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의 지껄임, 그 신뢰성에 관하여

2013-10-12     세르주 알리미

누구라도 그 무엇에 대해서든 말하고 쓸 수 있다. 특히 미국에 관해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경기회복과 에너지 독립, IT 분야 다국적 기업의 우위, 자동차 산업의 부흥 등 다시금 원기를 회복한 불사조의 이미지였던 미국은 불과 6개월 만에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위상이 무너지며 저물어가는 제국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1)

이제 미국의 무능함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산업이 되어버렸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하여 파리 및 몇몇 뛰어난 책사들의 바람대로(올리비에 자제크 기사 참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랍국에 대한 추가 군사 작전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 자국의 신뢰도에 영향을 준 것인지 모른다.(2) 이에 대해 앵무새들은 하나같이 ‘신뢰성’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가만 보면 존 케네디와 린든 존슨이 벌인 베트남 전쟁에서 내세운 명분도 이른바 ‘도미노 이론’이었다. 베트남 주변국이 소비에트든 중국이든 연쇄적으로 공산주의 진영의 손아귀에 빠져드는 걸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으로서 이는 일종의 ‘신뢰성’ 문제였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2백만 명이 죽어나갔다. 워싱턴이 패전한 지 4년 후, 북경과 하노이는 군사적으로 서로 대치하게 된다. 조지 부시가 획책한 이라크 전쟁은 이란과 북한처럼 소위 ‘악의 축’에 속하는 한 국가의 정부를 처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는 미국으로서 일종의 ‘신뢰성’ 문제였다. 오늘날 기존의 이라크 정부가 무너지고 미군이 바그다드에 새롭게 수립한 정권은 테헤란 측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2년 10월, ‘버락 오바마’라는 이름의 젊은 미 상원 의원은 자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며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진 않으나, 어리석은 전쟁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예의 그 “어리석은 전쟁”을 확대하다 결국 퇴각하는 신세가 됐다. 시리아 사태에서 그의 호전적인 측근들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면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리 승인 없이 무력을 행사하며 국제법도 위반해야 하는 한편, 의회의 자문도 구하지 않은 채 군사 행동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설령 백악관의 자문을 받은 의회가 반대 의견을 내놓더라도 이를 불사해야 했다. 그리고 2003년 부시 대통령의 ‘자발적 동맹군’보다 훨씬 더 제한적인 수의 동맹군을 이끌고 군사 작전에 뛰어들어야 했다.

더욱이 미 대통령은 대다수 미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이러한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신세였다. 미국 내에서도 일각에선 미군이 시리아에서 “알 카에다의 공군”이 되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3) 오바마 대통령은 망설였다. 이어 그는 중동 지역에서 다시금 ‘어리석은 전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얼마간은 자신의 신뢰성이 무사히 보전될 수 있으리란 결론을 내린 듯하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1) ‘끊임없는 악몽… ‘미국의 쇠망’’(Malaise à Washington. En 1952, déj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11월. ‘복수 지도 체제가 장악한 미국(Les États-Unis saisis par le polycentrisme)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아틀라스> 2012)’에서 브누아 브레빌Benoît Bréville은 미국의 쇠퇴와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성격을 분석한다.
(2)  마티아스 레이몽 Mathias Reymond, ‘시리아 갈등 – 카키색 옷차림의 논객들Conflit en Syrie: les éditocrates s’habillent en kaki’, Acrimed, 2013년 9월 23일 (www.acrimed.org).
(3) 오하이오 주의 전 좌파 의원 Dennis Kucinich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