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할 것인가, 공유할 것인가
‘사용’은 반드시 '소유'와 동의어인가? 구매력이 저하돼 가는 시대에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의 과소비를 지적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눠 쓰고 교환해 쓰기 위해 조직화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운동이 점차 확산되자 재빠른 기업들은 이마저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각 가정은 환경문제와 잠재적인 경제문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가정에 사용하지 않는 자산이 얼마나 많은가. 평생 13분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벽장에서 잠자고 있는 드릴, 한두 번 감상하고 쌓아둔 DVD, 빛 보는 날보다는 먼지 쌓이는 날이 많은 사진기, 또한 우리가 하루에 채 1시간도 사용하지 않는데다 그것도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여름 내내 비워두는 아파트 등, 목록이 길다. 이런 목록은 막대한 자산인 동시에 미래의 쓰레기이다.” 공동소비를 주장하는 이론가들의 구호이다. 이들 리더 중 한 명인 레이첼 보츠만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당신이 필요한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며, DVD가 아니라 영화고, 자가용이 아니라 이동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에서 ‘접근의 시대’로의 전환, 즉 물품의 상징적인 차원이 기능적인 차원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대를 예고했다. 예컨대 예전엔 자가용 구입이 사용 목적 이외에도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요소였지만, 이젠 많은 소비자들이 차량을 대여해 쓰고 있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가용이나 주택을 임대하는 일은 흔하다.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소비 물품에 대한 젊은 층의 초연한 태도는 자동차업계와 주택업계를 절망으로 이끌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추세를 소비문화에 대한 희망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물물교환 플랫폼들은 자원 분배를 수월하게 해주고 있다. 이들은 중개업자들을 배제시킨 채 사소한 것까지 다 공급하며 재활용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독점을 차단하고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원을 제공하게 된다. 한편, 소비자들은 산업체들을 자극해서 낙후된 기술을 개선하도록 해, 지속 가능한 질 좋은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낮아진 가격과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방식(P2P)의 편리함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쓰레기 감축에 기여할 것이다. 타임즈, 르몽드, 이코노미스트 등과 같은 국제 언론들은 이와 같은 ‘소비 혁명’에 관한 기사를 1면에 싣고 있다.
문제는 자원빈곤이 아닌 소유욕
공동 소비 지지자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종종 실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의 표면적인 의미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것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은 하지 않는다. 특히 리프킨은 이들이 환경정책을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동 소비 지지자들은 일반적으로 간디를 잘 인용한다. “이 세상엔 모든 이의 욕구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자원이 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소유욕은 이것만으로는 절대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1) 그러나 이들은 정작 환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너무 이상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경멸의 태도를 보인다. “2008년, 우리는 장벽에 부딪쳤다. 자연도 시장도 모두 ‘그만’하라고 외쳤다! 우리는 과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는 폰지(Ponzi) 사기와 같은 모래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2) 이 말은 미국의 비영리 재단인 테드(TED, Technology, Entertainment and Design) 강연 때,(3) 보츠만이 한 말이다. 그는 경제위기로 자구책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이 창의력과 상호 간 신뢰를 쌓으며 이 같은 공동 소비 현상이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더 많은 웹사이트들이 ‘잠자고’ 있는 값나가는 재산들에 대한 교환과 대여를 제공하고 있다. 세탁기, 명품 옷, 첨단 기술 제품, 캠핑 장비는 물론이고 운송수단(자가용, 자전거, 배)이나 물리적 공간들(지하, 주차장, 방 등)이 그 대상들이다. 이런 현상은 예금으로까지 확장됐다. 개인들은 예금을 은행 계좌에 묶어두기보다는 은행들을 피해 서로 예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4) 교통 분야에선, 조직적인 공동출자 형식을 취한 일종의 히치하이킹, 여행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카풀 제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파리에서 리용까지 기차요금이 60유로이지만 이를 통하면 30유로면 되고, 여행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도 있다.
프랑스에선 2000년대에 생긴 많은 웹사이트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웹사이트들은 창업 후 전형적인 진화과정을 거친다. 즉 일단 업계의 기준이 되려고 노력하다가 그 모델이 정착되고 나면, ‘보다 나은 안전’을 구실로 이용자들에게 사이트상에서 결제를 강제해 12%의 수수료를 뗐다. 프랑스의 최대 카풀 사이트(Covoiturage.fr)가 회사명을 블라블라카(BlablaCar)로 개명해 유럽 시장 정복에 나섰고, 독일의 최대 카풀 회사(Carpooling)도 프랑스에 진입했다. 이러한 상업적 변질에 짜증이 난 카풀 이용자들은 협동으로 무료 플랫폼(Covoiturage-libre.fr)을 개설하게 된다.
자동차 공유 또한 문화·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다. 드라이비(Drivy)를 비롯한 많은 플랫폼들은 개인 간 차량 대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주연들은 사실 수천대의 차량을 소유한 유동적인(분단위, 셀프서비스) 장치를 갖춘 대여업자들이다. 따라서 차량 수가 감소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는 상대적이다. 파리시가 볼로레(Bolloré) 그룹과 함께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élib)를 본떠 만들어 운영 중인 자동차대여 시스템, 차량 함대 오토리브(Autolib)조차 차량 수를 감축시키기보다는 대중교통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풍요는 소유가 아닌 사용
숙박 시설 분야에서도 인터넷은 개인 간 교환을 촉진시키고 있다. 여러 웹 사이트들은 며칠간 자신의 집에 무료로 손님을 받겠다는 집주인들의 신청을 받아 연결해주고 있다. 이는 거의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변칙적인 도시형 “베드 앤 브랙퍼스트(bed & breakfast)이고, 이 분야의 명실상부한 리더는 에어비앤비(AirBnb)이다. 갓 창업한 이 사이트는 손님들에게 아테나나 마르세이유 가정에서의 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호스트들은 손님에게 호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풍성한 아침식사를 ‘옵션’으로 준비해 준다. 이렇게 되면서 빈방 또는 바캉스를 떠날 때 비는 아파트가 소득의 원천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요약한다. “에어비앤비와 함께 인간적인 여행을 하세요.” 그러나 경제매체들은 이 회사의 다른 이면을 지적한다. 이 회사는 호스트에 지불한 금액에서 수수료로 10% 이상을 떼며, 2012년도 이 회사의 매출액과 주식 시가가 각각 1억 8000천 달러와 거의 2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며 거만해졌다는 것이다.
자동차 공유 기업, 시티카클럽(City Car Club)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상기시킨다. “풍요로움은 분명 소유보다는 사용에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리프킨이 진단한 소유에서의 이탈이 곧 소비에서의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의 꿈은 페라리를 소유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단지 페라리를 운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매는 줄지만, 임대는 늘고 있다. 이 ‘접근성의 시대’는 사실 물류 변화와 관련된 소비 형태의 변화이다. 강력한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각자의 재산과 능력이 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현상이 싫지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순환 속에서 잠재적인 새로운 거래, 즉 자신들이 돈을 받고 중재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엿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소비자 운동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실천도 분명 다양하게 존재한다.
사회적 공유·평등 가치가 필요
카우치서퍼(Couchsurfer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과 여행 가이드 제공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비영리 커뮤니티 회원들-역주)들은 낯선 이들을 자신의 집에 재우거나 또는 이들의 환대를 받는다. 레퀴페(Recupe.net), 프리사이클(Freecycle.org) 등 사이트의 이용자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 쓸모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대신 제공을 하고 있다. 지역 교환 시스템(SEL)의 회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동등하게 제공하고 있다. 한 시간의 정원사 일은 한 시간의 배관 일이나 웹디자인 일과 동등하게 쳐준다. 농업 보존 연합회 (AMAP)의 회원 개개인은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현지 농부 한 명과 1년 동안 같이 거주하는 적응력 훈련에 들어가, 농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주간에 진행되는 야채 유통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이 같은 참여는 분명 결국 ‘자신의 지갑으로 결론 나는’ 단순한 ‘소비행동’ 방식을 넘어선다.
비영리단체의 프로젝트와 ‘소비자 간’ 유통, 이른바 C2C(consumer to consumer) 유통 창업회사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카우치서퍼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전자에게 중요한 건 만난 사람과의 관계이고 안락함은 부수적인 데 반해, 후자에겐 그 반대이다. 따라서 두 기업의 평가기준은 뚜렷이 다르다. 에어비앤비가 자랑하는 것은 가격보다는 장소의 청결과 관광 중심가와의 접근성인 데 반해, 카우치서퍼는 무료서비스보다는 호스트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태스크라빗(taskrabbit.com)은 농부 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에, SEL은 기부에 의존한다. 비록 공동소비 주창자들은 이 ‘(공동소비)혁명'의 ‘사회적', ‘친환경적인' 면모를 자랑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들의 시도를 종종 대중들에게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비영리 단체들은 경제지에 자신들을 대변하는 창업 기업들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비영리 단체가 수익 창출만 어려워진 게 아니라 '대중화'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완전히 딴판인 이들(영리와 비영리 형태의 공동소비)의 물자보급 방식을 과소평가한 채 사람과의 관계 형식에만 초점을 맞춰 ‘공유의 경제'라는 기치 아래 두 형태를 통합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은 ‘공유'란 단어를 '임대'로 널리 통용시키고 있는 이 같은 사기 봉합을 크게 반기고 있다. AMAP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환경주의)과 관련된 술책에 속아 이 산업체에 보증을 선 것도 그래서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AMAP 프로젝트의 드러나지 않은 사회적 가치는 과소평가한 채, AMAP가 그린워싱에 보증선 것만 떠들어대며 일종의 공동세척 방식인 그린워싱에 참여한다. 사실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식탁이나 시간을 낯선 이들에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유, 평등, 친환경의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이며, 이들이 또한 C2C 교환 플랫폼보다 공동소비와 공동생산을 찾는 이유이다. 이 같은 이중성은 다른 것들을 검증하게 만든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친환경 정책과 구분되고,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위해 모든 이들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SS)와 정치적 관점에서 이용자의 자유를 촉진시키는 무료 소프트웨어 운동은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료 소프트웨어 운동의 선각자 중 한 명인 리처드 스톨먼이 이 두 분야를 구분하며 썼던 유명한 말을 확대해석해 쓸 수 있을 것 같다. “전자는 개발 방법론이고, 후자는 사회운동이다.”
글·마르탱 드눈 Martin Denoun 조프루아 발라동 Geoffroy Valadon
저서 <지렛대의 예술, 주짓수(Jujitsu)정치>의 공동저자이자, 웹사이트 www.larotative.org의 공동 운영자.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 중.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1) Jeremy Rifkin, <접근의 시대, 새로운 자본주의 문화>, La Découverte, coll. <Poche / Essais >, 파리, 2005 (1re éd.: 2000).
(2) Anne-Sophie Novel et Stéphane Riot, <공동 사회를 위한 공동소비를 위하여>, Editions Alternatives, coll. <Manifestô>, 파리, 2012.
(3) 1920년 찰스 폰지가 시작한 사기 계획으로써 새로 가입한 회원들의 지속적 방문판매를 통해 투자들이 돈을 챙기는 피라미드 방식. Ibrahim Warde, <피라미드의 비밀, 폰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참조, 2009.08.
(4) Mona Chollet, <웃음의 요가와 국수로 만든 목걸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