에즈는 저렴한 미국산 석탄의 유입과 유럽의 에너지 수요 감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가스발전소는 더 이상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진다. 2011년 42%이던 평균이용률이 지난해 33%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5)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에너지 소비 구조의 재조정은 캐스케이드(연쇄 하락)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독일 등 몇몇 국가의 주도로 유럽연합(EU)은 정치, 안보 또는 전략적 사안의 상당 부분에서 러시아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40%를 가스프롬에서 제공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에너지 자립을 향해 나아가자 간접적으로, 특히 카타르를 통해 정세를 변화시켰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세계적인 수출국 중 한 곳이다. LNG는 파이프가 아니라 액화돼 선박으로 운송되며,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시 가스화 과정을 거친다. 이곳 생산량의 일부는 미국 시장의 가스기지로 향했다. 그런데 미국의 수입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막대한 양의 LNG는 아시아와 특히 유럽으로 향하게 됐고, EU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LNG 가스기지 여러 곳이 그리스·이탈리아·폴란드에서 착공됐거나 계획 중이다. 특히 폴란드는 카타르나 다른 국가에서 수입되는 LNG가 중앙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패배자라는 말인가? “어떤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이제 수익이 보장되던 장기 계약의 시대는 막을 내렸으니 가스프롬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석유 시가에 더 이상 연동되지 않는 현물 가격을 따라야 한다”고 모스크바 소재 에너지연구소의 타티아나 미트로바는 대답했다. 경기후퇴로 침체된 유럽 시장은 과거에는 짭짤한 시장이었지만 이제 가스프롬의 처지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2008년에는 가스프롬 매출의 30%를 차지하며 소득의 60% 이상을 가져다줬지만 말이다.
이제 러시아는 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 국가들은 2011년 3월 발생한 지진해일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을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애타게 찾고 있다. 시장의 상황이 바뀌면서 러시아는 파이프라인 정책을 취하게 됐다. 지리적 인접성은 언제나 지정학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며, LNG에 대한 지속적이고 더 유연하며 수급 대응력이 좋은 의존성을 키울 수 있다.

타티아나 미트로바가 이끈 2040년 전망(6)은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셰일가스의 성공은 적당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석유와 가스 자원량 부족이라는 전세계적 위협을 20∼30년 늦추고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탄화수소 에너지의 우세한 입지를 강화했다.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53.6%에서 2040년 51.4%로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다른 에너지보다 대기오염이 적은 ‘가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IEA는 2035년까지 가스소비량이 50% 증가하리라 예상했다. 세계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모든 형태의 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21%에서 향후 25% 이상 증가할 것이다.

근동, 좀더 넓은 의미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국가들은 어떠한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손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해야 할까? 대니얼 여진 미국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7) “우선 오늘날 페르시아만 생산량의 10% 남짓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수입량으로 볼 때 미국은 페르시아만 연안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미국에 중요한 것은, 석유가 세계경제의 성장과 근동의 전략적 중요성에 이용된다는 점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탄화수소 에너지는 점점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메이단은 “이는 중국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근동 등에서 정치·안보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아직 이 점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탄화수소 시장과 지정학의 새로운 현실이 중국에 부여한 역할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은 중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미국이 수행하는 세계의 헌병 역할의 혜택을 보고 있다.

불안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중국은 셰일가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가능성은 있다. 미국정부에너지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기술적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연구를 진행한 42개국 중에서 상위권으로 분류했다.(8) 그렇지만 중국 심해는 미국과 지질적으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셰일가스 추출이 더 어렵고, 결국 채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마이클 메이단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중국에 에너지 안보는 절대적 우선순위다.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절반 이상을 근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아랍 혁명이 발발하는 현 시점에 중국은 셰일가스 생산에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중국 업체들도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외국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의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과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려는 두 지역, 중앙아시아 및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경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2000년대 유럽에 강요하던 에너지 영향력을 중국에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9)

주목되는 폴란드 셰일가스 개발

이 게임에는 여러 측면이 얽혀 있다. 그리고 단기간 예상치를 보더라도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형태의 에너지가 생산되거나 운송되려면 지나치게 비싸질까?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가격 형성 구조를 바꿀 수 있는지 말이다. 대중이 어떤 변화를 감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브로스는 이렇게 전했다. “셰일가스 혁명도 이제 옛말이다. 요즘 미국이 믿는 것은 셰일석유이다. 미국에너지부에 따르면 석유생산량은 2015년까지 23% 증가할 것이다.”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전세계 셰일가스 매장량이다. 토탈의 유럽 셰일가스담당자인 브루노 쿠름은 “셰일가스 매장량은 예상하기 어렵다. 가스저장고에 있는 가스를 측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예를 들어 유럽은 지상에서 채굴 가능한 탄화수소 생산량이 거의 없다. 지하 매장량에 대한 지식도 제한적이다. 지하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제대로 알려면 갱도를 파서 생산성 테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한 예로 미국 에너지 업체 엑손은 폴란드에서 실시한 초기 개발계획 결과가 실망스러워 이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 300곳밖에 시추해보지 않았다. 우리는 어쨌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이곳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가스프롬, 그리고 다소 복잡한 역사 관계로 얽힌 이웃 국가 러시아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바라며 셰일가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10)

‘셰일가스 혁명’을 맞아 세계 에너지 무대의 주역인 미국·중국·유럽·러시아는 억지로 떠밀려서든 자발적으로든 새로운 정세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이런 변화의 장기적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나서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글·레지 장테 Régis Genté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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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afeez Mosaddeq Ahmed, ‘셰일가스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3월호. 기존 가스는 다공질 투수성 암석(모래·사암)에 갇혀 있어 상대적으로 추출하기 쉬우나, 새로운 가스는 투과성이 낮고 내부 가스를 쉽게 내보내지 않는 암석에 존재한다.
(2) 60여 년 전부터 사용돼온 수압파쇄기술은 고압의 물을 투입해 암석을 파괴하고, 점토질 편암이 파쇄될 때 화학제품과 모래를 주입해 셰일가스를 추출한다.
(3) Jean-Pierre Séréni, ‘맞아, 석유전쟁이었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3월호.
(4) Thierry Bros, <After the US Shale Gas Revolution>,Technip, Paris, 2012.
(5) Anne Feitz, Veronique Le Billon, ‘GDF Suez, 프랑스 내 가스발전소 운영 중단 계획’, <레제코>, 파리, 2012년 4월 11일자.
(6) ‘Global and Russia Energy Outlook up to 2040’, www.eriras.ru.
(7) <The Quest: Energy, Security and the Remaking of the Modern World>, Penguin Books, London, 2012.
(8) ‘Technically recoverable shale oil and shale gas resources: an assessment of 137 shale formations in 41 countries outside the United States’,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ww.eia.gov, 2013년 6월 10일.
(9) Neil Buckley, ‘Resource-rich Russia’s energy pivot to the East has limit’, <Financial Times>, London, 2013년 6월 28일자.
(10) Dominique Vidal, ‘폴란드 외교의 내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