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를 맴도는 대규모 감시도청

2013-09-12     니키 해거

전 미국 CIA 요원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이 폭로한 온라인 감시도청 체제 사건이 여전히 큰 반향을 낳고 있다. 15년 전에도 스노든과 유사한 사건이 있었으나, 당시 국가 정부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리 시대 큰 반향을 일으킨 도피사건의 주요 인물 에드워드 스노든은 무차별적인 절대적 온라인 감시체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를 일컫는 ‘메타데이타’, 즉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이란 검색어가 하룻밤 새 인기 단어로 등극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감시시스템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년 전 유럽연합(EU)의회가 “전화, 팩스 등의 모든 온라인 정보통신이 일상적으로 도청 및 감시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경실색한 대중이 발견한 것은 NSA가 운영하는 ‘에셜론’(Echelon)이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도청 프로그램이었고, 연일 대중매체에 오르내렸다. 영국도 유럽 인접 국가에 대한 도청을 목적으로 정보통신부(GCHQ)를 둔 것이 드러나 지탄받았고, MS사는 NSA에 대한 협조로 문제가 되었다. 이 사건은 EU 내 일시적 조사위원회가 편성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1988년 에셜론의 존재를 대중에게 폭로한 이는 영국 기자 던컨 캠벨이다. 그는 기사를 통해 전례 없는 규모로 세계 곳곳의 정보를 도청할 수 있는 대규모 감시 수단이 존재하며, 키워드에 기반해 정보부의 관심 대상인 내용을 감지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1996년 출판된 내 저서 <시크릿 파워>(Secret Power)는 캠벨 기자의 분석을 더욱 심화한 것이다. 그러나 단편적인 기사 한 건과, 멀고 먼 뉴질랜드에서 발행된 책 한 권만으로는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내 책이 출판되고 2년이 지나서야 유럽의회(EP)의 한 의원이 이 문제를 이슈화했고, 에셜론이 공론화되었다.

2001년 EU 조사위원회는 미국의 도청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EU 회원국은 회원국 내 모든 기관 및 국민에게 개방된 ‘암호화 기술 개발과 생산, 홍보’를 적극 제안했다. 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전 세계적인 감시 및 도청의 시대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규모 정치행동이 사상 처음 발현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희망도 잠깐, 곧바로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우연이 뒤따랐다. 2001년 9월 5일 EP에 제출된 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그로부터 6일 후 발생한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사건으로 인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9·11테러 이후 감시는 그 규모가 달라졌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통제수단이 최적화되었고, 대중도 이를 수월하게 받아들였다. 뉴욕 쌍둥이빌딩 사건 12년 후, 우리는 출발점과 비슷한 상황으로 되돌아왔다. 오늘날의 정치적 분위기는 에셜론을 둘러싼 논쟁이 빗발치던 시기의 정치적 여건과 유사한 점이 있고, 스노든이 제시한 증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스노든의 폭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기적절했다.

첫째, 인터넷상 감시에 대해 온라인 이용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었으나, 심증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없었다. 개인 사생활 전체가 인터넷상에 저장되는 현 시대에, 개인 정보에 관한 침해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온라인상의 사생활 침해를 밝혀낼 수 없다면 그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디지털 기술 발달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향유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정보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도 발달했다.

처음 에셜론이 알려졌을 때, 에셜론 기술은 이메일을 감시하려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에셜론은 인공위성과 극초단파를 통해 교환되는 정보를 감시했으나, 스노든이 폭로하기 전까지 세계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감시하는 감시시스템 역량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에셜론과 ‘인터넷 감시 체제인 에셜론’은 특히 국가 간 교환 정보를 주로 목표로 했다. 이때 이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한 국가 내 교환되는 정보를 감시하기 위한 법적·기술적 수단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수많은 국내법은 인터넷 및 정보통신사가 국내 감시기관 몰래 숨기는 통신 채널에 대해 제재하고, 정보기관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입안자가 명명한 ‘합법적인 정보 감시’란 공존할 수 없는 두 용어의 합작인 셈이다. 그리고 G메일, 페이스북, MS가 미 정보국에 협조했다는 스노든의 폭로는 ‘합법적인 정보 감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알게 해준다.

둘째, 테러와의 전쟁도 주된 요인이었다. 안보 불안을 적극 활용해 정보부의 예산은 크게 불어났고, 감시 장치의 규모도 무제한적으로 팽창했다. 

셋째, ‘위키리크스’라는 전례는 무엇보다 중요한 양념이었다. 줄리언 어산지 사건은 인터넷상 기밀문서를 유출하는 것이 과도한 국가 권력의 남용을 제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여론에 심어주었다. 국민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의 기밀 폭로는 ##민주주의적 행위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생각도 심어놓았다.## 다른 국가가 미국의 예를 따랐듯이, 미국은 ‘내부 고발자’ 브래들리 매닝의 전례를 따르는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았지만, 여론에까지 그 효과는 미치지 못했다. 스노든도 우리가 처한 현 상황을 바꾸는 데 한몫할 것이다. 
 

글•니키 해거 Nicky Hager
세계 감청시스템 에셜론과 관련한 첫 저서 <시크릿 파워·Secret Power>(Craig Potton Publishing·뉴질랜드·1996)의 저자.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