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의 성 정체성 혼란

보이시한 옷차림을 즐기는 사우디의 젊은 여성들

2013-09-12     아멜리 르 르나르

텔레비전에 방영된 미국 시리즈물과 현지 시리즈물에서 영감을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여대생들이, 자신의 성(性) 정체성과 상관없이 양성을 드러내는 의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부야’(Buya·사내 같은 여성)라고 부른다.

“해골, 외설적인 표현, 유력 인사의 사진처럼 관습에 어긋나는 소재로 엮인 커다란 체인을 착용하거나 턱 혹은 입, 귀 위쪽, 눈썹 부근 등과 같이 비관습적인 몸 부위에 피어싱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사우디아리비아 수도 리야드의 왕립여자대학교 캠퍼스 벽에 붙어 있는 ‘학생지도 및 감독부서’의 수칙이다. 수많은 여대생이 위반하는 이 금지사항은 대학에서 펼쳐지는 소수의 다양한 스타일, 특히 고딕스타일이나 ‘에모’(Emotional에서 나온 말로, 처음에는 음악의 한 조류와 관련된 스타일이었으나 현재는 의상 및 어두운 화장과 관련된 스타일을 지칭함), 부야를 척결하기 위해 나온 조치들이다.

‘부야’라는 신조어는 영어 ‘Boy’에 여성을 나타내는 접미사 ‘a’를 첨가해 만들어진 단어다. 이 단어는 아라비아반도의 여러 국가에서 남성적이라 불리는 옷, 특히 이슬람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형상을 숨기는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을 지칭한다. 이들은 꽉 달라붙는 옷은 기피하지만 남성 셔츠나 축구선수 스타일 셔츠, 다른 헐렁한 옷을 선호하고, 때때로 가슴을 숨기기 위해 띠를 두르기도 한다. 이것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감추는, 이른바 이슬람 방식의 은폐와 종류가 다르다.

정체성의 문제
VS
스타일의 문제

자신을 스스로 부야라고 말하거나 다른 사람이 부야라고 지칭하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짧은 머리를 하고, 때때로 귀 윗부분이나 눈 위 돌출부에 피어싱을 한다. 몇몇은 남성 향수를 바르고, 몇몇은 남성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게 한다. 나와 대화를 나눈 여성들은 자신에게 이름과 호적상의 성(여성)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부야라고 불렀다. 부야라는 정체성을 통해 인터넷 포럼, 페이스북 회원제 그룹, 공개된 홈페이지 등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로 만나고, 의견·사진·동영상 등을 교환한다.

걸프만 국가의 몇몇 신문기사와 TV 토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남성화’라는 병리학적 용어로 지칭하면서 ‘여성 사이의 애정관계’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여성 대부분은 이 현상을 하나의 ‘스타일’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이들 대부분에게 하나의 유행 혹은 하위문화로 해석되는 셈이다.

내가 부야를 포함한 여대생들과 이 주제로 토론했을 때, 상당수 여대생이 미국 TV 드라마 <The L Word>를 떠올렸다. 이 시리즈는 2004년 처음 방영되었는데, 로스앤젤리스 레즈비언들이 겪는 힘든 경험을 묘사하는 내용으로 인터넷에서 아랍어 자막으로 볼 수 있다. 수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여성들이 TV 시리즈의 등장인물 셰인(Shane)을 열정적으로 좋아했다. 모델인 셰인은 머리 끝을 뾰족하게 커트한  양성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부아라는 말의 지시대상이 반복적으로 지칭되고 있음에도, 부야 스타일은 미국에서 수입된 바로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지배적인 성규범을 위반하는 인물들이 만들어져 아리비아 반도 전체를 떠돌아다닌다. 결국 2005년 라마단 기간(말하자면 <The L Word> 방영이 시작된 지 얼마 후)에 처음으로 방영된 <아딜루(Adil Ruh)>라는 쿠웨이트 TV 시리즈물에서 여성배우 슈준 알하지리(Shujun Al-Hajiri)가 부야에 해당하는 인물을 구현해낸다. 젊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시리즈는 부야를 포함한 성인이 된 자식들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유복한 쿠웨이트 가정의 행복과 불행을 스크린에 올리고 있다.

부야들은 이 문화 시리즈물이 자신을 영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물의 시청자들을 인터넷상에 결집시키는 포럼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 시리즈물에 의해 대중화된 자기 표현 방식은 사우디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변형된 관행과 의미를 은연중 표출해내고 있다. 대화 중에 다수 여성은, 자신이 특히 행동의 자유- “나는 운전하고 싶고, 더 이상 ‘아바야’(Abaya·이슬람 지역 여성이 입는 검은 망토)를 입고 싶지 않고, 숨 쉬고 싶다.”를 위해 남성이 되고 싶기 때문에, 자신을 부야라고 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남성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동 상황을 부모에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보고해야 하고, 외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부모들은 끊임없이 ‘너는 여자가 어딜 나가니’, ‘언제 들어오니’라는 말을 한다) 상당수 여성은 남여 혼용공간에서 베일을 쓰는 것을 거부하고,(1)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바야를 입지 않으면 여성은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살 수 있으며, 심지어 사내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이 여성들 중 한 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스스로 육체적으로 연약하다고 생각해 집안 남성이 도와주는 것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는 사실에 개탄한다. 몇몇 여성은 주저하지 않고 싸움도 벌인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그래서 캠퍼스에서는 종종 여대생 간에 싸움이 벌어진다. 몇몇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사내 모습을 하지 않은 남자아이’였다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여성은 몇 년 전부터 혹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부터 부야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이들이 자신을 표출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이들이 경험을 통해 자기 표출을 정당화하고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방식일 것이다. 여성이 이 스타일을 전략적으로 채택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 스타일은 때때로 여성성에 대한 지배적인 모델에 논란을 일으킨다.
드라마 속 셰인 같은 인물이 양성이면서 동시에 레즈비언으로 확인될지라도, 자기 표출과 성적 성향 사이의 관계가 필연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동성 간에 애정적·성적·연정(戀情)적 관계를 맺은 사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인 정체성의 근거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정체성의 근거는 공개적으로 수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남성은 이런 식의 관계 맺기를 극단적으로 억제할 것이다). 나와 토론한 부야 대부분은, 다른 여성과 다양한 유형의 관계를 맺었지만 아주 가까운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고 고백했다.

19살 수잔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모님은 내가 부야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골칫거리로 여긴다. 부모님에게 내가 정상이고, 내 내부와 외부가 일치한다고 말한다. 엄마는 내가 레즈비언인지 잘 모른다. 내가 농담으로 레즈비언인 척한다고 말한다. 나는 엄마에게 내가 아이를 낳으면 레즈비언이 말이 농담일 테지만,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농담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내같은 여성 ‘부야'의 커밍아웃

부야건 아니건 여대생들은 자신이 실제로 하는 행동과 자신이 맺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다. 한 무리의 여대생과의 토론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부야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 대해 토론했다. 샤카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나는 모든 사람과 어울려 다니죠. 하지만 사내애들과도 여자애들과도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바드리야는 “나는 여자애들과 관계를 맺었어요. 지금은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있지 않죠. 이슬람에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뒀어요”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누라는 “나는 남자애들과 사귀다 여자애들, 그 후에 다시 남자애들과 사귀었어요”라고 말했다. 바드리야가 다시 말한다. “우리가 여기서 당신에게 하는 말은 아무도 몰라요. 만약 알게 되면 우리에게 문제가 생길 거예요.” 샤카가 “하지만 극소수의 여자애들은 사실 남자애도 여자애도 사랑하지 않아요. 이 애들은 보수적이고, 연인관계를 맺지 않고도 스스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애들이에요” 하자, 누라가 말한다. “샤카, 미안하지만 남자애들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바로 보수적인 여자애들이야.”

대화는 남성화와 성적 성향 문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전개된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영어에서 기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언이 돼버린 용어에 다양한 의미가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화를 나눈 여성들은 여행을 별로 하지 않았고, 영어 수준도 매우 초보적이다. 샤카는 내게 남자애들이나 여자애들과 어떤 비밀스런 연애관계도 맺고 있지 않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보수적’(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말은 ‘이성적’(異性的)이라는 의미로 사용)이라고 말한다. 샤카는 사우디아비아에 딱 맞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혼외 성관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누라는 성적 성향을 분류하기 위해 이 용어를 다른 규범 틀에 적용해 사용한다. 대부분 영어에서 온 방언 용어는 인터넷으로 TV 시리즈물을 보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다. 누라와 바드리야 역시 친밀한 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문자로 여자친구를 의미하는 ‘카위야’(Khawiyya)’라는 예전 방언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 대상자 여성은 우정을 넘어선 여성 사이의 관계를 지칭하는 예전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 여성은 할머니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캠퍼스에는 몇몇 여대생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짝을 지어 산책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 여성들이 사용하는 말로 표현하면 한 명이 부야이고(짧은 머리에 두껍고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남성 농구화를 신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이 ‘여성스런’ 혹은 ‘귀여운’ 파트너다(드라이한 긴 머리를 하고 있고,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다). 그 여성들은 대부분 비난받기 때문에 숨기게 되는 여자들 사이의 애정적·성적 혹은 연정적 관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당연히 모든 여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여성은 레즈비언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적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여성 사이에서 자신을 부야로 표출하는 것을 하나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지배적인 경향은 양면적 효과를 낳고 있다. 2000년대는 수많은 사회에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요구가 공개적으로 증가했으며, 동시에 ‘서구의 간섭’에 대항해 문화적 혹은 종교적 ‘진정성’을 옹호하자는 기치하에 동성애에 반대하는 극단적 행동과 선언이 쏟아졌다. 2001년 50여 명의 남성이 카이로의 게이클럽에서 체포되어 판결받은 ‘퀸보트’(Queen Boat) 사건은 상징적으로 남아 있다. 위협받은 진정성에 대한 이 담화 레지스터(Register·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기록 장부)는, 이슬람 준칙에 의거한 ‘성적 일탈’, ‘성별 혼란’에 대한 고발 레지스터와 나란히 설교자 나빌 알아우디가 진행하는 쿠웨이트 <알라이> 방송의 <정직한 한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야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것은 ‘남성화’를 다루는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방송사의 수많은 방송 프로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담화 레지스터 중 하나일 뿐이다.

LGBT의 권리에 대한 공개적인 요구가 존재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성화된 여성들’이나 ‘여자들 사이의 애정관계’를 다루는 언론의 담화는 대부분 국경 너머에서 유통되는 또 다른 병리학 레지스터를 차용하고 있다. 상당수 여성 설교자들이 캠퍼스의 남성화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채택하는 레지스터가 바로 병리학 내의 심리학 레지스터다. 우리는 2008년 이와 비슷한 종류의 학술대회를 알리는 포스터에서 ‘당신의 여성성에 대해 긍지를 느끼세요. 미안하지만 남성성은 당신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여성적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과 투쟁하도록 길러집니다’라는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상당수 여성 설교자들이 여성 심리학자, 그리고 ‘젊은 여성 교육’ 분야 여성 전문가하고만 일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부야가 아닌 조사 대상자들은, 부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적 문제’, ‘애정 결핍’ 혹은 ‘가정 파탄’이란 심리학 용어를 이따금 사용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부야 스타일을 채택한 대다수 여성이 ‘유행’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여대생이 부야에 대해 ‘더러운’, ‘상스러운’, ‘탈선적’이라는 심한 용어를 사용했지만, 자신에 대한 이런 식의 표출이 일부에서나마 유행으로 간주되고 그만큼의 젊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비록 전복적인 영향력이 있음에도 완전히 비난받지 않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런 조건은 역으로 규칙(특히 의상 문제에서 엄격한)에 대한 공개적 위반을 비록 제한적인 범위 내지만 그 위반이 캠퍼스에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해줄 것이고 널리 퍼지게 해줄 것이다. 이런 식의 전복 모델은 부야가 성과 성별의 지배적 규범에 대한 또 다른 위반 행위를 내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대생에게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런 차원은 지배적인 성규범에 대한 저항과 소비주의의 실천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사우디아리비아의 수많은 젊은 여성이 부야 차원을 넘어 음미하고 즐기는 것이 바로 양면성이다.

글·아멜리 르 르나르 Amélie Le Renard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과 공공장소> (달로즈·파리·2011)의 저자. 본 기사는 이 책에서 발췌했다.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1) 사우디아라비아에 여성이 베일을 써야 하는 법적 의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종교기관은 파트와(Fatwa·종교상의 문제에 대해 유자격 법관이 내리는 판결)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선행증진과 악행퇴치 위원회’(일종의 종교경찰)가 명령을 내려 남녀가 섞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베일을 안 쓰거나 ‘잘못 쓴’ 여성에게 베일을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