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위험한 도박, '녹색에너지' 에탄올

2009-04-04     필리프 르벨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지난 3월 9일 수천 명의 브라질 농민들이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농업부 청사와 설탕 공장 및 각종 셀룰로오스 산업시설을 점거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정부는 농산물 연료 집중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편, 무토지농민운동(MST)은 이러한 발전 모델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상파울루주 서부의 안드라디나에서 수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트레스 이르마오스 공장은 브라질 최대 사탕수수 가공업체인 코산 그룹에 속해 있다. 공장에 원료를 공급하는 농장에서는 약 1500명의 노동자들이 마체테(중남미에서 나무나 풀을 베는 데 이용하는 날이 넓은 칼)를 손에 들고 분주히 작업 중이다. 이들은 닷새를 일하고 하루 휴식을 취하지만, 작업 시간은 엿가락처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임금은 생산성에 따라 지급되는데 사탕수수 1t당 1유로도 채 안 된다.

상파울루주 농촌임금노동자연맹(FERAESP)의 아파레시두 비스푸 사무국장은 “1980년대에는 노동자 한 명이 하루 약 4t의 사탕수수를 수확했다”라고 상기시킨다.
“오늘날에는 평균 생산량이 10t 이상이며 일부 노동자들은 매일 20~25t에 이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하죠.” 실로 인간의 생체가 견디기 힘든 작업량이다. 피라시카바대학에서 실시한 한 연구를 따르면 이는 매일 마라톤을 한 번 완주하는 것에 해당한다.
 
매일 마라톤 달리는 정도의 중노동

근육 질환, 관절 문제, 등과 허리의 통증은 대부분의 사탕수수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장기간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동조합들의 발표를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과로로 숨진 노동자의 수는 약 15명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들의 80%가 8개월의 수확 기간에만 고용되는 임시직이라는 사실이다.

 주로 브라질의 최빈곤 지역인 노르데스테주와 아마조니아주 출신인 이들은 주거 환경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고용주들과 이래저래 한통속인 채용 담당자, 숙소 주인, 버스 운송업자 등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운송 회사와 공장 사이에 체결된 계약 규정에 따라 운송 회사는 노동자들을 숙소에서 작업장까지 나르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비스푸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실상을 보면 종종 버스 업자들은 자신들이 작업반장이라도 되는 양 굴면서 수송하는 노동자들한테서 사탕수수 수확분의 일정 비율을 몰래 갈취합니다.” 이처럼 갈수록 열악한 작업 조건과 수많은 노동법 위반 사례들로 인해 산발적으로 파업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노조 가입률이 낮은 노동자들 앞에서 고용주들은 수확을 기계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여기에 당국의 강력한 지원도 고용주 편이다.

 비스푸 사무국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곳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도 드러낸다.
“2008년 7월, 트레스 이르마오스 공장의 부속 농장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습니다. 경영진은 즉각 3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대체 인력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죠. 경찰은 파업 참가자들을 구타하고 숙소에 침입해 작업을 재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울부짖었지만, 소용없었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에요!” 수확기 종료를 앞둔 즈음, 노스데스테 출신 노동자들은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며 외쳤다. 8월 마지막 주에 리베라우 프레투 지역의 파업 노동자는 500명이 넘었다.
 “그런 대규모 파업은 초유의 사태였습니다”라고 노동자연맹 지부장인 자케오 아귈라르가 힘주어 말한다. 도통 타협을 모르는 고용주들이 문제라면서 그가 설명을 잇는다.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이 업체들은 엄연히 사장이 존재하지만 주주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어떤 형태의 협상에도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녹색 에너지’ 에탄올 증산에 고통만 늘어

거의 비슷한 시기인 8월 22일과 23일, 마투그로수두술주의 주도인 캄푸그란데의 한 회의장 입구에 나붙은 현수막은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설탕 및 알코올 업계가 선사하는 새로운 전망, 새로운 기술, 새로운 가능성.’ 바로 사탕수수 공장 기업가 및 생산자, 정부 대표들이 참가하는 ‘카나술 2008’ 회의가 들뜬 분위기 속에 개최되고 있었다. 지난 10년 사이, 전세계 원당 수출량 중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서 62%로 급증했으며, 에탄올 생산1)도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8년에는 223억ℓ를 기록했다(전세계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 또한 사탕수수 재배지 면적은 780만ha에 이른다. 이번 회의의 인기 발제자였던 마르코스 브라질 장크 사탕수수산업연합(UNICA) 회장은 세계 농산물 연료 시장에서 브라질 생산자들이 점유할 자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역설했다.
 브라질이 생산하는 설탕의 대부분이 수출되는 반면, 에탄올 생산량은 85%가 내수 시장에서 흡수된다. 그런데 고유가와 지구 온난화 위협이 맞물리면서 부유국들은 자신들의 개발 방식을 재고하려 하기는커녕 농산물 연료를 에너지 위기 해결책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다소 성급하게 ‘녹색’ 해법이라 일컫기에 이르렀다.2) 그 일환으로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는 도로 교통에 식물성 연료를 일정 비율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일련의 법안을 마련했다.3) 또한 브라질과 일본 정부는 향후 15년간 브라질이 일본에 에탄올을 공급한다는 내용으로 80억 달러 규모의 제휴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한편 미국과 브라질 정부 간 바이오 연료 생산 및 판매 중심축 구축 문제가, 2007년 3월 31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회동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전세계 에탄올 생산량의 70%를 두 나라가 차지한다).4)
바이오 연료의 총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하리라고 전망하는 장크 회장은 2020년이면 브라질의 사탕수수 재배지 면적이 1400만ha에 달할 것이며 그중 에탄올 생산 농지의 비중은 지금의 50%에서 4분의 3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이 녹색 에너지를 게임 카드로 내밀고, 정부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탄올을 보장하는 인증마크를 마련하는 가운데, 생산지 주민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잿더미나 강제 노역자에 비견되는 사탕수수 농장 일꾼들의 모습은 아무래도 좋지 못한 인상을 주고 있다.
 
‘녹색 에너지’ 반대급부는 온실가스 배출

어둠이 내린 후, 상파울루주의 소도시인 세르탕지뉴의 고층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화전 경작으로 불타는 사탕수수밭의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띈다. 가지는 건들지 않고 잎사귀만 태우는 이 기술은 1960년대에 브라질에서 처음 사용된 이래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력을 이용한 수확이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사탕수수의 수크로오스 함유량이 높아지는 대신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와 기타 오염 물질들이 배출된다.
상파울루대학의 조세 에두아르두 캉사두 연구원에 따르면 상파울루주에서만 하루 285t의 독성 분진과 3342t의 일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인 피라시카바의 병원에는 호흡기 질환 환자가 수확기에 10% 증가한다. 그래도 어쨌든 사탕수수 농장의 60%가 집중된 상파울루주는 2014년까지 화전 경작을 완전히 철폐하는 내용의 ‘녹색 의정서’를 채택했다.
반면 연방정부법에는 2021년이 목표 시한으로 설정되어 있다. 지코 그라지아누 브라질 환경국무장관에 따르면 148곳의 농산물 공장과 1만 곳 이상의 생산자들이 이미 이 의정서에 가입했다. 그렇다면 인력 수확에서 기계 수확으로의 전환은 궁극적으로 불가피한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진행 중인 변화는 생산자들이 환경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기술적 진보와 수익성 계산의 결과다. 100명의 인력으로 하던 일을 기계 한 대가 처리함으로써 사탕수수의 t당 가격은 낮아진다. 게다가 사회학자이자 대학 교수인 마리아 아파레시다 데 모라에스 시우바가 지적하듯이 “많은 공장이 기계 수확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바로 1984~1985년의 대규모 파업”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의 기술로는 경사도가 12% 이상인 지면에서 기계 작업을 할 수 없다. 2008년에도 50% 이상의 수확이 인력 노동으로 이뤄졌으며 올해에도 일명 ‘보이아스 프리아스’(boias frias)5)라고 불리는 사탕수수 노동자 약 30만 명이 상파울루에서 수확에 참여할 것이다.

황금거위 ‘에탄올’ 앞세운 자본 유치 활발

새로 등장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에탄올 산업 덕분에 브라질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농식품 분야의 메이저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6) 카길은 재벌 기업 크리스탈레브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에탄올 공장 세베사의 주식 63%를 사들였다. 몬샌토는 코산 그룹 및 보토트란팅 그룹과 제휴 관계를 맺는 한편 유전자 변형(GMO) 대두인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7)를 2009년부터 시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의 대표적 설탕 생산업체인 바자즈 힌두스탄은 5억 달러를 투자해 브라질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브라질 에탄올 분야 투자라는 구체적 목표를 지니고 외국 증시에 투입되는 투자 자본도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주주들로는 금융가 조지 소로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전 세계은행 총재인 제임스 울펀슨,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케이만 군도에 소재한 회사인 바이오 에너지 개발기금을 매개로 투자) 등이 있다.
 다른 프랑스 기업들도 찾아볼 수 있다. 테레오스(베긴세이의 소유주)의 경우 브라질 지사 구아라니가 브라질에서 사탕수수 가공업체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 설탕·식품협회도 진출해 있다. 특히 거대 식료품 업체인 루이드레퓌스는 2007년에 공장 4곳을 인수한 후 브라질 2위의 사탕수수 가공업체로 자리 잡았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농산물 산업이라는 카드를 거리낌 없이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정부 각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해외 순방을 매번 에탄올 홍보와 계약 체결의 기회로 삼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수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브라질 내륙과 파울리니아 정유 시설을 잇는 1300km 길이의 송유관 건설로, 에탄올은 파울리니아에서 다시 상세바스티앙 항구까지 운송된다.

 설탕과 알코올 생산자들에 대한 이러한 국가의 지원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 후 줄곧 이어지고 있다. 가령 1933년 창설된 설탕·알코올협회는 생산자들에게 판로와 안정적 가격을 보장하며 설탕 잉여분을 매입하고 있다. 또한 1차 석유파동 직후인 1975년 출범한 ‘프로알코올’(Proalcool) 프로그램은 알코올 연료 차량8)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설탕업계가 넉넉한 융자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캉피나스 국립대학의 페드루 라모스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1975~89년에 집행된 사탕수수 산업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은 연간 5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이 자금 중 일부가 다른 목적으로 유용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설탕 업계의 대정부 부채는 24억 달러에 달했지만 그중 일부만 상환됐습니다.”
 
외국 투자자와 농장주에 손든 ‘좌파’ 룰라 정부

그럼에도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선임자들이 남긴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2008년 8월, 카를로스 맹크 환경부 장관은 700만ha의 농지를 추가로 사탕수수 재배에 사용할 것이며 각종 장려책을 통해 생산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질에서 ‘설탕업계의 거물들’로 알려진 몇몇 가족 경영 대기업들은 외국 투자자들과 정부가 마련해준 횡재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배 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9)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설탕업계에서는 37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코산 그룹은 최근 에소의 브라질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에탄올 유통망에 직접적인 접근 루트를 확보했다.

 이에 좌파 운동가, 대학 교수, 환경운동가 및 농업노조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들은 그러한 방식의 개발이 미치는 환경적·사회경제적 영향을 지적한다. 이를 진정시키려고 장크 사탕수수연합 회장은 입에 발린 주장을 내놓는다.10) 새로운 사탕수수 재배 방식이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게 되면 땅을 추가로 개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 반대자들이 내세우는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난해한 주장”과는 반대로, 유전자 변형 사탕수수 덕분에 경작지 면적은 늘리지 않은 채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11)

 장크 회장은 “사탕수수로 녹색 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다”면서 말을 잇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면의 성적은 미국에서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는 옥수수에 비해 사탕수수가 월등히 양호하다.
뿐만 아니라 사탕수수 잔여물을 재활용함으로써(이 분야에서 브라질은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공장들은 소비량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브라질 에너지 수급에도 기여하고 있다.12) 여전히 장크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사탕수수 재배지가 브라질 총 경작지의 3% 미만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탕수수 재배가 식량 재배와 경쟁 관계라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13)
 
사탕수수 재배 확대가 생물 다양성 위협

이러한 주장들을 지리학자이자 상파울루대학 교수인 아리오스발두 움벨리누는 반박한다. 룰라 정부가 제2차 농지개혁 국가계획 마련을 위해 발족한 팀의 일원인 그는 경작 가능 농지의 배분에 관한 자료들을 꾸준히 살펴보았다. 움벨리누의 설명이다.
“사탕수수 재배가 확대될 주요 지역은 상파울루주 외곽으로, 마투그로수두술주, 고이아스주, 미나스제라이스주, 파라나주 등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사바나 형태의 생태계인 세라도로 덮인 토지를 대상으로 여러 경작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아마존 지역, 특히 파라주와 노르데스테 지역에서도 다른 프로젝트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노르데스테 지역의 경우 상프랑시스코강의 수로를 변경하는 정부 계획이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계획의 첫 번째 목적은 무엇보다 사탕수수 생산용 농경지에 관개를 하는 것”이라고 움벨리누 교수는 단언한다. 그는 덧붙이길 “사탕수수가 다른 수출 작물을 대체하거나 과거 목축에 이용되던 땅을 차지할 경우 도미노 효과가 발생합니다. 콩, 옥수수, 가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토를 찾아 이동하게 될 겁니다. 이를테면 아마존이나 판타날 지역으로 말이죠.” 2008년 11월 28일 브라질 국립 공간연구소(INPE)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07년 8월부터 2008년 7월 사이에 1만1968km²에 이르는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사탕수수 재배가 최소한 친환경적 농업이기는 한 걸까? 화전 경작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사탕수수 재배에는 여느 단일 경작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양의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그중 특히 질산비료는 오존층에 해롭다. 또한 사탕수수밭에 흩어진 수백만ℓ의 증류 찌꺼기도 비록 자연 비료라고 소개되고는 있지만 토양으로 침투하면서 지구상 주요 수자원 저장고 중 하나인 구아라니 저수지를 위협하고 있다.
 사탕수수 재배의 확대로 식량 생산이 피해를 입는지에 관해 움벨리누 교수는 브라질 지리·통계 연구소(IBGE)의 공식 수치를 언급하며 답변한다. “1990~2006년에 상파울루주의 사탕수수 경작지 면적은 270만ha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에 콩과 쌀 생산용 농지는 각각 26만1천ha와 34만ha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콩의 경우 40만t, 쌀은 1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이죠.”(브라질 생산량 대비 각각 12%와 9%에 해당한다.)
 
룰라, 대선 공약인 ‘농지개혁’ 망각

이웃에 위치한 고이아스주는 사탕수수 재배가 급팽창한 지역으로, 농업·낙농업 종사자연맹은 이곳의 땅값이 사탕수수 가공 공장 부근 지대의 경우 3배까지 높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했음을 확인했다(평균 상승률은 15%). 이러한 땅값 폭등으로 중소농들(이들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한다)의 토지 소유는 더욱 힘들어졌고 토지 집중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안드라디나로 돌아가 보자. 이곳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사탕수수 노동자, 노조원, 소규모 생산자 및 무토지 농민들이 집결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사탕수수 노동자들은 아무런 환상도 품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자신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계에 의한 대체가 이뤄지면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기에는 전망이 별로 밝지 않다. 소규모 생산자들(이들은 그래도 작은 땅뙈기나마 가지고 있다)은 정부의 지원 부족을 안타까워한다. “비즈니스 농업은 더운밥, 식량 생산 농업은 찬밥 신세”라며 그중 한 명이 상황을 요약한다.
 토지가 없는 농민의 경우 자신들의 투쟁이 갈수록 힘겨워짐을 잘 알고 있다. “경작이 이뤄지지 않는 대농장을 수용하라고 우리가 요구하니까 사탕수수 농장 설립 계획을 내놓더군요.” 룰라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이던 농지개혁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하다. 토지가 없는 어느 농민은 이렇게 평한다. “그로 인해 폭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기아 퇴치 프로그램인 ‘포미 제로’(Fome Zero)나 빈곤가계 지원제도인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같은 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운동 기반이 와해됐기 때문입니다.”

 겨우 생계를 이어나갈 정도의 도움만을 제공한 이러한 극빈층 지원 프로그램들을 대가로 정부는 사회 평화와 서민층의 지지표를 사들였다. “농지개혁을 희생시켜 얻은 사탕수수와 에탄올….” 이번 집회 주최자 중 하나인 비스푸 농촌임금노동자연명 사무국장은 “사회의 선택”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번역•최서연


1) 에탄올은 옥수수나 밀 등의 낟알 곡류, 산림 잔여물 같은 셀룰로오스성 물질 또는 사탕수수 등으로 만드는 알코올의 일종이다.
 2) 비정부기구 옥스팸의 보고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어떻게 농산물 연료 정책이 빈곤을 악화시키고 기후 온난화를 가속화하는가’, www.oxfam.org 참조.
 3) 미국은 에너지 정책에 관한 법률(2005) 및 에너지 자립 및 안보 정책에 관한 법률(2007)에 따라 2022년까지 에탄올을 비롯한 ‘재생 가능’ 연료를 매년 360억 갤런(1380억ℓ)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캐나다는 2010년까지 휘발유에 에탄올 5%를 첨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0년까지 식물성 연료가 도로 교통 이용 연료의 10%에 이르게 하자고 제안했다.
 4) 양국 대통령은 2006년 3월 9일 브라질에서 에탄올 무역의 국제적 증진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5) 문자 그대로는 ‘차가운 음식’을 뜻하며, 농장 노동자가 아침에 들고 나가 점심 식사를 하는 밥그릇을 가리킨다.
 6) 이 단락에 나오는 대부분의 정보는 비정부기구 그레인이 발표한 자료(‘사탕수수 에탄올의 커넥션’)에서 발췌했다.
 7) 간혹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동일시되기도 하는 글라이포세이트 성분의 ‘라운드업’은 사실 몬샌토가 판매하는 ‘무차별적 제초제’의 이름이다. 그리고 ‘라운드업’에 저항력을 가진 대두가 바로 ‘라운드업 레디’다.
 8)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0%는 이른바 플렉스 모델로, 휘발유·에탄올 또는 둘의 혼합 연료로 주행이 가능하다.
 9) 가장 막강한 곳으로는 오메토가나 비아기가를 들 수 있다. 전자의 일부 계열사는 코산 그룹을 지배하고 있으며, 후자의 경우 재벌기업 크리스탈레브의 최대 주주다.
 10) ‘카나술 2008’ 회의 발제 내용.
 11) 브라질 일간지 <Jornal da Cidade> 2008년 1월 31일자를 따르자면, 2005~2006년에 생산성은 2.3% 상승한 반면 사탕수수 경작지 면적은 12.7% 늘어났다. 따라서 현재로서 생산량 증대는 주로 경작지 면적 증가에 기인하는 셈이다.
 12) 이러한 방식의 생산은 브라질 에너지 소비의 3%에 해당하며 2015년이면 15%에 도달할 전망이다.
 13) 그러나 실제 경작지 대비 비율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