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멀리하는 교사들

2013-09-12     로랑스 드 콕

교과서와 교사 중 누가 교실의 지도자일까. 
교사들이 교과서를 멀리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실에 흑판이 걸려 있고 학생들이 보라색 잉크로 필기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아이들이 어떤 교육법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교과서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이 제기되는 것은 예전과 변함없다. 역사 교과서 내용과 수업시간에 전달되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주장은 과장일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전 단계(교과서 제작 방식과 주체)와 후속 단계(교사와 학생들의 교과서 사용법), 내용(역사 이야기와 학습 활동 등)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교과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 주제와 관련해 교육 사회학적이나 역사학적으로 시행된 여러 연구(1)에서 교과서에 규정된 내용과 교사에 의해 전달되는 이야기 간에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중반 역사 교육에 능동학습법이 적용되기 전까지 교과서는 참고자료 몇 개와 길고 단조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수업 내용은 주로 교사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특히 역사 수업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기에 교사의 강의 내용을 신봉하고 그대로 외우는 식이었다.

이런 초창기 모습에서 교과서 내용과 교사 이야기가 동일한지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완전히 달랐다. 예를 들어 식민지의 어린 원주민 학생이 “2천 년 전 프랑스는 ‘골’이라 불렸고 원주민들은 ‘골족’이라 했다”는 식으로 교과서를 공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원주민의 문화유산을 인정해주어야 할 공식 임무를 띤 식민지 교사들이 체계적으로 교과서를 수정한 사실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2)

또한 제3공화국 당시 프랑스 본국의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에 대한 연구는 당시 지역 상황에 따라 상황이 다름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가가 건설될 때의 통일된 국민 소설의 힘, 그리고 역사 교과서의 상징적 작품인 <어린 라비스>나 <말레와 이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3) 오랫동안 한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라도 모두 같은 역사 교과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이 경우 학생마다 교과서 역할이 달라지는데, 누구는 수업 준비물로 여기고 누구는 개인적 읽을거리가 된다. 역사 교과서는 교육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전달 매체 중 하나로 기능할 뿐이다. 최근 여러 역사 연구는 국가를 숭배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젊은 애국자를 양산하는 근간이던 쥘 페리 교육제도의 뿌리 깊은 상징성을 해체하는 데 일조한다.

이제 역사 교과서는 그 내용에서나 방법에서 새로운 논리를 따른다. 특히 역사학자처럼 문헌 분석 활동을 통해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교과서 시장은 출판업계에서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다. 경쟁에 의해 소규모 출판사는 사라지고, 교과서는 점차 제품으로 전락한다. 예시나 학습 소재로 글 대신 이미지가 자리를 차지하며 교과서가 다양화될수록 교과서의 학습 윤곽을 잡아야 하는 중등 교사의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교과서는 커리큘럼과 시장, 교사, 학생의 다양한 요구 속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최근 학교 내에 디지털 기기가 도입되고,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교과서는 시대에 뒤처졌다고 무시받기도 한다. 역사 교과서는 흥미를 유발할 필요가 있는데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내용은 다양한 학습활동 분량보다 비중이 적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기 때문에 주요 이념을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교과서는 이제 단순한 독서용 책이다. 파워포인트를 선호하는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가 여전히 학생 책상 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수업 내용을 설명할 때나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자율적으로 풀도록 할 때만 잠시 펼치는 정도다.

더구나 역사·지리 수업에서는 교사가 교과서와 거리를 두는 것이 오래된 수업 관행이다. 교사 대부분이 교과서는 활용하되 문제를 변형해 스스로 학습활동을 짜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교과서를 수정하지 않는 교사는 거의 드물며, 실제로 많은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편집한다고 말한다.

역사 교과서가 학교와 집에서 읽히는 책인 만큼 교실의 ‘블랙박스’처럼 여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교실을 주도하기보다 주도되는 대상인 만큼 교과서는 학교라는 거대한 역사 지식 제조소의 일부 장치로 기능할 뿐이다.

 

글·로랑스 드 콕 Laurence De Cock
공동 저서로는 <역사 지식 제조소>(2009) 등이 있다.

번역·배영미 petite0222@hot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

(1) Michel Berr , Florence Brasseur, Christine Gobeaux et René Plisnier, <Les Manuels scolaires dans l’histoire de l’éducation: un enjeu patrimonial et scientifique(교육사 교재)>, 국제응용음성학센터, 몽스, 2013. Eric Bruillard, <Manuels scolaires, regards croisés>, SCEREN-CRDP de Basse-Normandie, coll. Documents, actes et rapports pourl'éducation, 캉, 2005.
(2) Gilles Boyer, Pascal Clerc et Michelle Zancarini-Fournel, <L’Ecole aux colonies, les colonies à l’école>, ENS éditions, 파리, 2013.
(3) Jean-François Chanet, <L’Ecole républicaine et les petites patries>, Aubier, 파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