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전령사로 전락한 세관

2013-10-14     크리스토프 방튀라


세계 무역의 거대한 재편 움직임 속에서 각국의 세관과 세관원들은 모순적인 두 힘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하나는 관리, 규제, 안전을 담당하는 공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순환이 요구하는 이동의 원활함과 속도다. 그 사이 공공서비스의 임무는 점차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세관을 보면 세계가 보인다.” 세계관세기구(WCO) 사무총장 쿠니야 미쿠리야가 사무실 문에 붙여놓은 영화 포스터에서 발견한 문구다. 2011년 개봉 영화 <낫싱 투 디클레어>(원제: Rien à déclarer)는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발효로 프랑스-벨기에 국경의 가상 도시 쿠르캥에 있던 세관 초소가 철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 자유무역협정 협상 대표를 역임하고 10년 전부터 WCO 사무국에 몸담아온 미쿠리야는 지구적 차원에서 국경이 새롭게 재편되는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전에는 육지 위에 연속적인 선으로 그려졌던 국경선이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의 국경선은 이동하거나 단속적인 선의 형태를 취했다. 유럽연합(EU)은 서유럽에서 국경 검문소와 관세장벽을 철폐했다. 기존의 경계선들은 지워지거나 셴겐(Schengen) 지역 바깥으로 밀려났다. 대신 다른 국제적 경계들, 즉 국제무역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항만, 공항, 철도 요충지, 화물 터미널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세관의 역할도 변모하고 있다. 이전의 검문소에서는 ‘정지!’를 외쳤다면, 이제 세계 무역의 주역들은 한 목소리로 ‘이동!’을 재촉한다. 흐름을 차단하고, 단속하고, 세금을 징수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국경 파수꾼들의 역할이 아니다. 조절하고, 승인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 맡겨진 새로운 임무다. 17세기 콜베르의 제도적 정비 이후 1791년 프랑스의 공식 행정업무로 자리 잡은 화물 검사 업무는 이제 상품의 원활한 순환을 보장하는 업무로 변모했다.

복잡한 세관절차
기업 경쟁력 약화?

르아브르 항의 컨테이너선 접안시설 내 ‘프랑스 터미널’에는 붉은색 옆줄이 그어진 바지 제복을 입은 세관원들이 몇 명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컨테이너들’을 조사하기 위한 공간은 2개의 작은 창고뿐이다. 그나마 세관 노조가 힘겹게 싸워 얻은 전리품이다. 끊임 없이 움직이는 온갖 기계들, 트럭, 크레인, 하역 장비들 밑에 서면 세관원들은 개미 한 마리보다 작아 보인다. 그 중에는 강철 직육면체의 속을 꿰뚫어보는 거대한 엑스레이 스캐너(Sycoscan)도 있다. 예산이 줄면 이 기계를 더 이상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세관 사무실은 그 뒤의 작은 건물에 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르아브르 지역 세관 직원 361명 중 일부가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관원들은 담배, 술, 석유 제품에 대한 세금, 부가가치세, 유럽연합 수입관세, 환경오염에 부과되는 일반세 등을 징수하는 일 외에도, 밀수, 위조품, 마약, 무기, 유해물질 반입을 단속하는 업무도 맡는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경제에서 불법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10%에 달한다고 한다.

온종일 쉴 새 없이 거대한 배에서 내려진 수천 개의 컨테이너들이 트럭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복잡한 업무들을 모두 소화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총 1만8천 명에 불과한 프랑스 세관원들은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2백 개의 사무소에서는 내근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고, 270개 본부에서는 제복을 입은 세관원들이 현장 업무를 보고 있다. 업무에 따라, 행정 담당, 세금징수원, 조사·단속원, 전산 전문가, 비행기, 헬리콥터, 배 조종사, 개 조련사, 과학·기술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땅, 하늘, 바다를 아우르는 감시체계도 구축되어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세관원들은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임무를 떠안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전하고 원활한 국제교역을 보장하고, 프랑스의 대외 무역 통계자료를 구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규범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다.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검사 작업은 펠리컨이라는 별칭이 붙은 ‘터미널 프랑스’의 한 창고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제 검사가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다. 층층이 쌓인 컨테이너들 사이에서 직감적으로 의심스러운 컨테이너를 집어내는 세관원들의 솜씨도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단속 대상을 설정하고 그 과정을 지휘하는 팀은 이제 전산 데이터 처리 시스템에 더 의존한다. 사무실에 가득 쌓여있던 서류들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델타’(Delt@) 시스템 화면을 통해 수출입·운송업자들이 입력한 세관신고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로 적재 화물에 대한 정보, 조사 결과 등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되면 시스템이 세관원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 직접 조사하도록 조처한다. 해당 업자는 문제가 되는 컨테이너를 펠리컨 창고로 가져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 ‘프레데릭’이라고만 이름을 밝힌 한 세관원은 “터미널 인부들 작업시간 기준으로 반나절 동안 1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개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손에 절단기를 든 채 말을 잇는다. “배 한 대당 컨테이너가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실려 오는 것을 감안한다면 무척 적은 수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로 반입되는 컨테이너들 중 2% 미만(수출의 경우 1% 미만)이 검사를 거친다.(1) 이번 검사는 우선 적재 상품(와인잔) 내역서를 확인한 후에 임의로 상자 3개를 개봉하여 서류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경 없는 유럽국가들의
자유로운 상품 이동
 
“새로 도입된 기준들 때문에 우리는 수입을 원활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탈산업화를 돕고 있는 셈이다.” 르아브르 지역 세관에서 근무하다 조기 퇴직한 세르주 푸셰의 말이다. 그는 조사 대상 선정 방식과 정보 전산화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최근의 말고기 소동처럼 보건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검사가 별로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다. 28개국 사이의 국경이 사라진 시장에서 상품과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 수단을 포기하면서 어떻게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2010년 무렵부터 전 세계 세관들, 특히 유럽관세연합(2)은 WCO(World Customs Organi zation 세계관세기구) 회원국들의 주도로 느리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 교역의 98%가 WCO 산하 179개 세관(EU 포함)을 거쳐 이루어진다. 각각의 자유무역협정, WTO 회원국 간 협정은 곧바로 세관원들의 일상 업무에 영향을 미치며, 세관 업무 자체를 새로 정의한다. 국제 교역 가속화, 운송비용 감소, 국경 관세율 인하로 인해, 예전에는 관세를 강요하던 국가 기관은 이제 ‘물자공급 연쇄’의 한 마디로 전락했다. WCO의 정의에 따르면 이 연쇄 속에는 “(고객을 위해) 중개자들과 행정당국이 수행해야 하는 모든 활동들이 포함된다.”(3) 이 평범한 한 문장 속에 급변하는 현실이 담겨있다. 세관 업무가 공공행정기관의 권한과 상품 세계의 확연한 분리라는 원칙 하에서 이루어지던 시대는 끝났다. WCO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제 우리는 상품이 수출되는 시점에서 기착지를 지나 수입되는 시점까지의 이동 과정 전체를 지원한다.” 공공행정기관들은 이 새로운 목표를 위해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상품의 이동 경로와 각각의 단계에 개입하는 모든 주체들을 파악하고, 원활하고 안전한 상품 유입을 보장해야 한다.

미쿠리야 사무총장은 설명을 계속한다. 2001년 뉴욕의 9.11 테러 이후 “국제 무역과 그 주체들의 안전을 위한 조건들을 창조할 임무는 각국 정부와 행정기관들 몫이 되었다. 공공기관들은 기업의 협조 하에 한 상품의 전체 이동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전통적인 무역 방식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예전에는 한 상품에 대한 통제가 수입국 국경에서만 이루어졌다. 그것이 세관의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미국의 안보 책임자들은 폭탄이나 방사능 물질이 가득 든 컨테이너를 도착 항구나 공항에서 발견한다면 이미 늦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새로운 규칙을 부과했다. 이제 미국 시장을 향하는 모든 상품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출발 지점에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쿠리야는 이렇게 “외부 국경이라는 개념이 고안되었다”고 말한다. WCO도 2005년부터 이 개념에 기초한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대부분의 회원국들(현재 전체 회원국수 166개국)과 지역경제공동체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같은 해 관세법의 ‘현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유럽연합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상하이나 선전 등에서 출발하는 수백만 개의 컨테이너들을 일일이 검사한다는 게 가능할까? 더욱이 무역의 세계화는 상품의 원활한 순환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무역 활동은 신속함과 안전을 동시에 요구한다. 무역 관련 행정기관과 세관은 이 어려운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최소한 이론적으로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간과 돈이 드는 컨테이너 검사와 세관신고를 비물질화해야 한다. 무역안전 및 원활화에 관한 국제규범(SAFE)은 상자들을 직접 열어 검사하는 방식보다 리스크 분석과 기업, 상품에 대한 데이터 교차분석을 선호한다. 하역 컨테이너들에 대한 단속보다 수입업자에 대한 신뢰도에 의존하는 것이다. 동시에 수입업자들과의 공조관계를 구축한다.

수출 상품이 상하이에서 유럽연합(가령, 프랑스의 르아브르)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자. 수입업자는 상품 선적 24시간 전에 수출업자로부터 사전신고서(간이수입신고서)를 받는다. 이 신고서는 지역세관에도 접수된다. 상품의 보증인에 해당하는 수입업자가 전산 시스템을 통해 도착지 세관에 신고서를 접수하면, 제출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수입 물품의 신뢰도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다. 분석 담당 세관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도착한 상품은 검사 없이 곧바로 하역이 가능하다. 신고서 분석에서 ‘통관 허가증’(BAD) 발급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4분 46초).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출발지, 기착지, 도착지에서 제출되는 전자신고서의 정보들이 일치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세관들 사이에 공동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출발지에서 스캐너를 통한 상품 검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는, 일부만 검사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혜택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 내 운송업자, 물류회사, 항만, 공항, 통관 대행업자, 수출입 업체들은 2008년부터 세관 당국에 인증서를 신청하여 행정,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공인(AEO)(4)은 해당 업체에 대한 감사 후에 부여된다. AEO공인을 획득한 업체의 통관절차는 더욱 신속하고, 간소화되고, 집중화된다. 의무 신고 사항의 일부도 면제된다.

“간소한 검사, 신속한 반입(Less control, fast entry)” 알지라다스 세메타 세금·관세 담당 유럽집행위원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2012년 GBG(Green Budget Germany)라는 단체가 수여하는 애덤 스미스 상을 수상한 그는 지금이 “경제적 행동”과 “기업 활동 지원”에 나서야 하는 시대임을 역설한다. 유럽연합은 각 회원국의 세관들이 더 신속하고 비용이 덜 드는 통관 조건들을 제시하여 무역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통관 과정에서 화물이 정지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시 납품(Just in time)’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세관 당국은 양립 불가능한 활동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한 손으로 쌓아올리는 것을 다른 한 손으로 허무는 것과 같은 모순적인 일을 벌이고 있다. 2007~08년경부터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편에서는 분쟁 조정과 부정행위 단속과 같은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에 자문 팀을 파견하여 AEO공인 획득을 위한 감사활동 지원 업무를 진행한다. 세관 당국은 상공회의소와 파트너십을 맺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업 통관 업무의 간소화와 원활화를 지원한다.

기업의 도어맨이 된 세관 업무

“이론적으로 이 두 활동은 공조관계 속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몽트뢰이 프랑스 관세청 기업 지원 프로그램 책임자 나데주 르부르디에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세관 당국이 파트너십에 입각하여 벌이는 감사 활동은 단속이 아니다. 기업의 ‘프로세스’ 속에 참여함으로써 정기적으로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인) 부정행위의 가능성을 파악해낸다.” 결국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미묘하다. 단속을 통한 처벌보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신뢰감을 구축함으로써 세관 당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를 분열증적 상황으로까지 묘사한다. 기업 입장에서 자신이 상대하는 세관 당국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세관-기업 파트너십 강화는 언제나 조세와 통관 규칙 완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까? 프랑스 노동총동맹 산하 전국세관노조(SNAD-CGT) 위원장 세바스티앙 게앙은 “무역과 기업 활동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포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진행 중인 예산 절감과 업무 전환은 단기간에 세관 업무를 파괴하려는 의도다.” 그는 현재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세관신고가 간소화되고 징수되는 세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기업의 조세 부담 완화를 위한 간접적인 조처들도 동원될 것이다. 기업의 비용 절감과 활동 지원을 위한 이 모든 것들은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추진되고 있다.” 경영자들을 위한 간행물, <경쟁력 연구(Cahiers de la compétitivité)>는 세관을 특집으로 다룬 호에서 이런 변화를 환영했다. “프랑스 관세청은 야심찬 현대화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를 이끌던 로랑스 파리조의 선언이다. “세관 당국은 열린 자세로 기업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인연합회도 참여하여 작성된 세관 헌장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르아브르에서 세관의 경제지원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로맹 노엘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더 적게 검사하는 것이 더 잘 검사하는 것이다. 혹은, 더 잘 검사하는 것은 더 적게 검사하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일까? “화물 통관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안트베르펜, 로테르담, 함부르크 등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 곳에서는 화물이 항만 플랫폼을 빠져나오는데 2시간이면 족하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업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엔,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다른 항만과의 경쟁 속에서 유리한 가격과 간소한 통관절차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화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관원들의 임무는 새로운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니콜 브리크 무역부 장관은 “세관원들 중 일부는 고통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브리크 장관은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재정부 장관과 함께 세관 업무를 관할한다. “급격히 팽창 중인 세계 무역은 세관을 통해야만 한다. 세관원들은 이 현상의 핵심에서 일할 기회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농담조로 한마디 덧붙인다. “아니면, 국경을 폐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럼 세관원들은 다시금 19~20세기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될 테니까!”

“통관 절차가 수출에 방해가 된 적은 없다.” 프랑스 연대노총(Solidaires) 산하 관세노조의 모르방 뷔렐이 격분하며 말을 잇는다. “사실상, 프랑스 영토 바깥으로 나가는 화물에 대해 세관검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검사는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현재 제공되는 혜택과 지원은 프랑스의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입 상품들의 국내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르아브르 항구 2000 플랫폼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크리스토프 콜롱이 다가오자, 미리부터 대형 기중기들이 몸을 떨며, 안경, 위생용품, 장난감, 다림질 판, 기와, 심지어 화강암까지 들어있는 수천 개의 컨테이너들을 하역할 채비를 한다. 4분 46초 만에 통관 절차를 마친 컨테이너들은 항구를 떠나 24시간 후에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채우게 될 것이다.


AEO 공인 제도

현재 프랑스에서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공인(AEO)을 획득해 통관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는 기업은 831개에 달하며 그 중 약 100여 개 기업이 전체 무역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1) 2012년 현재, AEO공인을 획득한 기업은 유럽 1만1249개, 미국 1만325개, 일본 482개다. 중국과 인도도 최근 공인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각국 AEO공인의 상호 인정을 위한 논의들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일본의 AEO를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캐나다, 한국, 일본, 요르단(미국으로 향하는 화물 상당수가 이곳을 경유한다), 뉴질랜드의 AEO를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 일본, 유럽연합과 논의 중이고, 도시국가인 싱가폴과 이미 협정을 체결했다. 싱가폴은 캐나다, 한국, 일본과 협정에 서명했고, 현재 미국, 뉴질랜드와 협의 중이다. 브라질은 2014년 AEO를 도입할 예정이다.

(1) 이 100여 개 공인 업체가 470개 수출업체들을 대표한다.

유럽연합의 세관들

2008년 발효된 프랑스의 관세 현대화법은 2013년 11월 1월부터 유럽연합 관세법으로 대체된다. 유럽의 관세법 개편은 “세관업무와 교역의 전산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그것을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AEO공인 제도 도입, 통관 프로세스 집중화 등이 추진되어 왔다.
국제 수출입 화물의 17%(20억 톤의 상품들)가 유럽의 세관을 경유한다. 2011년 접수된 세관신고서는 2억4500만 건(수입 1억4천만 건, 수출 9천만 건)에 달했고, 총 830만 회의 서류심사와 직접검사가 이루어졌다. 그 중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확인을 위한 압류는 9만 건에 이른다.(상품 1억1500만 개)
2011년, 유럽연합 회원국 세관 공무원 수는 12만5천 명이었다. 1천 개 이상의 세관들이 27개 회원국 (영토, 영공, 영해) 국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유럽연합 예산 13% 정도를 이 세관들이 충당한다. 총 금액은 약 166억 유로에 달한다.

<자료 출처: EU 집행위원회>


글·크리스토프 방튀라 Christophe Ventura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파리8대학 철학과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리듬분석> 등이 있다.

(1) François Ruffin, ‘Contre le dumping social, fiscal, environnemental: vive les douaniers(사회, 조세, 환경 덤핑에 대항하는 세관원들의 노력)’, <Fakir>, 아미앙, 2011년 4월.
(2) 1957년 로마조약에 명시된 후, 1968년 관세연합이 결성되어 유럽시장 내부에서 관세가 철폐되고 수입관세 징수를 위한 단일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3) ‘통합적 로지스틱스 체인 관리를 위한 지침’, WCO 문서, 2004년 6월.
(4) 기업들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통관 간소화, 보안과 안전, 통관 간소화/보안과 안전.