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트로이트를 잃었다”

연쇄 파산하는 미국 도시들

2013-10-12     존 니콜즈


탈산업화의 직격탄을 맞은 디트로이트가 2013년 7월 파산 신청을 했다. 몇 달 전, 제퍼슨 위원회는 과도채무로 같은 운명을 겪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방자치단체의 연쇄적 파산은
연방정부의 무능한 지방정책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백악관과 의회 사이의 세 대결에
발목이 잡힌 워싱턴 정가는 지방정부에 대한 원조를 꺼려하고 있다.   

1966년 미시건 핵발전소 일부가 녹아내리자, 미국의 소울 재즈 음유시인인 질 스콧 헤론은 재앙 위협에 처한 이웃 도시 디트로이트에 다음과 같은 시를 헌정했다. “우리는 디트로이트를 잃어버릴 뻔했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자 제조업의 수도이며, 유서 깊은 자동차의 메카가 어느 날 지도에서 사라질 뻔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디트로이트는 핵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재정 긴축 위기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2013년 7월 18일 디트로이트 자치시는 185억 달러의 빚을 상환하지 못한 채 파산하였다. 미국 정부의 파산 보호 관리 아래 놓이게 된 디트로이트시는 많은 희생을 대가로 부채를 점진적으로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파산한 것은 처음이다.

자치시 채권 시장이 3조 7천억 달러 이상(프랑스의 GDP와 맞먹는 규모)에 달하는 미국에서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일부는 지역 재정을 잘못 운영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은 오랜 탈산업화 과정의 종결이다. 오랜 ‘모터 시티’가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경제 활동도 침체된 ‘고스트 시티’로 변한 것이다. 디트로이트에서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제조업 일자리의 52%가 사라졌다. 지난 세기 중반 이 도시의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꼴이었다.

현재는 오십 명 중 한 명만을 고용하고 있다. 한때 십여 개의 자동차 대기업 공장들이 번성했지만, 현재는 생산성 회복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공장만이 가동되고 있다.(1) 1960년대 이후 디트로이트시 인구의 절반이 넘는 백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났다. 미국 평균보다 2~3배 높은 실업률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인구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었다.결국 도시의 세수가 급격히 줄었다. 2008년도 경제 위기는 결정적으로 도시 재정을 적자에 빠뜨렸고, 긴축 강화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후 쓰레기가 정기적으로 수거되지 못했고 경찰서는 오후면 문을 닫는다. 공공 조명과 버스 서비스도 줄었다. 심지어 일부 소방서에서는 소방관들이 화장실 휴지도 직접 사야만 했다. 이를 측은히 여긴 한 기업이 디트로이트 소방관들에게 7만 752개의 두루마리 위생휴지를 제공하기도 했다.(2)

중대한 기로에 선 美 도시 전략

공화당 미시건 주지사인 릭 스나이더는 없어진 일자리를 되살리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권한을 빼앗아 직접 선임한 ‘긴급 재정 행정관’에게 이 일을 부여하면서 민주주의 개념을 무시하였다. 2013년 3월 행정관으로 임명된 케빈 오어는 기업 파산 전문 변호사로 현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는 시 공무원 해고, 공공재 민영화, 노조와의 단체 협상 합의 내용 수정도 할 수 있다. 선출직도 아닌 이 직위를 통해 디트로이트시 이익을 위해 ‘시의 재정을 정상화’하려 한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생존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결정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은 채, 시 예산의 틈을 막는다는 논리는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정치는 바꾸지 않은 채 희생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아주 손쉬운 방편이다.

이러한 지배권을 쥔 탓에 주지사는 디트로이트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되었다. 주 정부는 시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금과 보건비용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이든 은퇴자든 시 공무원들을 위한 재원은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연료이다. 이를 소진시킨다는 것은 가장 취약한 인구를 위한 최후의 안전망을 파괴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디트로이트의 재정 파산으로 대도시권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50년 전 미국은 도시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도시 시장들은 정치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정당은 ‘도시 전략’을 고심하였고 도시 지역 인프라와 경제 발전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도시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라지더니 오늘날 민주당은 몰표를 몰아주는 도시를 등한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공화당은 도시 지역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오래된 적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시 인구가 80%를 넘어서는 나라에서 디트로이트와 같은 예는 전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미시건 주 내부만 보아도 5개 도시들(Benton Harbor, Ecorce, Flint, Pontiac, Allen Park)과 그 외 여러 학군들(Highland Park, Muskegon Park 등) 모두 스나이더 주지사의 ‘긴급 관리’ 통치 하에 놓이게 되었다. 이 도시들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10% 남짓 거주하지만, 미국 흑인의 절반이 몰려있다. 그래서 미시건 의회의 민주당 의원인 존 코니어스는 긴급 관리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데 인종주의적 요소’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긴급 관리 체제 하의 자치시들은 어떻게 될까? 지난 2년간 연방정부의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지불 중지를 선언한 20여 개 도시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산 베르나르디노, 스톡턴, 발레호, 알라바마의 재퍼슨 컨츄리 등이 그랬다. 매번 똑같은 원인으로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시 행정이 중단되어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이는 결국 세수 부족을 야기한다. 따라서 긴축 조치가 정당화되고 이는 재정 문제를 심화시킬 뿐 도시 파산을 앞당긴다. 3십만 명의 주민이 살고 7억 달러의 부채가 있던 스톡턴은 디트로이트에 일어날 일을 예고하였다. 2012년 6월 28일 파산 이후 도시는 긴축 조치를 취하여 경찰관의 25%, 소방관의 30%, 행정 공무원의 약 40%를 해고하였다. 그러나 그도 성에 차지 않았다. 파산 1년이 지난 후 공무원 연금 감면이 발표되었다. 모두 향후 30년간 25억 달러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헸다.(3)

공화당은 파산한 도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스나이더 주지사는 지역 의원들, 공공 서비스 노조와 연금 수령자들을 너무 탐욕적이라며 폄훼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같은 골칫덩어리들을 치워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도 같은 견해를 피력한다. 그는 “디트로이트가 심각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4)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를 비난한다면 오직 미국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이 무능한 정치인을 뽑았다는 것뿐이다. 결국 도시와 노조가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다. 공공 지출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우리가 고대하는 효과가 있다면, 지금 ‘모터 시티’나 스톡턴은 번영을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토마스 수그루가 지적하듯이 “디트로이트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수지를 맞추기 위해 지역 공무원의 수를 반이나 줄였다.”

정치권에 버림받은 산업도시의 비극

미시건 주 민주당 의원 댄 킬디는 “입법가들과 행정가들은 너무 오래 전부터 재정 적자 상태인 지방자치시, 연금 고갈과 황폐화된 사회기반시설의 문제를 외면하였다”(6)고 폭로한다. 그는 연준리와 의회가 ‘미국 도시의 구조적인 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외치고 있다. 과거 연준리에서 재정 일을 담당했던 댄 킬디는 경제 안정화 의무,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실업을 낮추고 장기 금리를 가능한 최저로 안정화시킬 의무가 있는 연준리에 대해 ‘파산 도시를 특별히 지원’할 수단을 강구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지방자치단체 재정 제도가 붕괴 직전이다. 각 주들과 연방 정부는 도시 및 도시구역을 지원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보다 공정한 상업 정책과 사회기반시설 투자 외에도 도시 발전을 위한 광범위한 보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시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경제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도시 지역과 도시 외곽 지역에 대한 지원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에는 관대한 美 정치권

연준리가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타당한 만큼 의회는 마지못해 파산 도시에 산소 호흡기를 다는 데 동의하였다. 월 스트리트 금융회사들에는 그렇게도 관대하더니 말이다. 연준리는 연방 정부를 개입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킬디는 미국 도시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이 ‘지역 행정 부실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위기는 매우 복잡다단한 문제로 도시 자체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선 정부와 각 주에 책임이 있다.

불행히도 오바마가 ‘대타협’이라고 불렀듯이 의회가 다시 예산안 삭감을 준비하고 있는 때라 당시 댄 킬디의 의견은 허공의 메아리였다. 다른 파산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디트로이트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음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도록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트로이트는 2008년도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너지던 월 스트리트의 상황과 같다. 2008년도 금융 위기에 대해 의회는 즉각적으로 대응하였다. 8천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 금융과 ‘대마불사’의 회사들에는 추가 금융 지원도 약속하였다. 그에 비해 미국 도시들의 운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분명히 덜하다.


“빛바랜 개혁, 불타는 디트로이트” (과거 관련기사 2010년 1월)

디트로이트의 게토는 흑인 빈민촌, 거대한 황무지로 조금씩 불타 없어지고 동네가 조각조각 해체되고 있다. 몇몇 블록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두세 채밖에 남지 않았으며 동네 전체가 거대한 황무지처럼 보인다. 폐허만 남은 지평선 너머로 풀과 나무들이 무너진 집의 형해를 뒤덮고 있다. 도시가 해체되면서 인구밀도도 시골수준으로 떨어져 들판에 닭들이 뛰어다니고 귀뚜라미가 끊임없이 울어대는 게 마치 시골에 와 있는 것 같다. 디트로이트라는 도시 속에서도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세기 만에 디트로이트시 면적의 35%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되었다. 세계 도시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다. 도시 축소로 인해 시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이곳을 떠났다. 대학 근처나 하교 시간의 학교 주변을 빼면, 시 주요 도로인 우드워드가, 미시간가에는 몇몇 행인만 어슬렁거릴 뿐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디트로이트를 떠나는 사람의 수가 더 늘어났다. 미시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로 큰 피해를 본 곳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자본주의 소비사회에 편입할 수 있는 최상의 모델로 선전하던 이 시스템은 처음엔 극빈자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수천 명의 대출자가 파산하고 대출이자가 오르자 서둘러 집을 팔아버렸다. 시 당국 통계에 따르면 2005~08년에 6만 7천 명이 재산을 압류당했다. 소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시스템의 붕괴로 신용접근이 악화되면서 미국 자동차 빅3가 직격탄을 맞았다(GM, 포드, 크라이슬러 모두 디트로이트시나 근교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누적된 부채와 자금부족, 일본 자동차들과의 경쟁에 직면한 세 기업은 연방정부의 구제책에 기대어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으나 부분실업이나 정리해고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글·알란 포를라르 Allan Popelard 폴 바니에  Paul Vannier

 

글·존 니콜즈  John Nichols
주요 저서로 <연금제도: 숨겨진 대안>(국제금융관세연대·코페르니쿠스재단·실렙시스 공저,  파리, 2013),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페미니즘>(국제금융관세연대·코페르티쿠스재단·실렙시스 공저, 2013) 등이 있다.

번역•박지현 sophile@gmail.com
본지 편집위원, 그린피스 해양 운동가

(1)  로랑 카루에 Laurent Carroué ‘미국 자동차의 심장이 박동을 멈추었다 Le cœur de l’automobile américaine a cessé de battre’ 2009년 2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
(2)  ‘디트로이트 소방관들, 7만여 개 두루마리 화장지 선물로 받는다 Detroit firefighters get 70,000-roll toilet paper gift’, USAToday, 2012년 12월 6일자.
(3)  크리사 톰슨 Krissah Thompson, ‘디트로이트 긴급 관리자의 정책으로 시민권리 침해 우려 Possibility of emergency manager in Detroit prompts civil rights concerns’, The Washington Post, 2012년 1월 5일자.
(4)  제임스 아킨 James Arkin, ‘도시 구제금융을 예방하기 위한 린지 그레이엄의 계획 Lindsey Graham’s plan to prevent city bailouts‘, Politico 2013년 7월 24일자.
(5)  토마스 수그루 Thomas J. Sugrue, ‘디트로이트 중산층의 부상과 몰락 The rise and fall of Detroit’s middle class‘, The New Yorker, 2013년 7월 22일. 
(6)  ‘대마불사의 도시 Cities are too big to fail’, The Nation, 2013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